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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보스턴, 유망주 4명 내주고 '100마일' 좌완 크로셰 영입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가 트레이드 시장 최대어였던 개럿 크로셰(25)를 영입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2일(한국시간) 보스턴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트레이드로 크로셰를 영입했다고 전했다. 보스턴은 팀 내 유망주 순위 톱15 안에 포함된 포수 카일 틸, 내야수 체이스 메이드로스, 외야수 브래이든 몽고메리, 우완 투수 윌켈맨 곤잘레스를 화이트삭스에 내줬다. 포수 팀은 MLB파이프라인 유망주 25위에 올라 있는 선수다. MLB닷컴은 "보스턴이 40인 로스터 안에 있는 젊은 선수들을 내주지 않고 크로셰를 영입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재 팀 내 유망주 1~3위에 올라 있는 로만 앤서니(외야수), 마르셀로 마이어(내야수), 크리스티안 캠벨(내야수)는 지켰다. 화이트삭스는 2024시즌 MLB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패전(121패)을 당했다. 진작 리빌딩에 돌입했다. 올겨울도 유망주 수집에 힘을 쏟고 있다. 크로셰는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낸 투수다.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 투수를 소화하며 32경기에 등판, 6승 12패·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팀 타선의 득점 지원이 저조해 패전이 많았지만, 삼진 209개 피안타율 0.222를 기록할 만큼 세부 기록이 좋았다. 100마일 강속루를 뿌리는 투수다. 보스턴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선발 투수 영입을 노렸지만,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 블레이크 스넬, 지구(아메리칸리그 동부)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 맥스 프리드를 내줬다. 결국 유망주 4명을 풀어 크로셰를 영입했다. MLB닷컴은 "보스턴은 8년 전 화이트삭스로부터 좌완 에이스(크리스 세일)를 영입했고, 이듬해(2018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해냈다. 같은 일이 반복되길 바라며 다시 좌완 에이스(크로셰)를 영입했다"라고 설명했다. 안희수 anheesoo@edaily.co.kr 2024.12.12 07:53
메이저리그

'KBO MVP' 페디·'WBC 韓 대표' 에드먼, 삼각 트레이드로 각각 STL·다저스행

지난해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 에릭 페디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으로 뛰었던 토미 에드먼이 삼각 트레이드에 포함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30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삼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화이트삭스 선발 투수인 페디가 세인트루이스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고, 에드먼은 다저스로 이적했다. 페디는 지난해 KBO리그 NC 다이노스에서 20승(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으로 투수 3관왕과 MVP에 오른 뒤 빅리그에 복귀했다. 올 시즌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에 계약한 페디는 21경기에 등판해 7승 4패 평균자책점 3.11의 빼어난 성적을 내며 'KBO리그의 역수출 신화'를 썼다. 페디는 화이트삭스의 저조한 팀 성적에 올 여름 트레이드설이 불거졌는데, 이번 삼각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에드먼은 지난해 3월에 열린 2023 WBC에서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선수로 잘 알려져있다. 유격수와 2루수, 외야수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이자 스위치 타자로, 2021년엔 2루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정상급 수비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다만 에드먼은 올 시즌 오른쪽 손목 수술과 발목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한편, 세인트루이스는 화이트삭스로부터 페디와 외야수 토미 팜을 영입했고, 다저스로부터 추후 지명할 선수 혹은 현금을 받기로 했다. 올해 극심한 부진(27승 81패 승률 0.250)으로 일찌감치 성적을 포기한 화이트삭스는 주축 선발 페디를 내놓는 대신, 다저스로부터 멀티플레이어 미겔 바르가스와 내야수 제럴 페레스, 내야수 알렉산더 알베르투스, 추후 지명할 선수 또는 현금을 받는다. 주축 선수를 내주고 유망주들을 영입하는 전략을 취했다. 다저스는 에드먼과 우완 투수 올리버 곤잘레스를 세인트루이스로부터 영입했고, 화이트삭스로부터 강속구 투수 마이클 코페치를 품었다. 윤승재 기자 2024.07.30 09:30
메이저리그

'오타니 영입' 다저스, 양키스와 트레이드…40인 로스터 후속 작업

