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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英 최초 외국인 사령탑 에릭손 감독 별세, 축구계 추모 물결…베컴 “당신의 주장이 돼 감사”

스웨덴 출신 사령탑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76세. 영국 축구대표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으로 활약한 그가 별세하자, 축구계에선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영국 매체 BBC에 따르면 에릭손 감독은 26일 세상을 떠났다. 에릭손 감독은 지난 1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남은 수명이 1년 정도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가디언 등 매체에 따르면 에릭손 감독은 이날 아침 자택에서 가족들 앞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에릭손 감독은 지난 1977년 데게르포르스(스웨덴) 지휘봉을 잡은 것을 시작으로 40년 가까이 사령탑으로 활약한 장수 지도자다. 이 기간 벤피카(포르투갈) AS로마·피오렌티나·삼프도리아·라치오(이상 이탈리아) 맨체스터 시티·레스터 시티(이상 잉글랜드) 등 유명 클럽들을 이끌었다. 잉글랜드·멕시코·코트디부아르·필리핀 국가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다.에릭손 감독은 벤피카 시절 리그 우승 3회를 거두며 이름을 날렸고, 라치오에선 리그 우승 1회·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우승 1회 등 다양한 트로피를 품었다. 2000년대엔 ‘축구 종가’ 잉글랜드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 돼 이목을 끌었다. 에릭손 감독은 2001년 처음으로 잉글랜드 지휘봉을 잡은 뒤 2002 한일 월드컵, 2004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6 독일 월드컵 무대를 누볐다. 이 기간 잉글랜드는 모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 기간 에릭손 감독은 베컴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고, 루니의 대표팀 발탁을 이끄는 등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커리어 말년에는 광저우 부리·상하이 상강(이상 중국)을 이끌며 K리그 구단들과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하기도 했다. 이어 필리핀 대표팀을 이끈 당시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만나 승리를 거둔 기억도 있다.에릭손 감독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잉글랜드 축구계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베컴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에릭손 감독과 함께한 영상을 게시했다. 이어 “우리는 웃고, 울었다. 작별인사를 하려는 걸 알았다. 항상 당신의 모습 그대로 열정적이고, 배려심 있고, 차분한 진정한 신사가 돼줘서 고맙다”며 “나는 항상 당신의 주장으로 만들어준 것에 대해 감사할 것이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과 함께 이날의 마지막 기억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고 인사를 전했다.루니 역시 같은 날 “정말 특별하신 분”이라며 “나를 도와주고 지도한 모든 기억에 감사한다”라고 적었다.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케인은 BBC를 통해 “그와 함께한 많은 사람이 그를 얼마나 존경하고 좋아했는지 안다”며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그의 사망 소식에 슬프다. 에릭손 감독은 위대한 혁신가이자, 아름다운 경기의 진정한 대표였다”라고 애도 메시지를 더 했다.벤피카 구단은 “에릭손 감독의 흔적은 시대를 앞선 코치이자 혁명자의 흔적이었다”며 “에릭손 감독의 이름은 벤피카 팬들을 하나로 묶어 결코 잊혀지지 않을 이름”이라고 칭송했다.김우중 기자 2024.08.27 08:20
산업

2023년 뜨겁게 달군 '재계 총수들의 말말말'

