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155건
영화

‘사흘’, 전 세계 54개국 판매…‘랑종’·‘곤지암’보다 뜨겁다

‘사흘’이 글로벌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19일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영화 ‘사흘’은 미국, 캐나다, 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54개국에 판매되는 쾌거를 이뤘다. 개봉 당시 50개국에 판매된 ‘랑종’, 47개국에 판매된 ‘곤지암’보다 높은 성과다.‘사흘’은 또 오는 22일 대만 개봉을 시작으로 12월 6일 북미와 인도네시아, 12월 13일 베트남에서 해외 관객들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북미 현지 배급사 웰고USA는 “‘사흘’은 정통 엑소시즘 영화에 고대 악마의 존재를 가미해 인간이 최악의 공포를 마주했을 때 그들의 도덕성과 이성, 심지어 현실이 어떻게 위협받는지 오싹한 경고를 전하는 영화”라며 “미국 관객들은 여전히 혁신적이고 뛰어난 한국 호러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대만 배급사 무비클라우드는 “‘사흘’은 매우 흥미로운 컨셉을 가진 작품으로 대만 관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이라고 했으다. 베트남 배급사 롯데베트남엔터테인먼트는 “처음부터 이 영화의 콘셉트와 비주얼에 매료됐다. 영화가 지닌 신비로운 분위기와 초자연적인 호러 요소들은 ‘사흘’을 더욱 강렬하고 돋보이게 만든다”라고 찬사를 보냈다.일본 배급사 클락웍스 역시 “현재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오컬트 호러 영화들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며 현지에 ‘사흘’을 소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인도네시아 배급사 프리마시네마 역시 “‘파묘’와 유사한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이처럼 영화를 향한 세계적인 관심에 쇼박스 해외팀은 “미국 버라이어티에 ‘파묘’를 잇는 한국형 오컬트 영화로 소개된 ‘사흘’은 개봉 전부터 전 세계 바이어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후 부산 아시안콘텐츠필름마켓에서 대다수의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12월로 예정된 동남아와 북미 등 해외 지역 개봉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한편 ‘사흘’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한 구마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오컬트 호러물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1.19 08:41
영화

극장가 1만원 티켓 등장…자구책인가 생태계 교란인가 [줌인]

극장가 보릿고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만원 티켓이 등장했다. 저렴한 티켓값으로 관객을 모으겠다는 심산인데, 산업 활성화에 보탬이 될 거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배급사 제이씨엔터웍스는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하우치’의 티켓값을 1만원으로 책정했다. 기존 영화 티켓값(평일, 2D 영화 기준 1만 5000원)보다 약 33.3% 저렴한 가격이다.최근 들어 극장가에는 낮은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영화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밤낚시’, ‘집이 없어-악연의 시작’, ‘4분 44초’ 등이 대표적으로, 모두 티켓값이 5000원을 넘지 않는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낵무비’라는 점이다. 러닝타임은 기존 영화보다 짧은 10~60분으로, 모두 기간을 정해놓고 한시적으로 상영됐다.반면 ‘하우치’는 성격이 다르다. 100억원대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은 아니지만, 상업적 성공을 첫 번째 목적으로 하는 중저예산 영화로 러닝타임도 114분에 달한다. 극장에 걸리는 일반 영화가 단발성이 아닌 상영 기간 내내 티켓값을 낮추는 건 이례적인 일로, ‘하우치’는 티켓값을 1만원으로 계산할 때 극장 관객 손익분기점을 약 30만명으로 보고 있다.제이씨엔터웍스는 이번 티켓 요금 1만원 정책이 영화 마케팅의 일환이란 입장이다. ‘하우치’는 사업도 가정도 실패한 남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열여덟 첫사랑을 떠올리는 이야기로, 배급사 관계자는 “과거의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을 그리는 내용인 만큼 티켓도 추억의 가격으로 책정해 갑자기 찾아온 선물처럼 다가가고자 하는 의미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추억 마케팅’ 이면에는 침울한 업계 사정이라는 또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 실제 극장이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영화관을 찾는 일 관객수는 약 10만명(평일 기준)으로 떨어졌다. 신작, 기대작 할 것 없이 줄줄이 흥행 실패를 맛보는 상황에서, 1만원 티켓은 관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한 배급사의 자구책인 셈이다. 극장에서 ‘하우치’의 1만원 티켓 판매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결국 가장 큰 밑바탕에는 영화 산업 활성화가 있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1만원 티켓을 통해 영화를 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그게 또 입소문이 나는 선순환을 불러온다면 서로에게 윈윈”이라며 “극장은 관객의 영화관 관람 경험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이번 티켓값 할인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물론 현실적인 수지타산도 맞았다. ‘하우치’는 관객이 몰리는 대형 상업영화가 아닌 데다 부금률(배급사와 극장이 나누는 수익분배 비율)도 타 영화와 동일하다. 외부 할인도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다. “할인 혜택을 제어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통신사를 비롯한 대다수 할인 혜택에는 1만원 초과라는 조건이 붙어 있고, 티켓값이 저렴해 조조할인 등도 무의미하다. 즉 극장에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쪽이 움직일 경우, 다른 쪽에서도 억지로 가격을 낮추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일종의 생태계 교란에 대한 걱정이다. 특히나 티켓값 조정은 사실상 중저예산 영화들로 제한되기 때문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한 영화 홍보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 개봉작이 가격 차별화를 내세운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큰 예산의 작품도 아닌데 티켓값부터 무작정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이에 대해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정 평론가는 “다른 영화들이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면서 “티켓값은 영화산업과 관객의 오랜 쟁점이다. 상영 요금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티켓값 조정은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올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배급사 요청으로 가격만 조정하는 형태는 안 된다. 가격과 함께 부금률도 (배급·제작사 쪽으로) 높게 조정돼야 바람직하다. 그래야 산업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1.12 06:05
영화

