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서 내가 구심점 역할을 해주길 바라셨다.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으니 같이 잘 융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3년 연속 최하위에 빠진 한화 이글스를 채은성(32)이 구원할 수 있을까.
한화는 지난 22일 채은성과 6년 총액 90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90억원은 한화가 창단 이래 투자했던 금액 중 최고액이다. 프랜차이즈 스타 4번 타자 김태균, 야심차게 외부 영입했던 마무리 정우람이 받았던 4년 84억원이 종전 최고 기록이다. 내년 한국 나이로 서른 네 살이 된 채은성에게 6년 계약을 안겨줬을 정도로 한화는 채은성에게 기대가 컸다.
2009년 육성 선수로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채은성이기에 대형 계약의 의미가 더욱 컸다. 채은성은 22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프로 생활을 어렵게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최근 몇일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랬다. 어떻게 마무리될지 몰랐지만, 떠날 수도 남을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그동안 LG에서 어렵게 선수 생활을 이어왔던 기억들이 많이 났다"고 떠올렸다.
한화의 신뢰는 확실했다. 채은성은 "6년 계약기간은 처음부터 결정해주셨던 내용이다. 손혁 단장님께서 구단과 나의 미래에 대해 많이 얘기해주셨다.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 구심점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원래 하던 것보다 더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원래 하던 대로 묵묵히 열심히 하면서 후배들을 이끌어달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채은성은 이어 "한화는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 그들과 같이 잘 융합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계약 후 선수단과도 만나 상견례를 했다. 선수단에 '잘 부탁하고, 나에게 많이 다가와 달라. 나도 다가가겠다.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채은성은 올 시즌 주로 1루수로 뛰었다. 외야 자원이 많고 1루 자원이 부족했던 LG는 지난해까지 주전 우익수로 뛰었던 그를 1루로 전향시켰다. 한화에서는 다르다. 노시환·김인환 등 젊은 내야 자원들이 1루를 볼 수 있지만, 외야 자원이 마땅치 않다. 채은성이 외야로 복귀한다면 천군만마가 된다.
채은성은 "구단이 외야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병행해야 할 것 같다"며 "(원래 포지션이라고) 자신감이 있다기보다는 믿고 영입해주신 만큼 하던 대로 하겠다. 한화로 왔다고 갑자기 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 야구는 똑같다. 똑같이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라고 다짐했다.
길게는 13년 동안 함께 했던 LG 동료들과도 이별하게 됐다. 채은성은 "계약 발표 후 연락이 정말 많이 왔다. 한 팀에 오래 있었다 보니 선배·후배들이 축하 연락을 정말 많이 했다. 너무 감사하고, 아쉽다"라며 "(오)지환이한테 연락이 그렇게 오더라. 계속 전화를 했다. 아쉬워서 그런 것 같다"고 돌아봤다.
데뷔 이후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썼던 채은성은 타자에 보다 유리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로 이사하게 됐다. 통산 홈구장 OPS(출루율+장타율)가 0.736인 그는 원정에서는 OPS가 0.861에 달한다. 한화 이적 후 상대적으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채은성은 "LG에서 뛸 때 원정 경기를 가면 잠실에 비해 구장이 작아 보였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야구장의 크기보다 내가 공을 정확히 맞혀 좋은 타구가 나오는 게 먼저다. 야구장이 작다고 장타를 더 많이 쳐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다. 하던 대로 이어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