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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헝 "언니, 태극마크 달고 같이 뛰자" 염혜선 "계속 뽑히도록 노력할게"

"우리 언니, 정말 착한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염어르헝(18·페퍼저축은행)은 몽골 울란바토르 출신이다. 본명은 체웹란당 어르헝. 몽골에서 배구 유학을 온 염어르헝은 지난해 염혜선(31)과 자매가 됐다. 모교인 목포여상을 방문한 염혜선이 염어르헝을 보고선 부모님에게 입양을 설득했다. 어르헝의 귀화와 프로 입단을 돕고자 길을 터준 것이다. 염혜선은 "어르헝이 성실했고 성격도 좋았다. 신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에서 뛰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여쭸는데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염혜선의 가족은 3대째 배구 집안이다. 염어르헝은 "입양 제의를 받고 '날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다니, (염혜선이) 착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정말 고마웠다"고 떠올렸다. 염어르헝은 9월 5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1순위에 지명됐다. 2008~09시즌 현대건설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입단해 신인상을 수상한 염혜선은 "이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는 드래프트 전에 떨린다. 나도 어르헝과 함께 긴장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뻤다"면서 "앞으로 더 힘들 텐데 잘 버텨줬으면 좋겠다"며 언니의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배구로 인연을 맺은 자매는 지난 6일 프로 무대에서 처음 만났다. 광주 페퍼스타티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 페퍼저축은행의 경기에서 염혜선은 선발 출전했다. 지난달 25일 흥국생명전에서 V리그에 데뷔한 염어르헝은 수술한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 웜업존에 서 있었다. 염혜선은 "같은 경기장에서 선수로 마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매 맞대결이 쉽지 않은데"라고 했다. 염어르헝도 "한 체육관에 있으니 더 떨렸다. 경기에 뛰고 싶었다"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염어르헝도 스포츠 가족 출신이다. 아버지는 농구를 했고, 어머니 댐베렐 오란치맥은 몽골 농구 국가대표까지 지냈다. 염어르헝은 "내가 농구하는 걸 엄마가 '몸싸움이 심하다'며 반대했다. 그런데 어느 날 '네 키가 너무 아깝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취미로 배구를 시작한 그는 친구 샤눌과 함께 목표여상으로 배구 유학을 왔다. 한국에 온 지 벌써 4년째다. 다만 코로나19 발생 후 한 번도 고향에 가지 못했다. 염어르헝은 "몽골을 생각하면 더 가고 싶을 것 같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옆에 있던 염혜선은 "독한 것 같다. 나 같으면 힘들어서 못 견딜 것"이라며 "어르헝이 한국말도 정말 잘한다"고 칭찬했다. 염어르헝은 주말에 목포 집도 방문한다. 그는 "처음에는 (한국 가족들이) 너무 어색했는데 얼굴을 자주 보니 지금은 편하다. 정말 좋다"라고 웃었다. 염혜선이 "항상 내가 먼저 메시지를 보낸다. 한 번도 먼저 연락이 온 적이 없다"고 투덜대자 염어르헝은 "언니가 바쁠까봐"라며 미안해했다. 염어르헝의 가장 큰 장점은 1m94.5㎝의 신장이다. V리그 역대 최장신 국내 선수(종전 흥국생명 김연경·1m92㎝)에 등극했다. 염어르헝이 "2m까지 컸으면 좋겠는데 성장이 멈춘 것 같다"고 말하자, 염혜선(1m76㎝)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염어르헝은 한국말로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없다. 하지만 올해 초 귀화시험에서 낙방한 터였다. 염혜선은 "귀화 시험이 정말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시험일에 막 떨렸다"고 회상했다. 결국 염어르헝은 지난 9월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이번에 떨어지면 1년 간 V리그에서 뛸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 간절했다. 마지막 기회에 붙어서 정말 기뻤다"고 떠올렸다. 그래도 존댓말 사용법이나 단체 생활은 아직 어렵다고 한다. 이제부턴 경쟁의 벽을 넘어야 한다. 배구를 늦게 시작했기에 배울 점이 많다. 세터 출신의 염혜선은 언니이자 스승이다. 염어르헝은 "언니가 다 알려준다. 스피드를 향상하고, 체력 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 다만 요즘에는 (무릎 탓에) 보강 훈련과 재활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염혜선은 "높이와 힘이 좋다. 스피드와 경기 읽는 능력을 보완하면 된다"며 "프로 입단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제 고생길에 들어섰다. 얼른 성장해서 같이 코트에 서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염어르헝의 롤모델은 김연경과 양효진(현대건설)이다. 최근 1라운드 맞대결에서 두 선수가 실제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가까이서 보니 진짜 멋있더라. 이전부터 (둘의) 실력은 알고 있었지만, 옆에서 보니 더 잘하는 것 같다"며 "나는 아직 부족하다. 일단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혜선은 4강 신화를 이룬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전 세터였다. 염어르헝의 목표는 한국 국가대표로 뛰는 것이다. '둘이 함께 국가대표로 뛰면 좋겠다'는 말에 염혜선은 "상상하니 좋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나보다 키가 크지만, 배구를 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자매가 함께 배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르헝이 그 아쉬움을 풀어줬으면 좋겠다. (국가대표는) 어르헝의 꿈이고, (자매가 함께 뛰고 싶은 건) 내 꿈"라고 말했다. 어르헝이 "대표팀에서 함께 뛰려면 언니가 오래 (선수로 대표팀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 기량이 더 빨리 좋아져야 한다"고 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염혜선은 깜짝 놀랐다. 그는 "맞다. 그게 팩트다. 내가 없을 수도 있겠네"라며 "언니가 안 아프고 열심히 해서 대표팀에 계속 뽑히도록 해볼게"라며 웃었다. 광주=이형석 기자 2022.11.0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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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S] '이상화♥' 강남, 3년만 귀화시험 합격…韓국적 취득

