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15건
프로야구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4개월 만에 입장 바꾼 허경민의 이적과 에이전트 [IS 이슈]

"앞으로도 계속 여기에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지난 7월 24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친 뒤 허경민(34)이 한 말이다. 당시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수훈선수 인터뷰에 응한 허경민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해달라'는 진행자 요청에 대뜸 잔류를 시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옵션 실행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 누가 부추긴 것도 아닌데 먼저 팀에 남겠다는 의사를 내비쳐 박수를 받았다.허경민은 2020년 12월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과 7년 최대 85억원을 받는 잔류 계약을 했다. 허경민의 7년 계약은 2022년 11월 박민우의 8년 계약이 나오기 전까지 KBO리그 역대 최장기 계약이었다. 7년의 세부 조건은 4+3년. 첫 4년 동안 계약금 25억원, 총연봉 40억원 등 총액 65억원을 받고 추가 3년에 대한 옵션(총액 20억원)을 선수가 가졌다. 올 시즌 4년 계약이 만료돼 '3년 20억원' 권리를 행사할지가 흥미로웠는데 7월만 하더라도 잔류가 유력해 보였다. 2009년 입단한 뒤 팀을 대표하는 '원클럽맨'인 만큼 그의 말 하나가 엄청난 무게를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경민은 두산을 떠났다. 그는 지난 8일 KT 위즈와 4년 최대 40억원(계약금 16억원, 총연봉 18억원, 옵션 6억원)에 계약, 자발적으로 팀을 옮겼다. 두산은 '3년 20억원'이 아닌 새로운 조건(3+1년 최대 30억원 추정)으로 러브콜을 보냈으나 총액에서 KT에 밀렸다.몸값이 자존심인 프로 세계에서 더 낮은 금액으로 팀에 남아달라고 하는 건 욕심일 수 있다. 다만 원클럽맨이 갖는 상징성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다. 취재 결과, 두산 구단 안팎에선 허경민의 영구결번 제의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프로야구 원년 구단인 베어스 역대 영구결번은 김영신(54번)과 박철순(21번) 둘 뿐. 추모의 의미가 강한 김영신 사례를 제외하면 성적으로 등 번호가 영구결번된 건 '불사조' 박철순밖에 없다.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팀에서 그를 어느 정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두산은 양의지·김재환·양석환·정수빈 등 내부 대형 FA 계약자가 즐비한 팀 사정상 샐러리캡(경쟁균형세) 저촉 위험성을 안고 있다. 3년 20억원의 기존 계약을 상향하는 것만으로도 결단이 필요했다. 구단이 기댈 수 있는 건 선수의 로열티였는데 '7월 잔류 의사'를 내비친 허경민은 이를 정중하게 거절했다.현장에선 구단의 원클럽맨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2018년 2월 공식 시행된 공인대리인(에이전트) 제도가 선수 이적을 촉진하는 도화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직접 계약에 관여할 때는 이적에 따른 부담이 작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공인대리인이 직접 계약을 진두지휘하니 이적과 잔류가 50대50"이라며 "협상에 참여해 보면 달라진 기류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에이전트는 계약 총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다. 구단 간 경쟁을 유발하고 더 좋은 계약을 끌어내기 위해 움직인다. 그들의 우선순위는 '로열티'가 아닐 수 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11.10 15:45
프로야구