NCT 재현부터 박지훈까지, 연기돌 스크린 데뷔 공식이 달라졌다 [독립영화路②]

NCT 재현, 워너원 출신 박지훈이 나란히 극장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의 첫 영화는 수백억원대 상업영화가 아닌 중저예산 영화로, 단순 인기 아이돌의 도전을 넘어 ‘연기돌’의 달라진 스크린 데뷔 공식이 엿보인다.선두에 서는 건 재현이다. 재현이 출연한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가 16일 개봉한다. 일본 추리소설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준우가 우연히 만난 정윤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다.극중 재현은 첫 번째 주인공 준우를 연기했다. 누군가의 죽는 미래를 보게 되는 이른바 ‘죽음 예언자’로, 정윤의 정해진 운명을 막기 위해 6시간 동안 숨 가쁘게 달린다. 재현은 무대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분위기와 눈빛,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준우를 빚어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박지훈은 일주일 후인 24일 영화 데뷔작 ‘세상 참 예쁜 오드리’를 선보인다. 엄마의 알츠하이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다.박지훈은 이 영화에서 엄마 미연(김정난)과 국숫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청년 기훈 역을 맡았다. 어느 날 발견된 엄마의 병, 연락이 끊겼던 여동생 지은(김보영)과의 재회 등으로 급격한 삶의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로, 박지훈은 그간 드라마로 쌓아 온 연기 내공을 발휘하며 극을 힘 있게 이끈다.이들 영화의 가장 큰 공통점은 연기돌을 주연으로 내세운 중저예산 독립영화라는 점이다. 특히 두 작품 모두 재현과 박지훈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인기 아이돌이 첫 영화로 중소 규모의 작품을 선택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2, 3세대 아이돌이 연기에 도전장을 내밀 때만 해도 이들의 첫 무대는 대규모 상업 영화 혹은 스타 배우와 감독이 대거 포진한 화제작이었다. 두세 번째 타이틀롤로 출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감초 역할로 기능했다. 일례로 수지는 미쓰에이 멤버로 활동했던 2012년 ‘건축학개론’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당시 그가 맡은 역할은 여주인공 서연(한가인)의 어린 시절 캐릭터였다. 이제는 충무로 대표 배우로 성장한 임시완 역시 제국의 아이틀 타이틀이 유효했던 2013년 양우석 감독과 송강호가 의기투합한 ‘변호인’으로 영화를 시작했다. AOA 설현과 소녀시대 윤아는 100억원 규모의 대작으로 처음 관객 앞에 섰다. 설현의 스크린 데뷔작은 이민호, 김래원 주연 ‘강남 1970’(2015), 윤아의 첫 영화는 현빈, 유해진 주연의 ‘공조’(2017)다. 혜리는 걸스데이 시절 김명민 주연의 125억원 대작 ‘물괴’(2018)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2PM 이준호, 비스트(현 하이라이트) 윤두준, 엑소 시우민도 비슷한 길을 따라 영화 배우가 됐다.달라진 연기돌의 스크린 데뷔 공식이 비단 재현과 박지훈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최근 개봉을 앞둔 다른 영화를 봐도 흐름은 금방 읽힌다. 골든차일드 출신 보민은 ‘괴기열차’, SF9 찬희는 ‘메소드 연기’로 처음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트와이스 다현 역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첫 영화로 선택했다. 모두 중저예산 영화다.이 같은 변화는 연기돌의 달라진 인식에 기인한다. 본업의 인기를 무기로 대형 상업 영화에 편승, 대중에게 반짝 눈도장을 찍는 것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독립영화는 장르, 상업영화 대비 다양한 성격과 배경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내면의 깊이를 보여주는 서사가 많아서 연기력을 확실히 각인시키기에 좋다. 데뷔하는 아이돌에게는 연기 내공을 보여줘야 해서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그만큼 실력을 쌓기에 부담이 적고 연기력을 보여주기에 좋은 장점도 있다”고 분석했다.엑소 도경수, f(x) 출신 크리스탈 등 선례도 다수 있다. 특히 과거의 좋은 사례는 연기돌을 넘어 중저예산 영화 제작사들의 편견도 깨부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2, 3세대 아이돌 중 배우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영화 관계자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며 “실제로 중저예산 영화 제작사들의 캐스팅 니즈가 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에게는 전체 촬영 회차 자체가 많지 않으니 준비 시간이 많고 첫 연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며 “결국 서로에 대한 진입 장벽이 동시에 낮아진 셈”이라고 부연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16 05:50
영화