방송인 강남이 진정한 한국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강남은 26일 발표된 한국인 귀화 시험에 최종 합격, 귀화를 결심한지 3년만에 드디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강남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동네친구 강나미'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합격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합격 발표 직전까지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강남은 '합격'을 확인하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온 몸으로 기쁨을 만끽했다. 법무부 국적과에서 발송한 귀화면접심사 결과를 그대로 공유한 강남은 "정말 다행이다. 붙었다. 드디어 3년 만에 귀화했다. 합격해서 지금 마음이 너무 행복하다. 오늘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레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여러분들 덕분에 붙을 수 있었다"며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가 하면, 아내 이상화를 비롯해 양가 부모님에게도 감격어린 인사를 전해 미소를 지아냈다. 일본에서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 태어난 강남은 지난 2019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에 귀화할 것을 알렸다. 당시 이상화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강남은 "상화와 한국에 있는 가족 모두를 고려해 귀화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강남은 합격 발표에 앞서 이름 변경과 주민등록증 발급 등 귀화 시험에 합격해 한국인이 된다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나열한 바, 무궁무진한 콘텐트까지 쌓아두게 된 만큼 강남의 새로운 출발에 축하 메시지도 쏟아지고 있다. 한편 강남은 2011년 힙합 그룹 엠아이비(M.I.B)로 한국에서 데뷔 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높였다. 2019년 10월 에는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와 백년가약을 맺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속 중이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ongang.co.kr 2022.02.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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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당신' 아비가일 어머니, 남다른 한국 사랑 "개명하고파"

