정부는 31일 이태원 사고 사망자 장례비를 최대 1500만원까지 지급하고, 부상자들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재정으로 실 치료비를 우선 대납하는 등의 유가족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또 위로금 성격의 구호금은 관련 규정에 따라 사망자 2000만원, 부상은 정도에 따라 500만∼1000만원이 지급된다.
정부는 유가족과 지자체 전담 공무원 간 일대일 매칭을 통해 필요한 지원을 하기로 했다. 또 전국 31개 장례식장에도 공무원을 파견해 원활한 장례를 도울 예정이다.
여기에 유가족, 부상자 등에 대해서는 세금, 통신 요금 등을 감면하거나 납부를 유예했다.
정부 지원 대책 외에 공적 보상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안전을 위해 가입하는 시민안전보험 등의 경우 태풍, 홍수, 지진 등 천재지변이나 화재·폭발, 대중교통 상해 등에 적용되는 공적 보험이다. 이를 적용하면 최대 20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의 경우 천재지변 등에 해당되지 않고 사고의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는 명확한 주최 측이 없다는 점에서 보상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길기범 변호사는 “현재 진행 상황으로는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아서 정부의 지원 말고는 피해보상을 받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큰 보상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고 책임과 관련한 처벌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태원을 관할하고 있는 용산구청과 경찰 등 공무원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는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이 폭 3.2m에 불과하고 경사도가 10%에 달해 사고 위험이 있음에도 예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재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골목길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고, 직무유기 등 불법 정황이 밝혀진다면 형사처벌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경찰이나 소방의 대응으로 사고를 막기에는 불가능했다는 게 아니라 과연 그것이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다. 경찰은 예년 80~100명에서 올해 130여명으로 40% 증원이 됐다”며 경찰과 공무원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대열 뒤편에 있던 일부 시민이 ‘밀자’고 외쳤고, 인근 업소의 직원이 출입을 막으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형사처벌은 미지수다.
길 변호사는 “특정인에게 중과실을 묻기에는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실로 인한 죽음과의 인과 관계를 따져봐야 하는데 누군가를 특정하기가 힘들다. 수사 진행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사고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또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총 사망자 154명의 신원 확인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여성 98명, 남성 56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사망자는 14개국 2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