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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자전거 타다 골절상...돌아온 '유리몸' 대명사 "모든 순간에 감사해"

조롱받던 슈퍼 에이스. 크리스 세일(34·보스턴 레드삭스)이 다시 한번 재기를 자신했다. 세일은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진행 중인 소속팀 스프링캠프에서 16일(한국시간)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총 35구를 기록하며 모처럼 정상적으로 2월 야구를 시작했다. 어느새 '유리 몸'의 대명사가 된 그는 "여기까지(정상적으로 캠프 첫날 불펜 피칭을 소화하기까지)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신뿐 아니라 주변 이들에게 많은 일이 있었다. 그들과 다시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세일은 2019년 8월 이후 거의 모든 시간 부상에 시달렸다. 시작은 투수라면 고질적인 부상 부위였던 팔꿈치(왼쪽)였다. 결국 인대 접합 수술까지 받았다. 2021시즌 후반기엔 복귀해 9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악몽이 찾아왔다. 2022시즌 개막을 앞두고 오른쪽 늑골 스트레스 골절을 당했고, 복귀 두 번째 등판이었던 7월 18일 뉴욕 양키스전에서는 상대 타자 애런 힉스의 타구에 왼쪽 새끼손가락이 골절됐다. 재활 치료 중이었던 8월 초에는 자전거를 타다가 오른쪽 손목 골절상을 당해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세일은 조롱만 당하기엔 커리어가 화려한 투수다. 2010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 3년 차였던 2012시즌 17승을 거뒀다. 7시즌(2013~2019) 연속 200탈삼진 이상 기록한 탈삼진 머신이기도 했다. 탈삼진왕만 두 번(2015·2017시즌) 차지했다. 보스턴으로 이적한 2017시즌도 17승을 거뒀고, 이듬해(2018년)는 12승·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며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세일은 그런 투수다.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던 세일도 기가 꺾인 것 같다. 그저 다시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는 "러닝을 하고 PFP(Pitchers Fielding Practice·투수의 베이스 커버 훈련)을 소화하고, 불펜 (피칭) 데이를 소화하는 것, 그저 평범한 훈련을 하는 것이 즐겁다"고 전했다. 세일은 "주어진 모든 날, 모든 순간에 감사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동안 쌓은 커리어가 긴 재활기를 보내며 빛이 바랜 것을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보스턴 선발진은 약하다. 가장 치열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최하위권이다. 닉 피베타·코리 클루버·제임스 팩스턴·개럿 위트록 누구도 15승 이상 장담할 수 없다. 세일은 여전히 보스턴에서 가장 이름값이 높은 선발 투수다. 보스턴과 세일의 계약은 아직 2년 더 남았다. 2025년은 클럽 옵션(2000만 달러)이 있다. 세일이 보스턴에서 빛난 순간은 2년뿐이다. 세일은 "30경기 이상 등판하고, 200이닝(단일시즌 기준)을 소화하며 이기는 선수, 이를 위해 나아가려고 한다'고 재차 다짐을 전했다. 안희수 기자 2023.02.16 17:10
프로야구

"긴장도 컨트롤 해야" 안우진, 100점 넘어 120점 넘본다

김광현(34·SSG 랜더스)도, 양현종(34·KIA 타이거즈)도 아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투수 후보는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이다. 기록이 말해준다. 안우진의 올 시즌 성적은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이다. 다승왕은 케이시 켈리(LG 트윈스·16승)에 밀렸지만, 평균자책점과 탈삼진(224개) 1위에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24회)와 WHIP(이닝당 출루허용·0.95)도 1위.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22명 중 유일하게 1할대 피안타율(0.188)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아프지 않아서 만족한다. 풀타임 첫 시즌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타이틀을 가져가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우진은 2018년 신인 1차 지명으로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휘문고 재학시절 저지른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실력 하나는 진짜"라는 평가를 들었다. 2020년 프로 첫 두 자릿수 홀드(13개). 지난 시즌엔 선발 투수로 8승을 따냈다. 그리고 올 시즌 유망주 껍질을 완벽하게 깼다. 그는 "주변에서 메이저리그(MLB) 톱10 선수 중 9이닝당 볼넷(BB/9)이 3개를 넘어가는 선수가 없다고 하더라. 그 말이 너무 와 닿았다. BB/9을 2.5개 밑으로 막아보자는 생각했는데 그 부분이 성적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며 "볼넷이 적으니 실점이 확실히 줄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스트라이크를 공격적으로 넣었다"고 돌아봤다. 안우진의 BB/9은 지난해 3.43개에서 올해 2.53개로 줄었다. 