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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류선규의 다른 생각] 상위 라운드 투수들의 '불펜 쏠림 현상'을 지켜보며

최근 KBO리그에선 20대 초반의 '구위형 불펜'이 부쩍 눈에 띈다. 지난 시즌 데뷔 첫해부터 마무리 투수 자리를 꿰차 신인왕을 차지한 김택연(두산 베어스)을 필두로 올해는 정우주(한화 이글스) 배찬승(삼성 라이온즈) 김영우(LG 트윈스)가 개막 엔트리에 합류한 뒤 핵심 불펜으로 자리매김했다. 입단 3년 차인 김서현(한화) 이로운(SSG 랜더스) 이호성(삼성)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 같이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유망주들이다.몇 년 전만 하더라도 유망주 투수들은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먼저 타진했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체계적으로 받은 뒤 입단 첫해 후반기 또는 확대 엔트리가 시행되는 9월쯤 1군에 데뷔시키는 게 '정석'에 가까웠다. 불펜으로 역할이 정해지는 건 특별한 쓰임새가 있는 왼손 유형이거나,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투수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이 흐름이 바뀐 모양새다.신인 드래프트 최상위에 지명된 투수들이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고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시즌을 완주하고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2군에서 육성하는 것보다 1군에서 바로 기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린 것 같다. 실제 일부 구단은 구위가 뛰어난 신인 투수의 경우 불펜 추격조 역할을 맡긴 뒤 점진적으로 투구 수를 늘리면서 1군 선발 투수로 성장시키는 방법을 선호한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정우주·배찬승의 경우 선발로도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현재 1군 붙박이 불펜으로 뛰고 있다. 줄곧 2군에서만 뛰던 선수가 1군에 올라오면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지난 20일 부산 LG 트윈스전에서 1이닝 9실점 한 윤성빈(롯데 자이언츠)을 봐도 그렇다. 윤성빈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유망주로 2군에선 선발 투수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1군만 올라오면 무너지는 패턴을 반복했다. 롯데는 윤성빈의 쓰임새를 '선발'로 고정하고 있다.유망주들을 불펜으로 먼저 투입하는 기조가 새로운 육성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면 가뜩이나 부족한 토종 선발 약세 현상이 지속할 수밖에 없다. KBO리그에선 수년째 외국인 투수의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도 다르지 않다. 현재 외국인 투수에 견줄 수 있는 20대 국내 선발 투수는 문동주(한화) 박세웅(롯데) 원태인(삼성) 곽빈(두산) 등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유망주들의 불펜 쏠림 현상은 국가대표 마운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선 선발보다 불펜 투수의 강세가 뚜렷했다. 박영현(KT 위즈) 유영찬(LG) 정해영(KIA 타이거즈) 조병현(SSG) 등 각 팀의 젊은 마무리 투수들이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뽐냈다. 그러나 선발진은 역대 국가대표 중 가장 약해 보였다.야구에 정답이 있을까. 다만 유망주 투수들의 불펜 쏠림이 단순히 불펜 강화 차원에 머문다면 구단이나 감독이나 단기간 성적을 내기 위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제2의 문동주' '제3의 문동주'를 계속 배출하는, 이른바 '토종 선발 육성'에 대한 고심이 필요한 순간이다.전 SSG 랜더스 단장정리=배중현 기자 2025.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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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론 대단' 3년 연속 필승 공식 변경, 두산 뒷문이 맞아가기 시작했다 [IS 포커스]