[IS 시선] FA 선수-공인대리인이 누구인지 '투명하게' 공개하자

'스토브리그의 꽃'이라고 불리는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일 2025년 FA 자격 선수 명단(30명)을 공시한 뒤 5일 FA 승인 선수 명단(20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6일부터 협상 창구(해외 구단 포함)를 열고 교섭을 시작한다.흥미로운 건 시장의 반응이다. 4일 밤 본지와 연락이 닿은 A 구단 단장은 "이번 FA 시장은 장기전이 될 거 같다. 특정 에이전시에 (FA) 선수들이 쏠려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B 구단 단장도 "여러 이해관계가 상당히 얽혀 있어서 빠르게 계약이 진행될 거 같지 않다"라고 동조했다. 실제 이번에 발표된 FA 승인 선수 명단에선 특정 에이전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KIA 타이거즈만 하더라도 내부 FA 3명(장현식·서건창·임기영) 모두 리코스포츠에이전시 홈페이지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현행 KBO리그 선수대리인(공인대리인) 규정에는 '공인대리인 1명(법인 포함)이 보유할 수 있는 인원을 최대 15명(구단당 3명)으로 제한한다'는 이른바 '독과점 방지법'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매니지먼트 계약을 활용, 문어발식 확장으로 대형 선수를 싹쓸이한다. FA 계약 협상 직전 공인대리인으로 신고한 뒤 바로 이를 철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원 제한을 피하려는 갖은 방법이 동원되는데 이를 관리·감독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별다른 견제를 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원 제한이 무의미하다"는 푸념이 매년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공인대리인 계약을 모두 오픈했으면 한다. 구단이야 계약 자료가 넘어오니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모두에게 공개하면 거기서 발생하는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현재 선수협은 선수의 공인대리인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는다. 구단 운영팀을 통해 우회적으로 명단을 파악하거나 공인대리인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에 의지해야 한다.한 공인대리인은 "KBO리그는 다른 리그, 종목과 비교해 정보 공개 범위가 넓은 편이다. 선수 에이전트가 누군지 공개하는 건 팬들의 관심을 증폭하면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며 "(관련 정보를) 비공개하려면 철저하게 비공개해야 하는데 일부 공인대리인은 공개하지 않나, 단순 계약 관계라는 게 비공개할 정보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선수의 공인대리인이 누군지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 폐쇄성을 이용, 빈틈을 파고드는 케이스가 늘어날수록 제도의 파행 운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FA 선수의 공인대리인 명단 공개가 필요한 이유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11.06 05:30
프로야구

'편법' 아마추어 선수 대리인 입도선매, '경고'가 필요하다 [IS 시선]

2025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날짜(9월 11일)가 다가오면서 현장에선 여러 뒷 말이 나오고 있다. 상위 지명 후보의 학교 폭력 논란부터 특정 선수의 해외 진출 여부. 여기에 아마추어 선수의 대리인 계약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한 선수가 특정 에이전시(공인대리인)와 계약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이를 두고 "문제가 있다. 선수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현행 프로야구에선 아마추어 선수와 공인대리인의 계약은 '불법'이다. KBO리그 선수대리인(공인대리인) 규정 제21조 항목에는 '아마추어 선수와 선수 대리인 업무 계약을 하거나 아마추어 선수를 위해 선수 대리인 업무를 하는 행위'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기면 공인대리인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 아마추어 선수와 계약할 수 있는 건 매니지먼트 계약이라는 우회 경로가 있기 때문이다. '꼼수'에 가까운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선수를 포섭, 프로 입단 후 공인대리인으로 역할을 바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한 공인대리인은 '입도선매'라는 표현을 썼다. 제도를 관장하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선수협)은 2018년 1월 제도를 처음 시행하며 규제 행위 중 하나로 아마추어 대리 금지 등을 강조했다. 공인대리인 규정이 정식으로 적용되기 전에는 아마추어 선수를 후원하고 지원하는 회사도 있었지만 이를 막으면서 한때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인대리인 사업을 철수한 업체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아마추어 현장은 무법지대에 가깝다. 감시와 견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편법을 자행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이를 처벌한 사례도 물론 없다.매니지먼트 계약은 프로야구 공인대리인 제도를 혼탁하게 만드는 '난제'이다. 규정상 '대리인 1명(법인 포함)이 보유할 수 있는 인원을 최대 15명(구단당 3명)으로 제한한다'는 이른바 '독과점 방지법'이 적용되지만,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매니지먼트 계약을 활용, 문어발식 확장으로 대형 선수를 싹쓸이한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점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하고 있다. 이 문제가 아마추어 무대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선수협 관계자는 "(아마야구를 관리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차원의 조치도 필요하다"며 "연말에 공인대리인 제도와 관련해 논의할 때 보완 등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8.30 13:30
프로야구