안우진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리그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에 도전했다. 경기 전 216탈삼진으로 지난해 아리엘 미란다(당시 두산)가 세운 기록(225개)에 9개 부족했다. 안우진은 7회까지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쾌투, 미란다 기록에 근접했다. 투구 수가 88개로 적어 기록 경신이 유력해 보였지만 8회부터 교체됐다. 그는 "그날 허투루 공을 던진 게 단 하나도 없다. 7회 위기(무사 2루)를 막고 다니까 맥이 풀린 거 같다. (신기록까지) 1~2개인데 큰 의미 없다. 내가 먼저 '그만 던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4이닝만 채웠다면 단일시즌 '200이닝-200탈삼진' 기록도 가능했다. '200이닝-200탈삼진'은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 이후 명맥이 끊긴 대기록이다. 안우진은 "200이닝은 정말 어려운 거 같다. 7이닝 이상 투구(14경기)를 많이 했는데도 이닝이 부족하더라. 양현종 선배님이나 류현진 선배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감탄했다. 류현진은 2006년 역대 10번째 '200이닝-200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양현종은 2016년 200과 3분의 1이닝(탈삼진 146개)을 소화했다. 종전 안우진의 한 시즌 최다 이닝은 지난해 기록한 107과 3분의 2이닝이었다. 안우진의 트레이드마크는 '고속 슬라이더'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안우진의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141.4㎞/h다. 웬만한 투수의 직구 평균 구속에 가깝다. 안우진은 "슬라이더를 던질 때 (손목을) 틀지 않는다. 슬라이더 그립을 잡고 직구처럼 던지는 게 중요하다"며 "피치 터널 구간이 만들어져 타자들이 (슬라이더를) 직구라고 생각해 스윙한다. 처음 슬라이더를 던질 때 포수가 '이게 무슨 슬라이더냐'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피치 터널은 투수가 공을 던진 순간부터 타자가 구종을 판단할 때까지의 구간을 일컫는다. 보통 투구는 0.4초 만에 완료된다.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투구 폼과 공의 초기 궤적이 비슷하다면 타자가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짧아진다. 안우진은 "피치 터널은 항상 신경 썼던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우진의 올가을은 특별하다.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와 함께 포스트시즌(PS) 원투펀치 중책을 맡아야 한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안우진에 대해 "뒤를 받쳐주는 중간 투수가 강력했다면 기록상 20승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안우진은 "긴장은 되지만 그 긴장도 컨트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흡이나 투구 템포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관중이 많아도 내 공을 던질 수 있다"며 "올 시즌은 다 만족한다. 100점인 거 같다. PS에서 잘해야 120점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10.12 13:00
야구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⑮]'국보 투수' 선동열

한국 프로야구 40년 역사를 대표하는 단 한 명의 에이스는 '국보 투수' 선동열(49)이다. 일간스포츠가 선정한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 선발 투수 부문에서 세대별(20~50대 이상) 야구인 10명씩 총 40명으로 구성된 투표인단 전원에 표를 받았다. 만장일치는 전 포지션 통틀어 선동열이 유일하다. '불세출의 투수' 故 최동원, '국민 타자' 이승엽조차 40표에서 3표씩 부족했다. 선동열은 저마다 다른 야구인들의 시각과 평가 기준을 모두 만족했다. 선동열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기대받았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77년 소년체전에서 활약한 그는 당시 유일한 스포츠 전문지였던 일간스포츠에 유망주로 소개됐다. 투수로는 고교(광주일고) 3학년 때부터 이름을 날렸다. 제1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어 열린 봉황대기에서는 경기고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고려대 1학년이었던 1981년에는 초대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 미국과의 1차 결승전에서 완투승과 결승 득점을 해내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대회 MVP도 그의 차지였다. 이듬해 서울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도 완투하며 한국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대표팀 투수진에는 최동원, 김시진 등 기라성같은 선수들이 있었지만, '막내'였던 선동열이 가장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며 대회 최다승리투수상과 MVP까지 차지했다. 세계선수권을 찾은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은 선동열의 공에 매료됐고, 공식적으로 영입 의사를 드러냈다. 