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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수미,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 ‘귀신경찰’ [IS리뷰]

속 편히 웃어도 된다. 한국 코미디 영화계의 대모, 배우 고(故) 김수미가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지난해 10월, 김수미가 갑작스럽게 곁을 떠나며 유작이 된 ‘귀신경찰’은 대중이 사랑했던 김수미의 총체가 담겨있다. 따스한 집밥과 함께 내놓는 욕설 한 꼬집의 구수한 핀잔이기도, 노역 연기의 대가를 넘어 어느덧 정말 연로해 애틋해진 국민 엄마 얼굴이기도 하다.이야기는 김수미가 분한 왕수미의 “내가 사람이 아니고 뱀새끼를 낳았나 보다”라는 팩트 공격과 함께 객석을 한방 터뜨리고 시작한다. 5년 전, 사건을 해결하지 못해 아내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좌천된 경찰 민현준(신현준)은 지금은 늙은 엄마 집에 얹혀살다 잔소리와 함께 입에 양말을 물게 되는 지질한 남자다.아내의 죽음 후 딸과는 오해로 대화 한마디 오가지 않고, 지구대 동료들에게도 무시당하기 일쑤인 무능한 가장 현준은 어느 날 옥상에서 에너지 음료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다 번개를 맞는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로 운 좋게 살아남게 된 그는 실로 ‘하찮은’ 능력을 얻게 된다. 바로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게 된 것. 이 능력을 둘러싸고 현준의 좌충우돌이 펼쳐진다. 신현준과 김수미의 ‘가문의 영광2’(2005), ‘맨발의 기봉이’(2006) 이후 세 번째 모자 호흡이다. 작품에서도 익숙한 당시의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다소 얼빠진 신현준과 그를 타박하면서도 애지중지 아끼는 김수미의 모습이다.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현준은 김수미가 ‘맨발의 기봉이’를 그리워했다며 그와 비슷한 결의 이야기로 한 번 더 기획한 것이 ‘귀신경찰’의 시작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그렇다고 김수미와의 모자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축은 아니다. 오히려 현준이 오랫동안 진심을 나누지 못한 딸 혜리(채시연)와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이 요지다. 여기에 지역을 좀먹는 개발 비리들과 그와 유착한 건달들에 대한 아내의 복수까지 다양한 드라마가 얽히고설키는 식이다. 초능력이 소재인 만큼 히어로물 성격도 띤다.코미디 요소는 양념처럼 뿌려져 있다. 주로 몸개그와 배설과 관련된 다소 더러운 소재가 원초적으로 웃긴다. PPL(간접 광고)인가 싶을 정도로 뜬금없는 타이밍에 등장하는 에너지드링크가 전부 빌드업일 정도로 스토리를 차곡차곡 쌓기에, 적당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는 김수미의 타박은 반갑다. ‘무영검’ ‘아테나: 전쟁의 여신’ 등 액션신 노하우를 쌓은 김영준 감독과 특별출연 정준호와 신현준이 만든 합도 볼거리다. 아는 맛이라지만 극중 여장부 왕수미가 운영하는 노포 순댓국집처럼 알면서도 찾게 되는 맛이기도 하다. 블록버스터처럼 거창한 스펙터클이나 기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들이 가장 잘하는 모습이 사골처럼 우러나왔고, 적당한 B급 웃음의 간이 쳐져 온 가족이 보기에 부담 없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걱정 없이 웃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김수미의 생전 바람대로다. 설 연휴 개봉까지 확정지으며 이를 감상하고 추억할 관객의 몫만 남겨두고 있다.사실 ‘귀신경찰’은 다음 시리즈도 기약된 작품이었다. 할리우드 프렌차이즈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번벤져스’라는 이름으로 새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며 열린 결말로 맺는다. 배우 황보라와 윤박, 야구선수 김태균이 다음 시리즈의 복선을 깔며 우정출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야기에서만큼은 왕수미의 합류도 암시한 바, 기자간담회에서 신현준은 김수미와 시리즈화를 꿈꿨다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그렇다고 눈물 흘릴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 김수미는 모두가 웃길 바랐던 한결같은 마음으로 스크린 속에서 관객을 환대한다. 오는 24일 개봉.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1.15 06:21
영화

