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영국 자존심 '앱섬 더비'···트리플크라운, 와이어투와이어 경마 유래 용어
‘더비’는 가까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일컫는 말이다. 프로야구의 ‘잠실 더비’, 프로축구의 ‘맨체스터 더비’, ‘엘클라시코’ 등으로 익숙하다. 이런 더비 매치는 경마에서 비롯됐다. 경마는 기원전까지 거슬러가는 그 오랜 역사 덕에 현재 스포츠에도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경마의 더비는 1789년 영국의 더비 백작이 3세마들을 모아 대결시키는 경주를 기획했고, 앱섬다운스 경마장에서 첫 더비 경주가 개최됐다. 이는 오늘날까지 ‘앱섬 더비’로 이어오고 있다. 연령 제한이 있기에 경주마에게는 딱 한번밖에 우승의 기회가 없어 경마팬들의 인기를 모았다. 실제로 영국의 앱섬 더비는 1·2차 세계대전 중에서도 멈추지 않았을 만큼 영국인의 자부심이 담긴 대회다. 전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도 “영국 수상보다는 앱섬 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은 앱섬 더비를 본떠 미국의 ‘켄터키 더비’, 일본의 ‘재팬 더비’, 홍콩의 ‘홍콩 더비’ 등 100여개 국에서 자체적인 더비 대회로 발전시켰다. 특히 경마를 스포츠 상품으로 발전시킨 미국은 켄터키 더비와 관련해 ‘트리플크라운’이라는 단어도 만들어냈다. 한 경주마가 ‘켄터키 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 ‘벨몬트 스테이크스’ 세 경주를 모두 우승하면 ‘트리플크라운’의 영광을 안게 된다. 한 해에 주요 대회를 모두 우승해야 하기에 달성이 매우 어렵다. 경주 내내 1등을 유지하며 우승을 했을 때 ‘와이어투와이어(wire-to-wire)’ 우승이라고 한다. 특히 골프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다. 골프 경기의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고 우승하는 것을 뜻한다. 경마 경주에서도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고 우승하는 것을 와이어투와이어라고 한다. 와이어투와이어의 유래는 1700년대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마 경기에서 우승자를 판별하기 위해 출발선과 결승선에 철사(wire)를 설치했다고 한다. 1등으로 달린 말이 가장 먼저 이 철사를 끊게 되기 때문에 ‘출발선의 철사에서부터 결승선의 철사까지’(wire to wire) 1등을 지켰다는 의미다. 상대 선수의 실격 또는 부상으로 인한 기권승을 ‘워크오버’라고 부른다. W/O라는 익숙한 표기법. 부상으로 인한 기관이 잦은 테니스에서는 흔하게 쓰인다. 경마에서는 단 한 마리가 남더라도 경주 코스를 완주해야 한다. 끝까지 경주로를 걸어야 하기에 이 규정을 ‘워크오버’라고 한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5.07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