이들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선동열은 1983년 7월 미국에서 성사된 한·미 대학 올스타 교류전에서 수년 후 메이저리그(MLB) 대표 '홈런왕'으로 올라서는 마크 맥과이어와의 여섯 차례 맞대결 모두 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선동열도 국제대회를 치르며 MLB 진출을 꿈꿨다.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받은 병역 특례를 포기하고 3년 동안 병역 의무를 완전히 이행해 미국 무대에 진출할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군사정권 시절,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그의 대학 휴학마저 저지했다. 사실상 미국 진출을 막은 것. 만약 선동열의 의지와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한국인 최초 빅리그 데뷔는 박찬호가 이룬 1994년보다 빨라졌을지 모른다. 선동열은 1985년 고향 연고 팀 해태 타이거즈(현재 KIA) 유니폼을 입고 한국 프로야구에 입성했다. 데뷔 시즌(1985) 후반기만 뛰고도 규정이닝을 채웠고, 평균자책점(1.70) 부문 1위에 올랐다. 신인상은 팀 동료 이순철에게 내줬다. 하지만 1986시즌, 39경기(262과 3분의 2이닝)에 등판해 24승 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0.99를 기록하며 리그를 평정했다. 그해 MVP와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선동열은 하체의 중심이동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간 후 공을 놓는다. 오른손 투수 기준으로 왼 다리가 떨어진 후 착지할 때까지의 시간이 매우 긴 편이다. 굽혀진 오른 무릎과 정강이가 지면에 거의 닿을 만큼 안정적이고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줬다. 공에 체중이 온전히 실렸고, 그만큼 묵직하고 빠른 공을 던졌다. 이런 모습이 마치 폭격기가 이륙하는 모습처럼 보인다며 '무등산 폭격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 별명이 비단 투구폼만으로 널리 알려진 건 아니다. 선동열은 마운드 위에 있는 모든 순간 빛났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그보다 화려한 기록과 수상 이력을 남긴 선수를 찾기 어렵다. 11시즌(1985~1995) 동안 통산 367경기에 등판해 146승 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 탈삼진 1698개를 기록했다. MVP 3회(1986·1989·1990시즌),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6회(1986·1988·1989·1990·1991·1993시즌) 수상했다. 평균자책점 타이틀은 7시즌(1985~1991)을 포함해 여덟 번이나 가져갔다. 그 중 4시즌(100이닝 이상 기준)이나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KBO가 발행하는 『KBO 레코드북』 투수 부문에서는 선동열의 이름이 없는 페이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통산 최고 탈삼진율(경기당 9.28개) 1위, 통산 평균자책점(1.20) 1위, 단일시즌 '200이닝-200탈삼진' 2회, 역대 최다 투수 3관왕(승리·평균자책점·탈삼진 기준) 달성(4회), 한 경기 최다 탈삼진(18개), 연속 이닝 무실점(49와 3분의 2이닝) 1위 등. 그중에서도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는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남겼다. 대체 선수보다 몇 승에 더 기여했는지 나타내는 WAR은 선수의 팀 기여도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선동열은 통산 WAR 107.07을 기록, 역대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 양준혁(87.22)과 차이도 크다. 투수 부문 2위는 69.07을 기록한 송진우. 1986시즌에는 WAR 14.89를 기록했다. 단일시즌 역대 최다 기록이다. KBO리그에서 가장 최근 WAR 10.00 이상 기록한 선수는 40홈런-40도루를 기록한 2015시즌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다. 이후 6시즌 동안 명맥이 끊겼다. 선동열은 6시즌이나 10.00 이상 기록했다. 투수 분업화 개념이 희미했던 1980년대 중·후반, 선동열은 팀 승리가 필요할 때마다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고 등판했다. 본격적으로 마무리 투수를 맡은 1993시즌 이전에도 꾸준히 시즌당 5세이브 이상 새긴 이유다. 해태가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 선동열이 불펜에 등장하면, 상대 타자들이 추격 의지를 잃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 시절 야구인들은 "선동열 한 명을 보유한 것만으로 해태는 만년 우승 후보였다"라고 입을 모았다. 팀을 정상으로 이끄는 선수가 최고로 인정받는다. 선동열은 개인 성적만 좋은 투수가 아닌, 타이거즈 왕조의 기둥이었다. 나아가 프로야구가 가장 뜨겁게 사랑받던 시기, '라이벌' 최동원과 야구팬에 행복을 선사한 영웅이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명장면을 남겼다. 선동열은 30대 중반에 다가선 나이에 일본 리그에 진출, 소속팀 주니치 드래건스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한국 야구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첫해(1996년)는 2군에 이어 교육리그(하이사이리그)까지 내려가는 시련을 겪었지만, 이듬해부터 한국야구 대표 투수다운 공을 던졌다. '나고야의 태양'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1999시즌까지 98세이브를 기록했다. 