대기업 수장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는 기업집단과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변화 속에서 꺼내든 총수들의 단어들은 가벼운 농으로 둘러쌌지만 그 무게감만큼은 남달랐다. 2023년 재계를 뜨겁게 달군 ‘총수들의 말말말’을 짚어봤다. 이재용·정의선 경쟁사 언급하며 채찍질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의 1호 영업사원’으로 국내외 무대를 누볐다. 특히 취재진을 향해 캐논과 아이폰 등 경쟁사 제품들을 직설적으로 언급하며 홍보 최전선에서 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던 그는 ‘한국의 밤’ 행사에서 취재진을 보고서 “내가 직업병이 있어서 그러는데, 나를 찍는 사진이 다 캐논만 있네요”라는 농담을 건넸다. 삼성의 카메라도 좋은데 취재진이 대체로 경쟁사 캐논 제품을 쓴다는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이어 그는 “아부다비에서 취재진을 오랜만에 봤는데 다 캐논 카메라만 사용하고 있어서 물어봤다”며 “동영상이 안 돼서 캐논만 쓴다고 하더러”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삼성의 스마트폰인 갤럭시가 아닌 ‘아이폰’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이 회장은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냐”고 물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 회장은 ‘1호 영업사원’인 만큼 삼성 제품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나타내곤 한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기자들에게 종종 “갤럭시를 쓰면 인터뷰를 할 텐데”라는 농을 던진 일화는 유명하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월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뜬금없이 ‘전자회사와의 경쟁’을 선포했다. 현대차그룹의 도전정신 DNA를 강조한 그는 치밀하고 꼼꼼함을 첨가해야 한다며 전자회사를 언급했다. 그는 “200~300개가량 들어가는 반도체가 레벨4 자율주행에서는 2000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제조회사지만, 전자회사보다 치밀하고 꼼꼼해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우리 기업문화에 전자회사의 치밀하고 꼼꼼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변화를 멈춘 문화는 쉽게 오염되고 깨어지기 마련”이라며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을 강조하며 채찍질을 가했다.그는 지난 7월 하반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80여명의 계열사 사장들에게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하지 말고 현재 환경에 부합하는 성공 방식을 만들어라”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을 예로 들며 “입단 1, 2년차의 신인 선수를 실력만 보고 중용한 롯데 자이언츠처럼 필요한 인재를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로 발탁해 사업을 잘 진행시켜 달라”고 덧붙였다. 재치 있는 언변으로 호응 유도한 최태원·구광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의 부상을 언어유희로 승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테니스를 치다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입은 그는 왼쪽 다리에 통깁스를 해야 했다. 깁스 상태로 그달 파리에서 열린 BIE 4차 경쟁 PT에 목발을 짚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PT 리셉션에서 건배사로 '행운을 빈다'는 뜻이 담긴 ‘브레이크 어 레그(Break a leg)’를 외치면서 “제가 파리로 오기 전 실제로 다리가 부러진 것이 세계엑스포 유치 준비를 하는 부산에는 행운을 의미한다고 믿는다”라고 말해 호응을 얻어냈다. 그리고 연말 인사를 통해 드러난 SK그룹의 세대교체를 중국 명나라의 격언집을 인용해 "장강의 앞 물결은 뒷 물결에 항상 밀려갑니다. 언젠가는 저도 앞 물결이 됩니다"라고 재치 있게 표현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우승의 기운을 고취시켰다. 11월 한국시리즈 1차전과 4, 5차전을 직관하며 LG 트윈스 선수단에 힘을 실어준 그는 ‘세계 최고’라는 표현을 쓰는 등 가슴 뭉클한 축하 멘트를 던졌다. 그는 “세계 최고의 무적 LG팬 여러분,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드디어 우승했습니다”며 “2023년 챔피언은 LG 트윈스다. 무적 LG 파이팅”을 외쳐 팬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러자 잠실구장에는 ‘구!광!모!’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LG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 등 화끈한 우승 할인 이벤트를 펼치며 성원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조 단위를 한참 뛰어넘는 ‘3경원’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으로 사기 진작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3’에서 데뷔전을 치른 그는 바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바다 사업의 잠재가치는 3경원이 넘는다”며 “HD현대는 이를 개척해 수익화하는 ‘근본적 대전환’의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2.29 07:00
프로야구