오타니 쇼헤이(29)와 계약한 LA 다저스가 후속 조치를 진행했다.12일(한국시간) 미국 야후스포츠에 따르면 다저스는 유격수 유망주 트레이 스위니(23)를 받고 왼손 투수 빅터 곤잘레스(28)와 내야수 요빗 비바스(22)를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오타니(10년, 7억 달러)와 조 켈리(1년, 800만 달러)를 영입한 다저스는 40인 로스터 내 빈자리를 만들어야 했고 이번 트레이드로 공간을 확보했다.스위니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0순위에 지명한 유망주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100경기 출전, 타율 0.252 13홈런 49타점을 기록했다. 멕시코 출신 곤잘레스는 즉시 전력 왼손 불펜. 올해 빅리그 34경기(선발 1경기)에 등판, 3승 3패 4홀드 평균자책점 4.01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MLB) 통산(3년) 성적은 9승 4패 평균자책점 3.22. 싱커 평균 구속이 94.6마일(152.2㎞/h) 정도로 위력적이다. 베네수엘라 출신 비바스는 마이너리그 레벨을 차근차근 밟았다. 빅리그 데뷔를 하지 않았지만, 올해 더블A에서 109경기 출전, 타율 0.280 12홈런 54타점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출루율(0.391)과 장타율(0.436)을 합한 OPS도 0.827로 준수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2.12 07:55
메이저리그

LAD 옛동료+한일 자존심+KBO리그 친정팀 인연...사연 많은 류현진 컵스전 등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이 부상 복귀 뒤 세 번째 등판에 나선다. 불운으로 첫 승 달성을 놓친 지난 등판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상대는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PS) 진출을 노리는 시카고 컵스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오전 2시 37분, 캐나다 온타리오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리는 2023 메이저리그(MLB)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긴 재활기를 거쳐, 지난 2일 빅리그에 복귀한 류현진의 올 시즌 세 번째 등판이다. 류현진은 지난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 4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볼넷으로만 한 번 출루를 허용할 만큼 잘 던졌다. 하지만 3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스카 곤잘레스의 강습 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맞았고, 흐른 공을 직접 처리하는 투혼을 보여줬지만, 부축을 받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라운드로 쓰러진 류현진의 최초 반응을 살폈을 때 큰 부상이 우려됐지만, 다행히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고,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이날 컵스전에 등판하게 됐다. 컵스는 13일 기준으로 61승 56패를 기록,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2위에 올라 있다. NL 와일드카드 순위는 PS 진출 마지노선인 3위다. 류현진은 승리가 절실한 타선을 상대한다.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 뒤 급격히 리빌딩에 들어간 컵스는 올 시즌 다시 ‘윈-나우’를 추구하고 있다. 타선 면모도 다양하다. 지난겨울 스토브리그를 달군 ‘특급 유격수’ 댄스비 스완슨, 팀 젊은 리더로 평가 받는 내야수 니코 호너 그리고 최우수선수(MVP) 수상자에서 방출 대상자 그리고 올 시즌 다시 반등한 전 LA 다저스 간판타자 코디 벨린저가 있다. 여기에 빅리그 2년 차 일본인 외야수 스즈키 세이야, KBO리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빅리그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전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도 있다. 한화는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뛰었던 소속팀이다. 올 시즌 컵스 타선에서 홈런 20개 이상 친 타자는 한 명도 없다. 하지만 페트릭 위스덤, 크리스토퍼 모렐, 그리고 벨린저와 스완슨이 18~19개를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장타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벨린저는 류현진과 LA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2019시즌 타율 0.305, 홈런 47개를 치며 NL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선수다. 이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올 시즌 컵스로 이적한 뒤 13일 현재 타율 0.331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현재 컵스에선 가장 무서운 타자다. 스즈키와의 ‘한일’ 투·타 자존심 대결도 관심을 모은다. 스즈키는 쓰쓰고 요시토모, 아키야마 쇼고 등 일본 출신 외야수들의 실패사를 끊은 선수다. 일본 리그에서 뛸 때만큼 좋은 성적을 낸 건 아니지만, 빅리그 데뷔 2시즌째 주전을 지키고 있다. 좌투수 상대 타율(0.274)은 시즌 기록(0.255)보다 높지만, 홈런은 2개뿐이다. 컵스는 좌·우타 라인 균형이 좋은 팀이다. 우타자(위스덤, 호너, 스완슨, 모렐, 스즈키) 라인과 좌타자 라인(터크먼, 벨린저)과 스위치 히터(이안 햅·제이머 칸델라이리오) 모두 콘택트 능력과 장타력을 두루 갖췄다. 류현진은 왼손 투수지만, 빅리그 통산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0.248) 좌타자 기록(0.257)보다 더 낮다. 좌·우 낯가림일 있는 편은 아니다. 타자마다 사연 있는 승부가 펼쳐진다. 류현진이 부상 복귀 뒤 첫승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8.13 20:10
