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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IS 포커스]전병우가 소환한 김선진...역사에 남는 KS 홈런

정규시즌 1위 SSG 랜더스와 2위 키움 히어로즈가 맞붙은 한국시리즈(KS) 1차전은 그야말로 홈런쇼였다. 가장 극적인 순간 경기장과 시청장의 환호를 자아내는 아치가 2개나 새겨졌다. 상황은 이랬다. 1점 차 승부로 돌입한 9회 초, 4-5로 지고 있던 키움은 1사 2루에서 나선 전병우가 마무리 투수로 나선 노경은을 상대로 역전 투런 홈런을 치며 전세를 뒤집었다. 올 시즌 타율 0.203에 그쳤던 전병우가 통산 8번 승부에서 1안타에 그친 노경은을 상대로 팀을 구하는 홈런을 친 것. SSG는 정규시즌 1위다운 저력을 발휘했다. 1점 차로 리드를 빼앗긴 채 맞이한 9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선 베테랑 김강민이 키움 마무리 투수 김재웅의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공략해 경기를 원점으로 만드는 좌월 솔로 홈런을 쳤다. 탄도가 매우 컸던 이 타구가 홈런으로 확정될 때까지 수 많은 야구팬이 각자 간절한 마음으로 포물선을 지켜봤다. 누군가는 포효했고, 누군가는 고개를 숙였다. 경기는 9회 역전포를 쏘아올린 전병우가 10회 결승 좌전 안타를 친 키움이 7-6으로 승리했다. 실점 과정에서 실책이 쏟아졌지만, 경기 흐름 자체는 매우 극적인 승부였다. 홈런이 그 중심에 있었다. 역대 KS에서는 홈런으로 시리즈 흐름이 바뀌거나,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결정된 순간이 많았다. 그해 프로야구의 최종 무대에서 나온 한 방인만큼 꾸준히 회자된다. 롯데 자이언츠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1984년 KS. 故 최동원이 홀로 4승을 거두며 뜨거운 투혼을 보여준 시리즈로 더 짙게 남아 있지만, 승부를 가른 건 홈런이었다. 3승 3패로 맞선 채 맞이한 잠실 7차전(10월 9일)에서 7회까지 3-4로 지고 있던 롯데는 8회 초 공격에서 김용희와 김용철이 연속 안타를 치며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타석엔 6차전까지 17타수 1안타에 그치며 부진했던 유두열, 마운드엔 정규시즌 16승을 거둔 김일융이 있었다. 유두열은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온 낮은 코스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스리런 홈런을 때려내며 장내를 열광시켰다. 롯데는 최동원이 2점 차 리드를 지켜내며 7차전을 잡았다. KS 끝내기 홈런은 세 번 나왔다. 1호 기록은 1994년 LG 트윈스와 태평양 돌핀스의 1차전 연장 11회 말. 태평양 1년 차 에이스 김홍집은 선발 투수로 등판, 11회 말 1사까지 140구를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이날 교체 출전한 LG 내야수 김선진이 김홍집의 141구째를 걷어올려 좌측 담장을 넘기며 경기(스코어 2-1)를 끝냈다. 정규시즌 주로 대타나 대수비로 나서며 1홈런에 그쳤던 김선진이 당시 4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LG에 중요한 승리를 안긴 것. 가장 유명한 장면은 2002년 KS 6차전이다. LG에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앞서 있던 삼성 라이온즈는 9회 초까지 6-9으로 지고 있었지만,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LG 마무리 투수 이상훈을 상대로 김재걸이 선두 타자 2루타, 1사 뒤 나선 틸슨 브리또가 볼넷을 얻어내며 기회를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나선 이승엽이 이상훈의 몸쪽 슬라이더를 통타, 스리런 홈런을 때려냈고, 후속 타자 마해영이 바뀐 투수 최원호의 직구를 밀어쳐 다시 한번 우측 담장을 넘겼다. 삼성이 8번 도전 만에 창단 처음으로 KS 우승을 확정한 순간이었다. 최근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한 나지완도 한국야구 역사에 가장 짜릿한 순간을 연출했다.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대결한 2009년 KS 7차전 5-5로 맞선 9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선 그가 상대 투수 채병용의 높은 코스 직구를 당겨쳐 그해 챔피언을 결정하는 끝내기 홈런으로 연결했다. 2년 차였던 나지완은 정규시즌에서 23홈런을 치며 팀 주축으로 올라섰고, 타이거즈의 10번째 KS 우승을 이끈 주인공이 됐다. 올해 대권을 노리는 SSG는 2018년 KS에서 홈런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5차전까지 먼저 3승(2패)을 거두고 맞이한 6차전. 8회까지 3-4, 1점 차로 지고 있었지만 2사 뒤 나선 최정이 조쉬 린드블럼을 상대로 동점 솔로 홈런을 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김태형 당시 두산 감독은 정규시즌 15승을 거둔 에이스를 구원 투입하는 필승 의지를 드러냈지만, KS(2008년) MVP(최우수선수) 수상 전력에 KS만 38경기에 나서 5홈런을 기록했던 최정을 넘지 못했다. 이어 12회까지 4-4 스코어가 유지됐다. 승부는 13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선 한유섬이 구원 등판한 선발 자원 유희관을 상대로 우중간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기울었다. SSG는 에이스 김광현을 마운드에 올렸고, 그가 리드를 지켜내며 정상에 올랐다. 키움 전병우는 일찌감치 날카로운 타격 능력으로 주목받았지만, 아직 기량을 꽃피운 선수로 볼 순 없다. 1일 열린 KS 1차전 홈런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진한 여운을 남겼다. 단기전 특유의 묘미가 발휘된 것. 그런 전병우가 1984년 유두열, 1994년 김선진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올해 남은 KS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 기대하지 못한 선수의 손에서 한국야구 역사에 남을 순간이 쓰여질 수 있다. 2일 2차전에서도 데뷔 처음으로 KS를 치르는 최지훈(SSG)이 손맛을 봤다. 안희수 기자 2022.11.03 09:05
야구