[29th BIFF] 집주인 바뀌었나…넷플릭스가 장악한 부산영화제 [중간결산②]

이쯤 되면 공생을 넘어서 주객전도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올해 영화제는 ‘넷플릭스의 축제’라는 평가가 들리고 있다.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난 2일 열린 개막식에서 개막작으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상영했다. BIFF가 개막작으로 극장 영화가 아닌 OTT 작품을 선정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넷플릭스가 부산영화제에 얼굴을 처음 비친 지 3년 만이다.◇폐막식 날 공개되는 넷플릭스 신작 개막작 선정…홍보 수단 전락 우려‘전,란’의 개막작 선정은 지난달 발표 직후부터 영화 관계자들과 팬들의 빈축을 샀다. 영화제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특히 ‘전,란’은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11일) 당일 정식 공개를 앞둔 작품으로, BIFF가 넷플릭스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까지 일었다. 실제 해외 영화제에서도 이렇게 공개 시점이 밭은 OTT 영화를 초청하는 경우는 없었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넷플릭스 영화 ‘로마’ 역시 베니스영화제 이후 3개월 뒤에 넷플릭스에서 정식 공개됐다. 이와 관련,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에 선정 기준을 뒀다”는 말만 반복하며 “‘전,란’은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좋은 영화이자 완성도도 높은 작품이다. 그래서 꼭 개막작으로 관객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외 구체적인 선정 의미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비껴갔다.불행인지 다행인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란’은 현재까지 공개된 BIFF의 초청작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개막식 다음 날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오픈 토크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영화를 먼저 접한 언론과 평단의 호평도 이어졌다. 정식 공개를 앞두고 화제성과 입소문을 챙기는 데 성공한 셈이자, 일각의 우려대로 BIFF가 넷플릭스의 홍보 수단으로 제대로 쓰인 셈이다.넷플릭스 입장에서야 잃을 게 없다. 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는 “‘전,란’이 개막작으로 공개돼 저희는 너무너무 기뻤다. 이번 BIFF에서 ‘전,란’을 공개하고 다양한 관객을 만난 건 (넷플릭스에) 너무 좋은 자양분이었다”고 돌아보며 “이 경험을 염두에 두고 학습해서 더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 그래서 내년 BIFF에서 또 영화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까지 다졌다.BIFF는 이번에 개막작 외에도 3편의 넷플릭스 작품을 더 초청했다.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즌2와 일본 시리즈 ‘이별, 그 뒤에도’, 대만 작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이다. ‘온 스크린’ 섹션 초청작들로, 전체 초청작(7편) 중 넷플릭스 지분이 가장 높다. ◇기회 잡은 넷플릭스, 영화 팬들부터 관계자까지 포섭넷플릭스는 물 들어온 김에 부지런히 노를 젓고 있다. 일례로 영화제 기간 BIFF 메인 스테이지인 영화의전당 맞은편 건물과 해운대 한 복판에 대형 옥외광고를 내걸어 자사 초청작을 홍보 중이다. 또 곳곳에 넷플릭스의 상징인 빨간색 ‘N’ 조형물을 설치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지난 2022년부터 영화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운영해 온 ‘넷플릭스 사랑방’ 역시 변함없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넷플릭스가 선보였던 작품과 선보일 작품들의 포스터를 전시 중이며, 스티커 등을 제작해 신규 콘텐츠를 홍보하고 있다. 특히 사랑방 한켠에는 넷플릭스 전용 포토부스를 마련해 MZ 영화인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넷플릭스는 또 그간 대형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열어왔던, 이른바 ‘부산의 밤’ 행사를 영화제 대목인 개막 사흘째 저녁에 개최했다. 4일 열린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에는 언론 및 영화계 관계자, 넷플릭스 임직원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둔 작품들의 연출자 연상호, 변성현, 김병우 감독 등이 대거 참석했다. 넷플릭스는 이 자리에서 자사 신규 라인업을 공개하고 영화 시장 내 파이를 확대해 가겠다는 포부를 분명히 전했다.이어 6일에는 BIFF 부대행사 일환인 포럼을 진행했다. 넷플릭스가 BIFF와 협업해 아시아 태평양 전역의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자리다.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크리에이터들과 넷플릭스 아태지역 콘텐츠팀, 프로덕션팀이 참석, 3시간 동안 넷플릭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올해 BIFF 포럼에 참여한 투자배급사는 CJ ENM 외 넷플릭스가 유일하다.이처럼 매년 커지고 있는 부산영화제 속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대해 BIFF 측은 여전히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른 상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해마다 영화계에서 넷플릭스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고 넷플릭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러다 영화제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영화 생태계에도 적신호가 켜질까 걱정”이라며 “대중성, 화제성이 아닌 영화제의 본질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7 06:00
영화