'문상철 9회 2사 후 결승타' KT 1차전 기선제압, LG 7667일만의 KS 패배

KT 위즈가 9회 초 2사 후 문상철의 결승타에 힘입어 정규시즌 우승팀 LG 트윈스를 꺾고 기선을 제압했다. KT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7전 4승제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홈 팀 LG를 3-2로 물리쳤다. 2-2로 팽팽하게 맞선 9회 초 2사 1루에서 문상철이 상대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결승 2루타를 터뜨렸다. KT는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이번 포스트시즌(PS) 4연승을 달렸다. 정규시즌 2위 KT는 이날 승리로 우승 확률 74.4%를 차지했다. 역대 KS에서 1차전 승리 팀은 39번 중 29차례 정상에 올랐다. 반면 LG는 2002년 11월 10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S 6차전(9-10 패) 이후 그토록 기다렸던 7667일 만의 한국시리즈를 접전 끝에 졌다. 이날 잠실구장은 LG를 응원하는 유광 점퍼와 노란 손수건 물결로 가득 찼다. 3루측 원정 응원석 일부를 제외하고 LG 팬들이 잠실구장을 점령했다. 1차전은 매진(2만3750석)을 이뤘다. 그러나 LG는 팬들의 응원에 승리로 보답하지 못했다.KT는 선발 투수 고영표가 6이닝 7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올 정규시즌 LG를 상대로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으나 플레이오프에 이어 다시 한번 가을 무대서 잘 던졌다. 필승조 손동현(2이닝)과 박영현(1이닝)은 남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선 장성우가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쳤다. 배정대는 안타 1개 포함 볼넷 2개로 세 차례나 출루했다. 선취점은 KT의 몫이었다. 1회 초 리드오프 김상수가 3볼에서 스트라이크 하나를 골라낸 뒤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후속 황재균 타석에서 김상수가 2루 도루를 감행했고, 포수 송구가 외야로 빠지면서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황재균의 내야 땅볼 때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LG는 곧바로 반격했다. 1회 1사 후 박해민과 김현수의 연속 안타로 1사 1, 3루를 만든 뒤 오스틴 딘의 2루수 앞 땅볼 때 KT 박경수의 실책으로 동점에 성공했다. 박경수가 한 차례 공을 놓친 뒤 글러브 토스를 했지만 이번엔 유격수 김상수가 잡지 못해 타자와 주자 모두 세이프가 됐다. 이어 오지환의 안타 때 1사 만루가 이어졌고, 문보경의 희생 플라이에 힘입어 2-1로 역전했다. KT는 2회 황금 찬스를 놓쳤다. 선두타자 장성우가 평범한 3루 땅볼을 쳤지만, LG 문보경의 포구 실책으로 진루했다. 이어 배정대의 안타로 무사 1, 2루 찬스가 이어졌다. 이강철 KT 감독은 문상철 타석에서 초구 희생 번트 작전을 펼쳤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19년 만의 트리플 플레이 희생양이 됐다. 문상철의 번트가 포수 박동원 바로 앞에 떨어져 3루로 향한 장성우가 포스 아웃된 뒤 문상철 역시 1루에서 아웃됐다. 이어 1루에서 2루로 진루한 배정대가 3루를 노리다가 1루 커버를 들어온 신민재 의 3루 송구에 태그 아웃됐다. LG는 모든 야수들이 달려 나와 포효했다. 이어진 2회 말 2사 1, 2루 찬스는 놓쳤다. 3회는 양 팀 모두 나란히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KT는 4회 초 황재균과 앤서니 알포드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 찬스에서 4번 타자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후 장성우의 우중간 안타 때 황재균이 동점 득점을 기록했다. 이때 LG 오지환의 홈 송구가 백네트 쪽으로 빠졌고, 3루를 돈 알포드가 잠시 주춤했다. 이때 홈 플레이트를 백업한 켈리가 박동원에게 던진 송구마저 옆으로 빠지자 그제야 알포드가 홈으로 질주했다. 그러나 알포드는 홈에서 오스틴 딘에게 태그 아웃됐고, 장성우는 2루까지 진루했다. LG는 4회 말 1사 1루(문성주) 신민재 타석에서 런앤히트 작전을 펼쳤다. 유격수와 3루수간 벌어진 틈으로 신민재의 타구가 외야로 빠져나가 1사 1, 3루가 됐다. 홍창기의 내야 땅볼-박해민의 삼진으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5회 말 2사 2, 3루 찬스를 놓친 LG는 6회 초 수비에서 1사 후 황재균의 중전 안타성 타구 때 신민재, 알포드의 좌익수 방면 깊숙한 타구 때 문성주의 호수비로 분위기를 올렸다. KT는 7회 초 1사 후 장성우가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그러자 LG 벤치는 투구 수 켈리를 교체하고 이정용으로 교체했다. 배정대가 볼넷을 골라 1사 1, 2루가 이어졌고 문상철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강철 감독은 박경수 타석에서 대타 카드를 꺼냈다. 김민혁이 우전 안타를 쳐 대타 작전이 통했으나, 걸음이 느린 2루 주자 장성우가 홈을 파고 들다 태그 아웃됐다. KT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경기 후반에는 불펜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KT는 손동현이 7~8회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LG는 포스트시즌에 강한 케이시 켈리가 6과 3분의 1이닝 4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기록하고 내려간 뒤 이정용과 함덕주가 실점 없이 8회까지 던졌다. LG는 9회 초 마무리 고우석을 내보냈다. 2사 후 KT 배정대가 끈질긴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이어 문상철이 2사 1루에서 극적인 2루타로 3-2로 앞서갔고, 이는 결승점이었다. LG는 9회 말 등판한 박영현 공략에 실패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잠실=이형석 기자 2023.11.07 21:44
해외축구