시즌 초 갈피를 못 잡던 두산 베어스의 불펜이 '재조립'되고 있다.두산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3연전을 모두 이겼다. 현재 공동 7위(19승 22패 2무)인 두산은 4위까지 승차가 1경기에 불과하다.승리의 공은 3경기 19점을 몰아친 타선에 있지만, 최근 주목해볼 건 마운드다. 선발진은 불안 요소가 더 크다. 콜 어빈은 앞선 11일 더블헤더 등판에서 8실점 부진했고, 잭 로그는 14일 등판에서 투구 중 타구를 맞아 조기 강판을 당했다.주목할 건 불펜진이다. 두산 불펜진은 5월 들어 안정감을 찾았다. 개막 후 5월 1일까지 첫 31경기에서 두산 불펜 평균자책점은 4.42로 6위였다. 지난해 이 부문 1위(평균자책점 4.54)였던 데 비해 안정감이 극도로 떨어졌다. 주축 선수들이 흔들리는 게 가장 문제였다. 지난해 3승 1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던 최지강은 첫 8경기에서 1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11.05로 무너졌다. 왼손 필승조였던 이병헌은 8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5.79에 그쳤다. 결국 이병헌이 내려가면서 필승조 자원이 아닌 김호준이 좌타자 상대를 홀로 했는데, 기량과 피로도 문제가 겹치면서 15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9.00만 기록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또 다른 필승조 홍건희는 팔꿈치 통증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빠진 뒤 아직도 콜업되지 못했다. 오직 이영하만이 1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4.08으로 분전했는데, 이조차 필승조라 하기엔 다소 부족한 성적표다. 마지막 믿을 구석이던 마무리 김택연까지 흔들렸다. 지난해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던 김택연은 중간 불펜들이 무너지면서 4월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단 6경기 등판. 2년 차 징크스든, 불규칙한 등판 때문이든 김택연도 흔들렸다. 5월 1일 기준 평균자책점이 3.65였고, 10일 NC 다이노스전과 13일 한화전에서 각각 홈런을 맞으면서 평균자책점을 낮추지 못했다. 결국 14일 한화전을 앞두고 이승엽 감독이 마무리 교체를 알렸다.이승엽 감독은 지난 1일 "조금씩 변화는 줘야 할 것 같다. 고효준이 왼손 타자뿐 아니라 오른손 타자도 막을 수 있지 안을까 기대한다"며 "지강이가 최근 몇 경기 실점이 있다. 지금 박신지, 박치국, 홍민규가 너무 좋다. 지금 어떤 선수를 상황에 고정해 쓰기보단 컨디션 좋은 투수들이 먼저 던져야 한다. 불펜 파트와 계속 소통하겠다"고 예고했다. 두산 불펜은 그후 안정세를 찾고 있다. 5월 2일 기준으로 이후 12경기에서 두산 불펜진은 4승 1패 5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68(3위)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김택연이 기대 대비 아쉬웠지만, 새 얼굴들이 대거 빈자리를 채웠다.이병헌, 김호준의 빈자리를 채우는 왼손 고효준은 8경기 평균자책점 7.20으로 실점이 다소 많지만, 롱릴리프 자원 김민규(3경기 평균자책점 0) 홍민규(3경기 평균자책점 1.42) 박신지(7경기 평균자책점 2.08)가 선발진의 빈자리를 메웠다. 지난해 부진했던 박치국은 7경기 평균자책점 2.58로 필승조 시절 기량을 되찾았다. 최지강(6경기 평균자책점 1.59)까지 기량을 되찾았다. 시즌 전체로 봐도 김민규(0) 홍민규(1.83) 박신지(1.59) 박치국(2.49) 최지강(6.92)의 평균자책점은 상당히 좋아졌다. 덕분에 최근엔 두산이 불펜 걱정을 할 일이 드물다. 사실 두산의 필승조가 대거 재편되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두산은 '불펜 왕국'이 된 지난해 역시 필승조를 완전 재편해 얻은 결과였다. 두산은 2022년, 2023년엔 홍건희, 김명신, 정철원, 김강률, 박치국을 중심으로 필승조를 구성했다. 하지만 2024년 들어 김명신과 정철원의 구위가 떨어졌고, 박치국은 실점이 급격히 늘었다. 김강률은 호투와 부상이 반복됐다.지난해 두산도 뉴페이스를 대거 투입해 이겨냈다. 신인 김택연이 2군을 다녀온 뒤 철벽투를 이어갔고 1차 지명 출신 이병헌이 제구를 잡았다. 2023년 25경기 평균자책점 5.32에 그쳤던 3년 차 최지강도 안정감 있게 투구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필승조를 재구축한 덕분에 두산은 선발진이 무너진 시즌에도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쳤다.반등의 계기는 찾았지만, 여전히 긴 시즌을 소화하기엔 변수가 많다. 기존 필승조가 기량을 찾는 건 물론 선발진이 안정을 되찾아야 승부가 가능하다. 결국 야구에서 불펜은 타선과 선발, 그 다음인 세 번째 요소일 뿐이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5.05.16 12:24
프로야구

