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장미란 父, “효녀 내 딸, 이젠 즐기면서 살거라”
"아빠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어요. 100점짜리 아빠죠."(장미란)"우리 딸은 진짜 복덩어리여. 미란이 아빠라는 게 자랑스러웠던 적이 한둘이 아니여."(장미란 부친 장호철씨) 10일 장미란(30·고양시청)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8월 런던올림픽에서 용상 3차 시기를 실패한 뒤 바벨에 손키스를 한 뒤 5개월 만이다. 고집스러우면서도 열정을 다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성격을 닮은 장미란. 웃는 모습까지 붕어빵같은 부녀지간은 서로를 자랑스러워했다. 이런 끈끈한 가족애 덕분에 장미란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장 씨는 "이제는 미란이가 자기 삶도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장미란(이하 란): "지난 한 해 정말 시원섭섭했다. 런던올림픽 때 아쉬움이 남아서 더 뛰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그러나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장호철(이하 부): "미란이가 작년 10월 체전이 끝나고부터 오랫동안 고심했다. 스스로 결정한 만큼 존중해줬다. 그동안 수고많았다." - 런던 올림픽을 마치면서 바벨에 손키스 세리머니를 한 것이 화제가 됐다.란: "즉흥적으로 나온 거였다. 평소에 하지도 않던 제스처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순간 기분이 그랬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솔직한 뜻이 잘 전달됐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아쉬워 시원섭섭했던 올림픽이었다."부: "마지막 올림픽이라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웠다. 그래도 큰 대회를 무사히 마쳤다. 이제는 원했던 것도 조금씩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단도 설립했다. 란: "예전부터 스포츠를 통해 꿈나무들과 소외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재단을 만드는 게 도움이 된다는 아빠의 조언과 도움 덕분에 할 수 있었다."부: "2년 전부터 나와 미란이 모두 재단 설립을 생각했다. 비인기 종목에 이런 재단을 만들면 후배 양성도 하고 좋지 않겠나. 순조롭게 잘 됐다. 나와 딸 모두 지속적으로 튼튼하게 운영해서 비인기 종목에 희망이 될 수 있는 재단을 만들고 싶다." - 역도 선수를 하면서 아버지의 도움이 얼마나 컸나. 란: "나에 대한 열정이 유독 남달랐다. 나는 있는 듯이 없는 듯 하는 걸 좋아해서 처음에 아빠의 열성적인 모습이 싫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전까지 그랬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아빠의 그런 고집스런 모습 때문에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빠가 좋아서 하는 건데 내가 좀 심했다는 생각도 들었다."부: "내가 경기장 가는 걸 미란이가 싫어했다. 그래도 내가 계속 간 이유는 뭐가 있겠나. 미란이가 그만큼 운동을 잘하니까 관심이 갔다. 목 디스크 수술을 한 뒤에도 바로 경기장을 찾아갔다. 미란이가 처음 선수 생활할 때부터 캠코더 들고 다니면서 경기하는 모습 일일이 촬영하고 보여줬다."란: "지금 그 영상을 보라 하면 못 본다. 부끄러운데 집에만 가면 아빠가 계속 틀어놓으신다. 그럴 때마다 내가 끈다. (웃음)" - 집안에서도 뒷바라지가 대단할 것 같다. 란: "상패나 메달을 받으면 유리관을 구해 보관해주셨다. 메달은 색깔이 안 변하도록 일일이 매니큐어를 칠해 손수 관리하신다. 내 사진이 있는 블라인드 커튼도 만들어줬다. 나는 그렇게 관리를 잘못 하는데 아빠 덕분에 잘 보고 있다."부: "아테네 올림픽 때 받은 월계관도 원형 그대로 잘 보관하고 있다. 월계수 잎이 마를 데로 말랐지만 안 부서지게 진열장 한쪽에 보관해서 관리하고 있다." - 딸이 언제 가장 자랑스러웠나. 부: "베이징올림픽 때다. 인상·용상·합계 모두 한 번도 바벨을 놓치지 않고 전부 1차 시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짓는 모습이 기특하고 대단했다."란: "그때 응원 온 분들이 한국 식당에서 격려 자리를 마련해줬다. 원래 아빠가 술을 잘못 드시는데 맥주 몇 잔 드시고 "우리 미란이 잘 했다!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원래 애정 표현을 전혀 못 하시는데 그런 아빠의 모습을 처음 보고 쑥스러웠다." - 나중에 자식이 운동선수를 한다고 하면 아버지처럼 할 수 있겠나.란: "기본적인 것은 해주겠지만 아빠처럼 매 순간마다 그렇게 해주지는 못할 것 같다. 아마 나 대신에 아빠가 뒷바라지 다 할 것 같다.(웃음)"부: "그때까지 내가 건강하면 너한테 했던 것처럼 네 자식에게도 해줘야지 않을까."- 평소에는 어떤 딸, 어떤 아버지인가. 부: "그냥 복덩어리다.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게 하는데 도와주지 않았느냐. 어디서든 미란이 아빠라고 하면 좋게 얘기한다.이런 게 효녀 아니냐."란: "100점짜리 아빠다." 부: "100점은 무슨 100점이냐. 먹는 건 100점이겠지."란: "어렸을 때부터 잘 먹을 수 있도록 해주셨다. 중학생 때 부모님이 곰탕집을 3년 하셨다. 그때 아빠는 제일 좋은 국물을 우리 식구들한테 먹여주셨다. 나는 정말 질리지 않고 잘 먹었다. 그 외에도 내가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고, 헌신하셨다." - 딸이 많은 걸 포기하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이 있을 텐데. 부: "남들은 멋도 내고, 가고 싶은 여행도 가고 그렇더라. 미란이는 벌써 서른이다. 처음에 내가 역도를 권유했지만 그 무거운 기구를 혼자 10년 넘게 들고 싸우는 모습을 보니까 이제는 마음이 안 좋다. 청춘은 다 가고 안타깝다. (웃음)"란: "내가 좋아서 했던 거다. 나도 가끔 여행가고 싶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여행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그래서 별로 아쉬움도 없다. 당연히 역도를 하고자 했으면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것 아니냐. 남들이 못하는 걸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 그래서 역도를 권유한 아빠에게 감사하다." - 서로에 대한 덕담 한 마디 부탁한다.란: "옆에서 잘 도와주는 아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건강 관리 잘 하셔야 하지 않겠나. 오래오래 한결같은 아빠의 모습을 기대하겠다." 부: "이제 할 만큼 운동했으니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즐겁고 의미있게 네 삶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계속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나.(웃음)"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사진=김민규 기자
2013.01.09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