[단독] 김민식 계약 후폭풍…에이전트, 선수협에 진상 파악 요청

SSG 랜더스에 잔류한 자유계약선수(FA) 포수 김민식을 둘러싸고 공인대리인(에이전트)과 구단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김민식의 계약을 대리한 브리온 컴퍼니 측에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진상 파악을 요청했다. 에이전트가 선수협에 선수 계약 관련 이의를 제기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김민식은 지난 16일 SSG와 2년, 최대 5억원(총연봉 4억원, 옵션 1억원)에 계약했다. FA 시장이 개장했을 때 예상가를 훨씬 밑도는 조건이었다. 이는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그의 잔류가 어렵다고 판단한 SSG가 차선책으로 지난 12일 FA 포수 이지영을 사인 앤드 트레이드(사트·계약 후 이적)로 영입, 김민식의 선택지가 줄어든 탓이었다. SSG 잔류 이외 다른 방법이 없던 김민식으로선 축소된 계약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논란의 불씨가 된 건 15일 SSG 구단 관계자와 김민식의 만남이다. 브리온 컴퍼니 측에선 구단이 의도적으로 공인대리인을 배제한 채 선수와 직접 협상했다고 주장한다. 이지영 영입에 따라 수세에 몰린 선수를 구단 관계자가 직접 접촉, 만남 하루 만에 계약을 완료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이에 공인대리인 제도를 주관하는 선수협 쪽에 진상 파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브리온 컴퍼니 관계자는 "선수협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왜 이렇게 했는지 설명을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구단은 정면 반박했다. SSG 관계자는 "선수의 의견을 직접 들으려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공인대리인을 빼고 만나자고 했냐는 질문에는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김민식의 FA 협상은 장기전이었다.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해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계약 논의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선수의 의사를 직접 듣지 못해 관련한 사항에 대해 확인이 필요했다는 게 구단의 설명. 15일 만남에서 구단이 계약 조건을 건네지 않았고 오히려 선수가 의견을 물었다고 부연했다. 상황을 체크한 뒤 16일 오전 계약 조건을 제시한 뒤 협상이 완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게 SSG의 주장이다.브리온 컴퍼니의 요청을 들은 선수협은 SSG에 유선상 1차 확인을 거쳤다. 이에 SSG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전달했다. 선수협은 장동철 사무총장이 금명간 인천으로 넘어가 구단 협상 관계자를 만나 관련 사안을 재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현행 KBO리그 선수대리인 규정에선 공인대리인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해서 이를 제재할 징계 조항은 따로 없다. 선수협 관계자는 "만약 (브리온 컴퍼니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자칫 대리인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우선 진위 파악을 하고 사후 조치를 생각해 보겠다"고 말을 아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1.17 10:43
프로야구

[IS 포커스] 프로야구 연봉 협상, 드러나지 않은 갈등

연봉 계약을 둘러싼 드러나지 않은 갈등이 여전하다.2023년 프로야구 연봉 중재(조정) 신청은 '0건'으로 마감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제75조 에는 '중재를 신청하는 구단 또는 선수는 매년 1월 10일 오후 6시까지 중재신청서를 총재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신청서가 제출되면 선수 및 구단은 중재신청 마감일로부터 닷새가 되기 전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연봉 산출 근거를 KBO에 내야 하고 이후 중재위원회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연봉 협상이 평행선을 달릴 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제도지만, 최근 2년 동안에는 누구도 활용하지 않았다.중재 신청이 없다고 해서 협상이 원활한 건 아니다. 현재 KBO리그 몇몇 구단에서는 연봉 협상에서 발생한 파열음이 밖으로 새어 나온다. 수도권 A 구단에선 베테랑 선수가 좀처럼 구단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방 B 구단도 연봉 미계약 선수가 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연봉 중재 신청 마감일 기준 2023시즌 선수단 연봉 계약을 완료한 구단이 단 하나도 없다. 그만큼 특정 구단을 가릴 것 없이 곳곳에서 연봉 협상이 난항이다. 이러한 이유로 프로야구 안팎에선 "연봉 중재를 신청할 선수가 적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까지 흘러나왔다.연봉 중재 신청은 한때 사문화된 규정이었다. 1984년부터 2001년까지 총 14번의 중재 신청에서 모두 구단 요구액이 수용됐다. 2002년 류지현(당시 LG 트윈스)이 사상 첫 선수 요구액을 받아냈지만, 이후 빗장이 굳게 닫혔다. 2010년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오른 이대호(당시 롯데 자이언츠)마저 패하면서 제도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실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단 한 건의 연봉 중재 신청도 없었다.그런데 2021년 주권(KT 위즈)이 류지현 이후 19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연봉 중재 신청에 승리하면서 제도 활성화 조짐이 보였다. 당시 주권은 1억5000만원에서 1억원 인상된 2억5000만원을 요구, 2억2000만원을 제시한 구단과 팽팽하게 맞섰다. 중재위원회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최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며 주권의 손을 들어줬다.2018년 공인대리인 제도가 도입되면서 선수들은 협상의 부담을 덜었다. 선수 요구액의 근거를 공인대리인이 산출·제시하면서 논리적인 싸움이 가능해졌다. 주권도 KBO 공인대리인 강우준 변호사가 연봉 중재 모든 과정에 관여했다.1992년 연봉 중재 신청에서 패한 바 있는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옛날엔 마땅히 제시할 자료도 부족했다. (세부) 데이터도, 에이전트(대리인)도 없었다. 지금 상황은 아주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연봉 중재 신청은 부담스럽다. 구단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에 선수가 느끼는 부담이 작지 않다. 공인대리인이 연봉 중재 신청을 원하더라도 대부분 선수 쪽에서 원만한 합의를 바란다.한 구단 관계자는 "연봉 중재는 구단이 느끼는 부담도 적지 않다. 선수도 비슷할 거"라고 말했다. 올해는 선수단 총 연봉을 제한하는 샐러리캡이 시행되는 첫 시즌이라 구단마다 신중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2023년부터 3년 동안 구단마다 연봉 총액 114억 2638만원을 넘기면 제재를 받기 때문에 섣불리 선수 측 요구액을 받기 어렵다. 예년보다 연봉 협상이 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연봉 중재 신청은 피했지만, 갈등이 봉합된 건 아니다. 구단마다 최대한 빠르게 분위기를 수습, 협상을 완료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ㅇ 2023.01.12 07:00
프로야구

