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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데드 다루는 법’ 아름답고 슬픈 좀비영화의 생환을 기다리며 [오동진 영화만사]

스스로 영화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제, 레나테 레인스베 정도의 이름은 입에 붙어야 한다. 노르웨이 출신이고 2021년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제74회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여배우다. 키는 178Cm나 되고 나이는 1987년생으로 이제 마흔이 되어 간다. 최신작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에서 그는 미친 듯한 연기를 펼쳤고 또 다른 국내 최신 개봉작 ‘언데드 다루는 법’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런 영화들은 한국 극장가의 사정 때문에 많아 봐야 5000명 정도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두 이미 극장에서는 사라졌다. 한국 영화계는 지금의 이런 현실을 언젠가는 뼈 아프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수십억을 들여 만들고 톱 스타급 배우가 나온다 한들, 그래서 대대적인 홍보마케팅을 벌인다 한들 ‘브로큰’ 같은 영화의 첫날 성적은 2만명을 넘지 못했다. 한국의 극장업계가 향후 어디에 더 매달리고 어디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지를 자각케 만드는 대목이지만 여전히들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다.테아 히비스텐달 감독이 만든 ‘언데드 다루는 법’은 좀비 영화다. 그리고 일종의 공포영화다, 오컬트 분위기도 없지는 않다. 죽은 자가 살아 움직이니까.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하다. 좀비는 좀비이고 무서울 때는 무서운데(죽은 엘리자베트가 무덤에서 돌아와 주방 냉장고를 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노부인 토라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다) 이상하게도 슬프고 따뜻한 면이 강하다. 이들 좀비는 살아 생전 잔뜩 사랑을 받던 대상들이었다. 소년 엘리아스는 할아버지와 엄마가 죽고 못살만큼 아꼈던 아이이고,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살아난 에바는 남편과 아이 둘에게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었다. 이들 모두가 살아 돌아오긴 돌아오되, 살았을 때처럼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말도 못하고 심박수도 느리며 몸 여기저기의 상처도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 좀비들은 처음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물어 뜯거나 할퀴지 않는다. 먼저 공격적이 되지는 않는다. 외형상 전혀 위협적인 요소가 없어 보인다. 단지 약하고 다른 존재가 돼서 돌아왔을 뿐이다. 돌아와서는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들 곁에 머무르려 할 뿐이다. 자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다뤄야하는가. ‘언데드 다루는 법’은 상실과 그 상실감의 회복, 연대와 관계의 복원에 대한 얘기다. 좀비영화 중에 중간에 눈물을 흘리게 할 작품이 있다면 단연 이 영화 한편 뿐이다. 물론 미국 조너던 레빈 감독의 2012년 작 ‘웜 바디’에서도 좀비R(니콜라스 홀트)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으며 심지어 사랑스런 존재이기까지 해서 여인 줄리(테레사 팔머)와 연인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웜 바디’는 말도 안되는, 오락영화처럼 비춰졌고 또 그렇게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반면 ‘언데드 다루는 법’에는 기이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어쩌면 사람들은 사람들 스스로가 상대에게 있어서 종종 언데드와 같은 존재일 수 있다. 살아있는 시체와 같은 존재. 말은 좀 안 좋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 상대는 그런 존재를 때론 인정하고, 때론 수긍하며, 때론 어떻게든 같이 살아 가려 애쓴다. 그것이 삶 그 자체라고 느끼게끔 배워 왔다.‘언데드 다루는 법’을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이 영화의 궁극적 주제는 ‘다름의 정치학’이 사실은 매우 무의미한 것이며 사랑의 마음을 지닌 한 그것을 극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음을 보여 준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사회도 요즘 인종과 민족, 이민자들과의 공동의 삶을 추구해 나가는 게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이 영화는 방증한다. 좀비는 결국 이민자이자 이방인, 우리 삶 바깥에 있는 존재들을 상징한다.그러나 그렇게 딱딱한 분석보다는 ‘언데드 다루는 법’이 지닌 진짜 의도를 알아 채는 게 좋다. 이 영화는 사랑이 깊으면 죽은 자도 되살릴 수 있다는 슬픈 판타지 같은 것이다. 죽은 아들 엘리아스가 무덤에 살아 돌아온 걸 알지 못하는 엄마 안나(레나테 레인스베)는 직장에서 돌아와 담배를 한 대 피운 후 자신의 얼굴에 랩을 칭칭 감아 가며 자살을 하려 한다. 세상의 엄마란 존재는 자신의 아이가 죽으면 아이에 대한 모든 것을 하나도 버리지 못한다. 장난감도 아이의 공책도 아이의 옷도 이불도 버리지 못한다. 그러니 혹여나 아이가 살아 돌아왔을 때 아무리 몰골이 이상하다 한들 그 아이를 품에서 떼 놓지 못한다. 안나는 돌아온 아들 엘리아스를 품에서 내려 놓지 못한다.도대체 이 영화는 결론을 어떻게 가져 가려하는가. 좀비는 결국 징글징글한 좀비가 된다는 것일까. 사람들의 목을 물어 뜯는 존재가 된다는 것일까. 그렇지 되기 전에 사람들은 이 언데드를 어떻게 다뤄야 한다는 것일까.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상실의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상실감을 주체적으로 떠나보내는 것, 내려 놓는 것, 그래서 모든 사안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정신을 되찾는 것이다. ‘언데드 다루는 법’은 결국 모든 일이 다 잔혹해지지만 종국적으로는 슬픈 일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슬픈 좀비영화라고 하는 이유다. 극 후반 나오는 노래가 니나 시몬의 ‘느 무 끼뜨 빠(Ne Me Quitte Pas)이다. ‘날 떠나지 마’란 뜻이다. ‘언데드 다루는 법’은 이제 극장에서는 볼 수가 없다. VOD나 이후 어느 OTT에서 살아 돌아올 것이다. 그때 다들 잘 다뤄야 한다. 살아있지만 죽은(언데드) 영화를 다루는 법에 대해 생각들 해보시기 바란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5.02.13 06:02
영화

