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히어로’ KCC 임재현, “매 경기 잘하는 게 신기해요”
"감독님이 심장마비 걸리는 거 아니냐고 그러세요."프로농구 이번 시즌 최약체로 꼽히는 팀이 있다. 전주 KCC다. 전태풍의 이적, 하승진의 군입대, 추승균의 은퇴 등 지난 시즌 베스트5 중 남은 선수는 임재현(35)뿐이다. 보충된 선수는 없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뽑은 코트니 심스가 그나마 희망이었지만 부상으로 출전을 못하고 있다. 임재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하지만 임재현은 KCC를 멋지게 이끌고 있다. 개막 후 5경기 동안 평균 득점 15.4점, 평균 어시스트 4.6개로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다. 비록 팀은 1승4패로 9위지만, 임재현은 KCC 히어로로 거듭났다. 임재현은 "나도 이렇게 잘 할 줄은 몰랐다"며 "허재 감독님이 '너무 열심히 뛰어서 심장마비 걸리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다"라고 말했다.-시즌 초반부터 활약이 대단하다. 이제 30대 중반인데 체력적인 부담이 없나."모두 체력 걱정을 한다. 허재 감독님은 '이러나 심장마비 걸리는 거 아니냐'며 걱정하시더라.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이 뛰고 있다.(임재현은 지난 시즌 한 경기당 평균 26분42초 뛰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33분18초를 뛰고 있다.)그런데 컨디션이 좋다. 비시즌에 팀에서 어린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는데, 나도 그 훈련을 전부 소화했다. 또 지난 시즌에 탈장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수술을 하고 나서 완전히 나았다. 체력은 아직 괜찮다."-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가 많다."사실 나도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 한 경기 잘하고 한 경기 못하고 그런 게 아니라 5경기 내내 잘하고 있는 게 신기하다. 앞으로도 계속 잘할 거라는 보장은 못하겠다. 매 경기 잘하기는 힘들다. 득점을 많이 하는 건 특별히 공격에 치중했기 때문은 아니다. 예전부터 나는 공격적인 스타일이었다. 단지 수비에 좀 더 치중하다보니 득점을 많이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공격도 중요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모습이 나오고 있는 거다."-KCC에 젊은 선수들이 많다. 최고참으로 어떻게 이끌고 있나."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이라서 아직 경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후반에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고, 당황하면 턴오버를 한다. 경험을 쌓으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 10살도 넘게 차이나는 선수들이 있어서 세대 차이도 느낀다. 후배들이 숙소에서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을 잘 하던데, 나는 하트 날리는 법도 모른다(웃음). 그럴 수록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감독님에게 혼이 났거나, 경기가 잘 안 풀린 선수들 방에 찾아가 많이 다독여준다."-오리온스전에서 옛 동료 전태풍과 대결했다. 전태풍이 매치업(1대1로 맞서는 상황)했다."원래 전반에는 조효현, 정재홍이 막았다. 하지만 내가 슛이 잘 들어가니까 태풍이가 막겠다고 나섰더라. 태풍이가 승부욕이 강해서 나를 열심히 마크했다.(이날 전태풍은 임재현을 밀착마크하며 얼굴까지 치는 등 과열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임재현은 환하게 웃으며 넘어갔다.) 그렇게 했는데도 내가 24득점을 넣었다. 태풍이가 화가 많이 난 것 같더라(웃음). 태풍이에게 라이벌 의식은 없다. 워낙 잘하지 않나."-용병이 별로 좋지가 않다."용병이 아직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해 고민이 많다. 내가 5경기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아무래도 상대팀의 견제가 심해졌다. 이럴 때 용병이 잘해주면 팀에 도움이 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그래도 안드레 브라운이 열심히 하려고 한다. 브라운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잘 들어주고, 동료들과 잘 맞추려고 노력한다. 코트니 심스가 돌아오면 다른 공격 옵션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추승균 코치가 조언은 안 해주나."추 코치님이 어린 선수들에게는 기술적인 조언을 많이 하는데 나에게는 기술적인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팀을 어떻게 끌고 나가는 지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준다. 아무래도 지난 시즌에 추 코치님이 팀을 이끌었기 때문에 그 때 느꼈던 부분들을 전수해주려고 한다.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올 시즌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코트에서 어떤 모습 보여주고 싶나."이미 많은 분들이 우리 팀을 꼴찌라고 예상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아직 젊은 선수들은 엄청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는 거 같다. 하지만 나는 책임감을 더 느낀다. 경기는 지더라도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만족할 만한 경기를 하고 싶다."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12.10.23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