메이저리그

AL 중부 경쟁 반전 이끈 프랑코나 감독, 개인 3번째 감독상 수상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아메리칸리그(AL) 중부 지구 1위로 이끈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16일(한국시간) "프랑코나 감독이 기자단 투표 유효 30표 중 1위 표 17장, 2위 표 9장을 받아 총점 112점을 받아 AL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는 올 시즌 92승 70패를 기록하며 AL 중부 지구 1위에 올랐다. 객관적인 전력은 최근 지구 강자로 올라선 시카고 화이트삭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대어 자유계약선수(FA) 내야수 카를로스 코레아를 영입한 미네소타 트윈스보다 약세로 평가받았지만, 안드레스 히메네스·스티브 콴·오스카 곤잘레스 등 젊은 야수들이 성장세를 보였고, 두 자릿수 승수 투수 3명이 지킨 선발진의 힘을 앞세워 반전 드라마를 썼다. 프랑코나 감독은 2013·2016년에 이어 세 번째 감독상을 수상했다. 내셔널리그(NL) '올해의 감독'은 벽 쇼월터 뉴욕 메츠 감독이 수상했다. 1위 표 8장, 2위 표 10장, 3위 표 7장을 받아 총점 77점을 기록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과 1위 표는 동률이었지만, 2·3위 표에서 앞섰다. 쇼월터 감독이 이끈 뉴욕 메츠는 올 시즌 101승 61패를 기록했다. 쇼월터 감독은 1994·20054·2014년에 이어 통산 4번째로 감독상을 받았다. 안희수 기자 2022.11.16 14:53
프로야구

"이승엽 클래스는 여전하네요" MLB 317홈런 타자도 인정했다

2006년 3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8강) 1조 첫 경기 멕시코전. 3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이 1회 말 1사 1루에서 로드리고 로페스의 6구째 체인지업을 때려 결승 2점 홈런(2-1 승리)을 터뜨렸다. 전년도 미국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으로 15승을 거둔 투수(로페스)를 상대로 이승엽이 한국 프로야구 최고 홈런 타자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 경기에 6번 타자·1루수로 나선 멕시코의 아드리언 곤잘레스는 이승엽이 베이스를 도는 모습을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날 3타수 1안타(멕시코 총 5안타)를 기록한 곤잘레스는 우리에게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도우미로 잘 알려져 있다. ━ 한국서 만난 두 '국민타자' 이승엽(46)과 곤잘레스(40)가 16년 만에 한국 땅에서 만났다. 지난 16~17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컬처파크에서 열린 '홈런더비 X' 무대에서였다.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MLB 사무국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 곤잘레스는 닉 스위셔, 자니 곰스, 지오바니 소토 등 은퇴 선수와 함께 MLB 4개 팀을 대표해 방한했다. 곤잘레스는 "16년 전 이승엽이 결승 홈런을 친 장면을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팽팽한 투수전(한국 2-1 승)으로 펼쳐져 더 또렷하게 생각난다"며 "이승엽의 부드러운 스윙이 돋보였다"고 생생하게 기억했다. 이승엽은 곤잘레스를 보자마자 "에드가 곤잘레스와 (2010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함께 뛴 적 있다"고 소개했다. 아드리언 곤잘레스의 형 루이스 곤잘레스도 MLB(193경기 출전)를 경험한 선수 출신이다. 이승엽은 "2006년 한국-멕시코전에 곤잘레스도 출전했다. 당시 샌디에이고 소속이었던 걸로 기억난다"며 "워낙 유명했고 수비력도 좋은 선수였다. 스윙이 아주 부드럽고 타격 타이밍도 잘 잡았다"고 정확하게 기억했다. 이어 "다저스에서 류현진을 많이 도와줘 더 친숙하다. 총연봉도 1억 달러(실제로는 1억9064만8500달러·2655억원)를 넘지 않았을까 싶은데. 멕시코 대표팀 사상 가장 좋은 타자 아닌가"라고 화답했다. 서로의 평가처럼 둘은 닮은 점이 많다. 이승엽은 '국민타자'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최고 스타였다. 곤잘레스 역시 멕시코를 대표하는 타자다. 곤잘레스는 미국과 멕시코 이중국적을 갖고 있지만, WBC 1~3회 모두 멕시코 대표팀으로 출전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선행을 펼치는 점도 비슷하다. 곤잘레스는 장학 재단을 설립, 암환자를 비롯한 라틴계 어린이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는 선수에게 수여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승엽도 은퇴 직후인 2018년 야구 꿈나무 육성을 위한 재단을 설립, 재능 기부와 함께 소아암 환우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 메이저리그 꿈꿨던 이승엽 프로 입단 때부터 '최고'였다. 이승엽은 1995년 고졸 신인 최고대우 계약금(1억 3200만원)을 받고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곤잘레스는 2000년 MLB 전체 1번으로 플로리다에 지명된 최고 유망주 출신이다. 내야수가 전체 1번으로 뽑힌 건 1993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은퇴·통산 696홈런) 이후 처음이었다. 같은 좌타자에 포지션(1루수)도 같다. 이승엽은 KBO리그 한 시즌 최다 56홈런(2003년)을 비롯해 각종 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KBO리그 개인 최다 홈런(467개)을 비롯해 한·일 통산 홈런만 626개(일본 159개)에 이른다. 