“앞으로의 만남 기다려져” …‘빅토리‘ 붐업시킨 이혜리의 진심

영화 ‘빅토리’가 개봉 4주 차에도 꾸준히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며 롱런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호평에 주연 배우 이혜리의 열혈 홍보가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다.지난달 14일 개봉한 ‘빅토리’는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다. 1984년 탄생한 거제고교 치어리딩팀 ‘새빛들’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개봉 전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영화는 희망과 응원을 전하는 따뜻한 스토리, 향수를 자극하는 배경과 노래, 배우들의 열연 등으로 호평받았다. 하지만 대진운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올여름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파일럿’의 기세가 거센 상황에 같은 날 경쟁작 3편이 동시 개봉했다.극장 자체가 한정된 파이를 나눠 먹는 구조이니 출발부터 ‘빅토리’가 확보할 자리는 많지 않았다. 자연스레 영화는 관객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다만 관객수 증가폭과 달리 관람객 평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일례로 ‘빅토리’는 개봉 직후부터 4주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CGV 골든에그지수 96~99%(100% 만점)를 기록하며 동시기 개봉작 중 가장 높은 점수(콘서트 실황 영화 제외)를 유지하고 있다.부진한 성적에 누구보다 속상한 건 작품에 참여한 이들이었다. 특히 출발 당시부터 ‘빅토리’에 무한 애정을 드러냈던 주연 배우 이혜리의 아쉬움이 컸다.실제 이혜리는 개봉 일주일째 개인 SNS에 “생각보다 빨리 마지막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끝에 끝까지 이 마음을 보답하고 한 명 한 명 붙잡고 인사할 거다. 너무 소중한 마음을 나눠줘서 고마웠다. 덕분에 무너지지 않았다”고 눈물의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 희망을 갖고 내일을 시작할 것”이라는 다짐을 덧붙였다.약속대로 이혜리는 지치지 않고 다시 홍보에 돌입했다. 공식 일정 소화를 넘어 자체적으로 ‘빅토리’ 홍보 스케줄을 늘려갔다. 그는 공식 일정 종료 후에도 유튜브 웹 예능 및 라디오 게스트 출연, SNS 게시물 업로드 등을 소화했고, 게릴라 무대인사, 사인지 증정이나 사진 촬영과 같은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통상 주연 배우들은 공식 홍보 일정도 버거워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책임감의 문제라기 보다는 할애해야 할 시간이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니 이혜리처럼 공식 일정 외 추가 홍보 활동은 그야말로 전례 없는 일이다. 더욱이 이혜리는 현재 드라마 ‘선의의 경쟁’ 촬영에 한창이다. 소속사에 따르면 그의 영화 홍보는 드라마 촬영 사이사이 틈이 날 때마다 이뤄지고 있다.이혜리의 진심은 관객에게도 닿았다. 그의 홍보 비하인드가 각종 SNS,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대중의 감수성 혹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미 증명된 작품에 이혜리의 열혈 홍보까지 입소문을 타면서 ‘빅토리’를 관람하는 이들은 늘어났고, 이는 박스오피스 순위 역주행을 만들었다. 일간 7~8위에 머물던 ‘빅토리’는 지난 2일 5위로 뛰어올랐고, 3일에는 4위까지 뛰어올랐다.지난 5일에는 40만 관객 돌파에도 성공했다. 단순 수치로는 큰 숫자가 아니지만, 현재 극장가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 ‘빅토리’와 동시기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대부분 차트 아웃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영화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좌석판매율 역시 약 10%에 달한다. 이혜리 역시 이 같은 움직임을 모를 리 없다. 그는 영화가 박스오피스 역주행을 시작한 다음 날 일간스포츠에 “‘빅토리’가 역주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며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이어 “‘빅토리’를 더 많은 분이 함께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과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팬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게릴라 이벤트를) 시작하게 된 거였다. 근데 하다 보니 오히려 관객들을 만나면서 제가 더 응원받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아울러 이혜리는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만날 관객들과의 만남이 더 기다려지게 됐다”며 ‘빅토리’를 향한 관심과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9.09 06:15
영화