'볼빨간 당신' 새롭게 합류한 아비가일 모녀가 남다른 한국사랑을 보여줬다.6일 방송된 KBS 2TV '볼빨간 당신'에는 파라과이 출신 방송인 아비가일과 그녀의 어머니가 합류했다. 아비가일 모녀는 첫 등장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 중심에 특별하다 못해 신기하기까지 한 '한국 사랑'이 있었다.아비가일 가족의 아침 풍경은 여느 한국 가정과 비슷했다. 엄마는 유창한 한국어로 구수한 트로트를 따라 부르며, 청국장을 준비했다. 이어 밥상에는 김치를 비롯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식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파라과이인인 아비가일과 남동생은 강렬한 냄새에 청국장을 보며 살짝 불평했지만, 결과적으로 누구보다 맛있게 한국식 밥상을 싹싹 비웠다. 대화도 한국어로 했다.아비가일 어머니는 한국을 매우 사랑했다. 어린 시절 파라과이에서부터 한국인과 접할 기회가 많았던 아비가일 어머니는 2002년 한국 사람이 좋아 한국으로 향했다. 이후 아비가일과 남동생들이 차례로 한국에 왔다. 어머니는 고된 한국 생활 중에도 틈틈이 공부해 어렵다는 귀화시험에 합격,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아비가일 어머니의 꿈은 ‘국적, 이름만 한국인이 아닌 진짜 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어머니가 첫 번째로 하고 싶은 것이 ‘개명’이었다. 긴 이름 대신 많은 한국인들처럼 세 글자 이름이 갖고 싶었던 것. 그는 특히 ‘선덕’이라는 이름을 원했다. 자신이 정말 힘들 때 꿈에 등장해 자신을 격려해준 왕관 쓴 여자가 신라 최초 여성 왕이 ‘선덕여왕’이었기 때문이다.아비가일은 엄마의 꿈인 '개명'을 위해 직접 신청서를 준비했다. 급기야 ‘볼빨간 당신’ 첫 등장부터 모녀는 개명신청을 하러 갔다. 조금 특별하지만 그래서 더 궁금한 아비가일 어머니의 인생 두 번째 꿈 도전기가, 아비가일의 어머니 꿈 뒷바라지가 시작됐다.이아영 기자 lee.ayoung@jtbc.co.kr 2018.11.07 08:24
축구

당당한 라돈치치, ‘귀화도, 국가대표도 내 손으로’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외국인 공격수 라돈치치(29)가 스스로의 힘으로 한국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특별귀화에 대한 꿈을 접고 일반귀화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라돈치치는 6일 수원의 전지훈련지인 강릉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이미 두 번이나 특별귀화를 실패했다"면서 "대한축구협회를 탓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특별귀화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라돈치치는 지난 5월에 대한체육회의 추천 심의를 통과하고도 특별 귀화 대상자로 선택받지 못했다. 당시 열린 법제상벌위원회에서 라돈치치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강한 귀화 의지를 인정받아 심사위원들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축구협회 측의 요청으로 추천 심사 대상에서 뒤늦게 제외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귀화선수 출전 규정상 당장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당시 특별귀화 추천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함께 고배를 마신 에닝요(31·전북)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절반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특별귀화를 재추진할 마음이 없다"며 사실상의 포기 의사를 밝혔다. 라돈치치 역시 특별귀화에는 이제 뜻이 없다. 대신 일반귀화를 위해 우리 말과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생활 태도도 한국식으로 바꿨다. 이전까지는 한국어로 대화할 땐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반말을 썼지만, 최근 들어 연장자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고 있다. 라돈치치는 "그런데 이젠 나도 우리 팀에서 고참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한국 선수는 곽희주와 홍순학 뿐이라 존댓말을 쓸 일이 많지 않다"며 웃어보였다.귀화시험 응시 시기는 미정이다. '5년 이상 국내 거주' 요건을 충족하는 내년 초 이후에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놓은 것이 전부다. 라돈치치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지승준 EG스포츠팀장은 "일단 한국인이 된 뒤 실력으로 당당히 대표팀 발탁에 도전한다는 것이 라돈치치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강릉=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12.09.07 09:29
축구

대한체육회 “에닝요 추천 불가, 결론 바꿀 이유 없었다”

