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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전 부활포로 자신감 찾은 권창훈

마침내 대표팀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권창훈(27·수원 삼성)이 카타르 월드컵과 K리그1 상위 스플릿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권창훈은 지난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 레바논과 홈경기에서 후반 15분 결승 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이끌었다. 극적이었다. 권창훈은 이날 벤치에 있다가 후반 13분 교체 투입됐고, 2분 만에 골을 넣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최종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거뒀다. 한국은 지난 2일 이라크와 1차전에선 0-0으로 비겼다. 권창훈은 레바논전 후 "내가 잘해서 넣은 것보다 팀 모두가 전반전부터 최선을 다했다. 그런 것들이 팀에 힘이 전달돼서 제게 좋은 찬스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득점은 권창훈에겐 부활의 신호탄이다. 2017년 1월 프랑스 리그1 디종으로 이적해 유럽 무대를 누벼온 권창훈은 4년 4개월 만인 지난 5월 친정팀 수원에 복귀했다. 권창훈은 프로 데뷔 시즌인 2013시즌부터 4년간 수원에서 공식전 109경기 22골 9도움을 기록한 에이스였다. 큰 기대 속에 5경기 출전했지만, 골 맛을 보지 못했다. 동시에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에도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로 발탁돼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한국은 8강에서 탈락했다. 이런 가운데 레바논전은 권창훈에게 자신감을 끌어올릴 기회였다. 그는 A매치에 데뷔한 2015년 이후 이번 경기까지 총 두 차례 레바논전에 뛰었는데, 2골에 관여한 좋은 기억이 있었다. 2015년 9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에서 1골을 넣었고, 자책골도 유도했다. 게다가 이날 경기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은 권창훈의 소속팀인 수원의 홈구장이었다. 덕분에 그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득점할 수 있었다. 권창훈은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애칭)에서 골을 넣은 데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낯설지 않은 환경에서 경기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했다. 그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찾은 권창훈은 다음 달까진 소속팀에 집중한다. 수원(승점 35)은 현재 리그 7위에 처져있다. 이대로는 스플릿라운드 파이널B(7~12위)행이다. 다행이 파이널A 마지노선인 6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6)와 격차는 1점이다. 권창훈이 힘을 보탠다면 상위권 진입 가능성은 충분하다. 권창훈은 "(이번 2연전) 목표는 2승이었는데 1승 1무로 첫 소집을 마쳤다. 원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승리로 마무리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계속 매달 경기가 있는데 몸 관리 잘해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축구대표팀은 소집 일정을 마무리하고 소속팀에 복귀했다. 한국은 10월 7일 시리아와 홈 경기, 10월 12일 이란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최종예선 3~4차전을 앞두고 축구 대표팀은 10월 4일 다시 소집된다. 피주영 기자 2021.09.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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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의 까칠한 축구]그만하자, '윗선'만 평화로운 남·북 스포츠 정치쇼

지난 16일 오후.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가 사진 한 장을 배포했다.'정몽규 회장, 인판티노 FIFA 회장· 김장산 북한축구협회 사무총장과 만나'라는 사진 제목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월드컵 2차예선 남·북축구 경기가 열린 평양 김일성 경기장을 찾은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 및 북한축구협회 김장산 사무총장과 함께 2023 FIFA 여자월드컵의 남·북 공동개최 추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라는 설명을 달았다. 놀랍다. 바로 전날(15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던가. 무관중·무중계에 외신 기자 한 명 없이 월드컵 예선이 펼쳐졌다. 초유의 사건이었다. 북한의 일방통행으로 일어난 사태였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비판 여론이 뜨거웠다. 이 사달이 났는데 축구협회 행보는 '다른 나라의' 그것이었다. 정 회장의 여자월드컵 공동개최를 위한 노고를 먼저 알리는데 급급해 보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조치를 하고, 어떻게 항의를 하며 중계 관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일들은 뒷 전이었다. 3인이 만나 찍은 사진 한장만 '먼저' 공개한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가. 