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호주에서 지켜본 제자의 선발 도전, "13K 좌승현, 선발로 자신감 찾았다" [IS 인터뷰]
삼성 라이온즈는 올겨울 호주로 눈을 돌렸다. ABL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에 왼손 투수 이승현과 2023시즌 신인 박권후, 포수 이병헌 등 세 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유망주들의 실전 감각 유지 및 기량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다.하지만 선수들만 보내지 않았다. 선수들이 건강하게 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트레이닝 파트를 파견했고, 당시 육성군 코치인 박희수 2군 투수코치를 동행시켜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선수들끼리 있으면 성장할 수 없다.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코치와 트레이닝 파트가 선수들 곁에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면서 "박희수 코치가 투수들을 육성하는 역할이기도 하고, 선수들이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코치라 호주에 함께 보냈다"라고 했다. 호주로 떠난지 약 한 달, 박희수 코치는 제자들과 함께 호주 곳곳을 누비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기에 박희수 코치의 동행이 불편할 법도 하지만 아니었다. "즐겁게, 하고 싶은대로 해봐"라는 박 코치의 조언에 따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호주 리그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어가고 있다.
박희수 코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훈련 방향을 잡기보단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부상을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을 아예 내려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의 손엔 항상 초시계가 들려있다. 내년 시즌 KBO리그에 도입되는 피치클락(투수가 정해진 시간 내에 공을 던져야 하는 규정)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그는 이승현의 내년 시즌 선발 투수 도전에도 힘을 실어주며 그의 컨디션 유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박희수 코치는 "이승현이 지난 시즌(2023년)을 불펜으로만 뛰었기 때문에 투구 수와 이닝을 조금씩 늘려가는 중이다. 최근엔 64개를 던졌는데, 고무적인 건 60개를 던져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는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감이 좋아지고 있다"라며 흐뭇해 했다. 박 코치는 "100구까지 던져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100구를 던지면서 몇 이닝을 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라며 차근차근 성장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이승현은 불펜으로 48경기에 나와 43⅓이닝을 소화, 1승 5패 7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4.98을 기록했다. 삼진을 37개 잡아냈지만 볼넷을 29개나 내줬다. 삼진/볼넷 비율(볼삼비)은 1.28. 2022년 2.71(57/21), 2021년 2.00(46/23)보다 안 좋아졌다.하지만 이승현은 호주에서 선발로 뛰면서 달라졌다. 이승현은 ABL 3경기에 출전해 4피안타 13탈삼진 평균자책점 1.69(10⅔이닝 4실점 2자책)을 기록했다. 비록 세 경기뿐이지만 10⅔이닝 동안 삼진 13개, 볼넷 5개를 기록하며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박 코치는 "(이)승현이가 불펜에서 뛸 때 가장 불안요소가 제구 불안과 볼넷이었다. 호주에서 긴 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줄인 듯하다"라며 흡족해 했다. 박희수 코치는 "승현이가 높은 공의 구위가 좋다. 커브도 회전수가 좋고 낙차가 큰 편인데, 호주 리그 스트라이크 존이 국내보다 높아 승현이의 높은 코스 직구와 커브 궁합이 좋다"라며 이승현이 삼진을 많이 잡는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또 이승현은 투심 패스트볼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박 코치는 "구종 추가에 성공한다면 충분히 (선발) 경쟁력이 갖춰질 것으로 본다"라며 선발 도전에 나서는 제자를 격려했다.
이승현에게도, 그와 함께 떠난 박권후, 이병헌에게도 호주 경험은 그들의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홍창기(LG 트윈스). 고승민(롯데 자이언츠·이상 2019~20시즌), 최지민(KIA 타이거즈), 서호철(NC 다이노스), 장재영(키움 히어로즈·이상 2022~23시즌) 등이 호주 경험을 거쳐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바 있다. 2024시즌엔 삼성의 어린 선수들이 주인공이 되고자 한다. 박희수 코치는 "호주 리그가 미국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 정도의 수준이라고 들었는데 예상보다 수준이 높아 놀랐다. 애들레이드도 전년도 호주 리그 우승팀이라 그런지 팀 분위기가 좋아 인상적이다"라면서 "우리 선수들이 훈련은 즐겁게, 경기할 땐 부담없이 즐기면서 야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목표였는데, 여러 가지로 호주 리그가 정말 좋은 선택지였던 것 같다"라며 제자들의 성장을 기대했다. 윤승재 기자
2023.12.06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