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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위치' 이민정 "30살에도 무명이면 그만둔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쩌면 그때가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을 수도 있을 순간이었겠네요.”영화 ‘스위치’ 개봉에 맞춰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이민정. 그는 “‘스위치’처럼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내리고픈 순간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다 운을 뗐다.“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일이 빵빵 잘 풀리지는 않았어요. 어느 날 ‘무도리’라는 영화를 찍는데, 거기가 강원도 평창이었거든요. 그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제가 그 모임 멤버 가운데 한 명이었어요. 이번에 ‘스위치’에 함께 나온 오정세 오빠도 비슷한 역이었고요. 날씨가 너무 추운데 화장실이 30분 거리에 있는 거예요. 계속 사람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장면을 찍는데, 어느 순간 손발이 하얗게 일어났어요. 동상에 걸린 것처럼 간질간질했고요. 대사도 별로 없고 우르르 뛰어다니기만 하는데…. (웃음) 주변에서 봤을 땐 ‘저게 무슨 생고생인가’ 했을 거예요.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역도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스위치’와 다른 건 이민정은 다시 돌아가더라도 일을 포기하는 선택은 하지 않았으리란 점이다. “그때 배우를 그만뒀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 보면 지금 이민정이 사랑하는 것들은 대부분 곁에 남아 있지 않을 터다.“아빠가 어느 날 ‘일 그만둬. 고생 이제 그만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아빠한테 그랬어요. ‘내가 서른이 되기 전까지 세상이 나를 모르면 그만두겠다’고요. 그때 진짜 그만 뒀다면 ‘스위치’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겠죠. 제가 23살에 연극을 했고 25살에 방송, 영화를 처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꽃보다 남자’에 들어가게 된 거죠. 그 작품이 시청률 34%를 기록하고 있을 때요. 서른이 되기 전에 어떤 순간이 제게 찾아왔던 거죠.”‘스위치’는 캐스팅 0순위 천만배우이자 자타공인 최고의 스캔들 메이커인 박강(권상우 분)이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만끽하던 어느 날 마법처럼 인생이 180도 바뀌는 경험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민정은 이 작품에서 박강의 첫사랑이자 촉망받는 예술가인 수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이민정은 제작 보고회에서 “다시 돌아간다면 성공과 사랑 중 어떤 걸 선택하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성공’을 택해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이 때의 일에 대해 묻자 이민정은 “솔직히 돌아가면 조금 더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다. 어릴 때로 가서 그 시절을 조금 더 즐기고 싶다”며 웃음을 보였다.약 10년 만의 영화. 영화는 작품으로 남아 계속 돌려 보게 되는 만큼 좋은 컬렉션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신중했다. 그런 이민정이 ‘스위치’를 선택한 건 자신이 잘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처음에 감독님이 수현 역에 저를 염두에 뒀다고 하시더라고요. 대표님이 대본을 읽고 ‘그냥 너인 줄 알았어’라면서 주셨어요. 대본을 받아서 읽는데 한 번에 읽히더라고요. 저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처음 봤을 때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꼭 나중에도 그 부분이 걸리더라고요. 근데 ‘스위치’는 그런 게 없었어요. 물 흐르듯이 읽혔으니까요.”실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점도 이민정이 ‘스위치’를 선택한 이유다. ‘스위치’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박강과 가정을 꾸리고 사는 평범한 주부인 수현이다. 이민정은 “실제 집에서 찍는 것처럼 촬영이 편안했다”고 이야기했다.“아무리 세트를 잘 만들어뒀다고 해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세트라는 게 티가 날 때가 많거든요. 근데 ‘스위치’를 찍으면서는 진짜 집에 있는 것처럼 밥 먹고, 슬리퍼 끌고 다니고 자고, 그러다 일어나서 애들이랑 놀고 그랬어요. 나중에는 진짜 생활감이라는 게 생기더라고요. 그 세트에서 2주 가까이 있었는데, 아침에 들어가면서 늘 ‘여기가 내 집이다’ 생각했어요. 아역들은 얼굴에 티가 나거든요. 그래서 노는 장면을 찍기 전엔 실제로 같이 놀다가 들어갔어요.”딸, 아들로 함께 호흡을 맞춘 아역 배우들에 대해서는 “(박)소이는 어른스럽게 착하고 (김)준이는 엉뚱하게 착했다. 아이들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나도 받은 게 많다. 덕분에 화면에서도 우리가 가족처럼 자연스럽게 잘 나온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만약 그때로 돌아가 선택을 바꾼다면 인생이 어떻게 됐을까’라는 건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생각일 게다. 영화 속에서 박강이 오디션과 사랑 사이 기로에 놓였다면, 보편적인 많은 사람들 역시 ‘내가 그때 그 대학에 가지 않았다면’, ‘진로를 바꿨더라면’ 같은 생각을 하며 살 것이다.“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요, 저도. 아마 나이를 먹어가면 갈수록 그런 생각이 더 늘어날 수도 있겠죠. 합리화일 수도 있는데요, 저는 그래도 그때의 제가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해요. 워낙 제가 어떤 일 하나를 오래 마음 속에 잡고 있는 편이 아니거든요. 잡고 있어도 결론이 안 날 것 같으면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요.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살지 않을까요.”영화 ‘스위치’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 12세 관람가. 113분.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1.11 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