김현수도 뺀다...염경엽 야구가 달라졌다

'염경엽 야구'가 달라졌다. 더 냉철해지고 독해졌다. LG 트윈스는 지난달 정규시즌 개막 후 최다 7연승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구단 개막 전 최다 연승 기록. 마운드와 타선, 그리고 수비가 조화를 이룬 가운데 염경엽 LG 감독의 달라진 경기 운영도 선두 질주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염경엽 감독은 과거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를 강팀 반열에 올려놓아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한 박병호와 강정호의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돕기도 했다. 지난해 염경엽 감독은 사실상 고정 라인업을 활용했다. 부상이 없다면 김현수·박해민·홍창기·문성주(이상 외야) 오지환·오스틴 딘·신민재·문보경(이상 내야) 박동원(포수)이 늘 선발 출전했다. LG의 정규시즌 144경기 라인업 개수는 101개(최다 1위 삼성 139개)로 가장 변동이 적은 팀이었다. 포스트시즌(PS) 9경기 중 부상 선수 발생에 따른 1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8경기의 출전 야수는 동일했다. 염경엽 감독도 "2024년엔 야수 9명으로 경기했다"고 한탄했다.2025시즌 염경엽 감독은 독해졌다. 지난달 25일 한화 이글스전에 김현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상대 왼손 선발 류현진을 맞아 좌타자 대신 우타자 문정빈을 투입했다. 김현수는 지난달 27일 잠실 한화전 8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결승타를 친 다음 날 선발 명단에서 또 제외됐다. 염 감독은 상대 왼손 선발 투수(로건 앨런)가 나서는 데다, 휴식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4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친 좌타자 오지환을 빼고 우타자 구본혁을 내보냈다. 지난달 22일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에서도 상대 왼손 선발 찰리 반즈를 맞아 김현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려다가, 상대 성적(타율 0.346, 23타수 9안타) 강한 점을 고려해 처음부터 내보냈다. 김현수는 2~3일 경기에서도 상대 왼선 선발을 맞아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됐다.올 시즌 염경엽 감독은 상대 투수의 유형과 맞대결 성적, 또 최근 컨디션을 고려해 라인업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그동안 왼손 투수에 약했던 점을 고려, 올 시즌엔 우타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이는 백업 선수 육성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 주전 야구의 한계를 느낀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캠프부터 육성에 공을 들였다. 지난 1월 시무식에서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송찬의와 구본혁, 문정빈(이상 우타자) 이영빈(좌타자)을 올해 핵심 백업으로 키울 계획. 염 감독은 "특히 송찬의와 구본혁이 (선발과 교체 출전으로) 70경기는 출전해야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 그러면 우리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처음 LG 지휘봉을 잡은 2023년 팀의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왕조 건설'을 목표로 내건 지난해엔 정규시즌 3위에 머물렀다. 염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LG와의 3년 계약이 만료된다. 염 감독은 "모두가 바라는 재계약 대상자가 되고 싶다"라며 우승 재도전 의지를 표현했다. LG에서 2000년 이후 재계약에 성공한 사령탑은 한 명도 없다. 염경엽 감독이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건 이번이 9번째 시즌. 올해 출발이 가장 좋다. 이형석 기자 2025.04.04 00:10
해외축구

