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죽을 때까지 웃긴다”… ‘THE면상’, 개그맨 공채 1등과 2등이 만났다 [IS인터뷰]
2016년 SBS 공채 개그맨 시험에서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한 두 남자가 개그 유튜버를 시작했다. 구독자 41만명의 ‘THE면상’이다. SBS ‘웃찾사’를 통해 처음 인연을 맺은 조훈과 이선민은 각각 수석, 차석이라는 높은 성적으로 개그계에 발을 내디뎠으나, 이듬해 곧바로 ‘웃찾사’가 폐지되면서 긴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조훈은 “내가 선민이 형 바짓가랑이 붙잡고 같이 개그 크루를 만들자고 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웃기다는 게 이유”라면서 같은 팀 크루인 이선민을 치켜세웠다. 옆에서 쑥스러운 미소를 보이던 이선민은 “제가 좀 웃기긴 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 훈이는 ‘탈’이 참 좋다. 얼굴 탈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THE면상’이라는 이름 3글자를 알리게 된 건 몰카 시리즈다. 사실 몰래카메라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시청자 입장에서 인위적으로 느낄 수도 있고, 몰카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THE면상’은 이를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조훈과 여성 게스트가 커플인 척 돗자리를 깔고 앉아 싸움을 시작한다. 그때 여성 게스트가 “선정이가 누군데?”라며 조훈을 의심하고, 그때 뒷자리에 누워있는 이선민의 휴대폰에는 “선정이 제 딸이에요”라는 대사와 함께 막장 드라마 BGM이 나온다. 해당 콘텐츠가 담긴 영상은 10월 25일 기준 조회수 677만 회를 기록할 만큼 화제가 됐다. 이선민은 “ ‘웃찾사’가 없어지고 나서 돈벌이가 없어졌다. 조훈과 ‘THE면상’ 크루를 결성했을 당시, 둘 다 수중에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이 각각 400만 원이었다”고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본 안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기획해 보자 해서 시작한게 ‘몰카’ 콘텐츠”라고 전했다.‘THE면상’이 몰카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그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조훈은 “당시에 몰카 시리즈를 하는 유튜버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우리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몰카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면서 “공들여서 찍었는데 쓰지 못한 영상도 있었다. 험난했던 과정을 거치면서 더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또 ‘THE면상’은 유튜브 초기 제작비를 절감하고자 영상편집까지 직접 했다고 한다.
이후 ‘흥신소’, ‘라스트 야쿠자’, ‘레트로뉴스’, ‘찍’ 등 다양한 시리즈의 콘텐츠들을 올렸지만, 몰카 시리즈만큼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소속사 메타코미디에서 제작중인 유튜브 메타코미디 클럽에서 개개인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특히 조훈은 자신의 부캐릭터 49금 개그를 좋아하는 저질 아저씨 ‘조주봉’을 콘셉트로 하는 노래 ‘홍박사님을 아세요?’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조훈은 최근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사실 불안한 마음이 있다. 홍박사 챌린지가 끝나고 어떤 걸 하면 대중이 좋아할지 등 다음 행보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평소에 자존감이 낮았는데 이번에 얼굴을 제대로 알린 것 같아 기분은 좋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홍박사님을 아세요?’는 신나는 비트에 조주봉 이라는 아저씨가 위아래 트레이닝 복을 입고선,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저질스러운 춤을 추는 게 특징이다. 조훈이 처음 이 콘셉트를 선보였을 당시 메타코미디 동료들에게 “물도 안들어오는 데 노를 저으면 어떡하느냐”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유튜브 숏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 ‘홍박사’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조훈은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같은 크루인 이선민은 조훈이 언제 한번은 ‘빵’ 터질 줄 알았다면서 “최근 주변에서 같은 유튜브 팀으로서 질투가 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며 “동료가 잘되면 오히려 좋다. 또 저는 제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조훈보다 더 크게 뜰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실제 이선민은 메타코미디 클럽 팬들 사이에서 ‘없으면 안 될 존재’로 불린다. 이선민의 강점은 자신의 몸매와 노안인 얼굴을 살린 콘셉트 개그와 짧지만 묵직한 한마디. 탈을 뒤집어쓰고 고릴라 흉내를 내는가 하면 ‘딸기’를 야하게 말해보라는 질문에 거침없이 답한 장면은 최근까지도 회자될 정도다. 조훈과 이선민은 각각 존경하는 개그맨으로 ‘신동엽’과 ‘강호동’을 꼽았다. 조훈은 “가만히 있어도 웃긴 사람이 되고 싶다. 신동엽 선배를 보면서 나이가 들수록 재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늙어서도 친근하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이선민은 “강호동 선배는 전통적인 개그맨이 아닌데도 웃음의 강도가 정말 세다. 후배들도 정말 잘 챙긴다. 여러모로 존경하는 선배”라면서 “저는 앞으로 그냥 웃긴 사람이 아니라. 존X 웃긴 사람이 되고 싶다. 죽을 때까지 웃길 거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10.11 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