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방관’ 서민주 “곽경택 감독님, 제가 울면 관객 못 운다고 하셨죠” [IS인터뷰]
“뜻깊은 작품이죠. 제 첫 이름으로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불길 앞에 몸을 던지는 일상의 영웅, 소방관. 타인을 위해 몸을 던지는 그들을 오히려 지키고픈 가족들이 있다. 배우 서민주가 처음으로 이름을 받아 연기한 영화 ‘소방관’ 속 효민은 그 얼굴을 대변한다.‘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실화를 소재로 전원 구조를 목표로 투입된 소방관들을 그리고 기리는 작품이다. 작품 외적으로 여러 악재가 겹쳐 촬영 4년 만에 개봉한 이 영화는 259만 관객을 돌파하며 연일 박스 오피스 1위를 수성중이다.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 일간스포츠에서 만난 서민주는 “단순한 재미를 주는 영화가 아닌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영화라 무사히 관객들과 만나게 된 것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본부터가 슬펐어요. 가슴 아파서 눈물을 되게 많이 흘렸죠. 저도 이번에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현장감 덕분에 더 감정적으로 와닿더라고요.”극중 효민은 서부소방서 대원 효종(오대환)을 친오빠로 두고, 그의 동료 기철(이준혁)을 예비신랑으로 만나는 인물이다. 서민주는 “마음 졸일 일이 두 배다. 벨이 울리면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같이 출동하는 걸 아는 입장”이라며 “한 없이 기다리는 그 마음이 어떨까를 많이 생각했다”고 연기 주안점을 밝혔다.“불안하고 한고비씩을 넘기는 심경일 거예요. 홍제동 사건 자료는 물론, 여러 ‘기다림’의 입장에 선 사람들의 인터뷰를 많이 찾아보며 그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서민주는 처음부터 효민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당시에 주어진 지정 대사는 일부였으나 곽경택 감독을 비롯한 9명의 제작진이 여러 상황 연기를 주문했다고 한다. “나중에 되고 나서 시나리오를 보니까, 제게 효민의 모든 분량을 주문하셨던 거였어요. 그래서 시간이 길었구나 알게 됐죠.”효종과는 현실 남매답게, 기철과는 풋풋한 예비부부답게 극에 리듬을 더한 효민이지만, 배우 서민주로서 깊은 인상을 새기는 장면은 후반부, 합동 장례식 이후 그가 캐비닛을 정리하며 슬픔을 삼키는 신이다. 그에게 주어진 디렉션은 ‘슬픈 건 전달하되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는 것. 신파를 덜어내고 담담한 톤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곽경택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흡수했다.“정말 슬펐을 상황인데 눈물은 절대 흘리면 안 됐어요. 감독님이 ‘네가 울면 관객들이 못 운다’고 말씀하셨거든요.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 후를 얼굴에 입히려 실제로 울고 분장을 한 후 감정을 눌렀어요. 그 장면 보시면 제 눈이 정말 팅팅 부어있답니다. (웃음).”
서민주는 갑작스레 나타난 신예는 아니다. 지난 2013년 미스코리아 미에 선발된 후 조단역으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미스코리아 대회 참가 전 이미 전자공학 석사까지 취득한 인재이기도 하다. 그는 “제 인생에 이벤트 하나 일어난 느낌으로 경험하려 했는데 당선됐다. 이후 2년 동안 미스코리아로 활동하면서 모델이나 광고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더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든 것은 연기였다”고 떠올렸다.“연기를 했을 때 어떤 호르몬의 작용 같은, 희열이 느껴졌어요. 연기하는 저를 보는 사람들의 표정을 봤을 때 ‘내가 그분들의 무언가를 건드렸구나’ 하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 감각을 계속 느끼고 싶었죠.”
영화 ‘미션 파서블’의 탱고 강사나 드라마 ‘킬힐’의 인플루언서, 이번엔 소방관의 가족까지. 작은 배역에서도 한 끗이 있던 서민주는 도전하고픈 장르로 액션을 꼽았다. 그는 “‘다모’가 정말 잔상에 남은 드라마다. 어떤 일에 앞장 서는 히어로 같은 캐릭터로 액션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코믹 액션 영화 ‘정보원’에서 형사 역으로 살짝 보여줄 거란 귀띔이다.“목표는 신인상이다. 받을 수 있을 때 꼭 받고 싶다”고 웃은 서민주는 쓰임새 있는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제가 어떤 연기를 했을 때 이질감 없이 ‘딱이야’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2.24 0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