[IS리뷰] 박신양은 박신양인데…K와 오컬트 만남 ‘사흘’로 충분했나

“소미야.” 박신양의 차분하지만 광기와 집념이 서린 목소리가 귓가에 남는다. 휴먼 드라마와 오컬트가 만나 새로운 ‘K오컬트’ 출사표를 던진 ‘사흘’의 이야기다.극의 중심을 잡고 이끄는 건 단연 박신양이다. 지난 2013년 영화 ‘박수건달’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 차승도 집안의 심상치 않은 풍경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여느 오컬트 호러 영화처럼 악마가 들린 채 침대에 구속된 소녀는 그의 딸 소미(이레)다. 구마 사제 반해신(이민기)은 쉴 새 없이 라틴어로 성경을 읊고, 닫힌 방문 너머 살려달라며 비명을 지르는 딸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차승도는 애끓는 부성에 결국 도끼까지 든다. 성공할 줄 알았던 퇴마 의식은 돌연 수포로 돌아가고, 딸은 숨을 거둔다.한국의 장례식장 풍경이 이어진다. 영화도 사흘 간의 장례 풍습에 따라 1일차 운명, 2일차 입관, 3일차 발인 수순을 밟는다. 조문객들의 입을 빌려 소미가 심장 수술을 받은 뒤부터 이상해졌다고 밝혀진다. 딸의 주치의로서 4개월 전 심장이식을 집도했던 흉부외과 전문의인 차승도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인정할 수가 없다. 살면서 실패한 적 없는 그는 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로 딸을 잃게 된 현실을 부정한다. 자책감에 사로잡힌 와중에 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신부 해신 또한 과거 자신에게 들렸던 악령에게서 이 사건의 단서를 찾아 다시금 퇴마에 도전한다. 고인의 마지막을 애도하고, 산자는 슬픔을 달래야 할 장례식장은 다시 나타난 악령과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로 인해 섬뜩한 장소로 변한다. 오컬트와 가족 드라마가 블렌딩 된 작품만의 색깔도 이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죽은 딸의 경직된 쥔 주먹을 제 입김으로 녹여 펼치거나 영안실에 뉘인 시신 옆에서 철제 침대에 올라 잠드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러하다. 박신양의 짙은 연기가 입혀진 차승도의 다소 답답한 행동들도 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부모 마음이라 보면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다만 가족애의 비중이 두드러지면서 오컬트 요소는 가벼워진다. 특히 심장에 깃든 악령이 어떻게 한국에 도달하게 됐는지 대목에서 다소 몰입이 떨어진다. 배경으로 채택된 장소들을 처음 접했을 때 수긍보단 의문이 고개를 든다. 그렇다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라 이야기의 출발점을 복기하다 보면 퍼즐이 맞춰진다. 초자연현상을 다루는 판타지이니 ‘이야기 속에선 있을 법한 일’이라고 넘긴다면 납득할 수 있다. 시각 연출적으로는 공간 선정에 나름의 이유도 있다. ‘검은 사제들’에 참여했던 김시용 미술 감독의 섬세한 설계가 느껴진다. 푸르거나 붉은 색채로 심리적 압박감을 잡고, 곳곳에 소품들로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특히 작품의 중요한 심볼인 나방이 병원 보일러실을 가득 채운 장면은 기괴함을 밀어붙이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나방을 훈련 시켰다”라는 현문섭 감독의 농담이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CG도 실감 난다. 촬영을 마친 지 4년여 만에 개봉하는 작품이다. 박신양뿐 아니라 두 주역도 오래 기다렸기에 반가움을 더한다. 미남 사제로 변신한 이민기는 ‘내 심장을 쏴라’(2015) 이후 9년 만의 주연 영화이고, 촬영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이레에겐 마지막 십 대 모습이 담긴 작품이 됐다. 특히 박신양과 부녀 호흡을 맞추며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이레는 장래를 기대케 한다. 앙상블 중에선 영안실 관리인 역 김기천의 웃음 ‘킥’ 한마디들도 긴장도를 낮춘다.‘K’ 부성애와 오컬트의 결합 시도는 신선했고 밸런스 조절은 고전했다. 천만 영화 ‘파묘’를 받아 ‘K오컬트’ 열풍을 이어갈진 지켜볼 일이다. 95분. 14일 개봉. 15세 관람가.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14 06:00
영화