세계가 인정한 ‘KIM’, 2023 발롱도르서 수비수 중 최고 순위로 우뚝

‘철기둥’ 김민재가 2023년 발롱도르에서 22위를 기록했다. 이는 30인에 오른 수비수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가 김민재의 지난 시즌 활약에 주목한 모양새다.프랑스 매체 프랑스 풋볼이 주관하는 2023년 발롱도르 시상식이 31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통산 67번째 발롱도르 시상식이기도 하다. 1956년 처음으로 수상자를 선정한 발롱도르 시상식은 한 해 동안 최고 활약을 펼친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축구 선수에게 가장 큰 위업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명예로운 상으로 꼽힌다.김민재는 지난달 초 2023 발롱도르 후보 3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아시아 출신 수비수로는 처음 있는 일. 한국 선수로 한정한다면 5번째 사례였다. 지난 2002년 설기현(안더레흐트) 2005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19년·2022년 손흥민(토트넘)이 이름을 올렸다. 최고 순위는 ‘주장’ 손흥민이 2022년 기록한 11위였다. 첫 득표 역시 손흥민이 기록했는데, 2019년 최종 22위를 기록한 바 있다.김민재의 포함 소식이 의미 있는 건 30인 명단 중 수비수는 단 3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민재는 후벵 디아스·요슈코 그바르디올(이상 맨체스터 시티)과 함께 유일한 수비수로 30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디아스는 맨시티 소속으로 지난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포함 유러피언 트레블(3관왕)에 성공했다. 그는 공식전 43경기 나서며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포르투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시즌 중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8강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그바르디올은 지난 시즌 라이프치히(독일) 소속으로 활약, 공식전 41경기 3골을 기록했다. 리그에선 3위를 기록했고, 독일의 FA컵 격인 DFB-포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UCL에선 16강 진출을 견인했다. 하이라이트는 카타르 월드컵이었다. 크로아티아 핵심 수비수로 활약한 그는 전 경기 풀타임 나서며 대회를 3위로 마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왼발을 주로 쓰고,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그는 2023~24시즌을 앞두고 맨시티 유니폼을 입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김민재 역시 개인 활약과 클럽, 국가대표 성적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7월 SSC나폴리(이탈리아)에 합류하며 커리어 처음으로 유럽 5대 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튀르키예에서 단 1년밖에 활약하지 않아 세리에 A에서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심지어 김민재는 나폴리의 오랜 기간 핵심 수비수로 활약한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영입된 상태였다. 현지 팬들은 담배 브랜드인 ‘KIM’을 인용해 “KIM, 세 갑에 10유로(약 1만4000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구단의 결정을 비난하기도 했다.하지만 김민재는 실력으로 비난을 환호로 바꿨다. 그는 입단 두 달 만에 이달의 선수상(9월)을 차지했으며, 시즌 내내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다. 팀 내 필드 플레이어 중 3번째로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공식전 기록은 45경기 2골 2도움이다.2022~23시즌 나폴리는 2022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놀라운 페이스로 승점을 쌓으며 일찌감치 리그 우승을 예약했다. 리그에서의 첫 패배는 16라운드에서 나왔을 정도였다. UCL에서도 순항했다. 나폴리는 A조에서 리버풀(잉글랜드) 아약스(네덜란드) 레인저스(스코틀랜드)와 격돌했는데, 5승 1패를 기록하며 당당히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나폴리는 이어 프랑크푸르트(독일)를 합계 5-0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구단 역사상 최초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UEFA는 나폴리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김민재와의 인터뷰를 전하며 그를 조명했다. UEFA는 김민재를 ‘현재 유럽 최고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이라 소개했고, 그의 별명인 ‘괴물’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뤘다.나폴리는 UCL 8강에서 AC밀란(이탈리아)에 패하며 잠시 제동이 걸렸지만, 리그에서 꾸준히 승점을 쌓아 결국 33년 만에 스쿠데토(세리에 A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이는 故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한 1989~90시즌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폴리 시내는 하늘색 물결로 가득 찼고, 팬들은 그를 향해 연일 “KIM”을 외쳤다. 김민재는 2022~23시즌 말 사무국이 선정한 세리에 A 최우수 수비수상 후보에서도 조바니 디 로렌초, 테오 에르난데스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후보군 중 유일하게 중앙 수비수인 그는 당당히 최우수 수비수상을 받았다. 2022~23시즌 세리에 A 베스트 팀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활약을 인정받았다.김민재가 2022~23시즌 보여준 뛰어난 활약상에, 빅클럽들이 연일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시즌 말미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시티가 차기 행선지로 꼽혔다. 당초 ‘김민재 영입 레이스’에서 앞서간 건 맨유였다. 맨유는 시즌 중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라파엘 바란 외 꾸준한 활약을 펼친 수비수가 없었다. 두 선수도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일이 많았다. 영국 현지에선 7월 1일 맨유에 합류한다는 보도까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맨유는 구단 인수 협상 문제로 이적시장 활동이 더뎠다. 여러 포지션을 동시에 보강하고 있어 온전히 김민재 영입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마침 맨시티 역시 소속 선수 재계약은 물론, 그바르디올 등 여러 후보군과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김민재 영입 레이스에서 뒤처졌다.새롭게 등장한 것이 뮌헨이었다. 뮌헨은 지난 2022~23시즌 공·수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공격진에선 에릭 막심 추포 모팅 외 믿음직한 선수가 없었고, 수비에선 다요 우파메카노가 점점 부진했다. 특히 UCL 8강 맨시티와의 대결에서 수비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1차전에서 선발 출전한 우파메카노는 연이은 수비 실책으로 패배의 원흉이 됐다. 1차전을 내준 뮌헨은 이를 만회하지 못하고 8강에서 짐을 싸야 했다.결국 김민재 레이스의 최종 승자는 뮌헨이었다. 뮌헨의 정성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김민재는 7월 중순까지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훈련소에 입소한 상태였는데, 뮌헨은 메디컬테스트를 위해 의료진을 한국에 파견하는 등 정성을 보였다. 지난 7월 19일 뮌헨은 “나폴리로부터 김민재를 공식 영입했다. 구단은 그와 2028년 6월 30일까지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메디컬테스트 장면을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구단이 공개한 4분 남짓한 영상에는 뮌헨 의료진이 한국으로 향하는 장면이 담겼다. 마곡대교, 노래방 등 한국 현지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이어 김민재가 서울 한 병원에서 메디컬테스트를 받는 장면이 이어졌다. 김민재는 구단 관계자와 함께 가벼운 독일어를 배우고, 곧바로 뮌헨의 상,하의 유니폼을 전달받았다. 끝으로 그는 독일어로 인사를 전한 뒤, 한국식 손하트를 선보이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분데스리가 사무국도 김민재의 입성을 환영했다. 당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민재, 뮌헨의 새로운 수비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과 함께 그를 조명했다. 분데스리가는 김민재에 대해 “조제 모리뉴 감독과 유럽의 빅 클럽들이 가장 탐낸 수비수”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2022~23시즌 세리에 A 나폴리에서 35경기 출전하며 33년 만의 우승을 이끌었다. 김민재는 시즌 내내 5번밖에 드리블을 내주지 않았으며, 모든 대회에서 91%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유럽 5대 리그 소속 선수 중 그보다 많이 전진 패스(1057회)를 시도한 선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이어 분데스리가는 김민재와 유사한 플레이를 펼친 선수로 야프 스탐을 언급했다. 스탐은 1990년대 후반 라치오·맨체스터 유나이티드·AC밀란 등에서 활약한 정상급 중앙 수비수다. 특히 1989~99시즌 맨유 소속으로 유러피언 트레블을 이뤄내기도 했다. 분데스리가는 “많은 태클에 성공한 김민재는 나폴리 팬들 사이에서 ‘괴물’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국가대표인 그는 놀라운 수비 위치 선정과, 몸싸움에 능하고 발재간이 뛰어나다. 마치 과거 네덜란드의 스탐과 닮은 점이 있다”고 조명했다. 끝으로 분데스리가는 김민재에 대한 축구인들의 평가를 덧붙이기도 했다. 먼저 모리뉴는 “토트넘 시절, 그와 계약하고 싶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 그의 레벨을 봐라. 톱 플레이어다”고 말했다. 이어 루치아노 스팔레티 전 나폴리 감독은 “그는 경기당 최소 20번의 놀라운 일을 해낸다. 그는 공을 몰고 5초 안에 상대편 박스까지 뛸 수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도 ‘김민재 바라기’였다. 투헬 감독은 지난 8월 개막을 앞두고 사무국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표현, 태도, 경기 모든 면에서 침착하고 솔직하다. 패스는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패스다. 첫 터치는 컨트롤, 두 번째 터치는 패스다. 너무 튀지도, 느리지도, 세지도 않다. 이는 빌드업 플레이어에게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훈련돼 있고, 친근하며, 겸손하고 명확하다.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실제로 김민재는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뒤 독일로 향해 뮌헨 선수단과 코치진을 마주했다. 훈련 첫날부터 영어로 선수들과 대화를 이어간 그는 훈련장을 찾아와 준 팬들에게 팬서비스하며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당시 투헬 감독이 김민재와 처음 만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꼭 껴안고 거듭 인사를 건네더니 뺨을 만지더니 볼에 입을 맞추려는 제스처까지 했다. 투헬 감독은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이곳을 사랑하게 될 거라고 내가 약속한다”며 그를 격려했다.김민재는 프리시즌부터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리며 입지를 넓혀갔다. 첫 경기인 라이프치히와의 슈퍼컵 결승전에선 교체 투입됐지만, 이후에는 컵대회를 제외한 모든 공식전에서 선발 출전하며 굳건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당초 파트너로 낙점된 마타이스 데 리흐트는 부상 여파로 복귀가 늦어졌고, 그동안 합을 맞춘 다요 우파메카노는 햄스트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김민재만이 쉴 틈 없이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위기가 없던 건 아니었다. 특히 독일의 전설 로타어 마테우스는 김민재에 대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비난하려는 거는 아니지만, 이탈리아에서의 명성을 바탕으로 내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다. 분데스리가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라고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다소 의아한 지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해당 발언이 나온 10월 초 뮌헨은 공식전 9경기 6승 2무 1패를 기록하는 동안 28득점 12실점으로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다시 한번 실력으로 우려를 씻어냈다. 특히 지난 23일 마인츠와의 분데스리가 8라운드에선 102개의 패스를 100% 성공하며 이목을 끌었고, 갈라타사라이와의 UCL 경기, 다름슈타트와의 리그 경기에서도 맹활약하며 승리를 함께했다.화려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민재는 발롱도르서 22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방점을 찍었다. 발롱도르 30인 명단에서 함께 이름을 올린 수비수 디아스는 30위, 그바르디올은 25위였다. 김민재가 향후 더 높은 순위를 노릴 수 있을지가 팬들의 관심 요소다.김우중 기자 2023.10.31 10:00
산업