[IS 포커스] 폭풍전야?…프로야구 연봉 협상

프로야구 연봉 협상 분위기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계묘년(癸卯年)이 밝았지만, KBO리그 10개 구단 모두가 2023년 연봉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SSG 랜더스가 해를 넘기기 전인 12월 26일 '2022년 재계약 대상자 전원과 연봉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구단도 보조를 맞추며 속도를 올렸지만, 올겨울은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몇몇 구단 안팎에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프로야구는 2023년부터 선수단 연봉 총액을 일정 수준 제한하는 샐러리캡 제도가 시행된다. 2025년까지 3년 동안 각 구단은 선수단 연봉 총액으로 114억 2638만원을 넘기면 제재를 받는다. A 구단 단장은 "샐러리캡은 선수 구성에 영향을 준다. 일단 3년 동안 적용되기 때문에 구단으로선 올 시즌만 보고 계약할 수 없다. 내년과 그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며 "젊은 선수들 비중이 큰 구단은 연봉이 향후 오른다는 걸 고려해 여유를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 3억원을 줘야 할 선수를 2억원에 계약할 수 없으니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무턱대고 선수 요구액을 들어주기 쉽지 않다. 샐러리캡을 1회 초과하면 초과분의 50%가 제재금이 된다. 2회 연속 초과하면 초과분의 100%를 제재금으로 내고, 다음 연도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구단마다 제도가 처음 도입되는 만큼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B 구단 운영팀장은 "샐러리캡을 미리 대비하지 않았다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 연봉 계약에 옵션을 넣었던 구단들은 선수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데 선수를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딘 협상의 원인으로 공인대리인(에이전트)을 꼽는 관계자도 있다. C 구단 단장은 "에이전트가 협상에 들어오면서 시간이 조금 걸리는 느낌"이라며 "이전에는 선수와 터놓고 이야기하면 됐는데 지금은 에이전트가 기록을 다 뽑아와서 협상한다. 그 부분에서 대화가 길어진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B 구단 운영팀장은 "에이전트는 장단점이 있다. 까다로운 점도 있지만 더 편하고 쉬운 경우도 있다"며 "선수가 상처받을까 봐 디테일하게 얘기하지 못했던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에이전트는 아무래도 선수 편이기 때문에 구단이 선수를 설득하는 것보다 수월하다"고 말했다.관심이 쏠리는 건 연봉 조정이다. 프로야구는 연봉 협상이 원활하지 않은 선수는 1월 10일 오후 6시까지 KBO에 중재신청을 할 수 있다. 선수와 구단은 중재신청 마감일로부터 닷새가 되기 전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연봉 산출 근거를 KBO에 제출하고 중재위원회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하지만 이 경우에 연봉 협상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때문에 선수나 구단 모두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요구액이 수용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하면 선수 측에서 더욱 조심스러울 수 있다. 역대 중재신청에서 선수의 요구 금액이 수용된 건 2002년 류지현(당시 LG 트윈스)과 2021년 주권(KT 위즈)뿐이다. 2010년 타격 7관왕에 오른 이대호(당시 롯데 자이언츠)도 연봉 조정에서 패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조정 신청 사례가 아예 없었다. 한 공인대리인은 "연봉 협상이 매끄럽지 않더라도 조정 없이 최대한 마무리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1.05 18:02
프로야구