“악마야 고맙다” 11년 만 스크린 컴백 박신양, ‘사흘’로 K오컬트 열풍이을까 [종합]

집착에 가까울 부성애가 오컬트 호러와 결합했다. 박신양이 ‘사흘’로 11년 공백이 무색하게 스크린을 장악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사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박신양, 이민기, 이레, 현문섭 감독이 참석했다.‘사흘’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구마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오컬트 호러물이다. 박신양이 ‘박수건달’ 이후 11년 만 스크린 복귀하는 작품이자 올초 K오컬트 열풍을 연 천만영화 ‘파묘’를 이어받을지 일찍이 기대를 모았다.이날 현문섭 감독은 “올초 ‘파묘’로 인해 오컬트 붐이 일었다. 저희 영화도 한국적 정서가 있는데 장례 3일 문화와 서양 오컬트가 공존하고, 가족 드라마가 있는 점이 다른 매력이다”라고 소개했다.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건 인생에서 굉장히 큰 경험이다. 아빠가 딸을 잃으며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그런 감정으로 시작하는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어 기획했다”라고 부연했다.가장 기대 요소인 박신양 캐스팅에 대해서는 “어떤 장르든 연기 베테랑이시기 때문이다. 오컬트에도 어울릴 것 같았고 부성애와 같은 감정들을 잘 표현할 것 같아 캐스팅했다”라며 “이성적인 의사 승도가 딸을 구하기 위한 신념으로 흔들리고 미쳐가는 과정을 잘 표현하셨다”라고 말했다. 이날 박신양은 스크린 복귀 소감부터 전했다. 그는 “어쩌다보니 영화에 오랜만에 출연하게 됐다. 그동안 드라마를 했고, 그림도 그려 전시도 했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다보니 영화를 오랜만에 하게 됐다”라고 운을 뗐다.극중 박신양은 주인공 차승도 역으로 광기어린 부성애를 연기했다. 흉부외과 의사인 차승도는 심장 이식 후 숨을 거둔 딸의 장례식장에서 소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며 딸을 구하기 위해 직진한다. 박신양은 “아빠와 딸의 애틋한 휴먼 드라마와 오컬트가 같이 들어있다. 오컬트는 보통 휴먼 드라마를 다루기에 적합한 장르는 아니라 신선하고 흥미로워 시나리오를 선택했다”라고 출연계기를 밝혔다.두 장르의 결합이 곧 연기 주안점이자 도전이었다. 박신양은 “(두 장르가) 동 떨어지면 안되기에 절묘한 발란스를 맞춰야했다”라며 “두 장르를 몇 대 몇 비율로 시각화할지 신과 컷을 나눠 수치화시켜 가자는 결론까지 나왔다. 휴먼이 6~7이면 오컬트가 4~5로 가자는 식으로 느낌을 정확하게 만들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업에 더해 오컬트 장르의 묘미인 미스터리한 존재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10시간 짜리 회의를 100회 정도 할 정도로 많이 신경썼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부녀와 얽힌 ‘그것’을 물리칠 구마 신부 해신은 이민기가 열연했다. 이날 이민기는 “처음 하는 장르라 더욱 끌렸다. 오컬트에 호기심도 많았기에 좋은 기회에 새 장르, 새 역할 도전할 수 있어 재밌게 찍었다”라며 “여타 오컬트 물과의 차별점보단 직업의 사명을 생각했다”라고 밝혔다.‘검은 사제들’의 강동원과 ‘아일랜드’의 차은우 등 ‘미남 구마사제’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을 두곤 “대열에 낄 수 있는 게 감사한 일”이라며 웃었다. 현 감독은 “민기 씨는 사제복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비주얼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고,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라며 “극중 해신이 이중적이고, 자신도 악마에 들렸던 인물이었으나 퇴치하게 됐다. 그 심리를 잘 표현해주셨다”라고 극찬했다.차승도의 딸 소미로 출연한 이레는 신들린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날 이레는 “오컬트를 좋아해 이런저런 영화를 찾아보곤 했는데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그것’이 깃든 배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웠다”라며 “‘파묘’가 공개되기 전에 찍은 영화이고, ‘검은 사제들’은 오컬트를 원래 좋아해 돌려보곤 했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선배님들 연기를 보고 흥미를 갖게 됐다. 역할 자체는 너무 다른 설정이라 참고나 차별점을 생각하진 않았다”라고 설명했다.공포영화답게 실제로 오싹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바로 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시체 안치실 철제침대에 누워 딸 옆에서 잠드려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박신양은 “철제침대가 혼자 드르륵 움직였다. 그걸 본 스탭들은 NG라고 느꼈을 텐데 이게 만일 실제 상황이면 어땠을지 아빠로서의 심정을 생각해 몸을 움직여 이어서 찍게됐다”라며 “촬영이 끝나고 누가 밀었냐고 물어봤더니 아무도 민 사람이 없다더라. 촬영인가보다 하고 흘러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한없이 ‘인상적인 장면’인거다. 한마디를 한다면 ‘악마야 고맙다’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끝으로 현 감독은 “개봉 시기를 잡는게 쉽진 않았지만 공개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재촬영도 했고 완성도를 위해 편집과 CG, 음향 등 후반작업도 많이 했다”라며 “수능 날 개봉하게 됐는데 수험생 여러분이 보시면서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리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한편 ‘사흘’은 오는 14일 개봉한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12 17:05
영화

