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ma2024 ×
검색결과1건
야구

KIA가 꿈꾸던 '행복한 야구 세상'은 실패했다

2015년 3월 25일, KIA는 홈구장에서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TEAM 2020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프로야구에서 이례적으로 구단이 내세운 전략과 비전 제시는 거창했다. 올해가 그 마지막 해인데 지금까지 이룬 성과는 전혀 없다. 구단 내 구성원 간 신뢰나 팬들과의 소통 부문에서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TEAM 2020’을 만든 박한우 대표이사-허영택 단장은 팀을 떠났고, 현재 이화원 대표이사-조계현 단장 체제에서 중장기 발전 4대 추진 전략은 모두 좌초했다. KIA는 당시 '야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한국 야구의 미래와 발전을 이끄는 구단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다짐했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까지 ▲Tomorrow(미래성장동력 창출) ▲Excellence(고객 행복 구현) ▲Ability(최고의 경기력 실현) ▲Management(구단경영능력 강화) 등 4대 추진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구단은 “’Tomorrow'는 타이거즈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인재 양성 및 윤리경영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신뢰받는 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 등이 담겨있다”고 했다. 이번 FA 협상 과정만 봐도 선수와 팬들에게 신뢰받는 구단과의 모습과는 영 동떨어져 있다. FA 시장이 열리고 두 달 넘도록 프랜차이즈 출신인 안치홍-김선빈에게 제대로 된 계약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코너로 몰아넣으려 했다. 외부에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 '웃으며 만났다'고 했지만 속사정은 전혀 달랐다. 지속 가능한 미래, 인재 양성도 공염불에 그쳤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 육성이 이뤄지지 않아 베테랑에 의존했고, 그러다 성적이 추락하자 '강제 리빌딩'을 거치는 중이다. 구단의 내부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현재 주전 야수진의 절반 이상은 FA와 트레이드, 방출 선수 영입으로 구성된 상태다. 지난해 도루왕에 오른 박찬호의 등장 이전에 가장 최근 프랜차이즈 야수 육성은 김선빈, 안치홍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올 시즌 투수진이 새 얼굴이 많이 떠올랐지만, 대부분 군 복무 중에 기량을 급성장된 사례로 구단의 육성은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근시안적 선수단 운영이라 할 수 있다. 우승팀이 이듬해부터 5위→7위로 역대급 추락을 한 성적이 잘 보여준다. 고객(팬)의 최고 행복 구현을 위한 '고객 행복 구현(Excellence)'와, 최고의 경기력을 통해 팬들의 염원을 하나로 모으고 소통과 화합의 구단 문화를 이룩하겠다는 '최고의 경기력 실현(Ability)' 전략 역시 이뤄진게 없다. 임창용 방출과 지난해 11월 코치 재계약 논란 때 상식에서 벗어난 행보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20년 전 돈을 받고 다른 구단에 선수를 넘겼던 KIA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또 다시 방출하고, 몇 년간 동고동락한 코칭스태프는 각 구단 코치 인선이 마무리된 시점에 뒤늦게 방출을 통보했다. 그렇게 맷 윌리엄스 감독을 데려오며 ‘구단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이라고 대대적으로 포장했지만, 메이저리그 현역 시절 약물 복용 의혹을 일으킨 인물이다. 2009년 진행된 명예의 전당 투표(Hall of Fame)에서 1.3%의 저조한 득표율로 한 시즌 만에 자격을 박탈당한 이유다. 이렇게 판을 짜놓고 코칭스태프 인선을 전적으로 주도했다. 선수단 구성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에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뜬금없는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해 9월 2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홈 경기에 5개월 전 물러난 김기태 전 KIA 감독의 송별회를 개최한 것이다. 선수단의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구도의 주도 아래 '철저하게 짜인' 이벤트였다. 시즌 중에 물러난, 그것도 자진해서 사퇴한 감독에게 그해 시즌 도중 KBO 출범 후 38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즌 최종전도 아니고, 특별한 기준 없이 날짜를 잡아 조용하게 열었다. 이왕이면 더 많은 팬 앞에서 개최하는 게 맞지만, 구단도 머쓱했는지 이벤트와 관련된 발표는 없었다. 이날 관중은 6217명으로 시즌 평균보다 3000명 이상 적었다. 자그마한 이벤트를 개최하면서도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와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구단에선 '부정적인 팬들의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구단이 자신 있게 약속한 소통·화합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에는 김기태 감독과 막역지간이던 조계현 단장의 추진, 모 그룹에서 홍보맨으로 근무하다 프런트 최고 책임자로 옮긴 이화원 대표이사의 승인 없인 이뤄질 수 없는 이벤트다. ‘Management’는 구단경영능력의 극대화를 위해 성장 모델을 구축하며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는 전략인데 누가 봐도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는 전혀 없다. KIA는 거창한 비전 선포식을 열었으나 한 차례 맛본 정상에 도취해, 폐쇄적인 기조 속에 고인 물을 전혀 빼내지 않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0.01.16 06: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