'잠실벌 소나무' 유지현 코치가 말하는 1994년과 2016년

"향후 5년 동안 팀이 발전하기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유지현(45) LG 주루코치는 평소 차분하다. 하지만 19일 그의 목소리 톤은 높았다. 2016년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후배 선수들이 마냥 대견하다. 부담을 이겨내고 최선의 결과를 얻어낸 경험이 '제2의 전성기'을 맞이하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유지현 코치는 LG의 영광과 쇠퇴를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1994년 입단한 그는 서용빈(LG 타격코치), 김재현(전 한화 타격코치)과 함께 '신인 3총사'로 불렸다. 타석에선 공격의 선봉장을 맡았고, 수비에선 해태의 이종범과 함께 김재박(KBO 경기감독관), 류중일(전 삼성 감독)의 계보를 잇는 명 유격수로 평가받았다.입단 첫 해부터 LG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 됐다. 이후 5번 더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이던 2002년에 유 코치는 팀의 주장이었다. 2004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그는 이듬해도 LG 유니폼을 입었다. 주루 코치로 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7~2008년엔 자비로 미국 시애틀로 야구 연수를 떠났다. 그리고 2009년부터 LG 코치로 복귀했다.현역 시절 말년부터 LG는 암흑기를 걸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시즌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한결같이 잠실벌을 지켜온 유 코치이기에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2016년 가을이 남다르다. 그에게 "1994년과 2016년을 비교해달라"고 물었다. 유 코치는 "1994년 가을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답했다.닮은 점은 팀 구성. 올 시즌 LG는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박용택, 정성훈 등 베테랑 타자들이 중심을 잡고, 젊은 선수들이 패기와 활력을 더했다. 1994년에도 그랬다. 당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신인 선수가 5명이나 포함됐다. '신인 3총사'와 함께 데뷔 첫 해 10승을 거둔 투수 인현배, 내야수 허문회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유 코치는 "신인 선수가 많아 우려도 있었다.하지만 그저 선배들을 따라가면 됐다. 야수진엔 김영직, 한대화 선배가 있었고 투수진에선 김용수, 정상흠 선배가 워낙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라운드에서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을 했다. 부담도 크지 않았다. 서로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지금 LG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준PO 3차전 결승 홈런 주인공 유강남은 "정성훈 선배가 앞 타석에서 초구를 놓친 것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는 조언을 했다. 그래서 더 과감하게 플레이를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정성훈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지만, 이날 승리에 숨은 공신이었다. 투수 이동현도 "작은 부분이라도 내가 한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어 후배들에게 얘기를 해준다"고 했다. 우승을 거뒀던 1994년처럼 신·구 조화가 이뤄지고 있다. 포스트시즌 대진운은 1994년보다 2002년에 가깝다고 한다. LG는 1994년 정규시즌에서 2위 태평양에 11.5경기 차 앞서며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올라오는 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 코치는 "전력 면에선 단연 우리 팀이 더 좋았다. 올해 두산과 비슷했다. 언론의 평가도 그랬다. 물론 1차전에 대한 부담은 있었다"고 말했다.1994년 한국시리즈 1차전은 LG 이상훈과 태평양 김홍집의 명 투수전이었다. 9회말까지 스코어는 1-1. 연장 11회까지 간 승부는 무명의 김선진이 김홍집의 141구째를 좌월 결승 홈런으로 때려내며 마무리됐다.유 코치는 "김선진 선배의 끝내기 홈런으로 이긴 뒤에는 자신감이 더 커졌던 것 같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부터 시작한 올해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 오히려 준플레이오프(PO)부터 시작해 현대와 KIA를 차례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삼성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2002년과 흡사한 것 같다"고 했다.유 코치는 "포스트시즌 한 경기에서 소모하는 에너지는 정규시즌 열 경기 분"이라고 했다. LG는 벌써 6경기를 치렀다. 선수들의 체력과 정신적 소모가 얼마나 큰지 잘 안다. 하지만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는 WC 결정전에서 만들어졌다고 봤다. 유 코치는 "한 경기로 탈락이 결정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압박감을 다스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잘 극복한 뒤엔 선수들의 표정부터 달라졌다. 준PO는 상대적으로 자신감이 커진 채 맞이했다. PO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유 코치는 우승이라는 달콤한 결실을 맛봤다. 특히 프로 무대에서의 느낀 그것은 아마 시절과는 달랐다고 한다. "6개월이라는 정규시즌 일정에서 팀도, 선수도 부침을 겼는다. 이를 극복하면서 얻은 결과였다. 그저 '기분이 좋다'는 느낌이 아니다. 왜 눈물이 나는지를 알게 된다. 후배들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LG는 올해 1994년의 영광을 재연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다. 포스트시즌에선 위로 올라갈수록 더 강한 팀을 만나야 한다. 하지만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얻는 게 더 크다고 본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2016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유 코치는 "올해는 우리 LG에게 정말 힘든 시즌이었다. 다른 해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하나가 됐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을 야구를 뜨겁게 만들었던 이 경험이 향후 5년 이상, 팀이 발전하는 힘이 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그리고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우리 팀 선수들, 정말 잘 하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ins.com 2016.10.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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