박신양 복귀작 ‘사흘’, K오컬트 붐 이을까 [줌인]

‘파묘’, ‘핸섬가이즈’에 이어 K오컬트물 열풍을 이끌 새 작품이 관객을 찾는다. 박신양 주연의 영화 ‘사흘’로, 본격적인 비수기에 돌입한 극장가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오는 14일 개봉하는 ‘사흘’은 장례가 치러지는 3일간 죽은 딸을 살리려는 아빠와 미스터리한 존재를 없애려는 구마 사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박신양이 ‘박수건달’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사흘’은 사랑하는 사람이 공포의 대상으로 변한다는 설정, 죽음과 맞닿은 공간인 장례식이라는 배경, 사흘이란 시간적 제약 등으로 예비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무엇보다 ‘사흘’이 주목받는 이유는 오컬트라는 장르 자체에 있다. 오컬트 영화는 공포 영화 하위 장르로 악령, 귀신, 주술, 예언, 사후 세계 등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일컫는다. 국내 시장에서는 줄곧 비주류로 여겨져 온 장르인데, 관객층이 한정돼 흥행이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하지만 올초 ‘파묘’가 흥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2월 개봉한 ‘파묘’는 묘 이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오컬트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이어 6월 개봉한 또 다른 오컬트 영화 ‘핸섬가이즈’ 역시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어서며 성공을 거뒀다. 두 작품의 연이은 흥행은 오컬트 영화가 마이너에서 주류로 올라오는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대중의 인식 변화에 크게 기여했다. 관객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오컬트 영화 속 대중적 코드에 반색했고, 장르의 벽은 조금씩 허물어졌다.더욱이 최근 등장한 오컬트물은 이스터에그(영화 등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영화를 놀이 문화로 인식하는 MZ세대의 취향까지 저격했다. 실제 앞선 두 영화가 개봉한 후 온라인상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이는 하나의 팬덤과 관심 여론으로 연결돼 흥행에 불을 지폈다.한국인의 정서에 맞춘, 이른바 K오컬트란 점도 주효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오컬트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방향성과 다양한 요소”라며 “‘파묘’, ‘핸섬가이즈’도 한국적인 요소를 녹여서 승화시킨다거나 새로운 장르와 결합함으로써 우리 관객의 정서에 맞게, 거부감은 줄이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고 짚었다.개봉을 앞둔 ‘사흘’ 또한 이들 영화의 흥행 코드를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사흘’은 전 세계를 관통하는 부성애를 기반으로, 곳곳에 찾고 해석하는 재미가 있는 각종 코드와 심볼을 숨겨뒀다. 여기에 국내 관객들만이 더욱 열광할 만한 K요소도 담았다.메가폰을 잡은 현문섭 감독은 일간스포츠에 “기존의 오컬트 장르 영화들이 악령과의 대결과 구마사제의 희생을 강조했다면, ‘사흘’은 이러한 공식을 넘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자 했다”며 “3일장에 녹아있는 죽음을 대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와 가톨릭 오컬트가 공존한다는 점이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영화 속 가장 주목해야 할 심볼로는 나방을 꼽았다. 현 감독은 “나방은 ‘사흘’의 ‘킥’이다. 나방은 번데기에서 탈피하며 다시 태어나기에 영화에서 부활의 심볼로 쓰였다. 소미(이레) 얼굴에 나방이 펼쳐질 때 관객들로 하여금 공포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고자 했다. 나방을 가면처럼 펼쳐 악마의 트레이드 마크로 보일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귀띔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1.06 06:05
스타

