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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는 왜 '서면화'에 목을 맬까

'딜 클로징'을 목전에 둔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가 또 다시 반목 중이다. 양측 갈등의 핵심은 '서면화'다. 본계약 체결에 난항을 겪던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노조가 처우개선 약속을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중흥그룹 측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발표를 앞두고 서면화를 사실상 거부하고 나섰다. 다시 시작된 갈등 중흥그룹은 지난해 12월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성공했다. 앞선 7월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노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노조는 인수 절차와 중흥그룹의 해외 플랜트 역량을 거론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노조 위원장은 삭발을 감행하고, 파업도 불사하겠다면서 강경한 투쟁을 예고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처우 개선'이었다. 대우건설 직원들이 KDB산업은행 관리 체제로 들어간 이후 5년 동안 연봉이 사실상 동결된 부분을 파고들었다. 중흥그룹 측은 노조에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고용 승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노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과거 수차례 주인이 바뀐 경험이 있던 노조는 "약속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독립경영을 위한 대표이사 내부 승진, 사내 계열사 외 집행 임원 선임 인원 제한, 인수 후 재매각 금지, 본부 분할매각 금지, 자산매각 금지가 주요 골자다. 이를 전격 수용한 중흥그룹은 본계약은 물론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신청까지 일사천리로 마무리했다. 공정위의 결과만 나오면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세 번째 주인이 된다. 순조로워 보이던 양측의 관계는 다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대우건설·중흥그룹과 3자 회동을 해왔다. 그러나 인수 막바지 작업에 열중하던 중흥그룹 측은 대우건설 노조에 서면화 작업을 거절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17일부터 중흥그룹 인수단 사무실 앞을 점거하고 출입저지 시위를 진행했다. 인수단은 결국 근처 계열사 사무실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서면화가 뭐길래 그렇다면 대우건설 노조는 왜 서면화 여부에 민감할까. 현재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예정자일 뿐 대우건설을 경영하는 주체가 아니다. 따라서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도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기업 인수 합병을 주로 담당하는 A 로펌 변호사는 "쌍방의 약정을 문서화한다는 것은 법적 효력 여부보다는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입증하는 수단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단순 구두 약속은 어떠한 사실이 존재했는지를 주장하는 측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약속 내용은 반드시 서면화하거나 아니면 향후 입증을 위해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이유"라고 조언했다. 대우건설 노조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김경환 대우건설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본지에 "문서화는 이행 당사자 간의 약속이다. 서면 합의는 최대주주예정자인 중흥그룹의 의지 문제다. 중흥그룹은 딜 클로징이 되지 않아서 서면화가 어렵다고 하는데 타 기업도 딜 클로징 전 서면으로 약속을 남긴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수석부위원장은 "최대주주예정자인 중흥이 언론에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한 독립경영이나 처우 개선을 서면으로 약속하는 것인데 문서화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법적 권한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우건설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건설기업노조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다. 2500명에 달하는 조합원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중흥그룹 측에 요구한 사항을 공식적으로 문서화할 필요가 있다. '깜깜이 조항' 존재 사실일까? 중흥그룹 측은 딜 클로징 전 서면 합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아직 산업은행이 대주주인데 중흥그룹이 나서서 서면 합의를 하면 경영권과 주주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중흥그룹은 공정위 심사 발표 뒤 노사관계가 됐을 때 서면 합의서를 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으로서는 법적 효력을 떠나서 서면화가 부담스럽지 않겠나. 명문화 거부를 지렛대 삼아 상대방의 요구를 더 줄이려는 협상 기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 노조가 갈수록 요구사항을 늘리면서 중흥그룹이 서면화를 거부한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처음에는 처우 개선이 골자였는데, 다른 요구사항이 추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외부에 공개하기 힘든 '깜깜이 조항'이 존재한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대우건설 노조는 '궤변'이라며 깜깜이 조항 존재 사실을 일축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서면 합의를 위해 노조가 종전에 요구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내려놨다. 서면화에 담기는 내용은 대우건설 직원의 생존권과 회사의 영속성을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요구사항이 늘어난다는 중흥그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궤변"이라고 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본지에 "우리가 지속적으로 말해왔던 처우개선 조항 외에 노조가 경영권과 인사권 등을 침해를 하는 독소조항이 추가했다. 문서화한 뒤 경영을 하면 향후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견이 있는 부분을 조율해 노사관계가 됐을 때 서면합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1.21 07:00
경제