선동열은 정상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지도자로 변신, 사령탑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KS 우승을 두 차례 이끈다.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역임하며 야구인으로 모든 것을 이뤘다. 하지만 여전히 야구를 배우려는 갈증이 크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통계학·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에 시선을 뒀고, 경영학과 인문학을 두루 접목해 전과 다른 시각으로 야구를 알아가고 있다. 선동열은 자서전 『야구는 선동열』을 통해 현재 MLB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자주 언급하고 칭찬했다. 이 시대의 아이콘은 분명 류현진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40년 역사를 아우르는 최고의 아이콘은 단연 선동열이다. 이번 투표에 참여한 야구인 대부분 선발 한 자리로 선동열을 꼽는데 "이유가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현역 투수 이용찬(NC 다이노스)은 "첫 번째 선택은 선동열 선배님이다. 같은 포지션인 대선배를 왜 뽑았는지 설명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고 했다. SSG 랜더스 박종훈은 "설명이 필요 없는 당대 최고의 투수이시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안희수 기자 2022.02.02 05:59
야구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⑬]'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KBO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MLB)까지 호령한 21세기 한국야구의 아이콘. '괴물 투수'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일간스포츠가 선정한 프로야구 40주년 선발 투수 부문 한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2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별 야구인 10명씩 총 4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선동열(40표), 최동원(37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36표를 얻었다. 5명을 선정한 선발 투수 올스타에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최태원 삼성 수석 코치는 "왼손 투수가 시속 150㎞대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던지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컨트롤과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며 류현진에게 투표한 이유를 전했다. 류현진이 어떤 투수인지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묵직한 구위와 송곳 같은 제구력을 모두 갖췄고, 멘털도 단단했다. 습득력과 응용력까지 뛰어났다. 선배 구대성에게 체인지업을 배워 단시간에 주 무기로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야구인들은 "자질이 뛰어난 선수가 영리하기까지 했다"며 입을 모은다. 2006년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순위)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은 데뷔 첫 시즌부터 KBO리그를 흔들었다. 30경기(201과 3분의 2이닝)에 등판, 18승(6패) 평균자책점 2.23 탈삼진 204개를 기록했다. 데뷔 시즌에 1991년 선동열 이후 처음으로 투수 3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에 올랐다. 신인 투수의 단일시즌 최다 선발승과 최다 탈삼진도 경신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200이닝을 돌파하며 역대 10번째이자 최연소(19세 6개월 7일) '200이닝-200탈삼진' 대기록까지 달성했다. 류현진은 그해 프로야구 출범 최초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석권했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아시아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47개) 신기록을 세우며 역대급 MVP 경쟁을 펼졌지만, 승자는 류현진이었다. '2년 차 징크스'도 없었다. 류현진은 2007시즌 30경기(211이닝)에 등판, 17승(2위) 평균자책점 2.94(4위) 탈삼진 178개(1위)를 기록했다.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PO)에서는 1차전 선발승, 3차전 홀드를 기록하며 시리즈 MVP도 수상했다. 'KBO리그 1선발'로 자리매김한 류현진은 6시즌(2006~2011)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2010시즌에는 데뷔 처음으로 1점대 평균자책점(1.82)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국제대회에서도 한국야구를 빛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쿠바와 결승전에서 8과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3-2로 승리한 한국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류현진은 이듬해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준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우승)에도 출전했다. 