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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훈 PD " ‘국가수사본부’, 적나라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보다 더 가렸다”
“‘국가수사본부’는 범죄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방식을 따르지 않고 범죄 현장을 더 가리면서 현장감을 살리려 했다.”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를 연출한 배정훈 SBS PD는 범죄 현장을 자극적으로 보여준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배 PD는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일각의 비판과 관련해 “방송이 OTT로 가면서 자극적인 방향을 좇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국가수사본부’는 '그것이 알고 싶다'보다 더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며 그 예로 “‘국가수사본부’에 피 색깔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일 첫 공개 후 약한 블러 처리, 잔인한 범죄 현장 등 범죄 행위가 다소 구체적으로 그려져 모방범죄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배 PD는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하면서 현장감을 더 전달할 수 있는 화면 처리 방식이 없을까 고민하고 논의했는데 그 결과가 ‘국가수사본부’”라고 말했다.‘국가수사본부’는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100% 리얼 수사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것이 알고 싶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한 배 PD의 신작이자 첫 OTT 연출작이다. 배 PD는 지상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며 “검거 과정의 상세함이 분명 낯설다. 나 또한 그랬다”며 “어디까지 (표현이) 허용될 수 있는지는 저도 답을 모른다. 위법하지 않다고 해서 다 반영될 수 있다는 건 아니지 않나. 다만 다큐멘터리 PD로서 논의 자체가 반갑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해오지 않았던 논의이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배 PD는 10여 년간 지상파에 소속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오다가 이번 ‘국가수사본부’를 통해 OTT와 처음 작업했다. 배 PD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은 레귤러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해 촬영을 하다가 멈춰야 했던 순간이 많았다”며 “이번엔 제작 기간이 길어서 그러지 않았도 됐다. 사건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제작 기간이 6개월 걸렸다. 지상파 방송과 달리 딱히 정해진 제작 기간이 없었는데 이런 방식이 처음이었다. 지상파에서는 (제보자 등이) 연락을 주면 찾아가는 방식으로 했는데 그렇게 진행하면 항상 (현장에) 늦더라. 도착했을 때는 사건이 해결돼 있었다. 이번에는 통계적으로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경찰서 권역을 찾아갔고 수사 열의가 가장 높은 팀까지 들어갈 수 있는 스케줄이 됐다. 이런 제작 방식은 나름 저에겐 진화였다.” 배 PD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해오면서 그 반작용으로 ‘국가수사본부’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일선 경찰관들이 자신들이 맡은 일을 잘 수행하고 있는데 이런 값진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고뇌하는 부분이나 활약상들을 다큐멘터리로 잘 보여주고자 했다”고 출발점을 전했다.
“국가수사본부라는 기관 자체가 이름부터 대중에게 낯설다. 저 또한 그랬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일을 하면서 ‘어떤 곳이지?’라는 기초적인 질문이 생겼고 현장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경찰관들을 봤지만 한번도 프로그램에 녹인 적이 없었다. 경찰관들의 생활, 삶에 대한 이해를 밑바탕으로 그분들의 삶을 내밀하게, 면밀하게 볼 수 있는 걸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강력계 형사들 사이에서는 그 분들만의 용어와 눈높이가 있는데 프로그램을 제작해 이런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국가수사본부’는 내레이션 없이 실제 현장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만큼 중간 중간 등장하는 형사들의 인터뷰는 사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장치다. 배 PD는 “형사들을 많이 괴롭혔다”고 웃었다. “이번에 형사들 인터뷰와 음성으로 내러티브를 만들어야 하는 방식을 처음 해봤다. 다들 인터뷰를 열심히 해주셨지만 제작하는 입장에선 추가 인터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인터뷰로 많이 괴롭혔다. 당직 선 뒤 주무시러 가는 분을 붙잡아서 ‘조금만 더 하고 가시죠’라고 부탁드린 게 기억난다.” ‘국가수사본부’는 다큐멘터리 PD로서의 갈증을 해소하는 기회가 됐다고도 밝혔다. 배 PD는 “PD로서 이런 장르를 만들 때 상당 부분 작품에 개입한다. 그러다 보면 사람이다 보니 감정이 생겨서 객관성을 잃기 쉬운데 이번 경우는 좀 달랐다”며 “물론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 등 관찰하다 보면 다양한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여러 편을 압축적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거리를 두면서 작품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고 전했다. 대표작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장르 형식이 다르다. ‘그것이 알고 싶다’나 이와 비슷한 콘텐츠들이 우리가 알고 있거나 가지고 있는 소재를 다뤘다면 ‘국가수사본부’는 생생하고 날 것의 다큐멘터리”라며 “시청자 한 분이 ‘막내 형사가 돼서 현장을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평가해줬는데 이처럼 시청자들이 낯설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OST로 래퍼 팔로알토가 참여하게 된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배 PD는 “강력 사건이 힙합 장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마음속에 래퍼 빈지노와 팔로알토를 염두하고 있었다. 이 두 분의 음악을 출장 다니면서 열심히 들었다”며 “두 분을 모두 만났는데 팔로알토가 (‘국가수사본부’에) 더 어울리고 빈지노는 앨범 준비로 스케줄이 어렵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팔로알토와 만나보니까 뜻밖에 저랑 동갑이더라. 제가 보기와 다르게 어리다”고 웃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친밀감을 갖고 얘기를 나누며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시사교양 PD로 활동했던 배 PD는 “탐사보도를 하면서 인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생김새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차기작을 전하며 열정을 드러냈다. “(‘국가수사본부’와 같은 작품을) 당연히 또 하고 싶다. 한번 더 하고 싶다”며 “‘덜미’라는 작품을 기획하고 있다. ‘국가수사본부’ 작가와 함께 한다. 상당히 재미있는 기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OTT 관계자 분들이 볼 수 있게 기사에 제 이메일 주소를 넣어서 작성해달라”고 웃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3.23 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