제29회 BIFF “강동원 OTT 개막작·RM 다큐멘터리” 시류 맞춘 다양성 늘려 [종합]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내홍을 딛고 시류에 맞춘 풍성한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한다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박광수 이사장, 박도신 집행위원장(직무대행),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김영덕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위원장이 참석해 올해 영화제 기확방향과 개·폐막작을 비롯해 섹션별 선정작, 주요 행사 등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 박 이사장은 첫 인사로 “지난해 큰 내홍을 겪었다. 그럼에도 부산영화제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 대표적으로 송강호를 비롯해 여러 영화인의 도움을 받아 무사하게 마칠 수 있었다”면서 “지난 6월 이사장으로 선정됐고, 올해는 영화제 전반을 들여다보며 진행할 예정이다. 관객분들을 비롯해 영화인, 해외 게스트 등을 잘 모시고 어려운 시기에 잃어버린 것들을 잘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영화제의 비전을 중요하게 돌아봤다며 “새로운 방식, 예를 들어 AI, OTT 등에 시각을 확장하려고 한다. 영화제 기간 신문 발행도 하고 호텔에서 영화의전당까지 셔틀도 운영할 예정이다. 영화인들이 영화의 전당에서 수시로 만나 의논하고 교류할 수 있게 게스트 라운지도 다시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개막작은 김상만 감독의 ‘전,란’이 선정됐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해 제작 발표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배우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등이 출연하는 사극 대작이다. 넷플릭스가 투자 배급하는 OTT 영화를 선정한 것에 대해 박 집행위원장 대행은 “대중적인 영화라 판단했다. 관객들이 얼마나 즐길지를 고려했다”며 “OTT이기 때문에 선정을 제외시킨 전례는 물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폐막작은 에릭 쿠 감독 영화 ‘영혼의 여행’이 선정됐다. 삶과 죽음에 대해 음악적 요소를 통해 심오하게 다룬 작품으로, 에릭 쿠 감독은 싱가포르인 최초로 칸·베를린·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되며 문화 훈장을 받은 바 있다.아시아영화인상에는 ‘큐어’, ‘회로’의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선정됐다. 이번에 영화제서 ‘뱀의 길’과 ‘클라우드’를 신작으로 선보인다. 또 이번 영화제는 왕빙, 모함마드 라술로프 등 아시아 거장들의 작품을 비롯해, 주요 국제영화제 수상자, 세계 유수 영화제들이 주목한 영화들을 초청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유수 영화제에 소개된 작품이 대다수라는 지적에 대해 남 수석프로그래머는 “진행상 익숙한 내용을 우선 설명한 것뿐 소개가 생략이 된 상태이다. 새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정체성으로, 그에 맞게금 작품들을 선정한 상태다. 뉴커런츠, 한국영화비전, 한국다큐멘터리 경쟁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이 준비되어 있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화제의 인물도 눈길을 끈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의 다큐멘터리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도 공식 초청돼 첫 공개된다. 이는 BTS의 리더 RM의 솔로 앨범 제작기이자 군 입대 전 8개월 간의 사적인 기록을 담은 영화로, 오픈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야외극장에서 상영된다.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을 기리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도 개최된다. 그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를 진행할 계획이며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해 시상을 진행할 예정이다영화에 도입될 미래 기술을 접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올해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서는 마이크로 소프트가 아시아 최초로 부스를 개설해 AI(인공지능) 체험 라운지 등을 운영한다.김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위원장은 “올해 칸 마켓에서 마이크로 소프트가 ‘창작의 주체는 AI가 아닌 당신’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걸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엔 아시아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와 아시아필름마켓 두곳에 부스를 개설한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라운지를 운영하고, 시연함으로써 기술과 콘텐츠의 융합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한편 올해 영화제 공식 초청작은 63개국 224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장 55편으로 전년대비 약 8% 늘어났다. 오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등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총 279편을 상영한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9.03 16:46
영화

[夏극장가 결산] 허리 영화 활약 속 코미디 웃었다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여름 극장도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지난해에 이어 올 여름에도 천만 영화가 탄생하지 못한 가운데 허리 영화의 활약, 코미디 장르의 흥행 등 예년과 다른 새로운 흐름이 포착됐다.올해는 초여름부터 극장가가 들끓었다. 6월 말 하정우 주연의 ‘하이재킹’, 이성민 주연의 ‘핸섬가이즈’가 연이어 관객을 만났고, 7월로 넘어오면서 이제훈, 구교환 주연의 ‘탈출’이 베일을 벗었다. 이어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파일럿’, ‘행복의 나라’, ‘빅토리’ 등이 차례로 걸렸으며, 사이사이 ‘데드풀과 울버린’, ‘에이리언: 로물루스’, ‘트위스터스’ 등 외화도 관객을 찾았다.가장 눈에 띄었던 흐름은 허리 영화의 선전이었다. 통상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에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작품들이 개봉한다. 실제 이런 부류의 영화들이 흥행에도 강했다. 최근 3년 여름 흥행작도 ‘모가디슈’(2021), ‘한산: 용의 출현’(2022), ‘밀수’(2023)로, 약 200억원에 가까운 혹은 이를 웃도는 돈이 투입됐다.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하이재킹’, ‘탈출’을 제외한 대다수 작품이 100억원 안팎의 제작비를 썼다. 흥행에 성공한 작품 또한 중급 영화였다. 한국 영화 기준, 상위 세 작품은 ‘파일럿’, ‘탈주’, ‘핸섬가이즈’로, ‘파일럿’은 총제작비 98억원, 손익분기점 220만명 규모이며, ‘탈주’와 ‘핸섬가이즈’는 각각 순제작비 49억원, 손익분기점 110만명, 순제작비 80억원, 손익분기점 200만명이다.영화진흥위원회는 올여름 극장가 변화를 분석하며 “극장 여름 시즌의 시작인 7월 마지막 주에도 올해는 중급 영화인 ‘파일럿’이 개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가에 나타난 변화의 조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파일럿’, ‘탈주’, ‘핸섬가이즈’의 흥행으로 읽을 수 있는 흐름은 또 있다. 코미디 장르의 강세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이들 세 작품 중 ‘탈주’를 뺀 두 작품의 메인 장르는 코미디다. ‘파일럿’은 여장 남자의 구직기를, ‘핸섬가이즈’는 험악한 외모로 곤경에 빠지는 두 남자의 소동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긴 러닝타임과 복잡한 서사를 꺼리는 관객의 취향 변화 속 다양한 외부 환경이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다.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이미 올 초 ‘파묘’, ‘서울의 봄’ 등 진지하고 사회적 의미가 강한 영화들이 흥행하기도 했고, 찜통더위까지 계속되면서 관객들이 편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게 되지 않았나 한다”며 “전반적으로 즐거움을 주고 사회적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떨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외화 강세 역시 올여름 극장가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다. 지난달 가장 많은 관객을 만난 작품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라는 것이 방증이다. 이 영화는 7월 한 달간 276만 7299명을 동원, 누적관객수는 877만 6625명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 3위에 랭크됐다. 이 외에도 ‘데드풀과 울버린’, ‘슈퍼배드4’ 등도 관객들을 만나며 7월 외화 매출액 및 관객수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8월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광복절 특수를 맞아 국내외 기대작 네 편이 대거 개봉하며 ‘여름 대전 속 대전’을 펼친 결과,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최종 승자가 됐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취향을 많이 타는 SF공포 영화라는 허들에도 불구, 개봉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흥행 질주를 이어갔다.다만 일각에서는 할리우드 영화라서가 아닌, 가볍게 즐길 영화라는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정지욱 평론가는 “외화 강세도 코미디 장르 흥행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며 “실제로 올여름 흥행에 성공한 외화를 살펴보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보다는 상업적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많다. 결국에는 통쾌하고 즐거운 영화가 선택받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8.27 06:03
영화

