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은 때론 무모함으로 연결된다. 키움 히어로즈 야시엘 푸이그(32)의 송구가 딱 그렇다.
키움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3차전을 2-8로 패했다. 시리즈 1차전에 승리한 뒤 2·3차전을 연거푸 패하며 1승 2패로 몰렸다. 1승 1패에서 3차전 승리 팀이 KS 우승을 차지한 건 역대 16차례(1993년 무승부 제외) 중 14번에 달한다. 확률이 무려 87.5%. 키움으로선 12.5%의 확률을 극복해야 한다.
7회까지 1-0으로 앞선 키움은 8회 초 2사 2루에서 후안 라가레스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맞았다. 경기의 흐름을 좌우한 결정적 한 방이었지만 점수 차를 고려하면 만회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키움은 1-2로 뒤진 9회 초 6실점을 헌납, '빅이닝'을 헌납했다. 마무리 투수 김재웅이 선두타자 오태곤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게 시발점이었다.
김성현의 희생번트 때 1루 주자를 2루에서 잡아내 1사 1루. 후속 김민식에게 우전 안타를 또 내줬다. 그런데 공을 잡은 우익수 푸이그가 커트맨을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 3루 송구를 선택했다. SSG는 빈틈을 파고들었다. 1루 주자 김성현이 3루까지 뛰었고 푸이그의 송구를 본 김민식이 2루까지 내달렸다. 1사 1·3루가 될 상황이 1사 2·3루로 이어졌고 추신수의 자동 고의4구로 만들어진 만루에서 키움은 무너졌다. 김재웅와 김태훈이 피안타 4개(김강민·최정·한유섬·박성한)로 6실점, 두들겨 맞았다. 결과론이지만 푸이그의 송구 하나가 키움 마운드에 더 큰 부담을 안긴 꼴이 됐다.
푸이그의 송구는 정규시즌 내내 문제로 지적됐다. 강한 어깨로 주자의 진루를 막을 수 있지만 무리한 다이렉트 송구는 상대에게 허점을 노출했다. 궤적이 낮지 않아 손에서 공이 빠지는 순간, 주자에게 너무 쉽게 간파당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외야수가 공을 던지면 주자 입장에선 탄도가 보인다. 센스 있는 선수들은 그걸 바로 캐치한다"며 "커트맨 위로 공이 넘어가면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찬스니까 주자들이 적극적으로 뛴다"고 말했다.
홍원기 감독도 지난 8월 "계속해서 문제에 관해 얘길 한다. 다른 선수들도 그런 플레이를 자제하자고 하는데 계속 나오는 건 깊게 생각해야 한다. 반복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그런 플레이 하나가 실점으로 연결되고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선수가 가장 잘 알 거"라고 꼬집었다. 포스트시즌 내내 푸이그의 강한 어깨는 실보다 득이 더 컸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