'위기감 팽배' 제약업계, 새로운 경영진으로 돌파구 모색

제약·바이오 업계는 코로나19 시기에 가장 큰 주목을 끌었지만 최근 분위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각광받고 있지만 투자 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돼 위기감이 팽배하다. 주요 제약·바이오주로 구성된 한국거래소의 KRX헬스케어지수가 2021년 5500선에서 현재 2500대 선까지 주저앉았다. 제약업계는 이런 위기의식 속에서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경영 리더십’을 앞세워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연구개발(R&D)을 확장하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R&D의 선두주자인 한미약품이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은 ‘2세대 경영진’이라 할 수 있는 우종수 전 대표가 올해 물러나면서 변화의 물결을 맞이했다. 우 전 대표는 이관순, 권세창 고문과 함께 한미약품을 신약 개발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권세창 고문에 이어 올해 우종수 대표도 경영 일선에서 내려오면서 ‘3세대 경영진 시대’를 열게 됐다. 한미약품 제조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재현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1993년 한미약품 제제연구센터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던 그는 의약품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및 생산 총괄 등 직무를 수행해왔다. 그동안 신약 개발에 주력해왔던 인물인 만큼 새로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미약품이 신약개발 분야의 성과가 크지 않았고 예전에 비해 민첩함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런 점이 경영진의 세대교체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미약품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경영진과 사내이사를 대거 교체했다. 박재현 대표이사를 비롯해 서귀현 R&D센터장,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이 새로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경영 리더십을 내세우게 됐다”며 “우종수 대표가 사임함에 따라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쇄신과 세대교체를 통해 한미의 창조와 혁신, 도전 정신을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겠다”고 했다. GC녹십자의 핵심 계열사로 떠오른 GC셀도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GC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 출신인 제임스 박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학사와 컬럼비아대 산업공학 석사를 거친 그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와 BMS 출신이다. GC셀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제임스 박을 데려왔다. 또 미국 바이오텍 창업 경험이 있는 김호원 CSO(최고과학담당임원)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2023년은 회사의 지속성장을 결정짓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경영진을 필두로 강력한 실행 지침을 통해 성장 중심의 경영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창출 중심의 조직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GC녹십자랩셀과 GC녹십자셀의 합병으로 탄생한 GC셀은 면역세포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과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R&D 투자 확대를 통해 파이프라인과 플랫폼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GC셀은 글로벌 톱티어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일양약품도 오너가 3세인 정유석 사장이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인 김동연 전 대표이사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정유석 사장은 창업주 정형식 명예회장의 장손이고, 정도언 회장의 장남이다. 2006년 일양약품 마케팅 과장으로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했고,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그는 4.08% 지분으로 정도언 회장(21.84%)에 이은 일양약품의 2대 대주주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4.04 07:00
산업

