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다시 뛰는 경마, 언택트로 보호하고 온택트로 뚫는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K방역에 힘입어 팬들은 ‘무관중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프로야구와 K리그, KLPGA에 이어 경마도 오는 19일부터 무관중으로 재개한다. 한국마사회는 16주 휴장으로 3조8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봤다. 무고객 경마를 재개하면 매출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경마 시행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손실규모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그런데도 마사회가 무고객 경마를 시행하는 이유는 휴장기에 적체된 경주마 순환율을 높이고, 경마상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는 등 경마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경마 산업은 경주마가 상금을 획득하면 그 상금이 경주마 생산에 투자되고 육성된 경주마가 다시 상금을 획득하는 순환구조다. 상금은 조교사, 말 관리사, 기수들의 월급 기반이기도 하다. 경마 중단 4개월 동안 약 718억원의 상금이 유입되지 못해 말 생산농가는 집단폐업 위기에, 조교사·말 관리사·기수들은 생계 절벽에 몰렸다. 한 조교사는 “경마에 몸담은 수십 년 동안 가장 힘든 시기였다”며 “조교사를 포기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경마가 다시 시행된다고 하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적자를 보더라도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고객 경마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날 경마가 재개되면 단 하루 경주로 17억원의 상금이 경마 관계자 2000여 명에게 유입된다. 다만 한국마사회법상 마권발매(베팅)가 없으면 경마 자체를 시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경주마 소유자인 마주들에게만 베팅을 허용했다. 최근 저조한 낙찰률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는 이번 경마 재개로 마주들의 투자 수요가 회복되고 경주마 생산구조가 다시 순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마가 재개되면 우리 경주 수출도 이루어진다. 마사회는 경마 재개와 동시에 미국·캐나다·영국·스페인·아일랜드·호주·뉴질랜드 등 7개 국가에 경주를 수출한다. 영국 SIS사의 국제경마담당 부서장 윌리엄 모리스는 “경마 시장 정상화를 위해 각국의 경마가 재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한국 경마가 영국 경마팬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베팅 시장에도 활력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 세계 경마 수출입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경주가 수출되기 때문에 보복소비 효과가 기대된다. 마사회는 넉 달 간 경주를 수출하지 못했지만 전년도 매출 수준과 비슷한 매출 수준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또 경주 수출로 한국 경마정보가 공유되면 우리의 경주마, 인력 자원의 수출길도 함께 열리기 때문에 생산농가와 경주마 관계자들에게는 호재다. 미국 뉴욕경마협회는 “6월 1일 재개 결정은 뉴욕주의 경마 산업이 연간 1만9000개의 일자리와 30억 달러를 창출하는 점을 고려한 결과”라며 밝혔다. 루이지애나 다운스 경마장은 전체 수용인원 중 50%의 관중을 사회적 거리두기 규범 하에서 입장시키기로 했다. 켄터키주도 ‘유관중’ 경마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마사회는 관계자는 “이번 경마 재개는 경마상금을 투입해 말산업을 정상화하는 데 1차적인 목표가 있다”며 “향후 코로나19 진정세, 사회적 여건을 고려해 고객 입장이 시작되면 지역경제의 빠른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6.19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