[IS 포커스] 활성화 공인대리인, '미씽' 프랜차이즈 스타

프로야구에 프랜차이즈 스타가 사라지고 있다. 2018년 2월 공식 시행된 공인대리인(에이전트) 제도가 선수 이적을 촉진하는 도화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A 구단 단장은 "선수들과 협상해보면 그런 면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올겨울 KBO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이적이 강세다. 28일까지 완료된 FA 계약 12건 중 원소속팀 잔류가 3건에 불과하다. 지난 19일 FA 1호 계약을 한 사이드암스로 원종현(35)은 NC 다이노스를 떠나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이틀 뒤에는 LG 트윈스 포수 유강남(30)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고, 같은 날 KIA 타이거즈 포수 박동원(32)은 LG와 계약했다. 22일에는 2009년 육성 선수로 입단한 LG 프랜차이즈 스타 채은성(32)이 한화 이글스와 6년 총액 90억원에 사인했다. 이적은 더 나왔다. 23일 내야수 노진혁(33)이 롯데와 4년 계약했다. 그는 2012년 NC에 입단한 뒤 줄곧 다이노스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지만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4일에는 두산 포수 박세혁(32)이 NC로,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상수(32)가 KT 위즈로 팀을 옮겼다. 두 선수 모두 지명부터 프로 데뷔, 한국시리즈(KS) 우승까지 한 팀에서 경력을 쌓은 프랜차이즈 스타지만 FA 시장에선 잔류가 아닌 이적 버튼을 눌렀다. 선수 이동이 빈번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에이전트가 프로야구에 등장하기 전에도 '대형 이적'은 있었다. 2013년 외야수 김주찬(롯데→KIA) 2014년 정근우(SK→한화) 2015년 장원준(롯데→두산)과 배영수(삼성→한화)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에는 삼성의 왕조 시절을 이끈 내야수 박석민이 NC로 파격 이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간판스타의 이동이 더 잦아진 모양새다. B 구단 관계자는 "올겨울에는 선수 이적이 정말 활발해진 거 같다.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이렇게 연쇄 이동한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에이전트 제도가 없을 때는 선수가 직접 협상장에 나갔다. 그런데 노련한 구단 관계자와 계약 조건을 두고 줄다리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긴 시간 호형호제하며 지냈던 사이인 만큼 얼굴을 붉히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어려웠다. 시장 흐름을 정확하게 읽기 어려운 만큼 협상 기술도 그만큼 떨어졌다. 그래서 "비슷한 금액이면 팀에 남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은 다르다. 에이전트 제도가 정착하면서 협상 분위기 자체가 크게 바뀌었다. 선수의 로열티만큼 중요시하는 게 조건이다. 에이전트는 계약 총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다. 구단 간 경쟁을 유발,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경쟁한다. 이 과정에서 구단에 대한 로열티가 종종 뒷순위로 밀린다. 선수들도 조금씩 냉정해지면서 정에 호소했던 과거의 협상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C 구단 관계자는 "이전에는 선수들이 전화를 받고 협상도 직접 했다. 이젠 에이전트가 여러 구단에 오퍼를 넣고 계약을 조율한다"며 "(과거에는 선수가) 자칫 다른 구단과 얘기하는 걸 들키면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어서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만큼 이적도 자유로워진 거 같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11.30 05:30
프로야구