‘영원한 맨발의 청춘’ 故신성일, 오늘(4일) 6주기

고(故) 배우 신성일의 6주기가 찾아왔다.고 신성일은 지난 2018년 11월4일 전남대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81세. 앞서 2017년 6월 폐암 3기 진단을 받은 후 항암 치료를 받았으나 투병 끝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사망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신성일은 이후 ‘맨발의 청춘’, ‘동백 아가씨’, ‘5인의 건달’, ‘별들의 고향’ 등 청춘 멜로영화로 1960∼80년대를 휩쓴 인기 스타였다. 1979년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을 역임한한 그는 ‘연애교실’, ‘어느 사랑의 이야기’ 등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출연작만 524편, 감독 4편, 제작 6편, 기획 1편 등 다작한 영화계의 큰 별이었으며 2000년 16대 총선에 당선돼 의정활동도 펼쳤다.고 신성일은 동시대 인기 배우 엄앵란과 결혼해 1남 2녀를 뒀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04 08:24
영화

[29th BIFF] 송중기·임지연, 부일영화상 조연상 “사랑하는 가족에게 감사”

배우 송중기, 임지연이 부일영화상 조연상을 받았다.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는 2024 부일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이날 송중기는 ‘화란’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송중기는 “‘화란’은 그저 그런 건달 영화가 아니다. 가정 학대를 받고 자란 두 소년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며 함께한 배우, 스태프, 투자사, 제작사 등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송중기는 “쳇바퀴 도는 삶에 지루해질 무렵 묵직한 대본이 있다고 ‘읽어볼래?’ 하고 소개해 주신 대표님께도 감사하다. 촬영장에서도 많이 배웠다”며 “겸손해지는 순간이 온다. 감사한 마음으로 간직하고 노력하는 배우 되겠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지연은 ‘리볼버’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임지연은 “여기서 신인상을 받고 조연상을 받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며 “‘리볼버’로 받게 돼 더 값지고 영광스럽다. 함께하신 선배님들, 제작사 대표님, 제 곁을 듬직하게 지켜주는 매니저에게도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리볼버’는 용기와 열정과 똘끼를 심어준 영화다. 제 필모그래피에 ‘리볼버’를 적을 수 있어서 너무 값지고 행복하다”고 말한 임지연은 전도연을 향해 “저는 선배님처럼 되고 싶은 학생 팬이었는데 같이 눈을 마주치고 연기할 수 있어서 성공했구나 싶었다. 감사하다”며 웃었다.끝으로 임지연은 “이 상 잘 쓰겠다. 더 열심히, 잘 하겠다”고 덧붙였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3 19:03
영화

‘아없숲’ 모완일 감독 “윤계상·박지환, 연기 필요 없는 ‘찐친케미’” [인터뷰②]