류현진은 2012년 12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MLB에 진출했다. LA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 달러(390억원)에 계약했다. KBO리그 출신 선수 최초로 MLB에 직행한 그는 2013시즌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투수 왕국' 다저스의 3선발로 자리했다. 2014시즌도 14승(7패)을 거뒀다. 시련도 있었다. 류현진은 2015년 5월 왼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어깨는 팔꿈치와 달리 수술 후 완치될 확률이 극히 낮은 부위. 투수에겐 사망 선고나 다름없었다. 2016년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팔꿈치가 고장 나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2017시즌 25경기에 등판한 뒤에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류현진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더 철저하게 몸 관리에 매진했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다. 류현진의 '은사' 김인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어깨) 수술을 받은 후 생각이 달라진 것 같더라. 더 체계적이고 치열하게 근·체력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점이 투구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2019시즌 MLB 진출 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완전히 부상을 떨쳐냈다. 전반기에만 10승 2패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하며 한국 선수 최초로 MLB 올스타전 선발 투수로 나섰다. 시즌 최종 성적은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 아시아 출신 투수 최초로 내셔널리그(NL)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양대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수여되는 '사이영상' 투표에서 수상자 제이콥 디그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해 겨울 류현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한화 약 930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하며 다시 한번 리그 정상급 투수로 인정받았다. 최근 2시즌(2020~2021) 동안 토론토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야구 위상을 높인 류현진에게 선·후배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조원우 SSG 랜더스 벤치 코치는 "류현진은 국내에서도 톱이었고, MLB에서도 맹활약하고 있어 (40주년 올스타로) 뽑았다"고 했다. 이호준 LG 트윈스 타격 코치는 "난 오른손 타자였는데도 류현진의 공을 치기 어려웠다. 투구 각도가 좋았고, 여러 구종을 던지면서도 컨트롤이 뛰어났다. 다시 나오기 어려운 투수"라고 했다. 한화 주전 포수 최재훈은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에이스다. 언젠가 한화에서 배터리 호흡을 맞췄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전했다. 안희수 기자 2022.01.31 05:59
야구

투수들의 무덤? 콜로라도 선발진을 주목하라

오랫동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양강구도였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샌프란시스코가 후반기 첫 20경기에서 6승 14패로 부진을 겪었지만, 여전히 지구 1위를 사수하고 있다. 다저스도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한 주축 투수들이 부상 중임에도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며 샌프란시스코를 뒤쫓고 있다.오히려 오프시즌 잭 그레인키와 셸비 밀러 등을 영입하며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47승 66패로 지구 최하위에 쳐져 있다. 대신 3위 자리에는 낯선 팀이 올라 있다. 로키 산맥의 후예 콜로라도 로키스다.콜로라도는 시즌의 3분의 2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55승 59패로 승률 5할에 근접한 승률을 올렸다. 4연패에 빠지기 전까진 딱 5할 승률이었다. 와일드카드가 1장 더 늘어난 덕분에 포스트시즌 진출도 도전 범위 안에 있다.해발 1600m에 위치하는 홈 구장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악명높다. 희박한 공기 탓에 타구가 멀리 뻗어나간다. 변화구의 각도도 예리함이 떨어진다. 제구에도 애를 먹는다. 일부 투수는 쿠어스필드에서 던지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다.그럼에도 20년이 살짝 지난 현재까지 콜로라도에서 살아남은 투수는 몇몇 있었다. 2002년 15승을 거두며 콜로라도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신인왕인 제이슨 제닝스는 강력한 싱커가 일품인 투수였다. 2008시즌 200이닝과 16승을 거둔 애런 쿡도 제닝스와 유사한 타입의 투수였다. 그 해 그가 기록한 55.9%의 땅볼 유도율은 당대를 풍미했던 싱커볼러인 브렌든 웹(64.4%)과 데릭 로(60.3%)에 이은 3위의 기록이었다. 