이희준 “‘보고타’ 즉흥적 출연 결정, 소재에 끌렸죠” [IS인터뷰]

“우리 아들이 100일 때 첫 촬영을 했는데 내년에 벌써 7살이 되네요.(웃음)”배우 이희준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을 들고 겨울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보고타 한인 사회 실세들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이희준은 영화 개봉에 맞춰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사실 전 작품 선택 기준이 애매하고 즉흥적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늘 우려한다”고 말문을 열었다.“‘최악의 하루’, ‘습도 다소 높음’도 반대를 무릅쓰고 한 거예요.(웃음) 저는 보통 제가 그 순간 재밌다고 느끼는 거, 신선한 작품에 많이 끌려요. 개런티나 외부적인 요인을 떠나서 개인적 재미를 따라서 충동적으로 결정하죠. ‘보고타’도 그런 작품이었어요. 콜롬비아 한인 상인들의 속옷 밀수란 소재가 딱 봤을 때부터 흥미로웠죠.”극중 이희준은 수영을 연기했다.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이자 통관 브로커다. 대기업 주재원으로 보고타에 왔다가 IMF로 문을 닫자 그대로 눌러앉은 인물로, 같은 학교 출신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며 자기 세력을 키운다.“수영은 대기업 주재원이었지만, 한국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해요. 이곳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을 많이 했죠. 불안해하면서도 더 여유로운 척하고, 더 멋스럽게 보이고 싶어 하는, 그런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평소 캐릭터를 부여받으면 비슷한 인물을 찾아 관찰하는 루틴이 있는 이희준은 “이번엔 유명 언론인, 말발 좋은 사람들, 폼생폼사 성향의 사람들을 많이 관찰했다”며 “외적으로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브래드 피트를 레퍼런스로 삼았다. 의상도 비슷하게 가져왔다. 근데 현장에서는 다들 프레디 머큐리라고 했다. 콧수염 밀도가 너무 높았던 탓”이라며 웃었다. 이희준은 이번 영화로 처음 해외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췄다. ‘보고타’ 촬영은 콜롬비아 보고타를 비롯해 스페인 카르타헤나, 사이프러스 등에서 해외 로케이션으로 진행됐다.“뭔가 신선하면서도 되게 국제적인, 체계적인 작업을 하는 거 같아서 흥분됐죠.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기 영역이 되게 잘 나뉘어 있더라고요. 한국 스태프는 일단 눈에 보이면 하고 뭐든 다 된다고 하는데 해외 스태프들은 맡은 일만 딱 하는 게 신기했어요.”하지만 아쉽게도 해외 촬영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콜롬비아 정부가 봉쇄령을 내리면서 촬영 3개월 만에 팀 전원이 귀국했다. 50% 이상 남은 촬영 분량은 이듬해 6월 한국에서 실내 촬영 등으로 이어갔다.“진짜 탈출하다시피 한국에 왔어요. 처음에는 1~2개월 안에 돌아갈 거라고 낙관했죠. 근데 상황이 더 안 좋아지더라고요. 결국 1년 반 후에 한국에서 세트장을 만들어서 찍었어요. 앞에 분량과 연결하느라 다들 애를 많이 썼죠. 그래도 다들 ‘잘 마무리해 보자’는 마음으로 으쌰으쌰 했어요.”이희준은 오랜 시간 품고 있었던 ‘보고타’ 개봉 외에도 2024년 배우로서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보고타’ 촬영 재개를 기다리며 찍었던 영화 ‘핸섬가이즈’로 생애 첫 남우주연상(제44회 영평상)을 탔고, ‘그때도 오늘’을 비롯해 ‘대학살의 신’까지 20년 전 몸담았던 극단 ‘공연배달서비스간다’ 멤버들과 네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정신없이 한 해가 지나갔는데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 많았어요. 최근에 제가 ‘내 성공은 뭘까?’ 생각해 봤거든요. 예전에는 더 유명해지는 거, 마크 러팔로와 영화 찍는 거 같은 일이었는데 이젠 아니더라고요. 가족과 화목하게 사는 것, 동료들과 서로 배려하면서 행복한 작업을 하는 것. 지금 제겐 이게 가장 큰 성공인 거 같아요. 올해도 그런 한 해를 보내고 싶습니다.(웃음)”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1.09 06:05
영화

