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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인터뷰 ①] 이재우 사장, 한식 레시피로 입맛 잡고 무릎 서비스로 발길 잡다
이재우(49) (주)이티앤 제우스 사장은 '한국식 스테이크하우스''한국식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의 '불고기 브라더스'를 만들어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앞서 그는 국내에 '패밀리 레스토랑' 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해 성공신화를 이룬 주인공이기도 하다. 1993년 T.G.I 프라이데이를 국내에 론칭, 새로운 마켓을 형성한데 이어 1996년에는 아웃백 스테이크도 들여와 또 한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평범한 월급쟁이에서 이제 500명에 이르는 직원을 거느린 한식 불고기 레스토랑 체인본부의 CEO(최고 경영자)로 변신한 이 사장. 그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한식에 대한 경영철학은 무엇인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식 패밀리 레스토랑. 이재우 사장이 만든 이 컨셉트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다. 쉽게 말하면 메뉴는 한식이면서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는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한식당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것들, 즉 들쭉날쭉한 맛이나 형편없는 서비스 등 단점을 보완해냄으로써 한식도 프랜차이즈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불고기 브라더스의 체인화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성공키워드 1 - 표준화 한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레시피나 맛의 표준화가 힘들다는 것. 계량기로 재는 정확한 양보다는 눈대중이 일쑤이고, 맛도 주방장의 입맛에 따라 왔다갔다 한다. 이재우 사장은 이 단점을 이렇게 극복했다. 그는 불고기 브라더스를 론칭하기전 6개월간 표준화·계량화에 매달렸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시절 청와대 주방에서 일했던 정찬부 조리 본부장을 영입했다. 그는 한식만 20여년간 만든 전문가. 정 본부장이 메뉴를 만들면 이 사장이 표준화에 나섰다. 해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모든 메뉴를 이미 표준화하고 있었기에 T.G.I 프라이데이와 아웃백 스테이크에서 일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우선 불고기의 양을 결정했다. 음식점따라 각양각색인 양은 1인분 200g, 육수가 있을 경우에는 350g으로 정했다. "180g은 손님들 입장에서 보면 적다는 느낌이 듭니다. 반대로 250g되면 손님은 좋겠지만 수지 타산이 맞지 않죠. 손님도 주인도 만족할 수 있는 적정선이 바로 200g이었습니다." 그리고 된장찌개의 염도와 김치째개의 산도도 표준화했다. 된장찌개의 경우 짠 맛, 매운 맛에서 부터 싱그운 맛 까지 10가지 가량 준비한 후 일반인 수백명에게 맛을 보게 해 가장 보편적인 맛을 찾았다. 불고기 브라더스 19개의 매장의 된장찌개 맛이 똑같은 이유가 바로 이런 노력 의 결과물이다. 당연히 메뉴얼로 만들어 각 주방에다 비치해 놓았다. "다만 대구 사람들은 더 짜고 더 맴게 해달라고 해서 다른 매장보다 맛이 더 강하다"며 웃었다."레시피가 표준화 됨으로써 주방의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계량화가 되지 않았다면 주방에는 정본부장 같은 오랜 경력자가 많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일산점의 경우, 이 달에 고교를 졸업하는 조리사가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다른 매장과 맛이 같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점포수를 늘리는데도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주방의 경험 유무를 떠나 빨리 배워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은 것이지요."●성공키워드 2 - 서비스불고기 브라더스에 가면 종업원들이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다.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비행기 비즈니스석에서 처럼. 이것도 이 사장의 아이디어이다."왜 한식당에는 말도 잘 안통하는 연변 아줌마들만 있습니까. 고기를 구워주다 말 한 마디 없이 사라져 버리는, 서비스 개념조차 없는 그런 아줌마들이 버젓이 종업원으로 있습니까. 이런 무개념이 결국 손님들, 특히 외국 손님들의 발길을 끊습니다." 서비스 부문에 이르자 이 사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불고기 브라더스 매장에서 서빙을 하는 종업원들은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젊다.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30살이란다. "뽑을 때부터 젊은 사람들, 특히 서비스 마인드가 갖춰진 지원자만 뽑습니다. 그리고 철저히 현장에서 교육을 시킵니다. 한번 실수를 하더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교육하죠." 서비스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물론 단점이 있다. 인건비가 다소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다른 업체들보다 10~20% 더 준다. 또 우수직원에게는 발탁승진도 과감하게 해 다른 직원들에게 자극을 주기도 한다. 물론 서비스가 좋아짐으로써 매출도 향상되기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종업원과 손님의 '소통'도 중요시하는 부분이다. "종업원 한명이 테이블 3개를 담당합니다. 손님이 많을 경우에는 똑같은 서비스를 하기 쉽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고기가 타지 않도록 좀 뒤집어 주십시오'라며 양해를 구하고 다른 테이블로 갑니다. 손님들도 모두 이해를 해줍니다. 말 한 마디가 서로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이죠." 또 다른 서비스는 작은 배려. 손님이 요구하면 발난로와 무릎 담요를 준다. "고기를 굽다보니 위에는 따뜻해도 발이 시린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손님들을 위해 준비해놓았죠."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하는 것을 보고 벤치마킹했단다. 이런 작은 배려 하나 하나가 모여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성공키워드 3 - 냄새가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진한 고기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있다.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린다. 힐끗 쳐다보면서 '고기 먹을 것을 자랑하나…'라며 속으로 불만을 터뜨린다. 고깃집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 냄새를 없애는 것이다. 옷에 냄새제거제를 뿌려준다든지 나름대로 서비스를 하지만 고약하게도 잘 없어지지 않는 것이 냄새다. "외국인들이 고기집에 오면 가장 큰 불만이 바로 냄새와 연기 입니다. 냄새가 옷에 배는 것을 무척 싫어하지요(우리나라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불고기 브라더스 매장에 앉아 있으면 고기 굽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물론 연기도 없다. 어떤 이유에서 일까. "우리 매장은 연기와 냄새를 없애기 위해 테이블 밑으로 공기를 빼내는 연통을 설치했습니다. 테이블 한 개당 설치비만 500만원에 이릅니다. 숯불 등 다른 방식에 비해 수십배 더 비싸죠." 왜 밑으로 뽑는 장치를 했을까. "위로 뽑을 수도 있지만 연통이 앞사람의 얼굴을 가려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야기하다보면 자꾸 얼굴이 가려 짜증나거든요." 외국인들 뿐 아니라 우리 나라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석희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이재우 사장, 한식 레시피로 입맛 잡고 무릎 서비스로 발길 잡다▷ 이재우 사장 “한식엔 우리 술… 같이파는 건 당연”▷ 이재우 사장의 창업 전략
2010.02.04 0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