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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싸를 만나다] 김미정·이소현 카카오엔터 이사 "'김비서' 흥행 뒤 숨겨진 피·땀·눈물, K콘텐트 성장 원동력이죠"

훤칠한 외모에 재력까지 갖춘 완벽남이 매력 넘치는 여비서의 퇴사를 막기 위해 연애를 제안한다. 2018년 인기리에 방영돼 최고시청률 8.7%(닐슨코리아)를 찍은 tvN 16부작 로맨스 코미디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의 스토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합병되기 전 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 웹툰, 영상화까지 이어진 대표 성공 사례다. 흥행이 보장된 이야기를 드라마로 그대로 옮긴 듯 보이지만, 그 속에는 원작을 살리기 위한 기획자들의 땀방울이 녹아들어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내기업(CIC)인 노블코믹스컴퍼니에서 각각 노블(웹소설)사업과 코믹(웹툰)사업을 총괄하는 김미정·이소현 그룹장(이사)은 김비서 성공을 위해 땀방울을 흘린 대표적인 기획자들이다. 이들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유망 작가들의 신선한 이야기를 세계적인 한류 콘텐트로 키워가고 있다. 김비서는 드라마 방영 직후 웹툰 열람자가 50%, 매출이 80% 가까이 상승했다. 일본 넷플릭스에서 지난해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로 꼽히기도 했다. 소설·만화, 모바일 소비행태 맞춰 연재형으로 탈바꿈 이소현 카카오엔터 노블코믹스컴퍼니 그룹장은 "당초 1년을 목표로 했지만 김비서를 웹툰으로 론칭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드라마로 나오기까지 3년 가까이 소요됐다. 원작의 재미를 살리지 못해 원고를 한 번 엎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소현 그룹장은 이어 "웹소설은 원작자를 대변해야 하고, 웹툰은 제작사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소설로 작품을 만난 독자들의 상상력을 각색해 그림과 영상으로 풀어내는 PD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노블코믹스컴퍼니는 지금까지 웹소설 약 120편을 웹툰으로 제작했다. 이를 통해 'IP(지식재산권)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 작품은 '사내 맞선' '나 혼자만 레벨업' '황제의 외동딸' 등이며, '달빛조각사'는 게임으로도 확장했다. 하나의 IP가 다양한 매체로 퍼져 수익을 창출하는 OSMU(원소스멀티유즈) 영역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웹소설이다. 김미정 카카오엔터노블코믹스컴퍼니 그룹장은 "웹소설은 단행본 시장이었다. 지금은 모바일 환경에 맞춰 연재형으로 자른다. 작가들도 초기에는 전체 원고를 줬지만, 이제는 에피소드별로 맞춘다. 엔딩 포인트까지 생각해야 한다. 한 화가 호흡이 빠르고 세계관도 복잡하지 않다. 디지털 콘텐트와 유사하게 웹소설도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소비행태로 인해 만화 시장도 크게 변했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웹툰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해외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재팬의 만화 플랫폼 '픽코마'는 일본 전체 만화 모바일 앱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픽코마에 진출한 '나 혼자만 레벨업'은 현지 어워드를 수상한 것은 물론 매일 110만명이 보고 있다. 이소현 그룹장은 "일본은 매니악한 시장인데, 웹툰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현지 관계자들이 많이 놀랐다. '이 정도만 해도 돈을 번다고?'라는 반응이었다. 한국적인 정서가 작품에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원천 스토리가 중요해졌다. 물론 독자들의 한정적인 시간을 뺏는 싸움이기 때문에 게임만큼의 그림은 나와야 한다. 기획 등 공정이 고도화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노블코믹스컴퍼니는 소설로 검증된 작품을 웹툰으로 만든다. 자체 스튜디오, 외부 출판사에서 투고하면 PD들이 작품을 발굴한다. 작가와 계약하면 기획과 편집 작업에 들어간다. 노블코믹스컴퍼니는 MD 역할로 작품을 검토하고 플랫폼을 통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웹툰까지 흥행해 영상화하면 한 작품에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가량이 투입된다. 마케팅, 순수 제작 비용 등은 별도다. 공정을 세분화하는 추세라 작업 과정에 문하생으로 들어가면 채색만 잘해도 전문가로 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미정 그룹장은 "완결 소설의 기승전결을 일차적으로 나눈다. 그리고 각색 작가가 콘티를 만들어 설정집과 함께 원작사에 보내고, 캐릭터의 특징 등 세밀한 요구를 반영한다. 원작의 중요한 에피소드를 바꾸지 않는 것이 노블코믹스의 팁이다. 3화 정도 만들어보고 만족스러우면 출판사 역할의 CP가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간다. 이 때 여러 명의 작가가 투입된다. 1주일에 60~80컷을 그려야 하는데 스토리와 그림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에 의해 기획된 시스템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기다리면 무료'로 생태계 활성화…흥행 키워드는 회귀·빙의·환생 카카오페이지 플랫폼에서 웹소설, 웹툰 생태계가 활성화할 수 있었던 데에는 차별화 비즈니스 모델(BM)인 '기다리면 무료'(이하 기다무)의 역할이 컸다. 기다무는 이용자가 24시간을 기다리면 1회 무료 열람이 가능한 서비스다. 최근 매일 자정 12시, 정오 12시마다 5개의 무료 이용권을 지급하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였다. 이소현 그룹장은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 있지만,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결제할 수밖에 없게끔 했다. '콘텐트를 왜 돈 내고 봐야 하냐'라는 인식을 깨고 침체한 시장을 살려냈다. '정주행'이라는 말처럼 한 번에 끝을 보는 콘텐트 소비 방식도 한몫했다. 작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플랫폼의 공이 컸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지에는 평소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많다. 지하 감옥에 들어가 괴물을 물리치며 성장하는 이야기는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다. 더 강해지기 위해 작품 속 주인공이 매번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모든 흥행작은 세 가지의 키워드를 공유한다. 바로 회귀·빙의·환생(회빙환)이다. 김미정 그룹장은 "회빙환을 통해 특수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먼치킨(강력한 캐릭터)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독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앱의 검색 키워드를 보면 독자들이 원하는 소재와 캐릭터 성격을 알 수 있다. 로맨스판타지에서는 여주인공이 힘들었던 시기를 넘어 회빙환으로 전혀 새로운 삶을 살기도 한다. 이런 참신한 스토리에 디지털 환경이 맞물려 K콘텐트가 빠르게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노블코믹스를 발판 삼아 매일 1억명이 즐기는 글로벌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도약한다. 원천 IP는 게임, 채팅형 소설,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2차 창작을 유도해 매출을 극대화한다. 김미정, 이소현 그룹장은 이 생태계에 뛰어들기를 희망하는 예비 창작자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기획자들이 아무리 많은 작품을 봐도 따라 할 수 없는 창작자 '고유의 반짝임'이 있다. 독자들이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다름'을 생각해야 한다. 평범한 클리셰(진부한 표현)인데도 특별하게 그리는 사람이 있다. 트렌드에 적절한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감을 지키기 위한 체력은 기본이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04.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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