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노트북 소리만 울렸다, 아베도 사라진 무관중 올림픽 개막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라는 주제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이 23일 마침내 도쿄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개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확산 속에 이번 개회식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관중 없이 치러졌다. 2016년 8월 22일 리우올림픽 폐회식 때 ‘슈퍼 마리오’ 분장으로 깜짝 등장해 찬사를 받았던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5년 뒤 이런 광경을 상상이나 했을까. 개회식에는 아베조차 없었다. 1조7000억원을 쏟아부어 지은 경기장의 6만8000여 관중석은 텅텅 비었다. 개막을 알리는 폭죽 소리 이후에는 각국 취재진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다. 사람이 내는 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경기장 밖에서는 “올림픽을 중단하라”고 외치는 시위가 이어졌다. 참가국 입장도 대폭 축소됐다. 김연경(배구)과 황선우(수영)가 기수를 맡은 한국 선수단은 103번째로 입장한다. 한국 대표 선수단 355명 중 10분의 1도 되지 않는 30명만 참석했다. 각국 선수단 입장 때는 일본 게임 주제곡이 흘러나왔고, 스태프들은 만화 코스튬 의상을 입고 안내했다. 많은 선수단이 국기를 연상시키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개회식은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APART BUT NOT ALONE)'는 연대 의식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텅 빈 운동장 위에 놓인 트레드밀에서 홀로 달리는 선수의 모습으로 시작해, 고립된 한 사람 한 사람이 올림픽이란 축제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는 상상을 빛과 음악으로 표현했다. 1964년 열렸던 도쿄올림픽의 유산을 강조하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에도 시대 목수들이 나무를 운반할 때 부르던 노래 ‘키야리 우타’를 배경 음악으로, 거대한 목재를 옮기는 장인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 공연에는 1964년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각국으로부터 가져온 씨앗에서 자라난 나무들을 활용했다. 일본 대표가수 미샤(MISIA)가 일본 국가 ‘기미가요’를 불렀다. 개막 직전 음악가와 연출가가 구설에 올라 사임했지만, 개막 공연은 본래 기획대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여파 때문인지 개회식 행사는 흥겹기보다 진지했다. 영국 가디언은 1920년 스페인 독감 유행 중 강행된 벨기에 앤트워프 올림픽과 비교하며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 속에 일본이 파티를 열고 있다. 1만1000명의 선수, 7만9000명의 관계자가 인구 22%만 백신 접종한 나라로 모여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막 직전까지 올림픽 중단 가능성이 나왔지만, 어쨌든 대회는 시작됐다. 세계 205개국과 난민 대표팀 등 206개 팀이 다음 달 8일까지 33개 종목에서 메달 경쟁을 벌인다. 22일에만 선수단 코로나19 확진자가 19명 더 나왔다. 이로써 올림픽 관련 누적 확진자는 106명이 됐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7.23 2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