[IS 포커스] 절반만 수용된 리코의 가처분, 인원 제한 유지

리코스포츠에이전시(리코)가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사실상 KBO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원소속구단과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FA(자유계약선수) 선수의 경우 채권자(리코)가 KBO 규약 제42조 제2항 규정 중 '구단당 선수 3명' 부분의 적용을 받지 않고 이를 초과하여 채무자(KBO)의 회원인 야구단들과 사이에 야구선수 계약을 교섭하거나 체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지난 28일 결정했다. 이로써 리코는 FA 외야수 이명기(NC 다이노스) 계약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올겨울 프로야구 FA 시장의 최대 화두는 리코였다. 고객인 NC 선수 중 4명(양의지·노진혁·이재학·이명기)이 FA 권리를 행사, 자칫 대리인 인원 제한 규정을 저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째 매니지먼트 계약과 공인대리인 계약을 혼용해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지만, KBO리그가 규정하는 공인대리인 1명(법인 포함)이 보유할 수 있는 구단당 선수는 최대 3명(전체 최대 15명). 인원 제한을 피하는 '꼼수' 매니지먼트 계약을 공인대리인 계약으로 전환하면 규정 위반이었다. 리코는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10월 말 대리인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기 전 양의지(NC→두산 베어스)와 노진혁(NC→롯데 자이언츠), 이재학(미계약)의 공인대리인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등록해 협상을 진행했다. 이명기는 공인대리인 미등록 상태로 FA 시장이 개장한 뒤 발만 동동 굴렀다. 리코는 인원 제한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호 합의를 거쳐 2018년 2월 1일부터 시행됐고 이 사건 인원제한규정은 선수대리인 제도 최초 시행일로부터 현재까지 4년 이상 그대로 효력을 유지했기 때문에 그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리코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프로야구 공인대리인 제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 특정 에이전시가 시장을 쥐락펴락하며 흐름을 좌우한다. 공인대리인 자격을 취득하고도 선수와 계약하지 못한 사례가 부지기수. 인원 제한을 풀어달라는 리코에 대해 '배부른 욕심'이라는 지적이 따르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리코는 2020년 12월 FA 투수 우규민(삼성 라이온즈) 계약에 미등록 상태로 관여하다 적발된 전적이 있다. 올겨울 가처분 신청을 넣은 것에 대해 저의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다. 한 공인대리인은 가처분 신청 소식이 전해진 뒤 "NC 선수들과 계약을 그렇게 해놓고 (가처분 신청을) 하는 건데 누가 지지하나. 동료 에이전트의 존경이나 호응도 없다. 편법을 하다가 그것마저 폭발해버린 거"라며 "리코가 대표성을 띄는 것도 아니다. 명분도 없다"고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재판부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등 사회 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규정 또는 그 효력을 부정해야 할 정도로 부당하게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규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KBO 손을 들어줬다. 리코의 주장이 수용된 건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예상된 FA 선수 소속 관련 부분이다. 프로야구 선수 계약은 규약상 당해 연도 11월 30일까지다. 재판부는 "FA의 경우 원소속구단과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그 후에는 소속 구단이 없는 것으로 해석될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며 "소속 구단이 없는 FA 선수를 (인원 제한인) '구단당 3명'에 포함하는 것은 규약 해석에 관한 채무자의 재량을 넘어선 불공정한 업무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결론 내렸다. 이로 인해 FA 선수는 '12월 이후 계약'에 한해 공인대리인 인원 규정을 피할 수 있게 됐다. FA가 아닌 경우 인원 제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재판부는 본안 판결 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우려, 리코의 임시 지위(주문 내용)를 인정했다. 가처분은 본안 소송(정식 재판)에 앞서 진행하는 법적 절차다. KBO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본안 소송 여부는 검토를 해봐야 할 거 같다. (KBO가 요구한) 법인 대리인도 개인과 똑같이 인원 제한을 둔다는 대원칙은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선수협 관계자는 "FA가 무소속이라는 건 당연한 생각이다. 그게 받아들여진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11.29 14:33
프로야구

