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CJ그룹, 큰 꿈 품었던 외식사업 ‘진퇴양난’
CJ그룹의 외식 사업이 연이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야심차게 시작했던 브랜드 일부를 차례로 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한식브랜드를 표방한 '비비고' 1호 매장까지 건물주와 임대 조건을 맞추지 못해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외식사업의 강화와 글로벌화를 꾀하던 이재현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경영 차질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피셔스마켓·로코커리 차례로 접어처음으로 문을 닫은 브랜드는 2006년 론칭한 씨푸드 오션이다. 한 떄 점포수를 15개까지 늘렸던 씨푸드오션은 지난해 12월 31일을 끝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당시 녹번점과 대림점, 구월점, 천안점 등 4개만이 남은 상태였다. 또다른 해물 뷔페 '피셔스마켓'은 차별성을 강화해 유지할 계획이었으나 이것도 실패했다. 운영 중이던 피셔스마켓 매장 2개도 지난달 말 폐정됐다. 기대와 달리 시푸드 음식점 매출이 늘지 않는 데다 일본 방사능 수산물 우려 등으로 인해 최근 실적이 더욱 악화된 탓이다. 악재는 그치지 않았다. 캐주얼 중식당을 표방한 차이나팩토리 일부 매장도 문을 닫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차이나 팩토리 인천예술회관점이 우선적으로 폐점 확정된 상황이다. 복합외식공간을 모토로 운영했던 CJ가로수타운도 빛을 보지 못했다. 이곳 2층과 3층에 입점했던 비비고와 로코커리는 지난해 말 폐점됐다. 로코커리 서울 건대점도 문을 닫기로 하면서 이 브랜드는 CJ건물 지하에 단 하나의 매장만 남게 됐다. 당시 CJ푸드빌측은 "최근 문을 닫은 브랜드의 매출 비중은 워낙 낮아 전체적으로 영향이 없다"며 "'비비고' '계절밥상' 등 선전하는 브랜드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비비고 1호 매장…스타벅스에 내줘그러나 이 역시 뜻처럼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비고' 1호점으로 '대표 매장' 격인 광화문점은 올해를 끝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이 매장은 하반기 임대 기간 만료로 업체측과 건물주가 재계약 관련 협상을 진행했지만 임대조건이 맞지 않아 이전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이후 스타벅스가 들어갈 전망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좋은 매물이 나와 계약을 추진 중에 있다"며 "계약은 거의 성사 단계"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CJ그룹의 대표 외식 브랜드 빕스 역시 최근 경쟁 브랜드 이랜드 애슐리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빕스 매장은 전국 90여개로 애슐리(140여개)의 10분의 6정도 수준이다. 베이커리전문점 뚜레쥬르 역시 국내에서 파리바게뜨에 크게 뒤지고 있으며 해외 시장인 중국에서도 21억7700여만원(2012년 기준)의 적자를 냈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에 대한 외식업 신규 출점 제한으로 빕스·뚜레쥬르 등 주요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의 확장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이재현 CJ 회장 경영 공백 현실화?"잇달아 점포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외식부문의 누저된 적자때문이다. 실제로 CJ그룹의 외식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 CJ푸드빌은 2011년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37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해외에서만 200억원의 영업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맥쿼리자산운용펀드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의 정문목 현 대표가 수익이 안나는 브랜드를 정리하면서 빠르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CJ그룹의 잇따른 외식점포 철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소 외식업의 글로벌화와 외식문화 정착을 강조해 온 이 회장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쉽게 브랜드 철수가 이뤄졌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
2014.03.17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