홈런왕을 5차례나 차지했다. 일본 최고 명문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제70대 4번 타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국제무대에서는 중요할 때 한방을 터뜨리는 '해결사'였다. 오죽하면 '합법적 병역 브로커'라는 별명까지 있다. 곤잘레스 역시 빅리그 15년 동안 홈런 317개를 때린 강타자다. 텍사스 레인저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보스턴 레드삭스-LA 다저스-뉴욕 메츠를 거치는 동안 총 1929경기에서 통산 타율 0.287 1202타점을 기록했다. 곤잘레스 역시 멕시코 대표팀의 최고 해결사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이승엽은 1회 WBC 멕시코전을 포함해 대회 기간 총 홈런 5개를 기록했다. 대회 홈런왕과 공동 타점왕에 올랐다. 켄 그리피 주니어와 같은 타점 10개를 올렸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매운맛'을 선보인 이승엽도 곤잘레스처럼 MLB에서 뛸 기회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KBO리그를 평정한 이승엽은 미국 진출 의지가 컸다. 2002년 시카고 컵스, 2003년에는 플로리다 말린스의 초청 선수로 참가했다. 이승엽은 "미국 야구를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어 추진했다. 2002년 컵스에서 캐리 우드(통산 86승)와 새미 소사(609홈런), 프레드 맥그리프(493홈런) 등 스타 선수와 함께 훈련했다. 어느 날 소사와 사진을 찍었는데 팔뚝이 정말 엄청나게 굵더라. 반면 난 너무 왜소했다"고 떠올렸다. 이승엽은 컵스 소속으로 시범경기 7경기에서 홈런 2개를 기록했고, 이듬해 플로리다에서도 홈런 2개를 터뜨려 미국 진출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그는 "3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유로운 훈련 분위기에서 많은 공부를 했다. 동기부여도 됐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2002년 47홈런을 터뜨렸고, 2003년에는 아시아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을 날렸다. 이승엽은 2003년 시즌 종료 후 부푼 꿈을 안고 아내 이송정 씨와 미국으로 건너갔다. LA 다저스 홈구장에서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는 "다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 관계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에 다저스와 한 차례 더 만났는데 (계약 조건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으로 출국 전에는 계약이 잘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야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더라. 그 부분이 너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KBO리그를 거쳐 미국 무대에 진출한 야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인 이승엽이 예상보다 낮은 조건에 사인하는 것도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었다. 결국 이승엽은 일본 지바 롯데 말린스와 2년 총 5억엔(49억원)에 계약했다. 지바 롯데 입단 기자회견 당시에는 MLB 진출의 꿈을 접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9년 전을 회상하며 "당시 결혼도 했고 가족 부양의 책임도 있었다. 또 어머니가 수술 후 병상에 누워 계셨다. 협상이 내 예상과는 달랐다. 내 꿈만 좇아 (미국에 가는 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에 남으면 FA(자유계약선수) 4년 계약을 해야 하니까 우리보다 수준이 더 높은 일본에서 2년 동안 뛰고…(다시 한번 도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2012년 삼성에 복귀 후 2017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은퇴하고 나니 성공과 실패를 떠나 미국에서 한 번도 뛰지 못해 정말 아쉽더라. 사실 2011년 일본 오릭스 퇴단 때 미국 마이너리그라도 한 번 가볼까 생각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그때 한국(삼성)에 돌아오지 않으면 영원히 못 돌아올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 두 거포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은퇴 후 5년이 흘렀지만, 이승엽은 여전히 홈런 타자의 위용을 자랑했다. 지난 17일 컵스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홈런 더비에서 25개의 타격 기회 중 1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상대편이었던 다저스의 곤잘레스가 이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곤잘레스는 "이틀 동안 이승엽의 부드러운 스윙을 보니 2006년 WBC 멕시코-한국전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전력분석 등을 통해) 이승엽이 결정적일 때 해결하는 타자라고 여겼다. 세월이 흘렀지만 역시 클래스가 여전히 그대로임을 느꼈다. 대단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이승엽은 홈런더비 X MVP에 뽑힌 곤잘레스를 향해 "세계적인 선수와 어울려 영광"이라고 말했다. 영종도=이형석 기자 2022.09.23 05:25
프로야구

곤잘레스 "잠시만요, 푸이그 한국에서 잘하고 있나요?"