[IS 포커스] 선수 계약이 부러운 64명의 '공인(空人)'대리인

29.7%. 프로야구 공인대리인(에이전트) 중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선수 계약을 등록한 비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10월 31일 기준으로 자격을 유지 중인 공인대리인 91명 중 64명은 선수 계약을 하지 못한 말 그대로 '공인(空人)'대리인이다. 선수협 관계자는 "계약 시즌이 다가오면 등록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장밋빛 전망을 하지만 프로야구 안팎의 분위기를 보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규 공인대리인들이 선수와 계약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자격증이 나와도 야구장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탓이다. 야구장 밖에서 선수를 만나야 하는데 신뢰를 쌓을만한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반면 대형 에이전시는 선수와 친분을 이용, 수시로 야구장을 들락날락한다. 이번 겨울 64명의 '미계약' 공인대리인 중 상당수는 "자격증을 반납할 수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KBO리그 선수대리인 규정 제24조 에는 '공인을 받은 지 2년 이내 선수와 대리인 계약을 하지 못하면 자격이 취소된다'고 명시돼 있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2018년 이후 등록된 200명에 가까운 공인대리인 중 절반 가까이가 선수 1명과도 계약하지 못해 자격이 상실됐다. 프로야구 공인대리인 자격은 취득 후 내는 55만원 포함 총 1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간다. "시작부터 공정한 경쟁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있다. 프로야구에 공인대리인이 등장한 건 2018년 2월이다. 공식 시행에 앞서 선수협은 2017년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그해 12월 자격시험이 치러졌고 첫 공인대리인이 탄생했다. 당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한국 선수를 보낸 경험이 있는 몇몇 대리인은 A급 선수의 권리를 대변하며 계약을 선점하고 있었다. KBO리그 공인대리인 제도가 시행되자 그 관계를 지렛대 삼아 시작부터 판을 키우는 동력으로 활용했다. A급 선수가 다른 유망주를 소개해주기도 하면서 여러 방법으로 성장했다. 인원 제한을 피하는 편법 중 하나인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해도 공인대리인 제도 운용 주체인 선수협은 관련 처벌 조항조차 없다. 최근 프로야구 대형 에이전시 리코스포츠에이전시(리코)가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상대로 제기한 '대리인 인정 가처분 신청'을 두고 말이 많다. 리코는 '대리인 1명(법인 포함)이 보유할 수 있는 인원을 최대 15명(구단당 3명)으로 제한한다'는 이른바 '독과점 방지법' 조항을 풀어달라는 입장이다. 인원 제한 조항을 두고 "선수의 선택권을 막는 공산주의적 발상"이라고 동조하는 공인대리인도 있다. 하지만 "인원 제한을 걱정할 정도의 선수를 보유한 에이전시가 몇 개나 되냐"고 되묻는 목소리도 있다. 공인대리인 A는 "(최대 15명) 쿼터를 채우는 회사(에이전시)가 대한민국 야구계에 2~3개밖에 안 될 거다. 나머지는 자격증을 대부분 반납하고 있다. 선수 계약도 못 하는데 (공인대리인 관련) 회비를 낼 이유도 없는 거 아닌가"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구단 운영팀 관계자 B는 "선수협이 정말로 선수를 위한다면 에이전트 박람회 같은 걸 열어서 공인대리인과 선수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라도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싶다"며 "정상적으로 시장(공인대리인 제도)을 운영해보고 문제가 있을 때 이런저런 주장을 해도 늦지 않다. 애초 취지에 맞게 제도가 운용됐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공인대리인 자격을 반납한 C는 "그동안 투명하지 않게 운영했다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인원 제한을 풀자는 몇몇 공인대리인들도 "이게 시급한 문제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갖은 편법이 난무하는 현재 상황에서 족쇄를 풀면 자칫 '사다리 걷어차기' 같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수 있는 셈이다. 선수협 관계자는 "KBO는 (2년 자격 유지 관련해서) 한 번에 풀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2년을 3년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선수협 자문위원회에선 '3년 가지고 되겠느냐. 아예 제한을 모두 풀거나 5년 정도로 하자'는 얘기가 있다.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이라며 "2년은 잘못됐다고 판단해 그건 고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11.02 06:30
프로야구