세대교체 물결 속, 한화·SK·롯데 총수 최측근의 입지 변화

지난 3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수장 체제에서의 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 총수 최측근들의 입지 변화는 세대교체 바람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조직 개편 및 쇄신은 미래를 대비하는 오너가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변화이기도 하다. 한화, 후계자 조직 장악·경영 색깔 드러내는 방편 2일 업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금춘수 한화 부회장이 지난 3월을 끝으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화그룹 전문경영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볼 수 있는 금춘수 부회장은 지주사 격인 한화의 사내이사와 지원부문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1978년 한화에 입사한 금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복심이라 할 정도로 오너가를 지척에서 보필해왔다. 2006년 한화그룹의 초대 경영실장을 맡은 그는 그룹 내 주요 보직을 거쳤다. 그는 삼성그룹과의 방위산업·화학부문 빅딜을 주도하는 등 굵직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2018년 경영기획실 해체 이후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해온 그는 김승연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당시 한화 대표이사에 오르며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오너가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금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경영 일선에서 내려왔다. 한화는 각자 대표이사 체제지만 그룹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한화를 대표는 금 부회장과 김동관 부회장 둘이었다. 이번에 금 부회장이 퇴진하면서 사실상 김 부회장의 단독 대표 체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금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지만 지원부문장 역할은 계속 맡을 전망이다. 한화의 관계자는 “금춘수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지만 지원 부문에서 해왔던 업무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후계자 세대교체와 맞물린 인사라고 풀이하고 있다. 초고속 승진으로 지난해 부회장까지 오른 ‘김동관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그동안 김승연 회장이 꾸렸던 조직 라인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한화그룹은 후계자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아버지 세대의 조직라인이 자연스럽게 퇴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면서 김동관 부회장이 후계자 조직을 서서히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후계자의 승진 속도를 보면 오너가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며 “기존 조직라인이 그대로 있으면 조직을 장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제 자신의 경영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신의 사람들을 내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SK·롯데, 조직 쇄신과 재정비로 구도 변화 SK그룹에도 변화가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SK텔레콤 미등기 임원과 SK스퀘어 대표이사직에서 퇴임한 것이다. 사실 박정호 부회장은 그동안 최태원 회장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인수합병 전문가인 그는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연합’의 수장으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지난 2021년부터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스퀘어의 부회장으로 활동해온 그는 막강한 파워를 지니며 ‘2인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SK텔레콤 미등기 임원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SK스퀘어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나며 이제 SK하이닉스만 집중하게 됐다. ‘반도체 한파’ 속에 SK하이닉스에 집중하라는 전략적 인사라고 볼 수 있지만 SK그룹의 힘의 재분배로도 풀이할 수 있다. 지난해 오너가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다시 경영에 복귀한 만큼 보폭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최재원 부회장은 ‘글로벌 배터리’ 1위를 선언하는 등 SK온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룹 내 입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재원 부회장의 경영 복귀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이번의 조직 개편은 대외적으로 힘의 분산이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지속적인 조직 쇄신 분위기 속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송용덕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1979년 호텔롯데의 원년 멤버이기도 한 그는 2020년 롯데지주 대표 이사 부회장을 맡는 등 신동빈 회장을 지척에서 모셨다. 그러나 후계자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부각되는 등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용퇴’를 결정했다. 공식 퇴임식도 가졌던 그는 현재 고문으로 물러난 상황이다. 지속적인 인적 쇄신을 강조하고 있는 롯데는 외부 인재 수혈과 조직 재정비 등으로 돌파구 마련을 꾀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젊은 리더십과 외부에서 새로운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4.03 07:00
금융·보험·재테크