“LEE 있을 땐 퍼즐 같았어” PSG의 기적에 박수 보낸 프랑스 언론인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한 프랑스 언론인이 자신의 발언을 철회한 거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강인의 선발 제외를 언급해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프랑스 매체 풋메르카토는 12일(한국시간) “PSG는 대단한 성과를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 1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 리버풀을 1-0으로 꺾고 승부차기 끝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 2경기 동안 인상적이었던 건 엔리케 감독의 선수들이 보여준 밝은 표정이었다. 엔리케 감독은 최근 몇 달 동안 정기적으로 비판받았다. 다니엘 리올로 언론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리올로는 자신의 의견을 바꾼 거로 보인다”고 했다.매체에 따르면 리올로는 자신이 출연하는 프랑스 방송 After foot을 통해 “‘천재적인 아이디어’는 이제 없다. 모든 것이 명확하다. 엔리케 감독은 심지어 교체도 천천히 한다. 그의 팀은 완성됐다. 이것은 미친 일”이라고 했다. 리올로는 엔리케 감독의 전술을 두고 ‘천재적인 아이디어’라며 우회적으로 비난했는데, 이 발언에 대해 철회한 거로 보인다.리올로는 이어 “PSG가 시작한 방식은 지난주와 같았다. 그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매번 ‘이강인이 선발이야’라며 선발 명단에 의문부호가 있었다. 1년 반 동안 PSG의 라인업을 맞추는 것이 퍼즐 같았다”라며 이제는 고정 베스트11을 꾸린 PSG가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고 전망했다. 리올로는 그간 엔리케 감독의 변화무쌍한 선수 기용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던 거로 알려졌다.한편 이강인은 리버풀과의 UCL 16강 2차전에서 벤치로 시작했다. 그는 팀이 1-0으로 앞선 채 맞이한 연장 전반 11분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강인은 투입 후 오른쪽 공격수를 맡아 2차례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슈팅은 모두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PSG는 이후 승부차기에서 웃었다. 이강인은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진 않았다. PSG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다르윈 누녜스와 커티스 존스의 슈팅을 막아내며 팀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김우중 기자 2025.03.13 14:02
프로야구

'다시 코너로' 원점으로 돌아간 황재균 기용, 오히려 희망적

"황재균은 3루수 혹은 1루수로 내보낼 생각이다."KT 위즈 내야수 황재균이 다시 포지션을 고정한다. 지난해까지 주전으로 뛰었던 익숙한 포지션인 3루수로 돌아간다. 1루수까지는 본다. 지난겨울 예상했던 구상으로 돌아갔다. 황재균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내·외야 수비를 모두 준비했다. 허경민의 자유계약선수(FA) 영입으로 주전 3루수 자리를 내준 황재균은 살아남기 위해 13kg를 감량하고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 수비까지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당초 그는 3루수 백업이나 수비 범위가 비교적 좁은 1루수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KT는 타격 능력이 좋은 황재균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선 그가 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가령, 명확한 주인이 없는 2루수를 황재균이 맡아준다면, KT는 공격력 손실 없이 베스트 라인업을 꾸릴 수 있다. 비교적 선수층이 얇은 외야진에도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하지만 KT는 몇 달 준비한 프로젝트를 돌연 원점으로 돌렸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11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황재균은 앞으로 3루수와 1루수로만 지켜보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했다"라면서 "황재균이 다양한 포지션을 나가면 이도저도 잘 안 될 것 같아서 잘하는 포지션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재균의 수비를 못 믿어서가 아니다. 미래를 위해서다. 현재 KT의 주전 내야진은 연령대가 높다. 1루수 문상철(34)과 오재일(39), 2루수 오윤석(33), 유격수 김상수(35), 3루수 허경민(35) 등 주전 내야수들이 모두 30대 중후반 선수들이다. 세대교체가 절실한 상황. 그나마 박경수(41)가 은퇴한 2루수 자리는 젊은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데, 이 자리마저 황재균이 맡는다면 젊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기회를 놓친다는 게 이강철 감독의 판단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당장의 성적을 내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 보면 올해 남은 것이 없이 내년에 다시 시작해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주전 유격수 김상수도 나이가 많고, 황재균도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내년에 또 내야 구상을 다시 해야 한다"라며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침 젊은 선수들이 지난해 마무리캠프와 올해 스프링캠프를 통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천성호(28) 권동진(27) 강민성(26) 윤준혁(24) 유준규(23) 등이 꾸준한 노력으로 이강철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도 (경기에 나서면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능력치도 있고 가능성들이 있다"며 "눈 딱 감고 쓰려고 한다.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 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 부임 이후, 매년 새로운 투수가 나오면서 투수강국이 된 것처럼, 이강철 감독은 내야진도 그렇게 만들어보고자 한다. 이 감독은 "어떻게든 한 명 씩 1년 풀타임을 데리고 있다가 보면 확연하게 성장한다. 박영현도, 원상현도 그렇게 성장했다"면서 "이런 모습을 간과한 것 같다. 그래서 어제 생각을 바꿨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황재균에게도 절망적인 소식은 아니다. 이 감독은 황재균에게 "잘 쳐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다행히 익숙한 포지션으로 돌아가면서 타격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실제로 황재균은 1루수로 돌아간 지난 11일 경기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여러 포지션을 준비하면서 활용 가치도 높아졌다. 프로젝트는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결코 손해만 본 시도는 아니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5.03.12 06:01
프로축구