"푸이그가 한국 무대에서 잘하고 있나?" 16일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 컬처파크에서 열린 MLB 홈런더비X 기자회견. 관계자들의 짧은 인사가 끝나려는 무렵, 아드리안 곤잘레스(40)가 옆에 앉아 있던 통역을 통해 한국 취재진에 질문했다. LA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야시엘 푸이그(키움 히어로즈)의 근황을 궁금해한 것이다. 곤잘레스와 푸이그는 2013년 여름부터 2017년까지 다저스에서 함께 했다. 당시 류현진(토론토)도 다저스에 몸 담고 있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내야수 곤잘레스는 팀 내 베테랑이었고, 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외야수 푸이그는 '야생마'라고 불리던 때였다. 곤잘레스는 2018년 뉴욕 메츠로 떠났고, 푸이그는 이후 신시내티-클리블랜드를 거쳐 올 시즌엔 키움에서 뛰고 있다. 곤잘레스는 그런 푸이그의 활약을 궁금했다. 푸이그는 올 시즌 113경기에서 타율 0.274 17홈런 6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기대만큼 활약은 보여주진 못했지만, 키움의 상위권 선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곤잘레스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선 "엄청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곤잘레스는 “한국에 대해서는 텍사스에서 박찬호, 다저스에서 류현진으로부터 많이 들었다. 항상 와보고 싶었는데 와서 기쁘다. 한국에서 열리는 홈런더비를 통해 한국 팬들을 만나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 2009년 멕시코 대표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과 맞붙어 한국 야구 문화와 열정적인 팬 문화를 느꼈다. 이번에도 기대가 된다. (홈런더비X에서) 홈런을 많이 치겠다"고 말했다. 영종도=이형석 기자 2022.09.16 10:13
야구

‘51경기 20홈런' 타티스 주니어, 밸린저와 어깨 나란히 하다

샌디에이고 내야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2)가 시즌 20번째 아치를 그렸다. 타티스 주니어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4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팀은 4-8로 패배해 2연패에 빠졌다. 시즌 31패(38승)째가 된 샌디에이고는 지구 선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5경기 차로 벌어졌다. 이날 경기 1회 초 공격에서 타티스 주니어는 시즌 20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매니 마차도가 2루타를 치고 나간 2사 2루 상황에서 타티스 주니어는 콜로라도 선발 투수 치치 곤잘레스의 시속 92.8마일(149.3㎞)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타구는 발사각 27도, 비거리 431피트(131m), 속도 104.5마일(168.2㎞)로 측정됐다. 22살 선수로는 역대급 홈런 페이스다. MLB.com의 사라 랭스에 따르면, 개막 후 51경기에서 홈런 20개를 넘긴 타자는 타티스 주니어와 코디 밸린저(26·LA 다저스)뿐이다. 밸린저는 데뷔 시즌이었던 2017년 22세의 나이로 개막 이후 51경기에서 21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해 밸린저는 132경기에 나서 타율 0.267, 39홈런 97타점을 기록했다. 타티스 주니어는 현재 51경기에 나서 타율 0.273, 20홈런 4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티스 주니어가 홈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밸린저의 홈런 기록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타티스 주니어는 올 시즌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시즌 초반 어깨 통증으로 결장했고, 지난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러한 탓에 시즌 18경기나 결장했다. 그런데도 내셔널리그 홈런 1위, 타점 2위, 장타율 0.647로 1위다. 경쟁력 있는 타격도 보이고 있다. 타수 당 홈런 수(AB/HR)가 9.35개로 1위다. 김영서 인턴기자 2021.06.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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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포수 빼고 다 맡는 '전천후' 곤잘레스, 류현진의 토론토와 링크