개봉 D-3 ‘베놈: 라스트 댄스’, 예매율 35% 육박…극장가 판도 변화 예고

‘베놈: 라스트 댄스’가 예매율 1위에 등극하며 극장가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20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베놈: 라스트 댄스’는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예매율 34.4%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예매량은 5만 4879장이다.이는 개봉을 앞둔 또 다른 경쟁작 ‘아마존 활명수’(16.3%)를 큰 폭으로 따돌린 수치이자 현재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보통의 가족’(7.7%)을 비롯해 ‘베테랑2’(5.8%),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3.2%) 등 기 개봉작까지 모두 제친 기록이다.‘베놈: 라스트 댄스’​는 서로 뗄 수 없는 에디와 베놈(톰 하디)이 각자의 세계로부터 도망자가 된 최악의 위기 속,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지독한 혼돈의 끝을 향해 달리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시리즈의 최종장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오는 23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20 16:34
영화

‘베놈: 라스트 댄스’ 한국서 가장 먼저 본다…““韓팬 성원 감사, 10월 23일 개봉”

액션 블록버스터 ‘베놈: 라스트 댄스’가 오는 10월 23일 전 세계 최초 대한민국 개봉을 확정했다고 26일 수입배급사 소니 픽쳐스가 밝혔다.‘베놈: 라스트 댄스’는 서로 뗄 수 없는 에디와 베놈(톰 하디)이 각자의 세계로부터 도망자가 된 최악의 위기 속,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지독한 혼돈의 끝을 향해 달리는 이야기를 그린다.그간 ‘베놈’ 시리즈가 한국 관객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은 만큼 ‘베놈: 라스트 댄스’의 전 세계 최초 공개를 확정 짓게 됐다는 전언이다. 한국 개봉일 10월 23일은 10월 25일 개봉하는 북미보다 한 발 앞선 일정이다. 한편 ‘베놈: 라스트 댄스’는 그간 공개된 예고편과 포스터로 압도적인 비주얼의 에디 브록과 베놈, 그리고 이들이 선보일 대서사의 클라이맥스와 시리즈 사상 가장 스펙터클한 액션을 예고해 전 세계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베놈의 창조자이자 역대급 빌런인 널의 등장까지 예고하는 바, 가장 압도적인 스케일과 전편을 뛰어넘는 비주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에디 브록과 베놈이 서로의 힘을 합쳐 어떻게 최악의 위기에 맞설지 팬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가운데 극장가에 어떤 흥행 바람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9.26 08:49
영화