분명한 것은 정 회장이 북한과 여자월드컵 공동개최 의지를 표현했다는 점이다. 축구협회 관계자에게 물었다. 정 회장과 북한 김장산 총장은 무슨 이야기를 나눴냐고. 답변은 "특별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였다. 내용도 없는 만남임을 인정했다. 굳이 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알린 것에 혀를 더욱 끌끌 찰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정 회장의 노력을 폄훼하자는 게 아니다. 실제로 정 회장은 꾸준히 여자월드컵 공동개최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2023년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 유치 경쟁력은 높다"고 밝힌 바 있다.또 여자월드컵을 위해 2023년 남자아시안컵 유치도 포기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5월 "2023년 아시안컵과 여자월드컵 개최 일정이 겹쳐 선택이 필요했다. 여자월드컵은 FIFA와 정부에서 남·북 공동 개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노력에는 대의 명분이 필요하다. 정 회장과 축구협회가 공동개최에 목을 매는 의도가 자꾸 이 상황에선 의심될 뿐이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여자 축구의 성장을 위해? 평화를 위해?이런 목표를 가지고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적 이슈의 한 가운데 서고, 축구를 넘어 국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하나의 업적을 남기기 위함. 이런 의심이 먼저 드는 것이 이상한 것일까. 남·북이 함께 하는 스포츠에는 언제나 명분이 있다. '평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대표적인 예다.그런데 평화는 '윗선'에게만 찾아왔다. 평화는 윗선의 업적으로만 남았다. 이들이 '위장된' 평화로 함께 웃는 동안 정작 선수들은 정치적인 희생양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국민들은 분열됐다. 올림픽이 끝나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도돌이표다. 여자월드컵도 다를 것이 하나 없다. 남·북이 공동개최를 하면 평화가 올까? 일방적인 희생, 묻지 않고 처분만 기다리는 '가짜 친선'의 연대에 또 다른 희생양은 얼마나 많이 탄생할 것인가. 여자월드컵 개최 과정을 상상해보자. 윗선들이 평화를 얻기 위해 취하는 방식. '저자세 원칙'을 이번에도 지킬 것이다. 눈치를 보면서 받들고, 특혜를 줄 것이다. 평창올림픽 당시 북한 선수들의 전용 승·하차장을 상기해보라. 특혜를 줘야만 얻는 평화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반발하면 평화는 사라진다. 이런 방식으로는 스포츠가 추구하는 연대의식은 결코 성취해낼 수 없다. 축구협회는 이미 공동개최 의사를 전달했다. 아직까지 북한은 답변이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북한이 유독 한국을 더 만만하게 본다는 점이다. 월드컵 예선만 봐도 평양에서 열린 레바논전은 관중들도 외신 기자들도 방문을 허락했다. 함께 지켜내야할, 규정과 규칙이 생명인 스포츠대회에서 규정을 당당히 어기는 북한의 일방통행으로 인해 월드컵 공동 개최 역시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도 평화는 윗선들에게만 찾아왔다. 한국 선수들은 사실상 '감금상태'에서 경기를 치른 상황이었다. 그 시각에 윗선들은 모여 사진을 찍고,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는 환담을 나눴다. 그들이 웃고 있는 사이 한국에서는 생중계를 보지 못했고, 선수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했다. 축구협회는 북한에 어떤 항의도 없었다. 묻고싶다. 누구를 위한 공동개최인가?가짜 평화의 명분을 내걸 기에 이미 국민들은 북한의 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축구협회는 국민 정서와 반대로 가고 있다. 더 많은 국민들과 축구팬들이 2023년 개최를 원한 대회는 남자아시안컵이었다. 자국에서 아시안컵 우승컵을 들어올릴 상상을 했다. 이 꿈은 정치적 쇼 앞에서 산산조각이 났다.공동개최는 반감이 훨씬 강하다. 윗선만 평화로운 남·북 스포츠 정치쇼는 "그만하자"고 외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이를 계속 추진한다면 분명 역풍을 맞는다. 진정 여자월드컵 개최를 원한다면, 국제 축구경쟁력을 여자월드컵을 통해서 알리고 싶다면 '단독개최'로 추진하면 된다.왜 세계 유일의 특수성에 기대 월드컵을 유치하려 하는가. 북한이라는 명분이 없으면 월드컵 개최 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단독개최로 가는 것이 맞다. 실제로 북한의 응답이 없어 현재 한국의 단독개최로 유치신청서를 넣어 놓은 상태다. 해결 방법이 의외로 간단하다. 축구협회가 공동개최 의지를 '철회'하면 된다. 인판티노 회장이 제안했고, 정부가 적극적 지지를 약속했다고 해도 축구협회가 안 한다고 하면 그만이다. FIFA 회장이 제안했다는 물타기도 필요없다. 제안은 제안일 뿐이다. 이것이 강요라면 인판티노 회장은 공정성을 어기는 것이다. 월드컵 유치를 원하는 다른 나라들을 무시하는 행태다.축구협회가 북한과 공동개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상황종료'다.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축구협회의 의지, 즉 정 회장의 의지에 달렸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19.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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