모완일 감독이 배우 윤계상과 박지환의 케미스트리 비하인드를 밝혔다.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모완일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이날 모 감독은 극 중 모텔주인 상준과 절친 종두 역의 윤계상, 박지환에 대해 “박지환 씨가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오늘 잘 걸렸어’라며 정말 신나하셨다. 그 정도로 케미가 좋았다”라며 “그 정도로 친한 줄은 몰랐는데, 굳이 애정을 표하는 연기를 더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균과 종두의 관계가 되어 있었다. 그저 두 사람의 관계를 담으면 되어 운이 좋았다”라고 밝혔다.올백 포니테일을 선보인 박지환의 스타일링에 대해서는 “제 아이디어인데, 그런 분장을 소화하고도 시청자들한테 우스워보이지 않고 진실 되고 착해 보이는 유일한 배우 같다. 물려받은 혜택 또는 능력인데 극도의 호감도를 갖추셨다”라며 “극 중에서도 건달이고 싶고, 그런 인생을 살았다고 해도 모두가 좋아한다. 못난 인물이지만 사랑스러운 배역인데 실제 박지환 씨의 매력이 커서 더 망가뜨려도 될 정도로 가진 게 많다. 그래서 아이콘처럼 좋아하시는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한편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8.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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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식 감독 “천성과 관성이 빚은 삶, 그리고 ‘삼식이 삼촌’” [IS인터뷰]

“저도 제 천성과 관성대로 살아왔죠. 거창하게 좋은 세상 만들려고 작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삶의 원인과 자극점을 탐구하려 합니다.”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삼식이 삼촌’ 속 박두칠(송강호)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타고난 ‘천성’과 살아온 ‘관성’. 이는 작품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확고한 인생철학이기도 하다.최근 ‘삼식이 삼촌’ 최종회를 공개한 신연식 감독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신 감독은 “희한하다.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라며 “극장에서는 관객을 만날 일이 종종 있는데 OTT는 시청자들 댁을 찾아갈 수 없다 보니 종영했다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웃었다.앞서 영화 ‘동주’, ‘거미집’ 등의 시나리오 집필로 지나온 시대를 화두로 삼아온 신연식 감독은 직접 극본과 연출로 참여한 ‘삼식이 삼촌’을 통해 격변의 1960년대를 16부작 호흡으로 그려냈다. 모두가 끼니 걱정을 하는 시대에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꿈꾸는 사업가이자 정치 건달인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과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의 원대한 계획 실현기를 3.15 부정선거부터 4.19 혁명, 5.16 군사 쿠데타까지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엮어 재구성했다.신연식 감독은 14회에 담긴 4.19 장면을 두고 “제가 이 작품을 하는 이유와 목적에 부합된 신”이라고 콕 집었다. 신 감독은 “개개인의 천성과 관성이 모이고 쌓여 역사적 흐름이 생동감을 갖는다”며 “당시 25만 명이 쏟아져 나왔단다. 극 중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들 사이 삼식이 삼촌의 시선은 차태민(지현준)을 향한다. 그 앵글이 제가 이 작품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극 중 삼식이 삼촌이 어릴 적부터 보살피던 차태민과 강성민(이규형)은 테러조직범과 차기 대권을 노리는 국회의원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대립한다. 딱한 사정을 알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한가지를 택해야만 했던 삼식이 삼촌은 나라의 역사가 될 시위 국면에서 자신의 역사에서 중요했던 강성민과 차태민의 끝을 목격하게 된다.“거시적 흐름 속에서 미시적 감정을 품은 인물을 담고 싶었어요. 차태민을 보며 삼식이 삼촌은 ‘그만해라’라고 말하죠. 그런 와중 김산은 주여진과 조카, 거기 모인 사람 하나하나를 봅니다. 그런 미시적 서사들이 이야기의 방향에 맞는 시퀀스들이었어요.”그가 생각하는 시대는 아래에서부터 구성된다. 사회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감정이 얽히고설켜 영향을 주고받아 큰 흐름을 만든다는 것. 그 시선을 상징적으로 포착한 표현이 ‘천성과 관성’이다. 신 감독은 “단지 한국의 역사라서가 아니라, 각자의 천성과 관성이 쌓이고 모여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작용되는 걸 조명하고 싶었다. 해외 시청자들도 그런 관점에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갈등의 원인을 살펴보면 상대가 옳고 그르기보단 개개인의 천성과 관성이 시시각각 작용해서 그런 거예요. 제 작품에서 악인이나 범인이 명쾌하지 않은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범인인지 좇는 드라마는 아닌 거죠.” 그는 ‘삼식이 삼촌’을 시리즈물로 글로벌 OTT에 선보이게 됐지만, 처음부터 어떤 포맷으로 선보여야겠다는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 독립과 상업의 규모 또한 처음부터 선택하지 않는다는 신 감독은 그때마다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감독은 “사실 제 작품의 엔딩은 다 똑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런 줄 알았는데 아닐 수도 있네’ 부조리를 인식하는 순간을 짚는다”고 부연했다. “이번처럼 송강호 같은 톱배우나 많은 자본이 필요할 때가 있는가 하면 ‘동주’처럼 5억원으로 이준익 감독과 할 때가 좋을 때도 있는 거죠.”시나리오를 쓴 ‘거미집’ 이후 다시 함께한 송강호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신 감독은 “선배님께도 첫 드라마 타이틀이 붙을 테니 부담되기도 했다”면서도 “삼식이 만의 감정선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는 송강호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변요한과 진기주, 티파니 영을 비롯해 크고 작은 역할로 작품을 꽉 채워준 모든 배우들에게 “너무 좋은 배우들과 인연이 되어 호사같다”며 고마워했다.끝으로 신 감독은 “예산이 크든 작든 저는 늘 작품을 하는 이유와 목적이 선명하다. 거기 부합되게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며 첫 시리즈물 연출 도전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전했다. “어떤 분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상하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어요. 시간을 갖고 저도 여러 반응들을 찬찬히 복기해보려 합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7.0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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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삼촌’ 티파니 영, 드디어 등장…변요한과 묘한 기류

