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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죽음의 맛

저는 죽었다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죽을 뻔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에 의해 저의 죽음이 선언되었다가 살아났습니다. 외삼촌이 제 죽음의 증언자입니다. 외삼촌은 오랫동안 저를 사람들에게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교익이는 죽었다가 살아났다 아이가. 가마때기 덮여 있는 거를 내가 살렸다.” 다섯 살 때입니다. 바다와 멀지 않은 동네에 살았습니다. 또래 친구들과 부두에 놀러 갔습니다. 부두의 돌 틈에 꼬물거리는 게를 잡겠다고 머리를 숙였다가 바다에 빠졌습니다. 물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바닷물이 코로 들어왔습니다. 바다 위의 세상이 참 밝다고 생각을 하며 저는 죽었습니다.눈을 뜨니 캄캄했습니다. 그리고, 악취가 심하게 났습니다. 저를 덮고 있는 가마니의 냄새였습니다. 생선 비린내에 삭은 볏짚의 쾨쾨한 냄새가 겹쳐졌습니다. 가마니를 밀어내려고 했으나 팔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으아아아아아. 울음이 터졌습니다. 가마니 너머로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이고, 살았다. 아이고, 살았다.” 죽었다 살아난 아이를 구경하느라고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마침 외삼촌이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 옆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뭔 구경이 났나 궁금하여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외삼촌은 누워서 울고 있는 조카를 발견하였습니다. 외삼촌이 제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아이고, 아이고” 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합니다. 외삼촌 자전거 뒤에 실려서 병원으로 갈 때에 저는 눈을 반쯤 감고 다시 죽은 듯이 있었습니다. 뭔가 창피한 일을 당하였다는 기분이었습니다. ‘교익이 익사 사건’ 이후 저는 바닷물을 심하게 무서워했습니다. 해수욕장에서는 엉덩이 아래까지가 입수 한계선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어른이 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저를 이렇게 놀렸습니다. “쟈는 물이 무서워갖고 배꼽까지도 못 들어간다.”지금은, 바다는 제 친구입니다. 잠수를 하며 놉니다. 익사에 대한 공포는 없습니다. 익사의 기억이 삭제된 것은 아닙니다. 바다에 몸을 맡기고 놀 때이면 바다에 빠져서 꼬르륵 바닥으로 떨어지던 그때의 기분을 느낍니다. 무섭지가 않고, 오히려 편안합니다. 몸을 하늘로 향하게 뒤집어서 눈코입만 나오게 하여 바다에 둥둥 떠 있을 때에는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1980년에 서울로 이주를 하였습니다. 그 무렵에 선친의 사업은 망하였고 가족은 흩어졌습니다. 제 삶은 누추하였습니다. 가끔 고향이 그리웠습니다. 인천까지는 멀고, 버스를 타고 노량진수산시장에 갔습니다. 시장에는 갯내가 가득하여 눈을 감고 있으면 고향 부둣가에 나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갯내에 맑은 바다 냄새만 있는 것이 아님을 독자 여러분은 잘 아실 것입니다. 비릿하고 쾨쾨한 냄새가 납니다. 덥고 습한 날에는 이 냄새가 역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고약한 이 냄새에 저는 끌립니다. 비릿하고 쾨쾨한 냄새가 있는 듯 없는 듯 살며시 깔려 있는 음식에 저는 정신을 놓습니다. 그래, 이 맛이지!세상의 모든 동물성 음식에는 비릿하고 쾨쾨한 냄새가 있습니다. 생선만이 아니라 소 돼지 닭 등의 고기도 비릿하고 쾨쾨합니다. 지구의 동물들이 바다 출신이라서 몸에 바닷물을 쥐고 있고, 죽으면 그 바닷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일 것이라고 제멋대로 추측을 합니다.