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잘 던진 어빈의 '옥의 티' 박병호와 충돌, "너무 흥분했다, 내일 찾아가 오해 풀겠다" [IS 인터뷰]
"내일 찾아 가서 오해를 풀겠다."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첫 맞대결이 펼쳐진 28일 서울 잠실야구장, 시즌 첫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할 뻔 했다. 상황은 7회 초에 발생했다. 2사 2루 박병호의 타석 때 두산 선발 콜 어빈의 폭투가 나왔고, 2사 3루가 됐다. 이후 박병호의 몸쪽에 강하게 붙는 공이 머리 쪽으로 날아와 볼이 됐고, 이어진 풀 카운트 승부에서 박병호가 크게 휘둘렀으나 담장 앞에서 우익수에게 잡혀 이닝이 종료됐다. 하지만 이 때 어빈이 박병호를 향해 소리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박병호가 격분해 어빈에게 항의했고, 두산 주장 양석환과 포수 양의지, 삼성의 3루 주자 강민호가 달려나와 두 선수를 말렸다.
큰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어빈이 박병호의 항의를 무시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고, 박병호 역시 몇 차례 항의 후 별다른 이야기 없이 더그아웃으로 퇴장해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기 후 만난 두산 콜 어빈은 "7회를 마치고 조금 흥분했다. 개인적으로 7이닝을 투구하고 내려온 게 오래 돼서 감정적으로 조금 흥분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때 팬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린 것도 "팬들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그런 액션이 자동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박병호와의 충돌에 대해선 "7회를 마무리한 것 때문에 흥분한 것도 있고, 어떻게 보면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나온 오해일 수도 있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내일 박병호 선수를 찾아가서 그 오해를 풀고 싶다"라고 말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엔 "중계 카메라에 잡혔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 다시 그 말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잘 던진 어빈의 '옥의 티'였다. 어빈은 이날 7이닝 동안 87개의 공을 던져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통산 93회 선발로 등판한 굵직한 이력을 지녀 입단 전부터 화제를 모은 어빈은 지난 22일 SSG와의 개막전에서 5이닝 동안 7안타 1볼넷 2사구(몸에 맞는 볼) 4실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이날 호투로 분위기를 반전하면서 새 시즌 활약을 기대케 했다. 어빈은 "첫 등판보다 확실히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다. 100% 좋았다고 보여드리긴 어렵지만 제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8회 추가 등판 여부에 대해선 "첫 등판이었고, 건강하게 오래 던지기 위해선 7회 정도에 마무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팀 적인 결정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경기 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저렇게 좋은 투수가 왜 KBO에서 던지지.."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시범경기에서 이미 한 차례 만난 삼성은 어빈에 3이닝 1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꽁꽁 묶인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어빈은 "재밌는 말이다"라며 "KBO에 온 것 자체가 매우 즐겁다"라며 웃었다. 그는 "팬들의 열기가 1등인 것 같다. 이 정도의 열기를 느낀 게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경험한 포스트시즌 때였는데, 홈팬들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다"라며 팬들을 위해 더 좋은 공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5.03.28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