"에닝요 특별 귀화 추천에 대해 다시 심도 깊게 논의했지만 첫번째 심의 결과를 바꿀만한 요인은 없다고 판단했다."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21일 에닝요 특별귀화에 대한 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 재심 결과를 브리핑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약 한 시간 반에 걸쳐서 에닝요 선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결론은 19차 상벌위원회 결과와 동일하다. 축구협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사유로 재심의를 요청했다. 순수 외국인이기 때문에 복수국적 추천이 제한된다는 결정에 대해 재고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국적법 제 5조에 명시한 '언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요건이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사랑하는 축구대표팀의 미래를 볼 때, 월드컵 본선 진출이 필수적이고, 에닝요 선수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최강희 감독의 입장과 축구협회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나 K-리그를 포함한 타 스포츠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하는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감안할 때 요건에 합당하지 않은 선수를 추천할 경우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문제는 국가대표 선수 선발 문제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적을 포함한 이중국적을 부여하는 문제인 만큼 다른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따라서 축구협회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복합적인 요소로 심의하더라도 결론 변경의 사유가 부족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토론이 있었다. 향후 복수국적 추천과 관련해 좀 더 세밀한 절차를 마련할 생각이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둔 대표팀과 축구협회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 회의에는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참석해 소명했고, 체육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수용하고 대표팀 운영에 최선을 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다시 또 심의할 수는 있나."심사에서 탈락한 요건이 현저하게 개선된다면 심의를 다시할 수 있다. 올 연말이든 내년이든 재심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국적법에 나와 있는 '언어와 문화의 이해도' 부분이 중요하다. 단시간에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노력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번 일과 관련해 대표팀 선수 수급에 대해 클럽과 축구협회가 좀 더 치밀하게 협력하고 논의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언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 요소인가. "복수국적 취득은 귀화시험을 면제해주는 대신에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문태영, 문태종과 형평성에서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있다. "프로농구연맹(KBL)은 귀화 선수들에 대해 경희대와 손잡고 어학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었다. 뿐만 아니라 두 선수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혼혈 선수라는 점에서 국민적인 거부감도 덜했다. 그 부분을 고려한 것이다." 2012.05.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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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1호’ 신의손 “에닝요, 원해? 그럼 OK!”

"에닝요. 원해? 그럼 귀화 오케이(OK)."신의손 부산 아이파크 골키퍼 코치는 2000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1992년 K-리그 천안 일화(현 성남)로 이적한 뒤 8년 만이었다. 축구선수 중 처음으로 귀화해 한국에 정착했다. 축구선수 귀화 1호 신의손 코치는 에닝요(31·전북)의 귀화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그는 한국에 온 지 20년이 다 됐지만 아직 한국말이 서툴다.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축구에 대한 대화는 통한다. 그러나 아직도 긴 이야기를 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에닝요도 현재 통역이 없이 생활하고 있다. 짧은 의사소통은 된다. 그러나 대화를 이어가지는 못한다. 신의손 코치가 가장 걱정한 것도 언어 문제였다. 그는 "한국말은 정말 어렵다. 귀화시험에서도 질문 20개가 나왔는데, 60% 이상 맞혀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에닝요. 한국말 잘하나"라고 되물었다. 지난해부터 특별귀화라는 새로운 법이 생겼다고 설명해주자 "에닝요 원하면 귀화, 오케이"라고 말했다. 단 조건을 달았다. "한국을 배워야 한다. 역사·언어·문화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정성을 보일 것을 주문했다. 신의손 코치는 편견과 싸웠다. K-리그에서 네 시즌 연속 0점대 실점률(1992~1995)을 기록했다. 그러자 외국인 골키퍼 열풍이 불었다. 김병지와 김봉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이 골문을 지키는 상황까지 몰렸다. 그러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외국인 골키퍼 출전을 제한했다. 신 코치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다"고 설명했다. 2000년 안양LG에 코치로 입단한 그는 조광래 전 감독의 권유로 귀화시험을 봤고 한국인이 됐다. 신의손 코치는 "내가 할 때는 처음이었다. 모든 것이 힘들었다"고 떠올렸다.현재 신의손 코치는 부산에서 전상욱(33)과 이범영(23)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전상욱은 8경기에서 2골만 내주며 스승을 넘어서려 하고 있고, 이범영도 올림픽팀에서 활약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선수는 "에닝요의 귀화도 한국 축구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현재 A대표팀의 측면 자원의 재능은 뛰어나다. 그러나 어리고 경험이 적다"며 "에닝요는 큰 경기에서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 그가 대표팀에 합류하면 어린 선수들이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고 했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2012.05.11 10:06
축구

[스타에게 묻는다 ①] 라돈치치 “불리할 때만 존댓말? 그건…”