'린가드·기성용 지적'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긴급복구...그라운드석은 대관 제외

최근 '논두렁 잔디' 논란을 낳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가 긴급 복구된다.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오는 29일 열리는 FC서울 홈 경기 전까지 잔디 상태를 정상화하겠다고 7일 밝혔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중 2500㎡ 이상을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하고, 잔디 밀도를 높이기 위해 5900㎡ 면적에 대해선 배토와 잔디 파종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잔디 생육에 도움이 되는 그라운드 통기와 병충해 예방 시약, 비료 성분을 토양에 공급하는 작업을 한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 경기에서도 열악한 잔디 상태로 선수들의 불만이 상당히 컸다.FC서울 제시 린가드는 자신의 SNS에 움푹 파인 잔디 옆으로 드리블하는 장면을 공유하며 자신이 골프 치고 있는 모습과 화를 내는 이모티콘을 함께 붙이기도 했다. 린가드는 이날 경기에서 방향 전환 중 패인 잔디에 발목을 접질리기도 했다. FC서울 미드필더 정승원도 경기 뒤 "양쪽 발목이 살짝 돌아갔다"라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다음날 "선수들의 부상 방지 및 선수 보호 차원에서 그라운드 잔디 관리에 시설을 운영하는 관리 주체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성용도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이 그동안 얻은 수익에 비해 관리 비용 투입이 너무 적다고 쓴소리를 남긴 바 있다. 서울시는 뒤늦게 긴급보수 외에도 체계적인 관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전년(11억원)의 3배로 늘어난 33억원을 투입해 잔디를 교체하고 잔디 생육을 돕는 기계를 도입한다. 잔디 물량을 1만2500㎡를 확보해 그라운드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즉각 교체한다.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총 잔디 면적(8740㎡)의 약 1.4배에 달한다. 여름철 잔디 생육에 필요한 쿨링팬을 고정식 8대에서 이동식과 포그 등 5대를 추가로 마련한다. 그라운드 관리와 복구대책, 인프라 개선 등을 논의하는 '전국 축구경기장협의회'(가칭)도 4월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경기장 대관 방식도 개선한다. 콘서트 등 문화행사 대관은 지속하되, 잔디 보호를 위해 그라운드석은 제외한다는 대관 지침을 원칙으로 한다.구종원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잔디관리가 어려운 시기에 리그 일정이 앞당겨져 제대로 된 경기장 환경을 제공하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잔디 교체물량 대폭 확대, 선진 장비 투입 등 투자를 늘리고 리그 일정을 조율해 선수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이형석 기자 2025.03.07 15:03
산업

