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여러 소득을 얻었다.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남겼고, 세계적인 팀들을 상대로도 능동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빼놓을 수 없는 수확은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과 조규성(24·전북 현대)의 대표팀 안착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둘은 생애 첫 월드컵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주눅 들지 않고 경쟁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후보였던 조규성, 대표팀에서 외면받았던 이강인이 ‘꿈의 무대’에서 제 기량을 펼친 것은 의미가 크다.
‘한국 축구의 미래’로 꼽히는 이강인의 월드컵 출전은 불투명했다. 2019년 9월 18세의 나이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는 2021년 3월 마지막으로 대표팀에 뽑힌 후 한동안 선발되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이 이강인의 플레이와 어우러질 수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9월, 월드컵을 앞두고 1년 반 만에 부름을 받았을 때도 월드컵 출전은 확실치 않았다. 벤투 감독이 9월 2연전(코스타리카·카메룬)에서 단 1분도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인 이강인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돌아가 맹활약했다. 벤투 감독은 끝내 그를 외면할 수 없었다.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강인을 포함한 벤투 감독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조커로 기용된 이강인은 가나와 2차전에서 투입되자마자 상대 공을 빼앗은 후 정확한 크로스로 도움을 기록했다. 포르투갈전에서는 기어이 베스트11 한자리를 꿰차 김영권의 동점 골 기점 역할을 하며 ‘도하의 기적’을 쓰는 데 크게 한몫했다.
황의조(올림피아코스)의 백업 역할이 유력했던 조규성은 본인의 능력으로 카타르 월드컵 최고 스타가 됐다. 우루과이전 후반에 교체 투입돼 수려한 외모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우루과이전을 마친 후 그의 SNS(소셜미디어) 팔로워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가나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선 조규성은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비록 팀은 석패했지만, 조규성은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 멀티 골 기록을 썼다. 그는 3분 사이 머리로 두 골을 넣는 파괴력을 선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가나전 직후 유럽 복수 구단이 그를 영입 리스트에 올렸다는 보도가 쏟아진 이유다.
‘깜짝 활약’은 아니었다. 지난해 9월 A매치 첫 경기를 치른 조규성은 꾸준히 벤투호에 승선했다. 물론 황의조에 이은 두 번째 최전방 옵션이었다. 하지만 김천 상무에서 철저한 자기 관리로 몸집을 불리며 최전방 공격수로서 경쟁력을 키웠다. 그 결과 조규성은 2022시즌 K리그1 17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을 차지했고, 대표팀에서도 서서히 입지를 넓혀갔다. 그간의 노력이 월드컵에서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토트넘)은 카타르 월드컵 여정을 마친 후, 맹활약한 후배들을 향해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 꾸준히 잘해줘야 한다”며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실력을 펼칠 수 있어 자랑스럽다. 이게 끝이 아니고 앞으로 더 잘하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현재 대표팀은 1992년생인 손흥민, 황의조, 이재성(마인츠), 김진수(전북 현대)가 주축이다. 이들은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4년 뒤 월드컵 출전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자연스레 1996년생 라인인 황인범(올림피아코스),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나폴리), 나상호(FC서울) 등이 바통을 이어받을 전망이다.
카타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이강인과 조규성은 향후 ‘96라인’과 함께 대표팀을 이끌 수 있다. 96라인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열릴 때면 기량이 무르익은 30대가 된다. 이강인과 조규성은 다음 대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선후배 가교 구실도 할 수 있다.
이강인은 이제 만 21세다. 기량을 유지한다면, 10년 넘게 한국 축구를 이끌 수 있다. 24세인 조규성 역시 다가올 두 번의 월드컵 출전이 가능하다. 더 나은 한국 축구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