[IS인터뷰] ‘행복의 나라’ 조정석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일단 기쁜 마음이 제일 크죠. 제 연기 인생에 이런 순간이 또 있을까 싶어요.”영화 ‘파일럿’으로 여름 극장가를 흔든 조정석이 전작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작 ‘행복의 나라’를 선보였다. 조정석은 ‘행복의 나라’ 개봉에 앞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너무 과분한 일들이 생기고 있는 거 같다. 두 작품 모두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26사건과 12.12사태,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재판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상관의 명령으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고 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다.“시나리오가 일단 너무 재밌었어요. 추창민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제게 이런 장르, 역할이 왔다는 게 설렜어요. 보통은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가 많거든요. 어떻게 보면 또 다른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했죠.”조정석은 “사실 골프장 시퀀스가 작품 선택에 큰 지분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조정석이 언급한 이 장면은 정인후가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골프를 치는 전상두(유재명)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애원하다 결국 울분을 토해내는 신이다. “어쩌면 말도 안 되는 판타지지만, 그 일갈이 너무 시원하고 영화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촬영이 쉽지는 않았죠. 다른 걸 다 떠나서 너무 추웠어요. 물가로 뛰다가 다치기도 했고요. (유)재명 형이 너무 부러웠어요.(웃음)” 타 작품 대비 눈에 띄게 통통한 외형을 두고, 일부러 살을 찌운 거냐고 묻자 조정석은 “빼지 않은 것”이라며 웃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후 휴식기를 가지면서 체중이 늘었고 그 상태로 바로 촬영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테스트 촬영 때 감독님께 ‘살을 다시 빼서 오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살찌운 게 더 좋다고 하셔서 그대로 갔어요. 영화를 보니 왜 그랬는지 알 듯했죠. 딱 그 시절 사람 같았어요.”다만 까무잡잡한 얼굴에 대해서는 “내가 조금 하얀 편이라 분장이 필요했다. 영화 톤에 맞춰서 어둡게 갔다”며 스스로를 “갓 캐낸 흙 감자”라고 지칭해 웃음을 안겼다.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고 이선균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조정석은 고인과 함께한 순간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중에는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인터뷰 내내 특유의 유쾌함으로 분위기를 띄우던 조정석의 얼굴에 금세 슬픔이 드리웠다. “영화를 제대로 보고 싶어서 (이선균에 대한) 어떤 마음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봤어요. 근데 어느 순간 그게 무너졌어요. 후반부 취조실에서 증인이 확정되고 저랑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이었죠. 그때….”순간 차오르는 감정에 울컥한 조정석은 잠시 마음을 추스른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는 “형이 ‘행복의 나라’를 본다면 ‘고생 많았다’ 딱 한 마디 해줄 거 같다”며 “더 좋은 작품으로 이선균이란 배우를 또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여름 극장가에 두 편의 영화를 나란히 건 조정석은 오는 30일 넷플릭스 예능 ‘신인가수 조정석’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그야말로 요즘이 ‘행복의 나라’겠다”는 끝인사에 조정석은 “그렇지도 않다”며 멋쩍게 웃었다. “실제로 ‘요즘 행복하겠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행복하죠. 근데 행복보다 감사함이 더 크고, 그만큼 부담과 걱정도 많아졌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물론 아직 갈 길도 멀고요. 그리고 저의 ‘행복의 나라’는 가족입니다.(웃음)”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8.19 06:20
영화

조정석·故이선균·유재명 기대↑…‘행복의 나라’ 이틀 연속 전체 예매율 1위 [공식]

조정석 주연 1979년 대통령 암살 사건 재판을 다룬 영화 ‘행복의 나라’가 개봉을 앞두고 이틀 연속 전체 예매율 1위에 오르며 여름 극장가 스크린 장악을 예고했다.12일 오전 7시 기준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행복의 나라’는 실시간 전체 예매율 1위에 등극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의 기록으로 흥행 추이가 주목된다. 이는 동시기 개봉작인 ‘빅토리’, ‘에이리언: 로물루스’, ‘트위스터스’뿐만 아니라 ‘파일럿’, ‘사랑의 하츄핑’, ‘리볼버’ 등 다양한 장르의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친 결과다. 특히 조정석은 ‘파일럿’에 이어 ‘행복의 나라’에서 재판에 뛰어든 ‘개싸움 일인자’ 변호사 정인후 역으로 완전히 변신해, 전혀 다른 새로운 캐릭터로 올여름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행복의 나라’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재판을 중심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 다양한 양상의 인물들을 보여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의 현장으로 관객들을 안내할 것이다.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등 배우들의 열연과 그들이 만들어낸 숨막히는 긴장감, 1979년 거대 권력에 의해 졸속으로 진행되어야 했던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 소재, 추창민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이 어우러진 ‘행복의 나라’를 향해 실 관람객들은 “영화 디테일 미쳤다”(CGV, 윤**), “극장에서 봐야 느낄 수 있는 여운”(CGV, 코***), “믿고보는 배우들. 진짜 울면서 봤다”(CGV, doll***), “한 영화를 보며 여러 감정들을 느끼게 된 건 진짜 오랜만인 것 같네요”(CGV, shin*****), “믿고 보는 배우와 감독의 훌륭한 연출의 조화“(CGV, kys******) 등의 호평을 보내고 있어 흥행에 귀추가 주목된다.한편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는 14일 개봉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8.12 09:37
영화