구광모·신동빈·정용진 누가 베팅 잘 했나

총수들의 인수합병(M&A) 승부수는 그룹 성장의 중대한 전환점이자 지름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나 본원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수조원의 거금을 과감하게 투자하는 작업이라 그룹의 명운이 걸린 비장의 카드이기도 하다. 최근 대규모 투자로 주목을 끌었던 총수들의 M&A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LG 바이오·롯데 이차전지 효과 아직 5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과 롯데그룹은 최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바이오와 이차전지 분야에서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LG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신성장 동력인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중 바이오 분야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였다. LG화학은 7000억원을 투입해 지난 2023년 항암 신약 개발 기업인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의 인수를 마무리했다. 아베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인 ‘포티브다’를 보유하고 있다. LG는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FDA 신약 보유 기업을 인수하며 시선을 모았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2520억원을 기록하는 등 2019년 이후 5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고전했다. 이런 가운데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3% 비만으로 크지 않지만 바이오를 품고 있는 생명과학 분야만 성장세를 보였다. 생명과학 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3340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아베오 인수 후 생명과학 부문의 매출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고, 2025년 매출 목표를 1조4000억원으로 잡게 됐다. 하지만 7000억원 투자 효과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2024년 아베오의 매출은 2000억원대 수준이라 기대했던 만큼 고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베오의 두경부암 치료 물질의 임상 3상으로 연구개발(R&D) 비용이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LG화학은 아베오의 미국 시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사 개발 신약 상업화 등의 시너지 효과를 겨냥했다. 항암제를 비롯한 신약 영역을 확대하려 했지만 속도가 더딘 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아베오가 현재 1개의 항암제만 보유하고 있어 미국의 판매망과 매출 확대에 다소 한계가 있다. 인수 등을 통해 FDA 승인 항암제를 추가하려 해도 시장 내에서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의 특성상 빠른 성장세를 기대하기 힘들지만 LG그룹은 아베오의 매출을 2027년까지 5000억원으로 늘리는 등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차전지 소재 분야를 키우기 위해 지난 2023년 2조7000억원 투자했다. 배터리용 핵심 소재인 동박 제조사 일진 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이차전지 전문기업 도약이라는 꿈을 키웠다. 일진 머티리얼즈는 동박 분야에서 국내 2위, 세계 4위 점유율을 가진 기업이었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과 업황 침체로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사명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바꾼 후 2023년 매출 8090억원, 영업이익 118억원을 기록했지만 2024년 매출 9023억원, 영업손실 644억원을 적으며 적자로 전환했다. 롯데는 무려 2조7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적자 기업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신 회장은 그룹을 이끌어갈 신성장 동력으로 이차전지를 꼽으며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당해 첫 해외 현장경영 행보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소재 사업장인 말레이시아를 찾아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신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세계 최고의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시장 선도를 당부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업황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실적을 회복하고 시너지 효과가 나기까지 시일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적자’ 신세계 이커머스, '흑자' 한화 조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2021년 3조4000억원을 베팅한 이베이코리아(G마켓)의 적자 상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마켓은 2022년부터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G마켓의 영업손실은 2023년 321억원에서 2024년 674억원으로 늘어났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 인수에 성공했지만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6월 G마켓 수장을 교체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개선된 SSG닷컴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인수 당시 이마트가 보유한 G마켓의 지분가치가 4조원 수준에서 현재는 3조원으로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용진 회장은 알리바바그룹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50대 50 합작법인(그랜드오푸스홀딩) 설립을 발표했는데 이마트는 G마켓 지분을 100%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알리바바 측은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지분 100%와 현금 32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G마켓은 합작법인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과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IT(정보기술) 역량이 뛰어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G마켓의 상품력이 더해지면 국내외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오는 8일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둔 정 회장은 이커머스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이 필요하며 외부와의 적극적인 협업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주도한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 한화는 2조원 베팅으로 단숨에 글로벌 조선업 강자로 등극했다.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바꾸고 조선업뿐 아니라 방산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의 실적도 조선과 방산업의 호조 속에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조7760억원, 영업이익 2379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서 길었던 적자 행진이 멈춘 셈이다. 여기에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소를 품으며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화는 1400억원을 들여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 인수를 완료했는데 미국의 조선업 수주가 부각되면서 각광받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필리 조선소 인수는 한화그룹이 글로벌 해양 방산 산업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2025.03.06 07:00
메이저리그

