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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여행어디] 한국민속촌에 불국사까지…그 때 그 시절 추억 여행지

학창시절 한 번은 가봤다는 여행 스폿이 있다. 그 시절에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기 바빠 즐거웠던 느낌만 한가득 안고 왔을 뿐,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은 별로 떠오르지 않아 "갔다 왔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이 딱 맞은 곳이기도 하다. 경주 불국사를, 한국민속촌을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어른이 돼 재방문한 이곳들은 처음 온 듯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더구나 요즘 날씨가 야외 활동하기에 딱이다. 수학여행 1번지 '경주 불국사' '대한민국 수학여행 1번지', 경주의 다른 이름이다. 요즘은 '황리단길' 같은 젊은 관광지가 떠오르며 불국사는 '한 번 들렀다 올까?'하는 전통 관광지가 됐지만, 과거에는 필수 코스 중 하나였다. 학창시절 추억 속 불국사는 울긋불긋 단풍이 흐드러진 배경이 옛 건축물을 더욱 도드라지게 해주는 가을이었다. 매표소에서 일주문과 천왕문을 거쳐 불국사로 오르는 길이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 되살아나게 해준다. 천천히 걸어 대웅전으로 가는 길목의 돌계단 앞에 서면, 학창시절 단체 사진을 찍었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청운교와 백운교다. 백운교 18계단, 청운교 16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으로 들어서는 중문 '자하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다리 보존을 위해 출입이 금지돼 옆길을 통해 대웅전으로 가야 한다. 대웅전 뜰에 들어서면 곧장 눈앞에 역사책에서 사진으로만 봐왔던 다보탑과 석가탑이 펼쳐진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보다. 석가탑의 문화재 명칭은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이지만, 우리에게는 원래 이름 석가여래상주설법탑을 줄여서 부르는 석가탑이 익숙하다. 다보탑은 10원짜리 동전에 나오는 친숙한 '그 탑'이었는데, 동전 볼 일이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별로 친숙하지 않게 됐다. 다보탑과 석가탑은 강탈과 도굴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다보탑을 해체·보수하면서 사리와 사리장치를 비롯한 유물이 모두 사라졌다. 기단 돌계단 위에 있던 돌사자도 넷 중 하나만 남아있다. 다음으로 향할 곳은 극락전이다. 임진왜란 때 훼손됐다가 조선 후기에 재건된 극락전 앞마당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황금돼지상은 복을 기원하며 만지고 가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하지만 진짜 찾아야 할 황금돼지는 따로 있다. 극락전 현판 뒤 처마 밑에 길이 50cm 정도의 황금빛을 띤 목조돼지상이다. 오랫동안 눈에 띄지 않다가 2007년께 존재가 확인됐으며, 불국사에서 누구나 쉽게 보고 만질 수 있도록 극락전 앞 황금돼지상을 설치해 놓았다. 불국사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세트메뉴'처럼 함께 가는 곳이 있다. 석굴암이다. 굽이굽이 산길을 달려 '석굴암 석굴'까지는 15분이면 도착한다. 국보인 석굴암 석굴은 751년에 만들기 시작해 774년에 완성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효성이 지극한 김대성이 현세와 전생의 부모를 위해 각각 불국사와 석굴암을 창건했다고 한다. 토함산 중턱에 화강암으로 석굴을 만들고 본존불을 모셨다. 내부는 직사각형 전실과 원형 주실, 두 곳을 연결하는 통로로 구성된다. 온화한 본존불을 중심으로 전실과 주실 벽면에 여러 불상을 정교하게 새겼다. 눈으로만 담을 수 있으니 오래도록 뜯어봐야 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 유리 너머로 보존불과 부조를 감상할 수밖에 없고, 사진 촬영도 금지다"고 했다. 젊은 기운 가득해진 '한국민속촌' 민속촌이라면 '지루함'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하는 요즘의 한국민속촌은 생동감이 넘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젊은이들도 놀러 오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1974년 문을 연 한국민속촌은 조선 시대 가옥과 생활 문화를 볼 수 있는 전통문화 놀이공원이다. 양반이 살던 집, 지방에 따라 특징이 드러나는 농가와 민가, 관아 등 전통 가옥 270여 동이 있다. 가옥은 옛 모습 그대로지만, 과거보다 활기가 넘친다. 사또나 포졸, 거지 등 조선 시대 인물을 비롯해 특정 역할을 하는 연기자가 구석구석 누비며 방문자와 함께 즐기기 때문이다. 놀이공원의 피날레인 퍼레이드가 민속촌에도 있다. '춘향전'을 바탕으로 전통 무용과 마당극이 어우러진 민속 퍼레이드 '얼씨구 절씨구야'다. 귀를 때리는 음악은 농악이 채우고 화려한 퍼포먼스는 부채춤이 채운다. 춘향이와 이도령이 등장해 상가마을 한 바퀴를 돌며 흥을 돋우고, 관람객은 어깨를 들썩인다. 젊은 감성을 겨냥해 곳곳에 사진찍기 좋은 스폿도 마련했다. 민속촌 내 남부지방 대가 앞 염색 천이 늘어진 곳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카메라를 켜고 대기한다. 