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WKBL) 부산 BNK는 2022~23시즌 1라운드를 4승 1패로 마쳤다. 개막 경기에서는 아산 우리은행에 54-79로 완패당했지만, 이후 4연승을 질주했다. 2019~20시즌 창단 후 첫 4연승. BNK가 1라운드에서 4승 이상을 거둔 것도 올 시즌이 처음이다. BNK는 창단 첫해부터 지난 시즌까지 1라운드에서 5패, 2승 3패, 1승 5패를 각각 기록했다.
삼천포여고 출신 포워드 한엄지(24·1m80㎝)가 BNK 상승세 주역이다. 한엄지는 올 시즌 5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32분 59초를 뛰며 13.2득점 6.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프로 데뷔 후 지난 다섯 시즌 동안 평균 7.2득점에 그쳤던 한엄지가 올 시즌에는 두 배 가까운 득점을 올리고 있다. 14일 청주 KB와 경기에서는 3점 슛 3개 성공을 포함해 25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017년 인천 신한은행에서 프로 데뷔한 한엄지는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유망주였다. 파워가 좋아 골 밑 싸움에 능하다. 오프 더 볼 상황에서의 움직임도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천포여고 재학 시절부터 전국구 유망주였던 그는 2020~21시즌 30경기에 나서 평균 10.7득점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했다. 여자 농구대표팀에도 발탁,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활약했다.
한엄지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BNK로 이적했다. 그는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단 3경기 출전(평균 5.3득점 4.3리바운드)에 그쳤다. 반등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줘야 했다. 원소속팀 신한은행과 FA 협상이 결렬된 뒤 2차 협상 기간에 BNK와 손을 맞잡았다. 계약 기간 4년, 연봉 총액 1억 8000만원의 조건으로 BNK 이적에 합의했다.
한엄지의 합류로 BNK는 공격 옵션이 다양해졌다. 기존 BNK는 가드 이소희가 돌파하거나 센터 진안이 골 밑 싸움을 하는 다소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사용했다. 포워드 김한별(36)은 리바운드에 가담하거나 뱅크 슛 위주의 공격을 이어갔다. 한엄지가 합류하면서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컷인 플레이가 활발해졌다. 가드 이소희, 안혜지의 공격 조율과 돌파는 더 과감해졌다.
한엄지도 BNK에 잘 적응해가고 있다. 부담감을 내려놓은 결과다. 초반엔 움직임이 둔하고 플레이가 과감하지 못했지만,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경기력이 좋아졌다. KB와 경기에서는 진안과 그림 같은 하이-로우(high-low) 게임 득점에 성공했다. 한엄지의 합류로 베테랑 빅맨 김한별은 체력 안배를 할 수 있게 됐다. 박정은 BNK 감독도 한엄지를 두고 “복덩이가 왔다”고 평가했다.
한엄지는 BNK에서 복덩이로 거듭났다. 팀 내 득점과 리바운드 2위에 자리하고 있다. 블록 슛은 경기당 0.4개로 팀 내 세 번째다. 3점 슛 성공(6개)과 성공률(35.3%)도 상위권이다. 한엄지 등 기대주들이 맹활약하며 끈끈한 조직력을 보인 BNK는 팀 득점(74.6점) 실점(70.6점) 등 공수 밸런스가 완벽한 시즌 초반을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