[랜드IS] '연봉 올려준대요'…중흥의 굳은 약속, 믿어보는 대우건설

대우건설 기업 인수 합병(M&A)을 추진 중인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노조에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대우건설 임금 수준을 이른바 건설사 '빅5' 수준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M&A로 대우건설 내부 반발이 거세자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일단 중흥건설을 믿어보겠다"는 분위기다. 중흥건설 측이 비교적 진실성 있게 처우 개선을 약속했고, 추가회담에서 이를 구체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였기 때문이다. '처우 개선' 카드 꺼내 든 중흥건설 김보현 중흥그룹 부사장은 지난달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 위원장과 가진 첫 회담에서 대우건설의 독립경영 보장과 구성원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대우건설의 급여를 건설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제안을 했다. 처우 개선은 그동안 대우건설 직원들이 가장 목말랐던 부분으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 관리 체제 아래 있던 약 5년 동안 임금 상승 폭에 제한을 받아왔다. 지난 8월 기본 연봉을 평균 6.9% 인상하기로 임금교섭을 타결하면서 격차는 다소 줄긴 했지만, 잃어버린 5년을 메우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대우건설 노조와 직원들의 주장이다. 연봉 차이가 빅5 건설사보다 최대 10~20%까지 벌어지는데, 중흥건설에 인수 합병된다는 소식까지 들리자 이직을 선택한 이들도 적지 않다고 알려진다. 이런 분위기는 직장인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블라인드에 '동종 대비 낮은 연봉, 진급 정체가 심한 회사' '급여 경쟁력이 낮다' '점점 하락하는 (회사) 평판과 오르지 않는 급여' 등 임금과 처우에 대한 불만 글을 상당수 올렸다. 한 대우건설 직원은 본지에 "지난 수년간 연봉이 올라가지 않았다. 중흥건설의 '립서비스' 일 수도 있지만, 일단 빅5와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려주겠다는 중흥건설의 말을 믿어보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회사 분위기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중흥건설 임금 낮은데…대우건설만 올려줄까? 양사가 내놓은 처우 개선에 대한 추후 일정은 사뭇 구체적이다. 대우건설 노조와 중흥그룹은 내주 추가 회담을 열고 경영 조건 및 구성원 처우에 대한 협의를 명문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지난달 말 1차 회담을 가진 뒤 대의원 결의를 통해 중흥그룹과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의 실적을 내는 만큼 중흥건설의 보상을 기대하는 눈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근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을 수주하면서 도시정비사업 부분에서 첫 3조원을 넘어섰다. 실적이야 나와봐야 알겠지만, 올해는 창사 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3년간 평균 1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올린다는 약속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표도 따라붙는다. 시공능력평가 1~5위 건설회사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삼성물산이 1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9500만원, SK에코플랜트와 현대건설이 8500만원가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흥건설이 약속했다는 빅5 건설사의 평균 연봉은 9300만원 수준이다. 현재 대우건설의 평균 연봉은 8200만원 수준이다. 빅5 건설사의 평균보다 1000만원가량 낮은 수준으로, 10대 건설사 중 중간 수준에 속한다. 매년 전 직원의 급여를 평균 330만원 이상 올려야 도달이 가능하다. 사실상 모기업인 중흥건설의 임금도 걸림돌이다. 중흥건설의 2020년 평균 연봉은 6300만원 수준이었다. 대우건설의 평균 연봉 8500만원보다 2200만원가량 낮다. 중흥건설의 부장급 연봉도 평균 7900만원 선에 그친다. 중흥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중흥토건의 평균 연봉은 5482만원이다. 중흥건설 직원들이 대우건설만 처우를 급격하게 올리는 것을 과연 두고만 보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모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든 M&A를 할 때는 처우 개선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령 인수 후 몇 년간 정리해고 금지나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안정적인 근로자 지위 보장을 약속하는 식이다. 그래야 조직원들의 반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동종업계인 모기업의 연봉 수준이 낮다면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을 수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 단계적인 임금상승 약속을 모두 지켜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흥그룹 측은 이에 대해 "단계별 임금 인상과 복지 등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대우건설 품을 의지는 확실 그동안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지 못해 방황했던 대우건설은 중흥그룹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흥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 실사를 완료하고, 내달 초 안에 KDB인베스트먼트와 주식매매계약(SPA)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견되지 않아 입찰가인 2조1000억원 수준에서 가격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대우건설을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인수 목적"이라고 밝혀왔다. 중흥그룹은 현재 284%(2020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에 달하는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을 중흥그룹과 비슷한 수준(105.1%)으로 낮춰 자산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과거부터 호남 지역에 적을 둔 기업과의 M&A와 관련한 악연이 많았다. 중흥그룹과는 다른 결과를 낼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1.11.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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