'이미 유격수로 훈련 중' 김하성 떠난 빈자리, 결국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잰더 보가츠(33)가 올 시즌 그의 예전 포지션인 유격수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3일(한국시간) 전했다.MLB닷컴에 따르면 마이크 실트 감독은 지난 주말에 열린 팬 미디어 공개 행사에서 '보가츠 유격수 기용'을 공식화했다. MLB닷컴은 '자유계약선수(FA) 김하성이 탬파베이 레이스와 계약하기로 한 뒤, 이 같은 움직임은 예상된 것이었다'라고 부연했다. 실트 감독은 "한 달 전에 보가츠와 좋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미 유격수로 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유격수 훈련 중이었다. 매우 열정적"이라고 말했다.보가츠는 MLB 대표 유격수지만 지난 시즌 포지션을 2루수로 바꿨다. 2023시즌 유틸리티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의 포지션을 유격수로 고정, 수비 조합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가츠가 2루수로 이동하는 일종의 '양보'를 한 것이다. MLB닷컴은 '보가츠는 지난 11시즌 동안 보스턴 레드삭스와 샌디에이고에서 유격수로 활약하며 경력(실버슬러거 5회 수상)을 쌓았다. 유격수는 오랫동안 그가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이었는데 이제 다시 돌아왔다'라고 밝혔다. 김하성이 지난달 말 탬파베이와 계약, 포지션 조정이 불가피했는데 보가츠의 유격수 복귀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보가츠가 맡았던 2루수는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투입될 예정. 다만 보가츠가 어느 시점까지 유격수를 맡을지는 불투명하다.MLB닷컴은 '보가츠는 2023시즌 전에 체결한 11년 계약(총액 2억8000만 달러, 4112억원)이 9년 남았다. MLB 파이프라인 전체 유망주 18위인 레오달리스 드 브리스(19)가 빅리그에 진출할 준비가 되면 언젠가는 2루수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드 브리스는 마이너리그 싱글A 유격수로 2027년 MLB 데뷔가 점쳐진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2.03 14:02
해외축구

충격의 연속이었던 토트넘 FA컵…양민혁 데뷔 무산부터, 굴욕적이었던 5부팀 상대 혈투

양민혁 엔트리 제외부터 선수가 직접 골대를 고쳐야 할 정도의 열악한 환경, 그런 5부리그 팀을 상대로 한 졸전에 에이스 손흥민의 불가피한 출격까지. 토트넘의 2024~25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는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다.토트넘은 지난 12일(한국시간) 영국 탬워스의 더 램 그라운드에서 열린 FA컵 3라운드에서 120분 연장 혈투를 펼친 끝에 탬워스FC를 3-0으로 꺾고 4라운드(32강)에 진출했다. 탬워스는 잉글랜드 5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에서도 24개 팀 중 16위에 처져 있는 팀인데, 토트넘의 3골은 연장전에 돌입한 뒤에야 나왔다.워낙 전력 차가 큰 두 팀의 맞대결이다 보니 경기 전 시선은 승패보다는 어린 선수들의 활약 여부에 쏠렸다. 이 과정에서 2006년생 양민혁의 토트넘 1군 데뷔 여부에 특히 관심이 쏠렸다.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현지에서도 400만 유로(약 61억원)의 이적료를 들여 영입한 ‘신성’ 양민혁의 데뷔전 경기력에 관심을 쏟았을 정도.그러나 킥오프 1시간을 남겨두고 발표된 토트넘 엔트리에 양민혁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선발 명단은 물론 교체 명단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결장했다. 상대가 5부리그 팀인 만큼 부담이 덜한 경기에서조차 양민혁은 토트넘 1군 데뷔 기회가 무산돼 혹독한 유럽 적응기의 시작을 알렸다.심지어 경기 시작은 5분 넘게 지연됐다. 경기를 앞두고 골대 한쪽 그물이 제대로 설치가 안 된 탓이다. 결국 탬워스 선수가 동료의 어깨에 올라타 목말을 탄 뒤, 틈이 벌어진 그물과 골대를 테이프로 직접 고정하는 ‘긴급 수리’를 거친 뒤에야 뒤늦게 킥오프 휘슬이 울렸다.경기가 시작된 뒤에는 더 충격이었다. 양민혁을 엔트리에서 제외할 정도로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꽤 힘을 줬다. 그런데도 토트넘은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볼 점유율은 높았으나 직접 슈팅으로 연결한 기회는 1부와 5부의 격차를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았다. 오히려 5부리그 팀 탬워스의 강력한 압박과 저돌적인 역습에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인조잔디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명색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인 토트넘 입장에선 굴욕적인 시간만 흘렀다. 급기야 토트넘은 정규시간 90분 동안 단 1골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토트넘은 30분의 연장전을 앞두고 손흥민과 데얀 쿨루셉스키를 투입해야 했다. EPL 득점왕 출신인 손흥민이 5부리그 팀을 상대로 졸전을 펼치는 팀을 위해 경기에 나서는 순간이었다.그나마 손흥민과 쿨루셉스키가 투입된 뒤에야 토트넘 공격이 풀렸다. 손흥민이 얻어낸 프리킥은 상대 자책골로 연결됐고, 이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쿨루셉스키의 추가골에 브레넌 존슨의 쐐기골이 더해졌다. 굴욕적인 경기력이었으나, 토트넘은 5부팀에 져 탈락하는 ‘대참사’를 면한 데 만족해야 했다. 충격의 연속이었던 FA컵 일정을 가까스로 마친 토트넘은 오는 16일 오전 5시 아스널과 2024~25 EPL 21라운드 북런던 더비를 앞두고 있다. 120분 혈투를 치른 선수들은 물론이고 온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한 손흥민과 쿨루셉스키, 이날 후반 23분 교체로 투입돼 연장전까지 80분 넘게 소화한 도미닉 솔란케 등 주전들의 적잖은 체력 부담을 안게 됐다. 다음 달 FA컵 32강에서는 EPL 팀인 애스턴 빌라와 격돌한다. 5부리그 팀을 상대로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양민혁 입장에선, 컵대회를 통한 1군 데뷔전 가능성이 더 줄어든 셈이 됐다. 비중이 가장 적은 또 다른 컵대회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선 리버풀과 4강 2차전을 앞두고 있다. 김명석 기자 2025.01.13 14:09
스포츠일반