류현진(34)이 소속된 토론토의 전력 보강 움직임이 또 포착됐다. 캐나다 매체인 스포츠넷의 샤이 다비디는 8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토론토가 다재다능한 스위치타자 마윈 곤잘레스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곤잘레스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려 새 소속팀을 구하고 있다. 다비디에 따르면 곤잘레스에 대한 토론토의 관심은 이전에도 있었다. 일시적은 흥미가 아닌 셈이다. 2012년 휴스턴에서 데뷔한 곤잘레스의 통산(9년) 빅리그 성적은 타율 0.261, 96홈런, 369타점이다. 2017시즌에는 타율 0.303, 23홈런, 90타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2015년부터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고 단축 시즌(팀당 162경기→60경기)으로 진행된 지난해에는 타율 0.211, 5홈런, 22타점으로 부진했다. 곤잘레스의 숨은 가치는 '수비'에서 나온다. 외야 세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곤잘레스는 유격수, 1루수에 3루수와 2루수 출전도 가능하다. 투수와 포수를 제외하면 전 포지션 커버가 가능하다. 토론토가 주목하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토론토는 이번 오프시즌 외야수로 조지 스프링어, 내야수로 마커스 시미언을 영입해 전력을 끌어올렸다. 곤잘레스까지 데려올 경우 내·외야를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영입까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곤잘레스는 현재 원소속팀인 미네소타를 비롯해 디트로이트, 보스턴, 필라델피아, 뉴욕 메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2.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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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만 탐구생활] 겉은 '핵인싸' 속은 '승부의 화신'

최지만(29·탬파베이)은 2020년 가을, 가장 사랑받은 메이저리거다. 키워드는 반전 매력. 자신보다 연봉이 42배 많은 투수를 두들겼고, 185㎝·118㎏의 거구가 체조 선수처럼 말랑한 몸놀림을 보였다.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사상 '최고 중량' 1번 타자라는 기록도 남겼다. 퍼포먼스도 신선하고, 거침없다. 그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뒤 휴지통을 밟는 장면을 SNS에 공개했다. 2017~18년, 전자 장비로 사인을 훔쳐낸 뒤 더그아웃 쓰레기통을 두들겨 타자에게 알렸던 휴스턴의 부정행위를 조롱한 것이다. 휴스턴은 챔피언십시리즈 상대였다. 5차전에서 동점 홈런을 친 뒤에는 화려한 배트플립을 선보였다. 아시아 선수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쇼맨십이었다. 그리고 쿨하다.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도 그랬다. 7회 초 1사 2·3루에서 대타로 나섰지만, 상대 벤치가 우투수 딜란 플로로를 좌투수 빅터 곤잘레스로 바꾼 탓에 타석에도 서지 못하고 교체됐다. 그래도 최지만은 엷은 미소를 띠었다. 야구를 달관한 표정 같았다. 일간스포츠는 '인간 최지만' 탐구에 나섰다.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은사, 고교 동창, 마이너리거 시절 동료의 얘기를 두루 들었다. '선천적인 긍정왕' 최지만 최지만은 10월 16일(한국시간)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 2-3이던 8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 동점 홈런을 쳤다. 극적인 홈런을 치고도 무심한 표정으로 배트를 던져버린 퍼포먼스가 주목받았다. 요란하다가 무심하니 또 화제였다. 화끈한 세리머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최지만은 팀 리더 윌리 아다메스와 함께 더그아웃 분위기를 달구는 주역이다. 그와 고교(동산고) 시절 한솥밥을 먹은 KT 내야수 김병희는 "예전부터 파이팅이 넘쳤다. 밖에서보다 그라운드에서 더 밝은 기운을 발산하더라. 귀국할 때마다 만나는데, 변함없이 기운이 넘치는 친구"라고 전했다. 마이너리그 시절 서로 의지하며 친분을 쌓은 나경민 롯데 2군 코치도 "솔직히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면 낯간지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게 최지만다운 모습이다. 실제 성격도 그대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최지만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맡은 오정택 GMS(에이전시) 실장은 "항상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모든 사람을 친근하게 대한다"고 했다. 이찬선 전 동산중 감독은 "최지만은 유년기부터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넘쳤던 아이였다"고 했다. 이찬선 전 감독은 최지만의 부친인 고(故) 최성수 전 동산고 코치와 막역한 사이였다. '소년' 최지만을 지켜봤고, 그가 중학교(동산중)에 진학한 뒤에는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이어왔다. 