우리가 먹는 동물성 음식은 동물의 사체입니다. 우리의 뇌는 동물성 음식이 동물의 사체라는 명징한 사실을 회피하도록 갖은 노력을 하지만, 가끔은 어쩌다가 내 눈앞의 맛있는 고기에서 동물이 죽어가면서 남긴 흔적 같은 것을 발견하고는 우울해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어찌합니까. 우리는 살기 위해서 죽음을 먹어야 합니다. 내 접시 위에 놓인 고기는 죽음이며 생명입니다. 생명의 맛이 곧 죽음의 맛입니다.음식을 먹을 때에 긴 들숨으로 음식 냄새를 몸속 깊이 들입니다. 어시장 바닥에 누운 제 몸을 덮고 있던 가마니의 비릿하고 쾨쾨한 냄새를 음식에서 찾습니다. 죽음의 저편에서 돌아오면서 들었던 “아이고, 살았다. 아이고, 살았다”는 말이 들릴 때까지 숨을 길게 들이마십니다. 2024.09.05 07:00
예능

어효인 “노력 안 할 거면 결혼 왜 했나?”… 경제 문제로 최준석과 대립 (‘한이결’)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의 어효인과 최준석이 남모를 부부 갈등과 위태로운 일상을 공개해 숨막히는 몰입감을 유발했다.지난 18일 방송된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이하 ‘한이결’)에서는 정규 편성으로 돌아온 MC 김용만, 오윤아와, 이혼 전문 변호사 양소영, 노종언, 그리고 ‘가상 이혼 부부’로 출연하는 이혜정, 정대세, 최준석이 스튜디오에 자리한 가운데, 이혜정-고민환과 ‘새로 찾아온 부부’ 최준석-어효인이 ‘가상 이혼’을 선택한 속사정과 부부의 리얼 일상을 보여주는 모습이 펼쳐졌다. 특히 이혜정은 과거 남편의 잘못을 여전히 용서하지 못해 힘든 속내를 토로했고, 최준석은 경제 문제로 아내와 극한 대치를 벌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 마치 자기 일처럼 몰입한 스튜디오 출연진들의 다양한 의견과 따뜻한 조언이 이어져 안방 시청자들의 몰입과 공감을 끌어올렸다.우선 결혼 14년 차인 최준석-어효인이 부부의 일상을 공개하기 전, ‘결심 의자’에 앉아 남모를 갈등을 털어놨다. 최준석은 “2013년도가 결혼 후 제일 행복했을 때였다. 임팩트 있는 경기를 했고, 좋은 대우로 FA 계약을 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어효인은 남편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집에 있는 아내가 느끼기엔 ‘고액 연봉을 받으니 사람이 왜 저렇게 못돼지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나가면 대우을 받고 하니까 집에서도 대우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또한 당시 남편을 불러내던 사람들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절 답답해 했다”고 밝혔다. 최준석은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FA 계약을 하고 나서 이상한 사람들이 꼬였고, 믿는 사람에게 크게 당했다. 총 20억 원을 (‘건물 투자’ 사기로) 날렸다”고 털어놨다. 어효인은 “살고 있던 집까지 겁 없이 내어준 바보(최준석)였다. 현재 수중에 돈이 ‘0’이 아니라 마이너스”라고 밝혔고, 최준석은 “지금도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는 중”이라고 심각한 경제 문제를 인정했다.직후 두 아이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부부의 일상이 펼쳐졌다. 아침 일찍 어효인은 아이들을 깨운 뒤 밥을 먹이고 숙제를 봐줬다. 느지막이 일어난 최준석은 두 아이의 등원을 담당했으나, 얼마 후 집에 돌아와 소파와 한몸이 되어 아내의 대화 요청에도 묵묵부답했다. 이에 어효인은 “사람이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줘야지!”라고 외쳤으나, 최준석은 시큰둥하다가 갑자기 “밥 먹으러 가자”며 외식에 나섰다. 마지못해 따라나선 어효인은 국밥집에서 수육까지 시킨 남편이 수육을 많이 남기자 못마땅해 했으나, 최준석은 “남은 건 당신이 (사장님에게) 포장해 달라고 말해라”며 당당하게 밖으로 나갔다. 그날 저녁, 최준석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더니 TV 앞에서 미리 포장해온 치킨을 야무지게 뜯었다. 