K-리그 수원 삼성의 장신 스트라이커 제난 라돈치치(29)는 매우 긍정적인 청년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분위기까지 밝게 물들이는 재주가 있다. 또한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K-리거들 중 우리 말을 가장 유창하게 구사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언어 습득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얼리 어답터'기에 가능한 결과다. 그런 라돈치치는 이제 한국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한때 특별 귀화를 통해 이중 국적을 갖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젠 정식으로 귀화시험을 치러 '진짜 한국사람'이 되는 꿈을 꾼다.라돈치치는 이번 인터뷰를 모두 반말로 진행했다. 존댓말을 몰라서가 아니다.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호의적이거나 친근하게 여기는 사람을 대하는 나름의 방식이다. 인터뷰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라돈치치의 말을 정제 과정 없이 그대로 옮겼다. ▶윤성효 감독(소속팀 수원 삼성 사령탑)-그동안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잔소리도 하고 혼도 많이 냈지.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줬고, 입단 초기에 비해서 많이 달라졌고 해서 흐뭇하고 고맙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원하는 모습에 약간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언제쯤이면 우리 수원의 전술에 최적화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주말에 열리는 서울 경기부터 보여주지 뭐. 하하하.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 없어. 경기력 항상 100%인 선수도 없어. 메시는 모든 것이 완벽해? 아니야. 약점이 있어. 그래서 메시도 나도 매일매일 연습하는 거야."▶신태용 감독(전 소속팀 성남 감독, 라돈치치가 존경하는 스승)-올 시즌을 앞두고 내가 외국인 선수를 찾기 위해 세르비아에 머물 때 네가 '몬테네그로에 진짜 괜찮은 선수가 있다'고 해서 같이 보러갔던 것 기억나지? 그날 그 선수 경기 중에 레드카드 받아 퇴장 당하고 완전 최악이던데, 이미 수원 가기로 확정됐다고 나 골탕먹이려고 그런 것 아니냐?"나는 진짜로 감독님 도와주고 싶었어. 그런데 그 선수가 그날만 너무 못했어. 그 선수 원래는 정말 잘해. 이름은 아드미르 아드로비치야. 올 시즌에 몬테네그로 리그에서 득점왕 하고 있는 친구인데. 그 경기만 망했어. 100% 짜리 찬스가 세 개나 있었는데 다 놓쳤어." -조만간 아내가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아이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줄 생각인지 궁금하구나. 혹시나 생각해놓은 이름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공개하거라. 너처럼 말 안 듣는 아이라면 곤란할 텐데. 하하하."신 감독님이 좋은 이름 하나 지어주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게. 참고로 아들이니까 남자 이름 줘. 만약에 내 아들이 말을 안들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꿀밤을 주는 시늉을 하며) 때리면 돼. 농담이야. 하하하."▶최강희 감독(대표팀 사령탑)-한국인이 되고 대표팀에 합류하면 팬들의 기대도 그만큼 커질 테고, 그에 따르는 책임감도 막중해진다. 대표팀을 위해 그라운드 안에서나, 밖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혹시나 부진할 경우엔 기대 못지 않게 비난도 더 커질 텐데 이겨낼 자신이 있나."완벽한 사람 아무도 없어. 조금 잘하면 주목받을 수 있고, 못하면 욕 먹을 수 있어. 하지만 나는 도전, 자꾸 도전 해보고 싶어. 중요한 건 내가 어떤 플레이를 보여주느냐야. 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늘 궁금하지만, 거기에 흔들리진 않아."-특별귀화가 안 되면 일반귀화를 해서라도 한국인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고 하던데, 귀화시험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는지도 궁금하구나."시험 쳐서 귀화하는 방법도 좋아. 나는 한국인 되고 싶으니까.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가 않아. 귀화시험을 치르려면 공부하면 돼. 나 한국 좋아해. 아는 것 많아. 테스트도 통과할 수 있어."대답을 마친 라돈치치는 인터뷰 장소까지 오는데 교통 통제가 너무 심해 오래 걸렸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날은 서울에서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린 날이었다. 라돈치치는 "이게 다 김정일 때문이야. 김정일이 죽기 전에 북한이 핵무기 만드니까 이런 회의도 하는 거야. 북한이 핵무기를 없애야 돼"라고 투덜거렸다. "한국 국내 정세에 관심이 많아서 뉴스를 시청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해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라는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곽희주(수원 주장, 라돈 팀 동료)-너는 가만 보면 존댓말과 반말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제대로 쓰지 않는 것 같더라. 후배들에게 '이제 한국사람 될 거니까 무조건 존댓말을 쓰라'고 이야기할 땐 명확히 구별하는 것 같은데, 선배들이나 코칭스태프에겐 기분 좋으면 반말이고, 혼나거나 불리할 땐 존댓말을 쓰더라고. 이번 기회에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봐."(한참 우물거리며 말을 하지 못하다가) 아직 더 배워야 돼. 아직 한국어 배우고 있어.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반말해서 기분 나쁘면 미안합니다. 그런데 내 기분에 따라서 조금 달라지는 것은 있어."묵묵히 라돈치치의 설명을 듣고 있던 매니저 지승준 EG스포츠 팀장은 "라돈치치는 친근하거나 신뢰할 만한 사람에겐 편히 반말을 한다. 반말이 좀 더 친근한 언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나 대화 분위기가 무거울 땐 존댓말을 쓴다. 존댓말과 반말은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건(수원 공격수,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추는 한국인 선수)-인천과 성남, 수원까지 K-리그에서 세 팀을 거쳤는데, 지금까지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공격 파트너는 누구였는지 묻고 싶어. 그 선수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더 좋고. 나와의 호흡을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 정도 될 것 같아? 부담 갖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줘."인천에서도 성남에서도 항상 나 혼자 원톱으로만 뛰어서 파트너가 없었어. 친하기는 사샤랑 친한데 그 친구는 수비수잖아. 잘 모르겠어. 그냥 동건이로 해줄게. 하하하. 농담이고, 진짜 동건이랑 제일 잘 맞는 것 같아. 내가 경기 중에 지치면 동건이에게 수비 가담 열심히 하라고 자주 부탁하는데, 말을 잘 들어줘. 고마워. 점수로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8점이야. 서로 좀 더 맞춰보자고. 하하하."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사진=이영목 기자▶ [스타에게 묻는다 ①] 라돈치치 “불리할 때만 존댓말? 그건…”▶ [스타에게 묻는다 ②] 한국말 잘하는 라돈치치 “욕도 다 들려”▶ [스타에게 묻는다 ③] 라돈치치, 자동차 네비게이션도 한글로▶ [스타에게 묻는다 ④] ‘악동’ 라돈치치가 확 달라졌다…왜? 2012.03.29 07:00
축구