[IS리뷰]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것도 용기지만

‘한국이 싫어서’ 떠난다면 지금보다 행복할까. 여름의 끝에 곱씹어 볼 영화가 극장가를 찾는다.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동시대 한국을 살아가는 20대 후반 직장인 여성의 ‘헬조선’ 탈출기다. 지난 2015년 출간된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한여름의 판타지아’,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장건재 감독이 각색해 연출했다. 주인공 계나 역은 배우 고아성이 맡아 주목받았으며 지난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영화는 계나의 덤덤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한국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 못 살겠어서”라고 말하며 인천부터 강남까지 왕복 4시간 출근길과 회사의 부품이 된 듯한 하루 일과, 칼바람이 드는 낡은 연립주택까지 서늘한 톤으로 그려진다. 그 속의 지친 계나의 모습은 관객 대다수에게 익숙한 풍경으로 다가간다.너무나 일상적이라 ‘한국적인’ 모습들이 연속된다. 때론 불의보다 앞서는 ‘정’이나, 상사가 점심 메뉴를 통일시키고, 취직 후 결혼이 기다리는 쳇바퀴 같은 정상궤도 말이다. 계나는 자신이 마치 혼자 잘못된 방향으로 도망치는 가젤 같다고 생각한다. 한계에 달한 그는 그래도 살아보자고 한국을 탈출해 따뜻한 뉴질랜드 유학 이민을 실행에 옮긴다. 작품은 시계열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편집으로 과거와 현재, 한국과 뉴질랜드를 교차한다. 계나를 중심으로 한국에 두고 온 7년 사귄 남자친구 지명(김우겸)과 가족, 장수 고시생 대학 동기의 사연과 뉴질랜드에서 만난 재인(주종혁)과 앨리, 유학원 가족과의 만남들이 관객의 숨통을 죄었다 풀었다 한다. 한국은 장 감독의 표현대로 ‘저마다의 지옥’을 품고 살지만 그럼에도 고향이라고, 계나는 낯선 이국에서 새로운 벽들을 만나기도 한다. 문화와 언어의 장벽이기도, 개인적 어려움이기도 하다. 어디서든 녹록지 않은 삶을 살며 계나는 오히려 행복이 과대 평가됐다고 생각한다. 남의 기준에 맞춰 막연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사느니 충분히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여 그를 따라도 된다는 깨달음이다. ‘헬조선’이라는 표현은 원작 ‘한국이 싫어서’가 발간된 그해 부상한 표현이다. 등장 10년을 앞둔 지금이지만, 한국살이는 나아지긴커녕 팬데믹이 전 세계를 할퀴고 요동치는 경제 속에서 더욱 팍팍해졌다. 그 사이 ‘욜로’(한 번뿐인 인생),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같은 여러 행복론들이 스쳤기에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특별하다기보단 누구나 속으로는 알고 있으나 확신이 없는 것들을 상기시키는 것에 가깝다.계나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는 한편, 무턱대고 떠나는 행보를 철없고 비현실적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그래도 그를 연기하는 고아성의 표정만큼은 극에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현실 앞에 숨이 턱 막힌 오늘날 청년의 실감 나는 얼굴로 분노하기도, 해방감을 누리기도, 다시 좌절하기도 하며 관객을 가까이 끌어당긴다. 영화는 어느 곳에서의 삶이 더 낫다고 제시하지는 않는다. 광활히 펼쳐진 뉴질랜드 풍경만큼은 대리만족도 준다. 그러다 계나가 두고 온 한국의 부모님과의 대화, 남자친구 집안과의 불편했던 상견례가 치고 들어오며 큰 한숨도 안긴다.공감의 탈을 쓴 한국 사회 문제 제기는 유효하지만, 계나가 찾은 자신의 행복이 “춥고 배고프지만 않으면”이라는 최소한의 것이기에 뒷맛이 씁쓸하다. 그래서 상영관에 불이 켜지면 답 없는 물음이, 혹은 억울함이 고개를 든다. 왜 절이 싫은 중만 떠날 생각을 해야 하는가. 오는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07분.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8.26 06:20
영화

