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IS 포커스] "한화, 서폴드만으론 충분하지 않아"…이유 있던 ESPN의 한 줄 평
"워윅 서폴드 한 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올 시즌 KBO 리그 10위 예상 팀으로 한화를 꼽으면서 이같은 한 줄 평을 내놓았다. 외국인 투수 서폴드의 능력과 가치는 인정하지만, 에이스 한 명의 활약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의미다. 국내의 한 야구 전문가 역시 "한화가 10위를 할 만큼 약한 팀은 아니지 않나"라면서도 "불확실성이 많은 팀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제 2020시즌이 개막한 지 단 일주일이 지났다. 한화는 아직 꼴찌가 아니고, 한화보다 더 적게 이긴 팀도 있다. 그러나 한화는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ESPN의 '한 줄 평'이 틀린 평가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스스로 보여줬다. 한화 입장에선 꼭 이길 필요가 있는 게임이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 2패를 당해 스윕을 당할 위기였던 데다, 패배 과정 자체도 좋지 않았다. 8일 경기에선 0-3으로 뒤지다 오선진이 극적인 동점 홈런을 쳐 3-3을 만들었지만, 불펜이 재역전을 허용해 아쉽게 경기를 내줬다. 9일에는 먼저 리드를 잡고도 허무하게 역전패했다. 3-1로 앞서 있던 6회 2사 후 불펜의 제구 난조로 연속 볼넷 세 개를 허용했고, 투수의 폭투 하나에 포수 실책까지 겹쳐 순식간에 동점이 됐다. 여기에 역전 적시타까지 맞아 또 역전패. 이틀간 패전의 빌미를 제공한 투수 김범수와 이태양은 결국 10일 경기에 앞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마지막 경기 선발은 서폴드였다. 그는 이미 지난 5일 SK와 인천 개막전에서 9이닝을 홀로 무실점으로 책임져 역대 외국인 선수 최초의 개막전 완봉승을 따냈다. 한화는 서폴드의 호투를 앞세워 11년 만에 시즌 개막전에서 승리하는 기쁨을 맛봤다. 4일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10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서폴드는 변함없이 강했다. 2-0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1회 1사 후 김하성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정후에게 좌전 안타를 내줘 1·2루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박병호를 3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운 뒤 임병욱을 투수 땅볼로 잡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2회부터 4회까지는 일사천리. 김혜성, 박준태, 이정후의 삼진을 포함해 아홉 타자를 삼자범퇴로 돌려 세웠다. 5회 역시 위기가 왔지만 잘 벗어나는 듯했다. 선두 타자 이지영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내줘 무사 2루. 그러나 모터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을 잡아냈고, 2사 후 박준태를 3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조금씩 한화에 균열이 생겼다. 3루수 김회성이 타구를 더듬다 3루도 밟지 못하고 1루로 던지지도 못했다. 무실점으로 끝날 이닝이 실책 탓에 계속 이어졌다. 결국 서폴드는 2사 1·3루서 다시 만난 키움 리드오프 서건창에게 우익수 앞으로 흘러가는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비자책점. 그래도 서폴드는 김하성을 외야 플라이로 잡고 3-1 리드를 지켰다. 6회에는 다시 마운드에 올라 키움 클린업 트리오인 이정후-박병호-임병욱을 삼자범퇴 처리했다. 투구 수 99개로 6이닝을 막아냈다. 다만 한화는 서폴드를 7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2점이라는 근소한 리드가 불안했던 탓이다. 개막 이후 믿음을 주지 못한 불펜 대신 최고의 페이스를 자랑하는 서폴드에게 한 이닝을 더 맡기는 쪽을 택했다. 이 선택은 결국 패착이 됐다. 마운드에 오른 서폴드는 선두 타자 이지영에게 좌중간 펜스 앞까지 향하는 3루타를 얻어 맞았고, 대타 이택근에게 중전 적시타까지 맞아 추가 실점을 했다. 뒤늦은 투수 교체. 그러나 이후 마운드에 오른 안영명과 박상원은 마침내 서폴드를 공략한 뒤 더 기세가 오른 키움 타선의 파상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끝내 동점을 허용했고, 이후 3점을 더 잃었다. 서폴드의 최종 성적은 6이닝 103구 5피안타 1볼넷 3실점(2자책).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고, 한화는 3-6으로 졌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SK와 주중 3연전에서 2승을 올리고 고척으로 온 뒤 "ESPN이 한화를 10위로 꼽았다는 점이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며 "우리가 10등에서 출발한다면 잃을 게 없는 것 아닌가. '도전자 정신'으로 달려가는 게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제는 한화가 받았다는 그 '자극'이 키움과의 실력 차 앞에선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폴드가 서 있을 때 높아만 보이던 한화 마운드는 투수 교체와 동시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에 허무함은 두 배다. 원정 6연전 끝에 내상이 큰 3연패를 안고 대전으로 돌아간 한화는 홈에서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척=배영은 기자
2020.05.10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