‘삼식이 삼촌’ 티파니 영이 새 에피소드에서 첫 등장한다.22일 디즈니 플러스는 오후 4시 ‘삼식이 삼촌’ 6~7화 공개를 앞두고 인물들의 다각화된 갈등을 예고하는 미리보기 스틸을 공개했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날 공개된 새 에피소드에서는 삼식이 삼촌을 향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김산과 궁지에 몰린 강성민(이규형), 아버지의 총격 사건 이후 선택의 기로에 놓인 주여진(진기주), 그리고 군인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살피는 정한민(서현우)과 새로운 인물 레이첼 정(티파니 영)의 등장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얽힌 흥미진진한 전개를 예고한다. 이번 6~7화에서 김산은 자신이 아버지처럼 여기던 혁신당 주인태(오광록) 의원 총격 사건의 배후가 삼식이 삼촌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총격 사건의 범인인 신의사 차태민(지현준),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동대문파 건달 윤팔봉(문종원), 윤팔봉을 혁신당에 소개한 자신의 친구 김광민(이가섭)까지 모두가 삼식이 삼촌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김산의 “주인태 선생님, 암살 지시했습니까?”라는 단도직입적인 물음과 함께 이어지는 삼식이 삼촌과의 팽팽한 대화는 믿음과 의심을 오가는 두 사람의 관계에 흥미를 고조시킨다. 강성민은 청우회 의장 안요섭(주진모)의 아들 사망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청우회로부터 약속된 대선 자금이 끊기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압박을 받은 강성민은 지방자치법 통과를 위해 날치기 입법을 강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여기에 강성민의 서명이 담긴 무정부주의 단체 신의사 강령까지 발견되며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여 긴장감을 더한다. 한편 주인태의 지지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들이 총격 사건의 진실을 촉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선택의 기로에 선 주여진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칠지 궁금증을 높인다. 군인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감지한 삼식이 삼촌은 정한민과 함께 탐색전에 나서고 새로운 인물 레이첼 정이 등장하면서 삼식이 삼촌의 원대한 계획은 또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를 높인다.‘삼식이 삼촌’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2회차씩, 마지막 주 3회차가 공개될 예정이다. 총 16부작.이주인 인턴기자 juin27@edaily.co.kr 2024.05.2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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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리뷰] ‘삼식이 삼촌’은 다 원대한 계획이 있구나