줄줄이 바뀌는 시중은행장…'새 리더십'에 촉각

시중은행이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연임이 당연시됐던 과거와 다르게 은행을 이끌어갈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고 있어서다. 내년 고물가·고금리에 성장 흐름이 약화할 것이라는 경제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금융권을 이끌 '새 리더십'에 관심이 집중된다. 수장 바뀐 신한·하나은행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계열사 CEO를 추천했다. 자경위는 자회사 대표 후보자를 추천하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다. 이날 신한은행장에는 한용구 신한은행 영업그룹장(부행장)이 내정됐다. 한 내정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가 직접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발탁한 인물로 알려졌다. 한 내정자는 신한은행 퇴직연금사업부 부장, 신한금융지주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신한은행 부행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사 협업체계를 경험하고 자본시장 등 다양한 업권에서 사업추진 및 경영관리 경험을 쌓았다. 이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위기 상황 속에 신한금융이 그를 향후 2년의 살림을 맡길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한 내정자는 신한은행의 영업채널을 총괄해 온 영업그룹장으로서 채널 전략, 여수신 상품, 건전성 관리 등 최근의 은행 현안에 대해서도 폭넓게 이해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굳히기'를 해낼 가능성도 크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한 내정자는 영업현장의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전국 모든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정책 방향성을 설명하고 은행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등 변화를 끌어내는 리더십도 보여준 바 있다"고 했다. 이미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3일 열린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하나은행장을 교체하기로 하고 이승열 현 하나생명보험 사장을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했다. 현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업계의 예상과는 달리 '2+1' 임기를 채우던 관례를 깨게 됐다. 금융권은 이승열 차기 행장의 인사에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자리에 오른 뒤 첫 CEO 인사를 단행했고, 하나은행이 사명에서 'KEB(외환은행)'을 빼면서 나오던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의 반발 심리를 잠재우는 내부 통합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평가다. 특히 외환은행과의 합병으로 외화자산과 부채가 큰 하나금융이 내년 더욱 어려워질 경제 전망에 외환은행 출신이자 하나생명 임기도 채 끝나지 않은 이승열 사장을 데려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승열 차기 행장은 하나금융 그룹재무총괄 부사장(CFO) 출신의 재무통이다. 이에 내년 금융시장에서의 각종 리스크와 큰 변동성 속에서 이승열 차기 행장에게는 내실경영 강화에 초점을 맞춰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교체 가능성 나오는 농협·우리은행 두 은행장 외에도 변화의 물결은 있다. 이미 새 회장이 내정된 NH농협금융지주와 교체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우리금융지주다. NH농협금융 회장에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면서, 그와 손발을 맞출 차기 농협은행장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오는 23일에는 농협금융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계열사 CEO를 내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 회장에 관 출신 인사가 선임되면서 조직 안정성 면에서 올해 말 임기 만료인 권준학 농협은행장 연임 분위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임 사례가 거의 없는 농협은행 관례상 교체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우리금융의 경우에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은행장의 거취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말로, 손 회장이 연임할 경우 교체되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손 회장이 용퇴하면, 이 행장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제로가 아니라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며 "지주 회장이 변화가 있다면 핵심 계열사인 은행 CEO에 손발을 맞출 적임자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제 불황 속 수장이 교체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12.22 07:00
산업

신동빈 '새로운 롯데' 추구...세대교체 바람 송용덕도 퇴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장고 끝에 ‘새로운 롯데’를 향한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알려진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세대교체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롯데는 15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5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동빈 회장은 예년보다 보름 이상 더 숙고의 시간을 가지는 등 뒤늦은 인사를 내며 ‘새로운 롯데’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롯데는 2020년 황각규 전 부회장의 퇴진과 외부 인사 수혈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이번에는 송용덕 부회장까지 변화의 물결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1955년생으로 황각규 전 부회장과 동갑인 송 부회장은 최근까지 신 회장을 지척에서 보필하며 롯데의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인물이다. 35년 이상을 롯데에 몸담은 전형적인 ‘롯데맨’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인사를 앞두고 나홀로 매장을 도는 등 초심으로 돌아가 롯데의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롯데건설발 자금 경색 등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칼날을 뽑아 들었다.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영구적 위기’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택했다. 신 회장은 혁신 가속화를 위한 젊은 리더십을 앞세우고,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며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너가 3세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보는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 5월 첫 임원이 되고 고속승진을 이어가고 있는 신유열 상무는 신사업 분야에서 그룹 내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부 인재 영입도 눈에 띈다.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과 김혜주 현 신한은행 상무를 각각 롯데제과와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특히 롯데그룹의 모기업인 롯데제과 대표이사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며 강력한 혁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창엽 신임 대표는 한국과 북미에서 30년 이상 글로벌 소비재회사에서 근무한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다. 롯데멤버스의 첫 외부 여성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혜주 전무는 금융,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이다. 이훈기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부사장은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와 롯데호텔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의 최고경영자(CEO) 전체 평균 연령은 지난해 58세에서 57세로 젊어졌다. 사장 직급의 경우 3세가량 연령이 낮아졌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2.16 06:55
금융·보험·재테크