“신예 맛집”…‘빅토리’ 캐릭터 확실, 충무로 기대주도 한가득 [줌인]

“인물 하나하나 맛집이네.”영화 ‘빅토리’가 개성 넘치는 캐릭터 맛집을 차렸다고 입소문 시동을 걸었다. 이례적인 점은 활약을 펼친 배우 대다수가 파릇파릇한 신예라는 것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빅토리’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마치 걸그룹 같기도 한 ‘밀레니엄 걸즈’의 주축은 ‘응팔 덕선이’에 이어 인생 캐릭터를 만난 배우 이혜리가 맡은 필선이 주축으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라이징 중인 박세완(미나 역), 조아람(세현 역)이 지탱하고 있지만, 다른 6명의 팀원들 역시 태권소녀, 댄스복사기 등 극 중에서 생기있게 그려져 호평받고 있다. 특히 ‘밀레니엄 걸즈’의 매니저 소희(최지수)는 등장부터 필선과 미나를 껌딱지처럼 따라다니는 동생 속성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종말론자라는 엉뚱한 매력의 소희는 극의 중후반, 반전된 분위기 속에서 큰 아픔도 겪으며 관객들의 눈물 버튼을 누른다.남몰래 무대 욕심을 키워온 방송반 순정(백하이)도 사랑스럽다. 결코 끼가 넘친다고 할 수 없지만 노래 믹싱 능력으로 ‘밀레니엄 걸즈’의 뒷심을 담당하는 브레인이다. “S.E.S와 핑클 중 누가 좋나”라는 ‘센 언니’ 필선의 질문에 그의 소지품 카세트테이프를 눈치로 확인하고 “디바요”라고 답하는 센스도 갖췄다. 이 캐릭터들에 숨을 불어넣은 배우들도 자연스레 관심을 받고 있다. 최지수는 ‘농부사관학교2’, ‘나만 욕먹는 연애’ 등 웹드라마를 비롯해 OTT 시리즈인 ‘하이쿠키’와 ‘소년심판’ 등 여러 작품에 조단역으로 출연했다. ‘빅토리’ 오디션 단계에서 지수 캐릭터와 자타공인 1등 싱크로율을 자랑해 발탁됐다. 백하이는 지난 2020년부터 드라마 ‘여신강림’, ‘이미테이션’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으며 ‘빅토리’가 첫 영화다. 오디션 현장에서 나온 디렉팅을 즉석에서 흡수하는 재능을 가진 배우라는 평을 받으며 발탁됐다.그런 한편 ‘밀레니엄 걸즈’의 응원을 받는 축구부 소년들도 인상을 남겼다. 이정하가 연기하는 골키퍼 치형의 미묘한 견제를 받는 에이스 스트라이커 동현 역의 이찬형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찬형은 실제로 20살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더욱 실감 나는 경기 장면을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 ‘경이로운 소문’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이찬형은 지난해 첫 영화 두 편에 이어 ‘빅토리’를 공개하게 됐다. 이처럼 존재감을 빛내는 데 성공한 신예들의 앞으로 활약에도 기대가 모인다. ‘빅토리’는 이혜리, 박세완을 제외하고 모두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박범수 감독은 “캐릭터들이 알록달록하고, 겉으로만 봐도 다양한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캐스팅 주안점을 밝혔다. 치어리딩 연기를 위해 기본적으로 춤을 잘 춰야했으며 얼굴이 겹쳐서도 안 되고 각 캐릭터도 살아야 했기에 사진 배치를 계속 바꿔가면서 팀을 짰다는 설명이다. 박 감독은 “캐릭터와 실제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다고 자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개봉 2주 차에도 실관람지수인 CGV에그지수 96%를 기록 중인 ‘빅토리’는 감성평에서도 개성 있는 캐릭터 칭찬이 자주 목격된다. X(구 트위터)에서는 “이런 감성 좋아하면 꼭 봐”라고 누리꾼들이 몇몇 작품을 언급하며 ‘빅토리’를 추천하고 있다. 그중에는 같은 제작사에서 나온 ‘써니’가 있으며 웹툰, 애니메이션 작품들도 거론된다. 모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얽혀 우정과 성장을 그리는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빅토리는 가족과 성장, 청춘 드라마가 그려지는 복합장르이기에 각 인물이 살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저마다 성격은 다르더라도 응원이 주제이기에 에너제틱한 느낌을 주는 배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혜리와 박세완을 제외하고 신인인데 모두 자연스럽다.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이기에 신인을 발굴하기도 좋은 작품이다. 사실 신인 기용은 제작과 흥행에 있어서는 양날의 검이지만, 출연 배우들의 다음 작품으로 등용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8.23 06:03
연예일반