과연 ‘삼식이 삼촌’의 원대한 계획이 엿보인다. 보통 시대극 이상의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그런 야심 말이다.지난 15일 첫 공개 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으로 이어지는 1960년대 전후가 배경인 만큼 극 중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작품 밖 시청자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고구마만 먹일 텐가. ‘삼식이 삼촌’은 고집스레 다른 먹거리를 준비했다.먼저 ‘원대한 계획’으로 무장한 ‘삼촌’이라는 인물상이다. 당장 송강호의 이전 배역 ‘기생충’의 기택은 “무계획이 계획”이라던 무능한 가장이었다. ‘삼식이 삼촌’에서 김산이 부정하는 것, 강성민(이규형)이 적대하던 것도 그런 ‘아버지’다. 힘없는 나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제 자식도 지키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하며 세끼 먹여주는 삼촌을 자처한 것이 삼식이, 박두칠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대, 배곯이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 삼식이 삼촌은 그 진리를 일찍이 깨우친 인물로 사업가면서 뒷세계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정치 브로커로서 그의 ‘원대한 계획’ 실현을 위해 조용히 장기말을 모아왔다. 그런데 삼식이 삼촌은 좀 독특하다. 의원이나 건달 같은 ‘힘’을 가진 자에 무시당하면서도 모두가 곤란할 때는 진영과 지위를 가리지 않고 그를 필요로 한다. 그의 계획의 동기나 목적지가 선인지 악인지 섣불리 판단도 어렵다. 그런 그의 중요한 장기말로 눈에 든 것은 김산. 올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온 육사 출신 내무부 엘리트다. 그의 꿈인 ‘하루세끼 배불리 먹는 나라’는 그가 지난 2년 동안 내무부에서 밤새가며 작성한 국가재건 5년 계획 종합경제 시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러나 당시 내무부는 나라를 다시 세우려는 노력보다는 권력을 잡기 위한 분투에 혈안인 상황. 김산은 혁신당 시국 강연회 연설 자리에서 울분을 터뜨린다. 이를 계기로 삼식이 삼촌은 김산에게 같은 꿈을 꾸고 있다며 접근한다. 공개된 5화까지는 김산이 무력한 ‘아버지’와 결별하고 삼촌의 손을 잡는 과정이 담겼다. 신연식 감독은 장면을 거미줄처럼 구성했다. 작품은 1960년 수도방위사령부 비밀벙커의 취조 장면과 그로부터 수개월 전 1959년 겨울의 모습, 그보다 오래전 각 인물의 과거를 교차하며 진행된다. 작중 삼식이 삼촌이 설계한 필연에 우연을 더해 서사를 촘촘히 짜며 몰입을 자아낸다. 완성될 상을 이미 역사로 배웠지만 아버지 아닌 수상한 ‘삼촌’이 이끄는 맛은 조금 다르다.첫 드라마 연기 도전이라고 강조한 송강호도 대중을 방심시키려는 계획이었을까.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 연기의 절정이자 종합”이라며 “‘대부’에서 브랜도, 파치노, 듀발이 변신 합체한 인물” 같다고 평했다. 이견을 갖기는 어렵다. 송강호 특유의 리듬감 있는 대사 톤은 의중을 파악하기 어려운 엷은 미소, 짙은 눈빛과 어우러져 삼식이 삼촌이라는 의뭉스러운 인물상을 완성한다. 차근차근 빌드업을 거쳐 5화 말미의 “내가 세상을 만들었나, 세상이 날 만든 거겠지”라며 터지는 송강호의 연기 차력쇼는 다음 화 재생을 누르게 만들기에 충분히 계획적이다.매주 수요일 2편씩, 마지막 주에는 3편 공개. 총 16부작. 이주인 인턴기자 juin27@edaily.co.kr 2024.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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