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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적 고민 필요, '소년심판' 봐 달라"[일문일답]
배우 김혜수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더욱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소년법을 개정하라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상황에서 공개된 '소년심판'이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에서다. 청소년이기에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아이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줘서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잔혹한 소년범죄가 일어나면 내심 '처벌 수위가 높아졌으면' 생각하게 되는 현실. 김혜수는 '소년심판'에서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을 연기하면서 무엇이 옳은 것인가, 사회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소년심판'은 어떤 작품이라고 생각하나. "극적인 재미보다도 소년범죄와 소년범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와 인식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작가의 의지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나를 비롯한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치우치지 않고 '소년심판'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집중하려고 노력을 했다. 소년범죄라는 사회적인 현상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모두 함께 고민을 해볼 만한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소년심판'을 선택한 이유는. "단지 소년범죄라는 민감한 소재 때문이 아니라 작품의 구성 방식과 작품을 관통하는 시선 때문에 많이 놀랐다. 우리에게 고민을 던지는 방식에 큰 의미를 느꼈던 것 같다. 실제 내 또래 지인들 가운데는 학부모들이 많다. '현실이 무섭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된다면', '내 아이가 피해를 입는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연기한 심은석이라는 인물은 법관이면서 소년범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누구도 소년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들이 범죄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같은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어떤 관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는 작품인 것 같아 매력을 느꼈다." -심은석의 대사들이 꽤 강렬했는데. "대사를 잘 전달하려고 힘을 줬다기보다는 그 대사가 품고 있는 진심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심은석의 입을 통해 나오는 대사들은 사실 우리가 모두 함께 고민을 해봐야 하는 말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마음으로 '소년심판'에 임했나. "어떤 작품이든 철저하게 준비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한다. 하지만 '소년심판'은 주제가 갖는 무게감이 상당했기 때문에 그 어떤 작품보다 책임감이 느껴졌다. 심은석이 법관으로서, 사회의 어른으로서 가진 신념과 그가 소년범 당사자와 피해자, 양측의 가족들을 대하는 모든 태도가 다 중요했다. 대사가 가지고 있는 무게와 메시지가 상당했다." -전작 '하이에나'에서는 변호사를 연기했다. '하이에나'에서의 경험이 '소년심판'을 할 때 도움이 됐나. "같은 법조인이라고 해서 더 도움이 되고 그랬던 건 없는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연기한 모든 인물이 다음 연기에 다 도움을 준다." -심은석이 피해자들의 사진을 앞에 놓고 판결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의견은 내가 냈다. 심은석이 판결을 내리고 나서 '오늘 판결을 통해 피해자는 억울함이 해소됐는가. 가해자는 반성하는가'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피해자의 사진을 앞에 두고 판결을 내리는 게 그러한 맥락과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에 그 장면들이 잘 담겨서 감사하다." -어려운 장면은 없었나. "심은석이 판사로서 신념을 두고 차태주(김무열)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이면서 비행 청소년인 서유리(심달기)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할 때다. 차태주가 심은석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어떻게 소년부 판사가 이렇게 가해자에 대한 미움과 분노로 소년범을 대하느냐'는 말을 한다. 그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리허설을 하는데 차태주의 감정에 너무 동화가 되는 거다. 심은석은 그런 걸 표현하면 안 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리허설을 하지 말고 촬영을 할 수 있겠느냐'고 요청했다. 그래서 리허설을 중단하고 촬영을 한 일이 있다. 또 심은석이 피해자 가족에게 이입하는 방식이 앞에서 함께 울고 위로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쉽지가 않더라." -심은석의 개인사가 초반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인물에 이입하는 게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심은석이 '나는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하고 시작을 하지 않나. 법관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강렬했다고 본다. 그런데 작품 말미에 가면 심은석이 그러한 말과 태도를 보이는 게 꼭 개인적인 일 때문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개인의 상처를 떠나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범죄를 혐오하고 있는 것이다. 심은석은 또 범죄를 혐오하되 거기에 대한 어른들의 책임과 의무를 계속해서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것은 이 작품이 담은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소년심판'을 통해 느낀 게 있다면. "소년 법정을 경험하면서 내가 그동안 나름 사회문제에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왔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관심의 범위 같은 것들이 얼마나 좁고 편협했는지 많이 느꼈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다고 하면서도 분노, 안타까움, 슬픔 등 감정적인 태도에 머물렀던 게 아닌가 한다."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우리 작품을 봤으면 좋겠다. 재미,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작품이 가진 메시지가 굉장하다. 실제로 그런 부분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거로 안다. 좋은 메시지를 재미와 함께 사회에 전달하는 것은 작품의 순기능이지만, 실제로 이런 작품이 제대로 만들어져 나와서 시청자들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다. 작품에 보내주시는 관심에 감사드린다." 정진영 기자 chung.jinyoung@joongang.co.kr
2022.03.07 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