[IS 포커스] "순수한 의도 아니다" 리코의 가처분을 보는 불편한 시선들

"구단과 에이전트(대리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구단과 리코의 문제다." 한 프로야구 공인대리인이 리코스포츠에이전시(리코)가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두고 한 말이다. 이 공인대리인은 리코를 언급하며 "브레이크를 안 달고 정면만 바라보며 달려가는 전차 같다"고 했다. 최근 프로야구 대형 에이전시 리코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리인 인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사실(10월 27일 본지 단독 보도)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리코는 '대리인 1명(법인 포함)이 보유할 수 있는 인원을 최대 15명(구단당 3명)으로 제한한다'는 이른바 '독과점 방지법' 조항을 풀어달라는 입장이다. 리코가 대리인 인원 제한에 포함하지 않는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상당수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KBO리그 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인대리인 A는 "인원 제한 규정이 없어져도 (우려대로) 독과점이 생길 거 같진 않다. 다만 리코가 순수한 마음으로 가처분 신청을 한 게 아니라는 것도, 마냥 좋은 뜻으로 총대를 메고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수의 권익 보호라는 내용으로 (가처분의 의미를) 포장하는 게 가증스럽다"고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이어 "일반 연봉 협상 문제로 가처분을 냈다면 선구자라고 볼 수 있다. 리코는 NC 다이노스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했을 거다. 순수한 의도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겨울 FA 시장에는 2년 치 매물이 쏟아진다. 2020년 1월 KBO 이사회에선 '2022년 시즌 종료 후부터 현행 9년, 대졸 8년인 FA 취득 기간을 고졸 8년, 대졸 7년으로 각각 1년씩 단축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2시즌이 끝난 뒤 기존 규정대로 FA가 되는 선수에 추가로 1년 단축 혜택을 받는 선수까지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지난해 FA 승인 선수(14명)의 두 배 이상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리코 소속 선수가 유독 많다. '포수 FA 빅4'로 분류되는 양의지(NC 다이노스) 박세혁(두산 베어스) 박동원(KIA 타이거즈) 유강남(LG 트윈스) 중 박동원을 제외한 세 선수가 리코 고객이다. 특히 NC에선 양의지와 노진혁을 비롯해 최소 3명 이상의 예비 FA가 고객으로 파악된다. 매니지먼트 계약이 아닌 정식 대리인 계약을 신고하면 구단별 인원 제한에 걸릴 수 있다. 공인대리인 B는 "NC 선수들과 계약을 그렇게 해놓고 (가처분 신청을) 하는 건데 누가 지지하나. 동료 에이전트의 존경이나 호응도 없다. 편법을 하다가 그것마저 폭발해버린 거"라며 "(가처분) 결과 발표에 전혀 관심이 없다. 리코가 대표성을 띄는 것도 아니다. 명분도 없다.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선수나 (다른) 에이전트를 대표해서 불공정한 것을 개선하려고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이건 리코라는 개인 회사가 하는 거"라고 선을 그었다. 리코의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는 건 김선웅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선수협 사무총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대리인 제도를 잘 안다. 그는 2020년 5월 음주운전으로 리그에서 퇴출당한 강정호의 국내 복귀를 돕기도 했다. 강정호도 리코 고객이었다. 김선웅 변호사는 여러 차례 연결에도 불구하고 일간스포츠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공인대리인 B는 "이런 문제를 풀려면 서로 설득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말도 안 된다. 동료 에이전트의 지지도 못 받는 거 아닌가. 난 그렇게 느끼고 있다"며 "자본주의는 물건의 적정가를 뽑아내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특정 에이전시에서 선수를) 독식하니까 적정가가 나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인원 제한을 푸는 걸 원치 않는다. 리코가 왜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지 솔직히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다. 인원을 제한하면 저연차와 저연봉 선수들이 대리인 제도의 사각지대로 밀려날 수 있다. 대리인들이 많은 수임료(계약 규모의 최대 5%)를 받을 수 있는 FA 계약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대리인의 '쏠림 현상'이 심한데 규제까지 완화하면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거라는 우려 또한 있다. 인원 제한이 '그림의 떡'인 공인대리인도 수두룩하다. 현재 공인대리인 자격을 유지 중인 91명 중 64명이 선수 계약을 하지 못했다. 절차상 아쉬움을 전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인대리인 A는 "몇몇 대리인들이 모여 문제를 공론화해야 힘이 모이고, 진정성도 있을 텐데 그런 게 아니어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공인대리인 C는 "선수의 선택권과 관련돼 중요한 문제여서 차분하게 다투면서도 꼭 이겨야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FA 개장) 직전에 닥쳐서 이렇게 하면 법원에서도 급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처리한 점이 아쉽다. 법원의 충실한 심리가 될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11.01 07: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