[빅4특집] ‘행복의 나라’, ‘서울의 봄’ 흥행 이을 시대극의 탄생 ①

연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여름 시장을 맞아 국내 주요 배급사에서도 오랜 시간 공 들여온 알짜배기 작품들을 하나둘 내놓고 있는데요. 주요 배급사별 올여름 극장가를 책임질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해 천만 축포를 터뜨렸던 ‘서울의 봄’을 이을 또 하나의 시대극이 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행복의 나라’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인 1979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은 작품이다. 핵심 소재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사태,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재판으로, 방점이 찍힌 건 재판이다. 그간 ‘그때 그 사람들’, ‘남산의 부장들’ 등 해당 사건을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재판 과정까지 직접 들어간 건 ‘행복의 나라’가 처음이다. 영화가 조명하는 인물 역시 생소하다. ‘행복의 나라’를 이끄는 인물은 크게 둘이다. 첫 번째는 상관의 지시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 10.26 사태를 주도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심복이자 거사에 참여한 육군 대령 박흥주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또 다른 축은 정인후가 담당한다.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로, 당시 재판에 참여한 서른 명이 넘는 변호사들을 하나로 응축해 창작한 인물이다.‘행복의 나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가려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구성, 관객이 잘 몰랐던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 이야기를 들춰낸다. 이와 함께 박태주와 정인후 간 인간적 서사를 켜켜이 쌓아 역사 이상의 묵직한 감동을 함께 전달한다. 그렇다고 특정 정치색에 치중되거나 신파에 기댄 작품은 아니다. 여기에는 메가폰을 잡은 추창민 감독의 역할이 컸다. 추 감독은 캐릭터 간 밸런스를 맞추는 동시에 영화 속 누군가를 미화하거나 영웅화시키지 않도록 끊임없이 중심을 잡았다. 실제 최종 시나리오를 검토한 변호사로부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인 묘사”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전언이다.추 감독이 역사, 휴먼 드라마에 강하다는 점도 기대감을 싣는다. 대표적인 작품이 지난 2012년 개봉, 123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다. 추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역사에 가려진 인물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증명했다. 또 정, 신뢰 등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감정 교류를 세심하게 그려내며 서사의 깊이를 더했다. 재미의 정점을 찍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코미디는 물론, 영화 ‘역린’ ‘마약왕’, 드라마 ‘더킹 투 하츠’ ‘녹두꽃’ 등 정극에서도 빈틈없는 연기력을 보여줬던 조정석이 정인후로 분해 극을 이끈다. 현재 극장에 걸려있는 ‘파일럿’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흥미를 더할 예정이다. 박흥주 역은 고(故) 이선균이 맡았다. 이선균은 강직한 군인의 얼굴로, 끝까지 신념을 지키는 모습으로 관객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현대사를 다룬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유재명이 빚어냈다. ‘서울의 봄’에서는 황정민(전두광 역)이 연기한 캐릭터로, 이 영화에서는 전상두란 이름으로 그려진다. “전상두로 변신해 나타났을 때 전작을 같이 한 스태프들조차 알아보지 못했다”던 일화처럼 유재명은 내, 외적으로 완벽한 변신을 꾀해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제작진의 말을 빌리자면 “기가 막힐 만한 연기”의 향연이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8.05 06:00
영화