수많은 야구 꿈나무를 지도한 이찬선 감독에게도 최지만은 기억에 남는 제자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도 건강한 마음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찬선 감독은 "지만이가 (최)성수 형님을 정말 존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늘로 떠나셨을 때 걱정했는데, 구김 없이 크더라"고 돌아봤다. 고교(동산고) 시절 최지만을 지도한 김재문 전 동산고 감독도 "최지만은 성격이 좋다. 밝고, 활기찬 선수였다. 같이 야구를 하는 이들과 융화하는 모습은 단연 돋보였다"고 말했다. 김재문 감독은 최지만이 수차례 부상을 극복하고 빅리그에 안착한 원동력으로 낙천적인 성격을 꼽았다. 그는 "(고교) 2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 내내 재활훈련을 했다. 상심이 컸을 텐데 잘 버티더라. 어린 나이에 불안감을 다스리는 게 쉽겠나. 타고난 성향도 지만이가 야구 선수로 성장하는 데 큰 몫을 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핵인싸' 이방인 2020 월드시리즈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27일, 테드 헤이드 시애틀 스카우트는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최지만의 마이너리그 시절 일화를 소개했다. 헤이드는 "최지만이 마이너리그 첫해(2010년) 여름까지 좋은 성적을 낸 뒤 진지한 표정과 서툰 언어로 '내게 돈을 더 줘야 한다'고 하더라. 신인 선수에게 그런 말은 처음 들었다. 언어 습득 능력도 좋다. 중남미 선수들과 한국 식당을 찾기도 했다. 그처럼 캐릭터가 특별한 선수는 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비슷한 목격담이 많다. 나경민 코치는 "타지 생활에서 감당해야 할 어려움이 많다. 지만이의 적응력은 뛰어나다. 내가 샌디에이고 소속일 때 시애틀과 같은 캠프 훈련장(피닉스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을 썼다. 멀리서 지만이를 보면 외국 선수들과 엄청 친해 보였다"고 전했다. 손차훈 SK 단장도 "스카우트를 맡은 첫해(2009년) 동산고에서 최지만을 본 적이 있다. 그때도 유쾌한 선수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후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최지만을 다시 봤다. 외국 선수들에게 거리낌 없이 먼저 다가서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도 고교 시절 본 모습 그대로다"라고 돌아봤다. 최지만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팀을 이끄는 리더였다. '은사' 김재문 감독은 "지만이가 고등학교 때 투수가 되길 바랐다. 그런데 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던져도 컷패스트볼처럼 휘어져 들어갔다. 구속이 잘 나오지 않았다. 지만이에게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포수를 권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시애틀 스카우트도 벤치에서 팀 동료들을 이끄는 모습을 주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병희도 "주장은 내가 맡았지만, 실제로는 지만이가 후배들을 이끌었다"고 돌아봤다. MLB에서 아시아 선수는 여전히 많지 않다. 마이너리그에는 더 그렇다. 최지만이 긴 세월을 참고 이겨낸 원동력은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 덕분이었다. 네트워크가 하나도 없는 미국 땅에서 '핵인싸(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가 된 것이다. 이찬선 감독은 "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으며 10년 넘게 버텨낸 원동력은 밝은 기운이 아닐까?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따뜻한 눈빛과 표정 덕분에 진심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퍼포먼스가 아니라 승부욕이다 최지만이 올가을 주목받은 건 뉴욕 양키스 게릿 콜에게 매우 강했기 때문이다. 2020시즌 정규시즌에서 7타수 5안타(2홈런)를 기록했다. 연봉 85만 달러(9억7000만원)를 받는 최지만이 3600만 달러(410억원)를 받는 콜을 압도한 것이다. 콜은 탬파베이와의 디비전시리즈를 앞두고 "최지만이 내 실투를 잘 쳤다"고 했다. 최지만은 10월 6일 디비전시리즈 1차전 탬파베이가 1-2로 뒤진 4회 말 무사 1루에서 콜로부터 역전 투런 홈런을 쳤다. 실투를 때린 게 아니라 실력으로 이긴다는 걸 보여줬다. 화제성이 큰 선수라고 해도 그것만으로 월드시리즈 4번 타자로 나설 수 있었을까. 최지만의 은사와 친구들은 미소 뒤에 감춰진 그의 뜨거운 승부욕을 잘 알고 있었다. 이찬선 감독은 최지만 부친을 떠올렸다. 그는 "최성수 선배는 고교 시절 정말 야구를 잘했다. 주로 1번 타자로 나섰다. 절대로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을 가졌다. 