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IS 시선] 무용지물이 된 윤리헌장...KIA 팬페스트 논란, 획기적인 징계가 필요해
심재학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은 지난 5월 취임하면서 "팬들에게 인정받는 팀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팬 퍼스트'는 꼭 심 단장만 외치는 말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수장 허구연 총재부터 신인 선수까지 리그 구성원 모두 강조한다. 최근 전국구 인기 구단 KIA 소속 일부 선수들이 팬을 향해 무례를 범해 논란이 불거졌다. 상황은 지난 10월 28일 홈구장(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팬 페스트(호랑이 가족 한마당)에서 일어났다. 행사 말미 선수들이 일렬로 도열하고, 팬들이 차례로 선수들과 손뼉을 맞추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이 상황에서 몇몇 선수들이 나눈 부적절한 대화 내용이 알려지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궜다. 어떤 말들은 여성팬 외모에 대해 운운했다는 오해를 살만했다. 아직 많은 인원이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KIA는 올 시즌 6위에 그쳤다. 하지만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1000여 명이 모였다.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해도 모자랄 것 같다. 그런 자리에서 불거진 논란이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앞에서도 저러는 데 뒤에서는 얼마나 심할까'라는 댓글을 남겼다. 선수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하는 팬들이 다수였다.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마음속에서나 할 만한 말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선수와 팬 사이 관계 설정에 오류가 있는 게 분명했다. 심재학 단장은 이틀 뒤(10월 30일) 구단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과문을 남겼다. "몇몇 선수들이 프로야구 선수로서 적절치 못한 언행을 했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했다. 구단이 이 사안을 얼마나 무겁게 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KIA는 2021년 3월, 'KIA 타이거즈 윤리헌장'을 선포했다. 일부 리그 구성원들의 일탈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시점. 성인인 선수의 사생활을 통제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덕적·사회적 책임을 문서화했다. 박수도 받았다. 여기서 강조한 실천 규범 중 한 조항이 '경기장 안팎에서 팬을 만날 때 정중하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겠다'였다. 하지만 올해 팬 페스트에서 일부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문제는 프로 스포츠의 근간인 팬을 모독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커 보인다. 내부 교육에 힘을 쓴 구단에서도 이런 문제가 나왔고, 개인의 타고난 품성까지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게 드러났다. 논란을 자초한 한 선수는 SNS를 통해 사과하는 글을 남겼지만, 오히려 기름만 붓는 꼴만 됐다. 일부 팬들은 "또 저러다가 (야구를 잘 하면) 응원을 받을 것"이라며 탄식했다. 구단은 해당 선수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아마도음주운전·폭행 등 범법 행위를 한 선수보다 경징계를 내릴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렇다. 윤리헌장을 만든 KIA가 징계에 관해서도 획기적인 시도를 해 주길 바란다. 정신 차릴 만큼 말이다. 한 팬은 오프시즌 해외 리그 파견이 예정된 한 선수를 지적하며, 기회를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보기는 필요해 보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1.01 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