2007시즌 기적의 '록토버' 열풍을 이끌었던 제프 프랜시스는 공은 빠르지 않았지만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이 뛰어난 선발투수였다.하지만 이들은 부상으로 인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는데 실패했다.'콜로라도의 에이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투수가 우발도 히메네스다. 최근의 히메네스는 93마일의 패스트볼도 던지기 힘들어하지만, 콜로라도 시절만 하더라도 100마일짜리 패스트볼을 심심찮게 던지는 투수였다. 콜로라도 역사상 200이닝 이상·평균자책점 4점대 이하 기록은 딱 네 번 나왔다. 그 중 2번을 히메네스가 해냈다. 19승 8패 214삼진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한 2010시즌은 콜로라도 투수가 다시 거두기 어려운 기록이다. 19승은 콜로라도 단일시즌 최다승, 200이닝-200삼진은 2000년 이후 콜로라도 투수들 가운데 유일한 기록이다.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히메네스의 강속구도 2011시즌을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10년 96.1마일에서 이해 93.5마일로 떨어졌다. 히메네스는 패스트볼의 경쟁력을 잃자 급격한 부진에 빠졌고, 결국 시즌 도중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되며 짧은 쿠어스필드 생활을 마쳤다.히메네스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콜로라도 마운드는 지난해까지 4시즌 연속 지구 최하위에 그쳤다. 전임 짐 트레이시 감독은 2012시즌 도중 ‘4인 75구 로테이션’이라는 괴상한 작전을 쓰기도 했다. 그만큼 1경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선발투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2010시즌 83승 79패를 마지막으로 지구 하위권을 전전했던 콜로라도가 올시즌 반등에 성공한 이유는 마운드에 있다. 팀 득점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리그 1위. 콜로라도의 팀 평균자책점은 4.78로 여전히 리그 13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와는 다르게 선발투수들이 '이기는 야구'를 하면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벌써 지난해 선발승(41승) 기록을 넘어섰다.2013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에 지명된 존 그레이는 미래의 에이스로 성장할 재목으로 꼽힌다. 대학시절부터 100마일이 넘는 패스트볼을 던진 강속구파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는 다소 고전했지만 올시즌 평균 구속이 다소 회복(지난해 94.4마일 → 올해 95.2마일)하며 호투하고 있다. 콜로라도 선발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이닝당 1개 이상의 탈삼진을 잡아내고 있으며 홈/원정 편차도 가장 작다.지난해 8승을 거두며 어느 정도 기대감을 드러냈던 채드 베티스는 그레이처럼 폭발적인 구위를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미래의 2~3선발로서는 충분한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다. 콜로라도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선발 등판과 퀄리티스타트를 만들어냈다. 조금 더 분발하면 2010시즌 히메네스 이후 처음으로 200이닝을 돌파하는 콜로라도 선발투수가 될 수 있다.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온 타일러 챗우드는 홈과 원정의 편차는 큰 편이다. 하지만 원정에서 만큼은 지구 내 경쟁팀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와 매디슨 범가너가 부럽지 않다(6승 평균자책점 1.30).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늦깎이 신인 타일러 앤더슨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콜로라도 프런트의 제2의 히메네스, 그레이 찾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프랜차이즈 유격수 트로이 툴로위츠키를 토론토에 주며 2명의 강속구 투수(제프 호프먼, 미겔 카스트로)를 받았다. 이들은 트리플A에서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 또 지난 6월 드래프트에서 101마일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 고교 우완 라일리 핀트를 480만 달러 계약금으로 계약에 성공했다.결국 관건은 쿠어스필드에서 롱런을 할 수 있느냐다. 팀내 역사상 최고의 에이스인 히메네스도 풀타임 시즌으로 계산하면 채 4시즌을 버티지 못했다. 오히려 올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인 팀내 최다승(85승) 투수 호르헤 데라로사가 부침은 있었지만 9시즌 째 로키산맥을 지키고 있다. 콜로라도는 히메네스의 폭발력과 데라로사의 꾸준함을 겸비한 투수를 찾을 수 있을까. 새로운 에이스를 찾는 날,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양강구도를 깨트리는 날이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반승주(비즈볼프로젝트)지속적인 스포츠 콘텐트 생산을 목표로 하는 젊은 스포츠 연구자들의 모임. 일간스포츠와는 2014년부터 협력 관계다. 2016.08.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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