뭐든 대충 하는 일이 없었다. 내가 알기로는 형수님(최지만 모친)도 구기 종목 선수 출신이다. 지만이도 그런 기질을 이어받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김병희도 "고교 시절 한 연습경기에서 지만이가 더그아웃에 들어와서 분을 감추지 못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정말 이기고 싶은 투수가 있었고, 홈런을 치고 싶어했다. 그런데 안타도 치지 못해서 그랬다. 같이 야구를 하는 내내 '지만이는 누구보다 지기 싫어하고, 자존심이 강하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나경민 코치는 최지만의 여유 있는 표정과 제스처도 승부욕의 표현이라고 본다. 그는 "승부욕 없는 야구 선수는 없다. 그러나 최지만은 좀 유별나다"며 "야구를 하면서 힘든 일이 왜 없겠는가. 자존심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찬선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화제가 된 '다리 찢기'도 승부욕의 산물로 봤다. 그는 "그런 포구 동작을 보고 많이 놀랐다. 탬파베이에서 정착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다쳤나. 그 과정에서 유연한 몸이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한 게 아닐까. 다치지 않고 야구를 잘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김병희는 고교 시절에도 최지만의 다리 찢기 포구를 봤다. 그는 "임시 1루수로 나선 경기에서 두 다리를 크게 벌려 포구하더라. 공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과감했다. 원래 유연성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필라테스를 하면서 그런 플레이가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만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마이너리그에서 부상을 많이 당했다. 건강하게 뛰기 위해 필라테스를 시작했다"고 했다. 마음은 오래전부터 빅리거 최지만은 2016년 4월,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MLB에 데뷔했다. 마이너리그 생활만 6년이다. 빅리그 데뷔 뒤에도 세 번이나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이 기간 자신을 다잡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하루에 일기를 세 번 썼다고 한다. 포지션(포수), 타격, 그리고 미국 생활에 대해서였다. 또래 젊은이들처럼 보이지 않는 미래, 그리고 치열한 경쟁이 주는 고민을 담았다. 그는 시애틀 마이너리그팀 소속이었던 2015년 7월 서울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과에 입학했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학업을 마치기 전 MLB에 진출했다. 그래도 다른 학생들의 학위 수여식에 직접 제작한 영상을 축전으로 보낼 만큼 학업에 애착이 있었다. 학교 관계자도 5학기 동안 온라인·모바일 수업을 꾸준히 수강한 최지만의 학구열에 놀랐다. 그는 아직 큰돈을 벌지 못했다. 그러나 최지만은 아버지의 현역 시절 등 번호(51번)를 딴 장학 재단 'CHOI 51'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아마추어 선수의 용품 지원도 꾸준히 하고 있다. 에인절스 시절에는 충주 성심학교 소속이던 청각 장애인 야구선수 서길원을 후원한 소식도 알려졌다. 나경민 코치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누군가를 도와준다. 용품이나 재능 기부 활동이 정말 많다. 자신이 마이너리그에서 힘들게 야구를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시절을 잊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이찬선 감독은 "학생(선수)들이 좋은 선수가 되기 전에 좋은 인간이 되길 바랐다. 지만이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메이저리거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진심으로 남을 돕고 있다"고 칭찬했다. 최지만은 이찬선, 김재문 감독과도 꾸준히 연락하며 끈끈한 사제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병희 등 고교 동창생들을 만나면 마이너리그 시절처럼 소박한 자리에서 야구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한다. 야구장밖의 최지만은 우리가 아는 것과 꽤 달랐다. 그러나 그의 지인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최지만은 그럴 줄 알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1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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