이에 어효인은 “하루에 두 번이나 외식을 하면 돈 10만원을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나, 최준석은 “내가 먹고 싶은 거 먹겠다는 데 뭐?”라고 받아쳤다. 어효인은 “나보고는 생활비 아끼라며? 노력 안할 거면 결혼은 왜 했냐?”면서 끝내 오열했다. 그럼에도 최준석은 “저녁도 마음 편히 못 먹냐?”며 짜증을 냈다. 생활비 문제로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던 두 사람의 일상에 이혜정, 양소영, 오윤아는 “아내가 가엾다”, “나 같으면 하루도 못 산다”며 대리 분노했다. 김용만 또한 “대화 부족도 큰 문제 같다”고 꼬집었다. 최준석은 이들의 의견을 찬찬히 듣더니 “아내의 말을 제대로 못 들었던 건데, 아내가 답답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서 고치겠다”고 ‘거울치료’를 제대로 했다. 다음으로, 이혜정-고민환 부부가 6개월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가상 이혼 후) 같이 살고는 있다”고 밝힌 뒤, “갈등을 봉합하려고 더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후 두 사람은 과천 자택에서 180도 달라진 다정한 분위기를 풍겼다. 고민환은 출근 전 아내의 방에 들러 “잘 잤냐?”라고 스윗하게 물었고 빨랫감도 아무데나 던져두지 않고 세탁실에 얌전히 갖다 놨다. 이혜정은 “남편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희망을 갖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남편이 출근한 사이, 이혜정은 ‘절친’ 양소영, 유인경과 만나 식사를 즐겼다. 이 자리에서 이혜정은 달라진 남편의 모습을 은근히 자랑하며 “(이혼) 조정 기간처럼 서로 더 조심하고 맞춰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고민환이 깜짝 등장했다. 고민환은 “(아내가) 보고 싶어서 왔지~”라며 로맨틱가이 면모를 보였고, “노래방을 가고 싶다”는 세 사람의 운전기사를 자처했다. 하지만 이동하는 차안에서 이혜정은 과거 남편의 ‘그 일’을 언급해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또한 이혜정은 “(가상 이혼을 겪으면서) 화해하긴 했지만, 아직 다 용서되지는 않았다”라는 폭탄 발언을 했다. 고민환은 속으로 분노했지만 내색하지 않았고, 노래방에서 즐겁게 놀고 돌아온 이혜정은 뒤늦게서야 남편의 싸늘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직후 고민환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그 일을) 자꾸 얘기하니까 진절머리가 난다. 안 하겠다고 하더니 또 하더라”며 불쾌해했다. 이를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이혜정은 “그날 저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면서도 “과거의 아픔을 희석시키고자 그 얘길 꺼낸 것이었다. 마음 속 앙금이 없어지질 않아서 저도 늘 아프다”고 고백했다. 이어진 예고편에서는 ‘그 일’로 인해 다시 격하게 부딪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공개돼, 다음 방송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스타 부부들의 ‘가상 이혼’을 통해 이 시대의 부부 및 가족 관계를 되짚어보는 가상 이혼 리얼리티다.‘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매주 일요일 밤 10시 방송된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4.08.19 07:22
영화

‘핸섬가이즈’ 이성민 “제가 평범한 줄 알았더니 비범 쪽에 가깝더라고요” [IS인터뷰]