[빅4특집] ‘탈출’ 제작자 김용화 감독 “소원했던 주변인 떠오를 것”②

연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여름 시장을 맞아 국내 주요 배급사에서도 오랜 시간 공 들여온 알짜배기 작품들을 하나둘 내놓고 있는데요. 주요 배급사의 올여름 극장가를 책임질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영화 ‘국가대표’, ‘신과 함께’ 시리즈를 연출한 ‘쌍천만’ 흥행 감독 김용화가 또 한 번 여름 시장에 돌아왔다. 이번엔 감독이 아닌 제작자 겸 공동 각본가의 롤이다. 그의 신작은 오는 12일 개봉하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짙은 안개 속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이 풀려나면서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블라드스튜디오에서 만난 김 감독은 ‘탈출’을 “주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원안은 (김태곤) 감독님이 가져오셨어요. 그때는 군인에 집중돼 있었는데 내부 회의에서 가족에 무게를 싣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왔죠. 이후 박주석 작가가 초고를 썼고 전 윤색 정도만 도와줬어요. 얼개는 놔두고 맥락이 넘어가는 구간에서 거친 부분을 조금 걷어내고 리듬을 만들고 인물, 장면의 밀도를 높였죠.” 김 감독의 말대로 ‘탈출’은 재난물인 동시에 가족 영화로서 성격이 강하다. 정원(이선균) 부녀를 중심으로 치매 노부부, 골프선수 자매 등의 이야기가 얽혀있다. 중심 감정 역시 가족애, 그중에서도 부성애다.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제작했다는 김 감독은 극 중 정원과 비슷한 또래의 딸을 키우고 있어 더욱 공감됐다고 했다.“대다수가 어떤 중요한 순간에서 그걸 후회하며 못다한 걸 해주려고 하죠. 하지만 그땐 너무 늦고요. 이런 부분을 작품에 투영하려 했고 저 역시 울림이 컸죠. 다만 드러내기보다 설정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동시에 모두 같은 밀도로 가기엔 한계가 있어서 정원의 스토리에 집중했죠.”가족애를 구축하는 캐릭터가 인물만은 아니다. ‘탈출’에는 군견(에코)이란 또 다른 주인공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개를 모티브로 한 크리처를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김 감독은 방향을 바꾼 이유에 대해 “가장 가깝고 친근한 반려동물인 개가 인간의 욕망, 의지에 따라 흉악하게 변했을 때 느끼는 여러 감정, 거기서 오는 아이러니가 클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 동의했다”고 말했다. 에코는 100% VFX(시각특수효과)로 구현됐다. 에코 외에도 조박(주지훈)의 반려견이나 실험실 장면에서 짧게 등장하는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컴퓨터 그래픽이다. 김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시각적으로 봤을 때 ‘개다’ 싶은 건 모두 만들어낸 허구다.“개를 구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과제는 애니메이션이었죠. 생물이다 보니 몸집이나 중력감, 공격할 때 타격감이 다 달라야 했죠. 또 세컨더리 액션(1차 액션에 따라 움직이는 2차 액션)은 애니메이터의 세공인 데다 익숙한 동물일수록 어색한 부분을 쉽게 알아채죠. 그러다 보니 비용의 한계,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샷을 줄여나가면서 완성도를 높였죠. 손댈 수 있는 부분은 끝까지 만졌어요.” 이건 VFX 외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다. ‘탈출’은 긴 후반작업과 끊임없는 편집을 통해 계속해서 완성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러닝타임도 칸국제영화제 출품 버전 대비 약 4분 줄었다. 스펙터클의 전시에 매몰되지 않고 절제된 분량에서 깊이를 추구한 거다. 김 감독은 “주연 비중을 세밀하게 밟았을 때 속도감, 스릴감이 더 살 거로 생각했다”며 “감정적으로 잘 쌓이지 못한 부분을 많이 덜어냈다. 구체적인 설명이 소구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만 보여줘도 충분히 (관객이) 예단한다. 귀결 과정을 간소화하면서 스피디하게 마무리되길 바랐다”고 부연했다. ‘탈출’을 남기고 떠난 고 이선균 이야기도 이어졌다. 두 사람 모두 긴 시간 업계에 몸을 담았지만, 작품으로 만난 건 처음이었다. “선균이는 위기에 몰린 조급함, 긴박함 속 흔들림에 대한 표현력이 되게 좋은 배우죠. 또 배우마다 연기법이 있는데 상황 납득을 위해서 감독과 오래 얘기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해요. 보면서 감독에게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하게 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고인을 떠올리는 김 감독의 얼굴에 일순간 쓸쓸함과 슬픔이 드리웠다. 이선균이 떠난 후 그의 유작을 개봉하기까지 어떻게 지냈느냐는 늦은 안부에 김 감독은 “주위 사람들, 특히 처(妻)가 많은 도움이 됐다. ‘함께 한 시간이 행복했느냐’고 묻더라. 행복했다고 했다. 그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이어진 ‘탈출’의 관전 포인트를 꼽아달라는 요청에도 비슷한 답을 내놨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소중함이다. “누군가는 고리타분하다고 할 수 있지만 ‘탈출’을 보고 나면 삶의 어떤 순간을 관통한 후 소원했던 모두가 소중해질 겁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7.08 05:4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