'조용병·손병환' 금융권 CEO 세대교체…우리금융 손태승에 쏠리는 눈

연말 금융권에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이 연달아 세대 교체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운명이 판가름날 금융 수장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뿐이다. 연임 가능성이 높았던 두 금융지주 회장이 자리에서 내려오고 금융감독원장이 손 회장을 정조준해 압박하면서, 그의 연임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15일 오전 10시 손 회장 등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에 대한 취소’ 청구 소송의 상고심 선고기일이 열린다. 손 회장은 2020년 3월 5일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금감원의 문책경고를 받았고 이후 서울행정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냈다. 이후 지난해 8월 1심과 올해 7월 항소심에서 손 회장은 모두 승소했다. 이에 업계는 손 회장의 최종 승소를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달 9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내린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문책경고'다. 이 중징계에 대한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손 회장은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즉,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그가 연임에 도전하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이뤄내고 우리금융의 역대 최대 실적을 써내려가는 등 연임의 발판이 이미 충분하다는 게 업계 내 시각이다. 하지만 현재 그의 연임은 순탄치만은 않게 됐다. 먼저 손 회장은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에 대한 취소 청구 소송 등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당국의 중징계를 받아들이기만 할 수도 없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은 최고경영자에 있다'는 금융위의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으로 연임의 기회를 얻는다고 해도, 당국의 지속적인 압박이 부담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0일 손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를 정조준했다. 금융권은 이 원장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언급으로, 손 회장의 연임 의지를 꺾고 있다고 해석했다. 게다가 최근 연이은 금융지주 회장의 세대교체 분위기도 한몫한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면서 줄줄이 '물갈이'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년 더 연임할 것으로 금융권이 무게를 실어 왔으나, 일명 '낙하산 인사'로 윤석열 정부의 관료 출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으로 교체됐다. 이에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용퇴했다. 그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장에서 “용퇴하겠다. 설령 추대한다고 해도 고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조 회장의 용퇴에 일부에서는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는 주변에 “3연임하면 조직 개편에 힘을 쏟겠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조 회장의 뒤로 현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에 금융노조는 "우리금융에 대해 라임펀드 판매를 빌미로 무리한 중징계를 통해 현 회장을 몰아내고 전직 관료를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금융 노조는 성명을 통해 “금융당국의 최고 수장은 ‘현명한 판단’, ‘공정, 투명한 CEO 선임’ 등을 운운하며, 우리금융 CEO 선임에 직접 개입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여왔다”며 “CEO 선임에 관치가 작용한다면, 이는 현 정부가 내세운 국정의 대원칙인 ‘법치’나 ‘시장 자유주의 원칙’마저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에 열릴 예정이며, 손 회장의 연임 혹은 후임이 결정된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12.15 07:00
경제

재벌 오너도 1980년대·MZ세대로…김동관·정기선·이규호 세대교체 주도

재벌 오너가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가 주요 소비자층으로 성장함에 따라 이를 잡기 위해 1980년대생 오너가 3·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그룹의 신사업을 도맡는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판 수소위원회의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서도 그룹의 얼굴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기도 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가 1980년대생 MZ세대 오너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1983년생인 김동관 대표는 지난해 한화솔루션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뒤 경영 승계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받은 김 대표는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 대표가 50%,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각 25% 지분을 가진 한화그룹의 계열사다. 이들 한화 오너가 3세의 경영 승계를 위한 디딤돌이 될 계열사가 바로 한화에너지다. 10월 들어 한화에너지는 지주사 한화 주식을 2.14%(160만2274주) 매수했다. 544억원을 들여 매입한 덕분에 지주사 한화 지분을 7.33%까지 끌어올리게 됐다. 한화는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다. 김승연 회장이 22.65%로 최대주주다. 김동관 대표의 지분은 아직 4.44%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김 대표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 지분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김 대표는 신사업을 주도하며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태양광 솔루션 사업을 맡은 그는 미래산업인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의 수소·우주용 탱크 전문 기업 시마론을 인수하기도 했다. 또 한화그룹이 역점을 두고 있는 우주항공의 조타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 내 우주산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 팀장을 맡았다. 그는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들과 함께 우주로 가는 지름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3세 경영의 닻을 올린 가운데 오너가 3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조종대를 잡았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대표도 1982년생으로 MZ세대다. 지난 12일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사장단 인사에서 정기선 대표는 지주사와 조선 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도로 내정됐다. 정몽준 이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현대중공업은 정기선 대표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오너경영 체제’가 됐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빠르게 대표직에 오르며 3세 경영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신사업에 힘을 주며 현대중공업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수소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도맡고 있고, 그룹의 미래 성장계획인 ‘수소드림 2030로드맵’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각 계열사의 인프라와 기술을 모아 2030년까지 수소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그는 지난달 현대중공업의 상장에도 성공하며 신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확보도 마쳤다. 그는 현대중공업 상장을 통해 최대 1조800억원을 조달해 친환경 신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수소와 AI, 로봇 등 미래 성장동력인 3대 신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그는 지난달 ‘친환경 선박의 퍼스트 무버’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두산인프라코어와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마무리하면 재계 9위에서 7위까지 뛰어오를 전망이다. 정 대표는 “유기적인 밸류체인 구축은 수소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룹 계열사들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과 시너지를 발휘해 수소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에서는 오너가 4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부각되고 있다. 1984년생인 그는 지난달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코오롱그룹의 얼굴로 참석했다. 코오롱그룹의 수소 비전을 발표하는 등 후계자로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는 평이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장남인 이 부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해 지난해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코오롱글로벌에서 자동차 부문을 이끄는 그는 앞으로 수소 등 코오롱그룹의 미래 사업을 총괄하며 경영 승계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글로벌은 풍력발전단지에서 발생하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사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 부사장은 "코오롱은 2000년대 초부터 대한민국 수소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핵심소재 개발과 수소경제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왔다"며 "수소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기 위한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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