[빅4특집] 조정석, 새로운 라운드 ‘행복의 나라’로 올여름 주인공 등극 ③

연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여름 시장을 맞아 국내 주요 배급사에서도 오랜 시간 공 들여온 알짜배기 작품들을 하나둘 내놓고 있는데요. 주요 배급사별 올여름 극장가를 책임질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올여름 극장가, 웃음뿐 아니라 감동까지 조정석이 꽉 잡는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그의 5년 만 스크린 복귀작 ‘파일럿’이 4일만에 누적 관객 133만명을 돌파,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데 이어 오는 14일 영화 ‘행복의 나라’로 새로운 라운드를 맞이한다. 이번 무대는 1979년 법정이다.‘행복의 나라’는 상관 명령으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10.26과 12.12 사이, 이른바 ‘쪽지 재판’으로 알려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다. 조정석은 이번 영화에서는 웃음기를 절제한 변호사로 분한다. 추 감독에 따르면 박태주는 실존 인물인 박흥주 대령을 가공했으나, 정인후는 당시 실제 사건을 맡은 태윤기 변호사가 아닌 당시 재판에 관해 분노했던 모든 이를 대변하는 가상 인물이다.극 중 정인후는 옳고 그름보다 승패에 기준을 둔 변호사였으나 불리한 조건 속 박태주 변호를 맡게 되며 불의를 마주하고 변화하는 인물이다. 재판이 거듭될수록 “이럴 거면 재판 왜 하는 겁니까”라며 자신의 승리가 아닌,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조정석은 출연 계기에 대해 “10.26 사건은 알고 있지만,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몰랐던 새로운 인물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며 “너무나도 변호해보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기에 이 이야기에 꼭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인물은 허구여도 배경이 역사적 사건이기에, 조정석은 진솔한 연기로 리얼리티를 부여할 예정이다. 조정석은 “많은 분이 정인후의 마음과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며 “힘이 있는 대본이었기에 모든 대사를 잘 표현하자, 주가 되는 감정을 표현해 보고자 했다. 저라는 배우를 통하기에 제 해석도 들어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납뜩이로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 ‘건축학개론’을 비롯해 ‘엑시트’ 등 여러 작품에서 코믹 연기로 정평난 조정석이지만, 특정 시대를 그리는 작품에서 진중한 인물도 선보여 왔다. 조정석은 ‘더킹 투 하츠’에서 원리원칙주의자인 근위대 소령으로 인상을 남겼으며, ‘녹두꽃’에서는 새 세상을 위해 봉기한 동학군을, ‘세작, 매혹된 자들’에서는 잔혹한 운명을 갖고 즉위하게 된 왕으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추 감독에 따르면 ‘행복의 나라’를 함께 한 고 이선균도 “조정석은 좋은 배우다. 같이 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했다. 이번 정인후 역은 조정석에게도 연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부당하게 흘러가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인물 뒤 자신의 심리까지 조절해야 했기 때문. 조정석은 “화가 치밀어오르는 순간에도 적절하게 상황에 맞추고자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추 감독은 “조정석이 사건에 대해 많이 공부했고 몇몇 장면은 같이 울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합수부장 전상두 역으로 대립하는 유재명 또한 “에너지가 대단한 친구”라고 덧붙였다. 조정석의 ‘진짜 분노’를 끌어낼 만큼 작품의 프로덕션이 주는 몰입도 실감 난다. 추 감독은 군법정 재판신을 위해 당시 기록을 고증해 변호인단과 방청객의 위치, 피고인 숫자까지 맞췄다. 이에 조정석은 “당시와 똑같이 재현했다고 하셔서 힘이 많이 됐다. 촬영 마치고 혼자 돌아다녀 보기도 했다. 그 세트와 공간에 대한 기운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연극부터 드라마, 영화, 예능까지 다작하며 ‘열일 아이콘’에 등극한 조정석. 최근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그는 “저는 시키면 다 하는 스타일이다. 뭐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며 “흥이 많지만 조용한 편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들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조정석은 뮤지컬 배우 출신의 탄탄한 기본기를 토대로 다양한 배역 소화력이 장점”이라며 “코믹 뿐 아니라 정극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왔고 두 분야를 조화롭게 섞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기에 이번 작품도 기대케 한다”고 평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8.05 06:00
영화

