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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경기 중에도 나는 기도했습니다

매년 봄에 개최되는 미국 대학농구선수권 토너먼트는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2016년 시라큐스는 8강전에서 버지니아를 만났다. 전반전에 시라큐스의 타일러 리던은 넘어지면서 왼발 신이 벗겨졌고, 드리블하던 팀 동료 마이클 그비니예는 벗겨진 신발을 코트 밖으로 던진다. 그비니예의 패스를 받은 리던은 오른쪽 신발만 신고 수비수를 제치며 3점 슛을 성공한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두 선수의 집중력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스포츠 심리학의 고전 『테니스의 이너 게임』은 선수가 ‘느긋한 집중력(relaxed concentration)’을 가질 때 최고의 경기력이 나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집중하기 위해 선수가 자신에게 “집중하자”라고 말하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 마음과 싸우는 것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마음을 다른 곳에 두라고 한다. 예를 들어 선수는 공이 라켓에 맞는 소리를 듣는 연습을 통해 집중력을 향상할 수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종교를 믿는 선수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많은 연구가 밝혔듯이 운동선수들은 비(非) 운동선수들보다 신앙심이 깊다. 영국의 윈드서핑 코치로 올림픽에 2번 참여했던 벤 오클리는 챔피언을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종교를 꼽았다. 탁구선수 출신 언론인 매튜 사이드도 그의 저서 『바운스(Bounce)』에서 믿음은 불안감을 제어하고, 자신감을 상승시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기여한다고 밝혔다. 종교는 크게 2가지 방법으로 선수에게 도움을 준다. 첫째, 선수는 종교적 의식을 통해 경기 전이나 경기 중에 일어날 일에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의식으로는 운동장에 들어가면서 선수가 가슴에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거나, 골을 넣은 후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신에게 감사하는 제스처다. 무신론자들에게는 종교가 스포츠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허황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신의 존재 여부를 떠나서 믿음을 가진 기도가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과학자들은 “기도를 하면 뇌가 변한다. 선수들은 기도를 통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서울대에서 선수들을 상대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데도 기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기도를 통해 고난을 극복한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한다. 하프 마라톤의 미국 기록 보유자 라이언 홀은 2007년 레이스 도중 옆구리에 고통스러운 경련이 생겼다. 그는 당황했지만 계속 달리면서 기도를 시작했다. 약 1분 후 고통은 멈췄고, 홀은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실제로 신이 내려와 그의 고통을 치유했단 말인가? 어떤 이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약효가 없는 거짓 약을 진짜 약으로 가장해서 환자에게 복용토록 했을 때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에서 답을 찾는다. 약물의 힘은 그 약의 약리학과 관련이 없고, 효과는 약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홀은 신의 치유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믿음의 힘으로 고통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성경에서 영감을 주는 어구를 자신의 유니폼이나 신발 등에 새기며 믿음을 강조하는 선수들도 있다. 헤비급 세계챔피언을 4번 차지한 에반더 홀리필드는 권투 같은 격렬한 신체적 스포츠도 정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가운과 바지에 빌립보서(Phil) 4장 13절인 “I can do all things through Christ who strengthens me(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새기고 경기에 나서는 거로 유명했다. 둘째, 엘리트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 행위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이나 결과가 신의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선수는 자신이 하는 행동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을 받는다. 대부분의 프리미어리그(EPL) 축구팀은 선수를 담당하는 사제를 두고 있다. 특히 종교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 선수들은 자신이 경기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생각함으로써, 동기부여 측면에서나 슬럼프를 겪을 때 많은 도움을 받는다. 종교의 긍정적인 힘은 물론 기독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상이 아니라 믿음의 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필자가 지난 3주 동안 계속 언급한 『테니스의 이너 게임』도 참선 수행을 주로 하는 선불교(Zen Buddhism)의 이치와 일맥상통한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최다 우승(11번)을 달성한 명장 필 잭슨은 ‘Zen Master’로 불렸고, 그는 성공의 열쇠로 ‘맑은 정신의 중요성’과 ‘지나친 생각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남겼다. 미국 청년 캐시어스 클레이는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이 전설적인 복서도 믿음의 힘으로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한다. 어떠한 믿음도 여러분이 진정으로 믿을 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긍정적 믿음은 선수의 경기력을 향상할 수 있고,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행동을 다스려 위대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4.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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