바람에 날려 형형색색의 천이 나풀거리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영화광이라면 '관상' '역린'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의 촬영 장소에서 인증샷을 찍어보는 것도 좋다. 어린 시절 KBS에서 방영됐던 고전 호러 드라마 시리즈 '전설의 고향'의 추억이 생각난다면 어둠이 찾아온 한국민속촌을 방문해보자. 오는 11월 6일까지 이어질 ‘귀굴 두 번째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주말 및 공휴일 오후 1시에서 9시까지 토종 공포체험이 시작된다. 귀굴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 조상들의 가장 큰 재난이었던 기근 때문에 변해버린 조선 시대 마을의 이야기를 다룬다. 관람객은 음산한 분위기의 조선 시대 기와집을 지나며 약 15분간 극한의 공포를 체험하는데, 사람이 살지 않아 방치된 가옥에서 나오는 퀴퀴한 냄새와 음침함이 가득 묻어 나는 끼이익 소리 등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극한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한국민속촌은 전작 귀굴보다 훨씬 높은 강도의 공포를 제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시설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공포 수위가 높아 초등학생 이하, 노약자, 임산부, 심장 질환자 등은 참여할 수 없다. 사진·동영상 촬영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한국민속촌에 '세트메뉴'가 있다면 에버랜드다. 최근 에버랜드는 '핼러윈 축제'가 시작돼 한국민속촌을 둘러보고 저녁 시간에 맞춰 에버랜드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올해는 공포체험 성지로 불리는 '블러드시티' 시즌6을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알려진 채경선 미술감독과 함께 꾸며 극도로 오싹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해 기대감을 높였다. 블러드시티6는 좀비들로 가득한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 199번 급행열차(티익스프레스)를 타야 한다는 테마 스토리를 바탕으로 알파인 지역 일대가 거대한 기차역으로 변신했다. 실제 기차 2량을 공수해 좀비들에게 파괴된 열차로 실감 나게 연출하며 블러드시티의 완성도를 극대화했고, 블러드시티 게이트에는 파나소닉의 4K 초고화질 프로젝터를 활용해 오싹한 분위기를 영상으로 생생하게 구현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채경선 감독이 매번 영화나 드라마 속 영상을 통해 선보이던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에버랜드 핼러윈 축제를 통해 처음 오프라인 공간에서 선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09.14 07:00
연예

[#여행어디] 순천, 빼놓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순천에 가면 흑두루미 보고 오세요.”순천 여행을 이야기하자 지인이 단박에 흑두루미 이야기를 꺼냈다. 흑두루미는 해마다 2~3월이면 남해 순천만을 중간 기착지로 삼아 북상한다.이미 4월이라 순천에서 흑두루미를 볼 수는 없었다.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은 흑두루미 7마리만 논에서 이따금 발견된다고 했다.3000여 마리의 흑두루미가 다녀가는, 세계 5대 연안 습지 순천만은 빽빽한 갈대밭과 끝이 보이지 않은 광활한 갯벌 생태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아 주고 있었다. 전체가 하나의 ‘정원’, 순천시 사실 순천 하면, 가장 먼저 ‘정원’이 떠올랐다. 순천만과 함께 동천~봉화산 둘레길로 이어져 도시 전체가 하나의 큰 정원을 이루는 순천시의 대표 관광지 ‘순천만 국가정원’ 때문이다.111만m² 면적의 순천만 국가정원은 각종 화초 500만 본과 수목 88만 그루가 심겨 있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찾은 4월 마지막 주 정원은 지난주만 해도 만개해 거리를 수놓던 형형색색의 툴립 약 20만 송이의 옷을 벗고, 다음 차례의 꽃들로 치장을 준비하고 있었다.순천만 국가정원 해설사는 “유채는 한창이었고, 다음 달이면 철쭉과 장미꽃이 한껏 화사함을 뽐낼 예정”이라고 했다.순천만 국가정원에는 테마별로 정원들이 나뉘어 있어 천천히 전체를 모두 돌아보려면 4시간 정도 걸린다. 세계 정원·힐링 정원·실내 정원·슬로 정원 등 테마별로 순천만 국가정원 전체를 산책하듯 돌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특히 흥미로운 곳은 세계 정원이었다. 태국·이탈리아·멕시코·영국·미국 등 나라별 특색에 맞도록 정원을 조성해 놓은 곳인데, 그 자체가 예술품이다. 정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원이나 에스파냐의 알함브라 궁원, 한국의 비원 등을 떠올려 보면 ‘정원 예술’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탈리아 정원은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가의 빌라 정원을 재현했다. 깔끔하고 잘 정돈된 이미지의 이탈리아 정원은 계단식 설계가 특징이며, 경사진 공간에 키가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조화로움을 뽐낸다.태국 정원은 국가 전통의 건축물 ‘살라타이’가 눈에 띄었다. 살라타이는 태국 사람들이 뜨거운 햇빛과 비를 피하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는 장소로 사용되는 공간이었다. 