[빅4특집] 재난 속 피어나는 ‘혐관케미’라…‘탈출’ 故이선균X주지훈③

연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여름 시장을 맞아 국내 주요 배급사에서도 오랜 시간 공 들여온 알짜배기 작품들을 하나둘 내놓고 있는데요. 주요 배급사별 올여름 극장가를 책임질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고 이선균과 주지훈, 두 천만 배우가 최악의 재난 속 티격태격 케미를 선보인다.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는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이 제작을 맡았으며 ‘굿바이 싱글’ 김태곤 감독이 연출했다. 올여름 공개되는 고 이선균의 첫 번째 유작으로 그를 그리워하는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작품에서 고 이선균은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차정원을, 주지훈은 인생 한 방을 노리는 렉카 기사 조박을 연기했다. 정원은 냉정해 보일 정도로 판단력이 빠르고 목적 지향적인 인물이지만, 사춘기 딸 경민(김수안)과 소원해도 직접 공항으로 유학길을 배웅하는 아버지이기도 하다. 정부 고위직이지만 정원은 고 이선균이 전작 ‘기생충’에서 보여준 재벌 아버지상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까칠해 보여도 올바른 판단을 하고 싶어하고, 극한의 상황에서 딸을 지켜내고 싶은 재난물 주인공다운 캐릭터다. 그런 정원의 심기를 살살 또는 박박 긁는 것은 조박. 헝클어진 긴 머리에 브릿지를 넣고, 후줄근한 옷차림에 껄렁한 말투는 누가 봐도 ‘양아치’ 그 자체다. 그간 ‘신과 함께’의 해원맥처럼 코믹 요소를 갖춘 배역을 맡아도 비주얼만큼은 댄디했던 주지훈에게 역대급 비주얼인데, 그가 직접 스타일링 했다고. 주지훈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비하 의도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 무서운 형들을 보며 떠오른 선입견을 반영하면 재밌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조박과 정원은 공항대교로 진입하기 전 길목의 주유소에서 최악의 만남을 갖는다. 주유소에서 투잡을 뛰는 조박은 사장이 없는 사이에 정원의 주유비를 부풀려 받으려 한 것. 호락호락하지 않은 정원이 이를 간파하고 떠나자, 공쳤다며 분해하던 조박은 공항대교 추돌 사고 소식에 한탕 벌어볼 겸 정원도 잡겠다며 즐겁게 출동한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짙은 안개로 ‘아사리판’이 난 공항대교에서 정원과 조박은 재회하게 된다. 예고편에서부터 조박이 정원을 “6만 4400원”이라고 부르거나 정원이 조박을 태우지 않고 자동차 엑셀러레이터를 밟는 등 티격태격 ‘혐관(혐오하는 관계) 케미’가 예고됐다. 고 이선균과 주지훈, 두 배우의 탄탄한 해석을 바탕으로 마치 실존 인물처럼 구현된 두 캐릭터가 함께 생고생하며 일종의 전우애를 쌓아가는 모습은 관객을 가까이 끌어당길 예정이다.특히 조박은 연달아 사고가 터지는 긴박한 상황에서 웃음 포인트를 전담해 주지훈의 인생 캐릭터를 넘본다. 연출을 맡은 김태곤 감독은 “코믹적인 요소가 많은 조박 캐릭터에 주지훈의 유머감각과 센스가 더해져 사랑스러움이 배가됐다”고 말했다. 정원과 조박이 대립할 틈도 주지 않고, 공통의 적이면서 동행하게 된 제3의 인물 양 박사(김희원)와의 관계성도 볼거리다. 양 박사는 사건의 발단이 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책임 연구원이지만 책임감이 부족하고 이기적이다. 첫 연기 호흡이지만 주지훈은 “가족 여행을 하는 것처럼 재미있는 촬영 현장이었다”고, 김희원은 “서로 맞추려 하지 않아도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하다 보면 나오는 자연스러운 케미가 있는데 그 부분이 웃음 포인트”라고 밝혀 기대를 높였다. 고 이선균과 주지훈이 밀고 당기며, 김희원과 문성근, 예수정, 김수안 등 세대 불문 연기력과 개성을 갖춘 배우들도 ‘탈출’의 연기 앙상블을 완성했다. “영화 속 인물들이 하나의 큰 가족 구성원처럼 느껴지길 바랐다”는 김태곤 감독의 말처럼 ‘탈출’은 서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다양한 군상이 함께 재난을 마주하며 빚어낸 케미로 관객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전망이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7.08 05:40
연예일반

올여름 ‘빅4’ 라인업 완성..알짜로 꽉 채운 ‘탈출’ ‘파일럿’ ‘행복의 나라’ ‘빅토리’ [줌인]