경정, 1코스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

경정은 '진입 고정 방식(코스 경합 없이 배정된 코스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1턴 마크에 가까운 안쪽 코스(1·2번)가 중간 코스(3·4번)나 바깥쪽 코스(5·6번)보다 초반 선두를 꿰찰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선수 기량이나 모터 성능 차이에 따라 바깥쪽 코스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레이스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코스별 입상 비율을 분석해 보면 안쪽 코스가 입상할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8일까지 치른 2024년 총 1683회 경주 중 1코스에서 1위가 나온 레이스는 38%인 632회에 달한다. 2코스는 23%(381회), 3코스 17%(278회), 4코스는 13%(211회)였다. 5코스는 8%(127회), 6코스는 3%(54회)에 그쳤다. 1코스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한다.경정은 체력보다 경기 감각이 중요한 스포츠다. 그래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해온 선수들과 신예 선수들은 연습량의 차이로 인해 기량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신인급 선수들은 영종도에 있는 경정훈련원에서 기존 선배들보다 6개월 더 길게 훈련 과정을 거쳐 실전 경주에 투입된다. 신예 선수들도 1코스를 배정받으면, 입상에 성공하는 레이스가 늘어났다.바로 직전 회차인 48회차에서도 그랬다. 지난 5일 열린 5경주에서 1코스를 배정받은 신인급 선수 김채현(15기·B2)이 코스 이점을 살려 초반 선두에 나섰고, 결국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어진 8경주에서도 가장 막내 기수인 17기 박지윤이 1코스 이점을 살려 절묘한 인빠지기(1코스 선수가 1턴 마크에서 앞서다가 가장 먼저 선회한 후, 그대로 다른 보트를 앞질러 나가는 기술)를 해내며 혼합 편성 경기에서 1위에 개인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전문가들은 지난 5월 29일 경정에 신규 모터가 투입된 것도 코스 영향력이 커진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배정받은 모터의 성능이 입증된 상태라면, 중간 코스·바깥쪽 코스 선수들도 과감한 전개를 시도해 코스 핸디캡을 극복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모터 성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선수들이 많았고, 승부수를 띄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임병준 쾌속정 팀장은 "같은 조건이라면 1코스가 입상권 진입에 높은 확률을 나타내는 것을 수치상으로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인지도가 부족한 하위급 선수라도 1코스에 성능 좋은 모터를 배정받는다면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이어 임 팀장은 "올해는 인빠지기 전법에 능한 선수들이 1코스에 배정을 받는 경우, 후착도 2코스(208회·33%)나 3코스(146회·23%)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라고 조언했다.안희수 기자 2024.12.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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