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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파리] ‘정육점 둘째 아들’ 김민종, 파리서 한국 유도 새 역사 도전장
“올림픽 메달은 하늘을 감동시키면 받는다.”한국 유도 최중량급 간판 김민종(23·양평군청)은 뇌리에 박힌 이 말을 되새기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 최중량급 ‘금메달’을 꿈꾼다.유년 시절부터 남다른 덩치를 자랑했던 김민종은 ‘마장동 정육점 둘째 아들’로 통한다. 그의 부모님이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김민종이 ‘월드 클래스’로 발돋움하는 데는 고기의 힘도 한몫했다. 그는 “부모님이 항상 많은 고기를 구워주셨다. 고기가 떨어지면 가게에 가서 또 가지고 오셨다”고 했다.김민종은 부모님의 권유로 동네 유도장을 찾았다. ‘운명’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전국 대회를 싹쓸이한 그는 보성고 3학년 때인 2018년 12월 태극 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가 된 이듬해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지만, 그의 커리어에도 시련은 있었다. 김민종은 100㎏ 이상급 간판이었던 김성민을 이기고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얻었지만, 이 대회 16강에서 탈락했다. 세계 랭킹 2위였던 하라사와 히사요시(일본)를 상대로 경기 운영에 미숙함을 드러냈다. 그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이때의 아픔은 보약이 됐다. “바로 내일부터 훈련을 다시 시작하겠다. 파리에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란 김민종의 다짐은 헛되지 않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그는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어이 금메달을 따냈다.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최중량급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건 1985년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9년 만의 일이었다. 김민종이 2016 리우네자네이루, 2020 도쿄 대회에서 ‘노골드’ 수모를 겪은 한국 유도의 자존심을 세워주길 기대하는 배경이다.올림픽 ‘금빛 메치기’를 꿈꾸는 김민종에게 두 달 전 세계선수권 우승은 여러모로 호재였다. 김민종은 “준비한 것만 제대로 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충만하다.그간 아쉬웠던 경기에서 교훈을 얻은 것도 수확이다. 김민종은 “패배를 통해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 많이 배웠다. 올림픽에서도 결과적인 부분보다는 준비하는 과정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최정상급에서 (기량은) 한 끗 차이기 때문에 멘털적인 부분을 많이 공부했다”고 짚었다.
김민종은 1m 84cm·135㎏의 거구지만, 놀랍게도 본인 체급에서는 작은 편이다. 100㎏ 이상급 메달은 태생적으로 체격이 유럽 선수의 전유물이었다. 김민종이 파리에서 금빛 여정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본인보다 큰 상대들을 넘어야 한다.특히 프랑스 유도 영웅 테디 리네르(35)가 유독 위협적이다. 김민종은 지난 2월 파리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리네르에게 패한 바 있다. 2m 3cm의 거구인 리네르는 세계선수권대회 11차례 우승,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이 체급 최강자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리네르는 전성기에서 내려왔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번 대회가 홈에서 열리는 만큼 이점을 누리리란 목소리도 나온다.2020년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이자 김민종의 세계선수권 준결승 상대였던 루카스 크르팔레크(체코)의 신장은 1m 98cm, 결승 상대였던 구람 투시슈빌리(조지아)의 키는 1m 93cm다. 맞수들의 체격은 김민종보다 한참 크다. 오히려 김민종은 체중을 줄였다. 기술로 승부를 볼 계획이다.김민종은 지난달 “체력 운동을 많이 하면 체지방이 알아서 낮아지고 근육량이 늘어난다. 지금 135㎏ 정도 나가는데 2~3㎏은 빼고 경기를 뛸 생각”이라며 “그 선수(리네르)는 나처럼 (신장이) 작은 선수한테 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처법을 연습하고 있다. 빈틈을 노리는 기술을 많이 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3년 전 도쿄에서 아픔의 눈물을 흘린 김민종은 오로지 파리만을 바라봤다. 파리에선 ‘해피 엔딩’을 꿈꾸는 그는 “결과는 하늘이 내려주시지 않을까. 올림픽 메달은 ‘하늘을 감동시키면 받는다’는 말이 뇌리에 박혀서 하늘을 감동시키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운동한다”고 전했다.김희웅 기자
2024.07.19 0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