‘귀화 준비’ 라돈치치, 한국 사람 다 됐네

특별귀화 방식을 적용받는 라돈치치는 귀화 과정에서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필기시험은 한국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과 덕목, 역사적 지식 등을 묻는다. 응시자들의 평균 점수가 50점대에 머물 정도로 까다롭다.평소 80% 정도의 한국어를 알아듣는 것으로 알려진 라돈치치의 한국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일간스포츠가 귀화시험을 대신 진행했다. 총 10개의 문항으로 구성했고, 정확히 20분의 시간을 줬다. 라돈치치가 귀화를 앞두고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은 점을 감안해 역대 귀화시험 기출문제 중 가장 쉬운 문제들과 약간의 창작 문제로 구성했다."이렇게 어려운 시험은 처음"이라며 줄곧 너스레를 떤 것과 달리, 라돈치치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10문제 중 8문제를 맞혀 80점을 받았다. 첫 문제를 틀려 출발은 삐끗했지만, 이후 네 문제를 연달아 맞히며 선전했다. 최대 고비는 5번이었다. 애국가 2절 가사 내용을 묻는 문항에서 라돈치치는 10분 가까운 시간을 소비했다. 보기 중 '방탄조끼'와 '기름'은 "애국가 가사에 나올 단어가 아닌 것 같다"며 일찌감치 걸러냈지만, 나머지 세 가지 보기 중에서 끝내 정답을 찾지 못했다. '철갑', '치마', '병풍' 등을 놓고 고민하던 라돈치치는 "운에 맡겨 문제를 풀고 싶진 않다"며 답을 체크하길 거부했다.좋아하는 한국 음식 세 가지는 단번에 적었다. 평소에도 즐겨 먹는다는 '비빔밥'을 가장 먼저 쓴 그는 뒤이어 '갈비'를 적어놓고 잠깐 동안 고민에 빠졌다. 이어 "갈비탕이나 갈비찜을 적어도 되나. 나는 갈비로 만든 음식이면 뭐든 좋아한다"며 애교작전을 폈다. '불가' 판정을 받은 뒤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적어낸 세 번째 음식은 '김치'였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한국의 대표음식이라 적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라돈치치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지승준 EG스포츠 팀장은 "라돈치치는 우리 말과 문화에 관심이 많다. 운동선수라 별도로 공부를 할 기회는 없지만, 인상적인 것을 한 번 배우면 평소에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며 반복 사용해 자기 것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송지훈 기자 2011.12.15 11:19
스포츠일반