연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을 후끈 달굴 작품들이 하나둘 개봉을 확정지은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꼽아봤다.올여름 극장가를 짊어질 ‘빅4’ 영화는 CJ ENM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롯데컬처웍스의 ‘파일럿’, NEW의 ‘행복의 나라’, 마인드마크의 ‘빅토리’다. 4편 합쳐서 1000억원 가량 제작비가 든 영화들로 라인업이 꾸려졌던 작년 여름보단 규모가 작지만, 그만큼 다양하고 알짜배기 작품들로 대진이 꾸려졌다. 이들 영화들은 ‘탈출’(순제작비 185억원)을 제외하고는 각각 80억~100억원의 순제작비로 만들어져, 영화계에선 지난해 여름 시장 부진을 만회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재난물 끝판왕 ‘탈출’포문을 여는 건 7월 12일 개봉하는 ‘탈출’이다.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서 풀려난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백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난에 있다. 영화는 안개로 발발된 추돌사고를 시작으로 유독가스 유출, 헬기 추락, 붕괴 위기의 다리 등 끝없는 재난 상황을 이어가며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일상의 공간이 악몽의 공간으로, 친근한 존재가 한순간에 위협의 대상으로 변모하면서 혼란에 빠지는 사람들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확인할 수 있다. 메가폰은 ‘굿바이 싱글’ 김태곤 감독이 잡았으며, ‘신과 함께’ 시리즈로 국내 최초 ‘쌍천만’ 신화를 쓴 김용화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으로, 고 이선균과 주지훈, 김희원 등이 출연했다. ‘탈출’은 SF 공포 장르 중 걸작으로 꼽히는 ‘더 씽’(1982년, 국내 개봉명 ‘괴물’) 같은 요소와 안갯속 미스터리를 그린 수작 ‘미스트’(2008년) 등의 요소와 재난물 설정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르물 끝판왕 같은 재미를 장전한 것이 주요 관전 포인트다.◇ 더위 날릴 시원한 웃음 폭탄 ‘파일럿’극성수기인 7월 31일에는 코미디 영화 ‘파일럿’이 출격한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김한결 감독의 신작으로,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가 여장을 하는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일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한정우 역은 매 작품 독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켜 온 조정석이 맡았다. 지난 2019년 여름 ‘엑시트’를 통해 특유의 능청스러운 매력을 발산, 942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던 조정석은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 한정우를 맛깔나게 그려낼 예정이다. 김한결 감독은 역시 “무심결에 내뱉는 요소들도 코믹으로 완벽하게 승화하는 걸 보면서 ‘아, 역시 조정석’이란 생각을 했다”고 만족감을 표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조정석에 밀리지 않는 이주명, 한선화의 코미디 연기도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다.‘파일럿’은 마튼 클링버그 감독의 ‘Cockpit’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처럼 단순히 웃음만 터뜨리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도 꼬집어 웃음과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 ‘서울의 봄’ 영광 이을 ‘행복의 나라’ 8월에는 ‘서울의 봄’의 흥행세를 이어갈 또 한 편의 근현대사물이 관객과 만난다. 10·26 사태(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 관련 재판을 소재로 한 ‘행복의 나라’다.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가 골자다.흥미를 돋우는 지점은 박태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박태주는 10·26 사태를 주도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심복이자 거사에 참여한 육군 대령이다. 그간 영화 ‘그때 그 사람들’, ‘남산의 부장들’ 등에서 등장한 적은 있지만 주인공으로 스크린 한복판에 선 건 한국 영화사 최초다.고 이선균이 ‘탈출’에 이어 ‘행복의 나라’에서는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에 휘말린 강직한 군인 박태주를, ‘파일럿’을 이끈 조정석이 법정에는 정의가 아닌 승패만이 있다고 믿는 생계형 변호사 정인후를 연기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추창민 감독의 작품이다. ‘행복의 나라’는 ‘서울의 봄’에선 깊게 다루지 않았던, 하지만 역사 속에 가려진 휴먼 스토리를, 깊숙히 다룬다. 이선균, 조정석 뿐 아니라 전두환 보안사령관 역을 연기한 유재명의 연기 차력쇼를 보는 맛이 쏠쏠할 전망이다. ‘서울의 봄’과 비교해서 보면 재미가 배가될 듯 하다. ◇ ‘써니’ 영광 재현할 ‘빅토리’여름을 장식할 또 한 편의 영화는 8월 14일 개봉하는 ‘빅토리’다. 1999년 남쪽 끝 거제를 배경으로 하는 ‘빅토리’는 동네 댄스 콤비가 서울에서 전학온 치어리더를 내세워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를 만들면서 시작한다.올여름 텐트폴 영화 중 유일하게 여성 캐릭터가 서사를 이끄는 작품으로, 타이틀롤은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에서 배우로 자리매김한 혜리가 맡았다. 혜리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8’로 증명한 시대극 맞춤 연기에 아이돌 출신다운 시원한 춤 선으로 극의 재미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혜리 외 박세완, 조아람 등 기대주들이 ‘밀레니엄 걸즈’ 멤버로 합류했고, 디즈니플러스 ‘무빙’으로 주목받은 이정하가 거제상고 축구부 멤버로 가세해 합을 맞췄다. 긍정의 에너지와 열정이 신나는 댄스와 음악을 타고 흐르며 여름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 영화 ‘30일’, ‘달짝지근해: 7510’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투자·배급사로서 ‘보는 눈’을 인정받은 마인드마크의 신작이다.영화 ‘써니’ 제작 노하우를 갖고 있는 안나푸르나필름이 만드는 만큼, 유쾌하고 빛나고 웃기는 청춘들의 이야기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극장가에선 대마불사가 완전히 깨졌다. 그런 만큼 올 여름엔 규모는 작아도 알찬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다”며 “올 여름 영화들이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 경우 여름시장=한국형 블록버스터 공식이 깨질 수 있다”고 짚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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