이 벽돌 빛의 건축물과 함께 서 있는 워싱턴 야자·코코스 야자 등 열대 수목은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해 내기에 충분했다.‘꿈의 다리’도 순천만 국가정원의 볼거리다.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 있는 미술관이자,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긴 지붕이 있는 인도교다. 설치미술가 강익중과 순천시민이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만든 공간으로, 내부에는 전 세계와 우리나라에서 모인 어린이 그림 14만여 점이 걸려 있다.또 야생동물원에 가면 사막여우를 비롯해 알다브라육지거북·물범·홍학 등 1000여 마리의 동물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사육사 일일 체험과 생태설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야생동물원에서는 최근 사막여우가 자연분만으로 암컷 새끼 두 마리를 출산했다. 사막여우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순천만 습지’로 향했다. 갈대·갯벌·습지와 분위기가 묘하게 어울렸다. 흐릿한 하늘 아래 뿌연 풍경이 주위를 둘러쌌지만, 쨍쨍한 햇볕 아래 습지의 그림이 생각나지 않았다.22.6㎢(690만 평)의 드넓은 습지를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나무 데크 위에서 바다 냄새를 맡으며 걷는 방법, 다른 하나는 배를 타고 습지 위에서 날아다니는 왜가리를 카메라에 담거나 갯벌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눈에 담는 것이다.이날은 비가 오니 배를 타기로 했다. 왕복 35분의 ‘순천만 생태체험선’이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순천만 S 자 갯골을 돌아 다시 원점으로 복귀하는 코스다. 바닷물이 빠지면 운항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꼭 시간대를 확인해야 하며, 신분증은 필수다.30인 승의 작은 배에 탑승하니, 바닷물에 잠겨 있는 듯한 낮은 창밖 뷰가 펼쳐졌다. 선장은 운항하며 틈틈이 망원경으로 날아다니는 새를 확인했다. 검은 새가 하늘에 보여 ‘흑두루미’냐 물으니 왜가리라고 했다. 아쉽지만 올해 순천에서 흑두루미를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순천만 습지 전경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대대포구에서 순천만 갈대 데크를 따라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이곳은 이미 석양의 S 자형 수로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의 명소가 됐다고 한다.하지만 구름 낀 이날의 하늘은 낙조를 허락해 주지 않았다. 확실히 날씨 운은 여행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올해는 ‘2019 순천 방문의 해’로, 순천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3월부터 순천만 국가정원·순천만 습지·낙안읍성·드라마 촬영장과 선암사와 송광사 등 순천시 주요 관광지 입장료를 관광지별로 1000~500원 할인하고 있으니 올해 순천 여행이 제격이다. 한국 불교 승맥을 잇는 ‘송광사’ 순천 동부의 정원과 습지에서 출발하면 서부에 위치한 송광사까지 50여 분을 달려야 한다.송광사는 곧 다가올 ‘부처님 오신 날’을 일찍부터 준비하는 듯 연등이 수놓고 있었다.조계산 북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송광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인 승보종찰이다. 한국 불교에는 불교에서 귀하고 값진 세 가지 보물 불(佛) 법(法) 승(僧) 등 삼보를 가진 삼보사찰이 있는데, 경남 양산의 ‘통도사’ 경남 합천의 ‘해인사’ 그리고 전남 순천의 ‘송광사’다.통도사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 있기 때문에 불보사찰, 해인사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의 경판이 모셔 있기 때문에 법보사찰, 그리고 송광사는 한국 불교의 승맥을 잇고 있기 때문에 승보사찰이라고 한다. 송광사는 한국 불교와 역사를 함께해 온 유서 깊은 고찰이다. 신라 말 혜린선사에 의해 창건됐으며, 보조국사 지눌을 포함한 16명의 국사가 주석했다.특이한 점은 송광사 대웅전 앞에는 탑이 없다는 것이다. 경주 불국사 대웅전 동편을 지키는 다보탑과 서편을 지키는 석가탑을 떠올리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박다인 전남 문화관광해설사는 “송광사 사찰 터는 연화부수형(물 위에 떠 있는 연꽃 같은 형태의 풍수)으로, 연꽃이 가라앉을까 봐 대웅전 앞에 석탑과 석등이 없다”고 설명했다. 송광사를 느릿느릿 거닌 뒤 ‘불일암’으로 올랐다. 무릇 암자란 이런 곳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곳에 불일암이 있다. 송광사에서 출발해 ‘무소유의 길’을 숨차도록 오르길 20~30분, 대나무가 우거진 길을 지나면 도착이다.불일암은 법정 스님이 2010년 3월 10일 열반에 든 곳이다. 스님 유언에 따라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불일암 앞 후박나무 왼쪽 아래에 모셔 있었고, 스님이 생전에 쓰시던 세숫대야가 놓인 여름 목간도 있다. 오르막길에 거칠어진 숨을 내쉬는 이들을 위해 준비해 두는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무소유의 길을 다시 걸었다. 순천(전남)= 글·사진 권지예 기자 2019.05.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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