복합장애인 이철성, 생애 첫 서브스리 달성

▶올해 71세인 윤영규씨는 2010 중앙서울마라톤 대회에서 210번째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윤씨는 2000년 3월 처음 풀코스를 완주한 후 매년 약 25개의 풀코스 대회를 뛰었다. 50세까지 위궤양으로 고생하던 윤씨는 의사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 20여ㅍ년에 걸친 꾸준한 마라톤 덕에 남부럽지 않은 건강을 되찾았다. 이날 4시간 39분 42초의 기록으로 결승지점에 들어 온 윤씨는 "마라톤 뛰면서 경치도 구경하고 건강도 챙기니 일석이조"라며 미소지었다. ▶복합장애인 마라토너 이철성(44)씨가 2시간59분21초로 생애 첫 서브스리(Sub Three·마라톤에서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를 달성했다. 시각과 청각장애를 지닌 이씨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서 육상 단거리 종목 금메달을 휩쓸 만큼 달리기에 소질이 있었다. 그러나 40세 이후 기록이 늦어지자 시각장애인들의 레이스를 돕는 아마추어 마라토너 모임인 '해피레그(Happy Leg)'를 만나 마라톤으로 종목을 바꿨다. 이씨는 "오늘의 영광은 함께 뛰어 준 가이드러너 김종남씨 덕분"이라며 고마워했다. ▶마스터스 남자 풀코스 우승자인 도나티엔 버징고(32·부룬디·2시간30분51초)는 중앙서울마라톤의 터줏대감이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여섯 차례 나와 한 번을 빼고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즐거웠다. 2시간30분대에 그친 건 조금 아쉽다”며 말했다. 지난해 기록은 2시간25분04초였다. 2003년 한국에 온 버징고는 귀화시험에 합격, 곧 주민등록증이 발급될 예정이다. 그는 “한국 사람의 정에 반해 국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내년에는 한국 사람으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마스터스 여자부 풀코스에서 지난해 2위에 그쳤던 이정숙(45)씨가 1위 탈환에 성공했다. 2006~2008년까지 대회 풀코스 3연패를 했던 이씨는 2시간49분7초의 기록으로 1위로 골인했다. 세 자녀의 어머니이자 천안 신대초등학교 체육교사인 그는 "마라톤만큼 여성에게 좋은 운동이 없다. 몸매 가꾸기는 물론, 스트레스 해소에도 제격"이라고 말했다. 대회장을 찾은 막내딸 최보윤(16)양은 "엄마가 마지막 100m를 남겨두고 질주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어린 시절 사고로 양팔을 잃은 김영갑(38)씨가 마스터스 풀코스 남자부에서 2시간40분38초로 비장애인 못지않은 기록을 달성했다. 김씨는 "오르막이 있던 38km를 넘어서면서 정말 힘들었다"며 "하지만 '영갑아, 힘내라!'는 시민들의 응원을 듣고 힘이나 끝까지 완주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심장질환으로 병상에 누워계신 어머니께 완주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드리고 싶다. 어머니에게 아들이 무언가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마라톤을 뛸 때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2010.11.0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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