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인터뷰 IS] NC 이호준, "은퇴 아쉬움 없다… 잘한 선택"
NC 베테랑 타자 이호준(41)이 '유종의 미'를 준비한다.이호준은 이승엽(삼성)과 함께 2017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사상 첫 은퇴 투어를 진행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승엽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기록이 크게 뒤처지는 건 아니다. KBO 리그 통산 홈런(336개)과 타점(1262점)이 역대 오른손 타자 중 1위다. 1996년 1군에 데뷔한 뒤 무려 23년째 프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레전드 중 한 명이다.올 시즌엔 활약이 미미하다. 73경기에 출전해 176타석을 소화한 게 전부다.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팀 사정이 맞물리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타율은 0.294(153타수 45안타)로 준수하지만,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 경기 후반에 나서는 대타가 그의 임무다. 그러나 날카로움이 무뎌진 건 아니다. 지난 24일 마산 LG전에선 9회 대타로 나와 끝내기 3점 홈런을 때려내며 팀에 값진 1승을 안겼다. 3위 롯데를 추격하는 NC 입장에선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한 방이었다.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은 이호준을 9월 넷째 주 MVP로 선정했다. 그는 "은퇴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주간 MVP에 선정된 소감은."진짜 오랜만에 이 상을 받게 돼 기분이 좋다. 적당히 잘해서는 못 받는 상 아닌가. 은퇴도 이제 몇 경기 남지 않았는데 좋은 상을 받은 것 같다."-끝내기 홈런을 칠 때 볼카운트(2스트라이크-1볼)가 불리했다."2루수가 2루에 붙어 있어서 1루와 2루 사이로 밀어 치려고 했다. 오른쪽을 보고 쳤는데, 타구가 왼쪽으로 날아가더라.(웃음) 처음부터 레프트 방향으로 치려고 했으면 아마 3루 땅볼이 됐을 것이다. 변화구가 아니라 직구를 노렸는데 변화구(커브)가 들어와 앞쪽에서 공이 맞았다. 욕심을 내지 않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불규칙적으로 경기를 뛰다 보니 컨디션 조율이 어렵진 않나."적응이 안 되는 건 맞는데 상황에 맞춰서 타격하려고 한다. 대타를 중요한 순간에 나가기 때문에 좀 더 타석에서 집중할 수 있다. 승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타이밍에 기회가 자주 오더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팀이 3위 경쟁을 하고 있는데."분위기가 처진 건 사실이다. 순위만큼 중요한 게 분위기다.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가을야구를 하면 아무래도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고참들이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다.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너무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하면 선수들이 정작 할 수 있는 것도 못할 수 있다. 오늘 패하면 순위가 떨어진다는 생각보다 우리 것을 하면서 즐겁게 경기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 주장인 (손)시헌이가 이런 쪽으로 잘 유도하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성적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게 아니다. 은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없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웬만한 건 다 해본 것 같다. 그래서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다. 다만 유일한 아쉬움은 하나 있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꼭 하고 싶다. 아직 시즌이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내게 남아 있는 최고의 목표다." -의외다."오히려 행복하다. 베테랑들이 등 떠밀려서 은퇴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이)승엽이나 나처럼 은퇴를 선언하고 떠난다는 것이 굉장히 드문 일 아닌가. 시즌 마지막에는 (은퇴 투어를 하는) 승엽이 덕분에 나도 선수들에게 꽃다발도 받고, 원정팬들이 박수도 많이 쳐주셨다. 이렇게 은퇴하는 선수가 몇 명이나 있을까. 최근에는 몸도 여러 곳이 좋지 않다. 지금이 은퇴하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올해 은퇴하길 잘한 것 같다. 모창민이나 권희동 같은 젊은 선수들의 기량도 많이 올라왔다. 내가 팀을 떠났을 때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면 아쉬움이 남았겠지만 뒤를 이을 선수가 많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7.09.28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