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확 바뀐 자동차 보조금, 시판 차량들로 비교해 보니
올해부터 9000만원 넘는 전기차를 사면 정부 구매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6000만원 초과 9000만원 미만인 전기차는 보조금의 50%만 지급된다. 테슬라 모델X, 아우디 e-트론 등 억대의 수입 전기차를 사려는 소비자는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수입차들이 늘어나는 소비자 부담을 의식해 가격 인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조금 얼마나 줄어드나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전기자동(이륜)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행정예고(안)'에 따라 올해 전기차 보급사업 국비 예산은 총 1조50억원이 책정됐다. 이에 따르면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전기차 국고 보조금은 연비 보조금(최대 420만원)과 주행거리 보조금(280만원)을 합해 최대 700만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에는 800만원이었지만 올해 100만원 줄었다. 다만 여기에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이행 보조금과 에너지 효율 보조금을 각각 최대 50만원을 추가할 수 있다. 최대 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고 보조금과 별개로 지원되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보조금은 지역마다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경북 지역이 최대 10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길이 끄는 건 전기차 가격별 차등을 뒀다는 점이다. 국고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꽉 채우더라도 전기차 가격이 6000만원 이상 9000만원 이하일 경우 절반(40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9000만원을 초과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보조금 자체를 지급하지 않는다. 차량 가격이 6000만원 이하일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조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보조금 상한제 도입 배경엔 지난해 급격하게 존재감을 키운 테슬라가 자리하고 있다. 작년 1~11월 테슬라의 누적 판매 대수는 1만1601대에 달한다. 국산 전기차 중 가장 많이 팔린 코나 EV(7888대)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특히 테슬라 모델S와 같이 대당 가격이 1억원을 웃도는 고가의 수입 전기차에 130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지급된 전기차 보조금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900억원을 테슬라가 받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모델X 정부 보조금 '0원' 현재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는 현대차 아이오닉과 코나, 기아차 니로와 쏘울, 르노삼성차 르노 조에, 쉐보레 볼트, BMW i3, 테슬라 모델S와 모델X, 모델3, 재규어 I-페이스, 벤츠 EQC 등이다. 이중 올해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9000만원 초과 전기차는 포르쉐 타이칸(1억4560만원)·테슬라 모델X(1억1599만원)·아우디 e-트론(1억1492만원)·재규어 I 페이스(1억1040만원)·테슬라 모델S(1억330만원)·벤츠 EQC(9550만원) 등이다. 테슬라 모델S만 놓고 보면 작년 구매 보조금 736만원(스탠다드)을 받았지만, 올해는 아무런 혜택 없이 일반 내연기관 차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조금 절반이 삭감되는 6000만~9000만원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5469만~7469만원)와 BMW i3(6560만원)다. 다만 작년 국내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 모델3는 가격대가 애매하다. 기본 모델은 5469만원이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롱 레인지는 6479만원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이 차종을 구매했다면 국비 800만원, 지자체 보조금 450만원을 받아 5229만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 국비는 최대 책정 분인 700만원의 50%인 350만원, 지방비는 다시 200만원대로 줄어든다. 예상 구매비용은 5854만원으로 600만원 이상 비싸진다. 국산차의 경우 현대차 아이오닉·코나 일렉트릭과 기아차 니로EV가 출고가격 4000만원대라서 이번 지침과 무관하다. 푸조의 e-208, e-2008 SUV 등도 차량 가격이 6000만원 이하여서 보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 테슬라 몸값 낮추나 이에 업계에서는 수입차들이 일부 모델 가격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을 30만 위안(약 5000만원) 이하로 제한하자 모델3 출고가를 32만 위안에서 29만 위안으로 500만원 정도 내린 바 있다. 최근 중국에서 출시한 모델Y 가격도 롱레인지 가격을 기존 안내 가격보다 30% 낮춘 33만9000위안(약 5700만원)으로 발표했다. 테슬라가 중국에서의 사례와 같이 모델3 롱레인지 가격을 인하하면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조금을 전액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서울 기준 소비자의 실 구매가는 4500만원대로 낮아진다. 일부에서는 현대차가 테슬라의 가격 인하를 고려해 올해 출시 예정인 SUV 전기차 아이오닉5의 가격을 5000만원대로 맞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판매가격은 모든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시 가장 마지막 단계에 결정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1.01.06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