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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에서] 청소년 스트레스와 게임, 그리고 오해

“엄마, 이거 못하게 하면 난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지인의 자녀가 “이제 고등학교 갈 날이 얼마 안남았는데, 밤늦게까지 게임만 하면 어쩌느냐”고 엄마가 혼내자 한 말이다. 덩치 큰 남학생이 서글프게 울먹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남의 집 일이 아니다. 초등학생인 우리 집 아이도 게임하느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아 “적당히 하라”고 한 소리했더니 “공부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다”며 ‘아빠가 뭘 아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느끼는 게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하다. 그리고 많은 청소년들이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게임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2021년 한국 게임이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이 게임하는 주된 이유로 ‘단순히 재미있어서’와 함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가 꼽혔다.청소년들이 큰돈이 들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이 재미있기까지 하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선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걱정이다. ‘저러다가 게임에 중독돼 다른 건 제쳐두고 게임만 하면 어쩌나’, ‘게임 중독으로 충동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면 어떻게 하나’ 등 걱정이 태산이다. 더구나 정신의학계가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능, 계획을 세우고 참아내는 기능 등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을 저하시킨다고 오랫동안 주장하고 있어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어른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마약중독자와 게임 과몰입자의 뇌 모습이 비슷하다며 게임 중독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게임 이용 장애(게임 중독)를 치료받아야 할 질병으로 분류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게임 중독을 질병 코드로 분류할지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게임 과몰입과 관련해 전혀 다른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 국립 약물남용연구소(NIDA)가 청소년뇌인지개발 연구 일환으로 버몬트대 정신의학과 연구팀에 의뢰해 세계적인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에 실은 결과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최소 3시간 이상 비디오 게임을 하는 679명을 포함해 1957명의 9세와 10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단기기억과 충동 조절을 측정하는 검사를 했다. 그 결과 3시간 이상 비디오 게임을 하는 그룹이 기억력에서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았고, 시각적으로 주의를 지속하는 시간과 사건에 빠르게 반응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퀴즈에서도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도 사고와 관련된 뇌의 주요 영역이 비디오 게임 그룹에서 더 활동적이었다. 문제의 전두엽 뇌 영역이 더 밝게 빛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강박장애·우울증·공격성을 가질 가능성도 비디오 게임 그룹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 결과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노라 볼코 NIDA 소장은 “기존 연구들은 비디오 게임을 정신 건강 문제와 연관 지어 왔는데, 이번 연구는 비디오 게임에 인지적 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더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게임 중독에 대한 기존 통설을 깨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작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게임이용자 패널·임상의학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게임 과몰입은 대부분 일시적 현상’이라는 내용이 공개됐다. 조문석 한성대 교수가 2020년과 2021년 학생·학부모 900쌍와 만 19~59세 일반인 700명을 대상으로 게임행동유형을 조사한 결과, 1차년도에 과몰입군이었던 인원 대다수가 2차년도에 과몰입군에 남아있지 않았다. 게임 과몰입이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이라는 얘기다. 이렇듯 최근 다양한 각도에서 게임과 관련한 연구가 이뤄지면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 그래도 게임하는 자녀를 보는 부모는 괴롭다. 그렇다고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 게임에 대한 나름대로의 원칙을 정해야 한다. 이를테면 자녀와 게임 시간에 대해 약속하고 지킬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개학과 함께 게임하는 자녀와 또 다시 전쟁을 벌이는 부모들의 건투를 빈다. 2023.03.14 07:00
e스포츠(게임)

게임 중독은 질병?…임상의학 연구 결과 나온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학적 연구 결과가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이용자 패널·임상의학 연구 결과발표회’를 오는 15일 개최한다. 이날 오후 1시 30분에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 11층 컨퍼런스홀에서 개최되는 이번 연구 발표회는 게임 과몰입, 중독, 부작용 중심의 기존 게임이용자 연구 프레임에 의문을 제기하며, 종단적 조사·관찰을 시도한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와 ‘게임이용자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에 대한 결과를 발표한다. 이어 학계, 의료계, 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해 게임 이용의 긍정적 효과와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타당성을 논의한다. 첫 번째 발표는 ‘2020~2021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로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조문석 교수가 발표한다. 이 연구는 총 5개년(2020~2024)간 수행될 예정으로 이번 결과발표회에서는 1, 2차 연도 연구에 참여한 게임이용자들의 게임행동유형 변화와 행동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다룬다. 이 연구에서는 게임행동유형 외에도 게임이용자의 게임행동 특성, 게임과 사회적 관계, 게임과 소비, 게임이용자의 심리, 게임과 학습, 게임과 문화를 등을 분석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가 ‘2020~2021 게임이용자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이 연구를 위해 2년에 걸쳐 성인(대학생) 게임이용자 및 중·고등학생 게임이용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뇌 MRI(구조, 기능 이상 여부), 지능 검사, 인터뷰, 자가보고식 설문지 등을 진행하고, 이를 분석했다. 이후 종합 토론에는 권정민 교수(서울교육대학교), 장유진 교수(충북대학교), 장근영 선임연구위원(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장주 소장(이락디지털연구소), 금현수 책임연구원(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이 이후 연구 방향에 대한 조언과 함께 질병코드 이슈에 대한 대응 방향 등을 논의한다. 권오용 기자 bandy@edaily.co.kr 2022.07.13 12:22
생활/문화

문체부 "ADHD등 질환, 게임과몰입 초래"…질병코드화 반대의견 WHO 전달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게임이용장애(게임 과몰입)의 질병코드화를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달 29일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되어 있는 것에 대해 WHO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1일 밝혔다. 문체부와 한콘진이 전달한 의견서에는 ‘게임이용자 패널(코호트) 조사 1~5차년도 연구(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 정의준 교수)' 결과와 함께 현재까지 발행된 1~4차년도 보고서 원문이 참고문헌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 조사 연구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한국의 10대 청소년 2000명을 게임이용자 청소년 패널로 구성해 게임이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게임 과몰입의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는 게임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장기추적 연구로서, 사회과학과 임상의학 분야 패널을 각기 조사해 게임 과몰입의 인과관계를 종합적으로 규명했다. 문체부와 한콘진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은 게임 그 자체가 문제 요인이 아니라 부모의 양육 태도, 학업 스트레스, 교사와 또래지지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패널조사 연구내용을 핵심적으로 피력했다. 임상의학적으로 관점에서도 게임 이용이 뇌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와 같은 질환이 있을 때 게임 과몰입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게임 과몰입에 대한 진단과 증상에 대한 보고가 전 세계, 전 연령층에 걸친 것이 아니라 한국·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국한되어 있고, 청소년이라는 특정 연령층에 집중되어 있는 점에 대한 문제제기도 포함했다.최근 한국게임산업협회도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하는 등 민·관이 함께 대응하고 있다. 한콘진 강경석 본부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는 게임 산업에 대한 극단적인 규제책으로만 작용할 뿐, 게임 과몰입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학계·업계 관계자들과 유기적인 공조를 통해 게임 과몰입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확산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권오용 기자 kwon.ohyong@jtbc.co.kr 2019.05.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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