“처음 대본 받았을 때 ‘핸섬가이즈’라고 적혀있어서 ‘왜 나한테?’라고는 생각했죠.” 잘생긴 남자들이 나오는 영화라고 착각할 법한 제목이라며 이성민은 웃었다. 제목이 곧 사건과 직결되기에 유독 외모에 신경이 많이 쓰인 작품인 건 맞다고 했다. 다큐멘터리 속 멧돼지 사냥꾼의 모습에서 영감받아 살벌한 스타일링을 완성했다는 이성민은 “제 속살이 워낙 하얘서 상의를 벗으면 전부 까맣게 분장해야 하나 했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거창하지만 ‘겉은 시커멓지만 속은 하얀 사람’ 같은 나름의 상징성처럼 남겼다”고 했다.오는 26일 새 영화 ‘핸섬가이즈’ 개봉을 앞둔 배우 이성민과 인터뷰를 가졌다. ‘핸섬가이즈’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두 남자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악령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다.최근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 회장 역을 비롯한 각종 권력자를 연기한 이성민은 이번 작품에서 험상궂은 외모로 오해받는 목수 재필로 분한다. 전기톱만 들면 영락없는 범죄자 얼굴이지만 수줍고 믿음직한 선인이다. 귀농 파트너 상구(이희준)와는 오래 알고 지낸 만큼 덤앤더머 같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함께 웃음에 몸을 던진다.회장님 이미지로 고착되는 것을 의식해 ‘B급 감성’ 코미디에 도전했을까. 이성민은 “그런 생각은 딱히 안 했다”며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연기했지만 제가 어떤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그가 밝힌 작품과 배역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했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새로운가, 무엇보다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가다. ‘핸섬가이즈’에 대해서 이성민은 “전에 했던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은 화려한 언변으로 즐겁게 해주는 코미디라면 재필은 결이 다르다. 슬랩스틱 요소가 있어서 좀 더 나와 맞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코미디라면 즐겁게만 촬영할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예민한 작업이에요. 그래도 같은 대사, 같은 컷이라도 애드리브나 연기를 제가 다양하게 변주해 표현할 수 있어서 코미디 연기를 즐거워하는 편이죠.”그런 이성민의 연기를 못지않게 받아주며 함께 맛을 살린 것은 파트너로 출연한 이희준이다. 이성민은 “워낙 많이 준비하는 우직한 친구”라며 “같은 극단에서부터 버릇인데 서로 살피면서 맞추는 것이 저도 희준 씨도 익숙하다. 축구로 치면 누군가는 공격이라면 누구는 수비 같은 포지션처럼 수월하게 작업했다”고 돌아봤다. 극 중 물에 쫄딱 젖고, 말벌에 쏘이고, 뽀얀 배도 노출하며 그동안 쌓아온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다 내려놓고 망가지지만 이성민은 “결심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가족들에게 벌에 쏘인 분장 사진을 보여줬더니 미쳤냐고 하더라고요. 물에서 빠져나오는 신은 조금 추웠지만 돈 받고 하는 일인데요. 하하.”어떤 역이든 제 것처럼 소화하기로 정평 난 이성민이지만 엄격하게 스스로를 평가한다. 자신 없는 연기도 있고, 아쉬운 배역도 있다. 진양철 회장 역은 비교적 그의 의도대로 흘러갔고, 지금까지 회자되는 ‘미생’ 오상식 과장 역은 가장 어울렸던 캐릭터지만, ‘운수 오진 날’의 택시기사 오택 역은 그의 생각과는 잘 맞지 않는 옷이었다고 털어놨다.이성민은 “소심한 캐릭터여야 했는데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게 잘 안 나왔다”며 “반면 이번 영화는 ‘이 정도였나?’ 싶게 만족했다”고 말했다. “제가 가진 베이스가 강하다는 걸 알았죠. 저는 제가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제 바이브는 비범 쪽에 가깝더라고요.”스무살에 연극 연기를 시작해 다양한 배역을 만난 이성민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일종의 가면을 쓰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잘할 수 있는 연기를 고려한다면서도 특정 이미지만 고집할 생각은 없다.“아무리 배우가 연기를 잘 하고 싶어도 좋은 캐릭터를 만나지 않으면 빛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좋은 대본과 훌륭한 캐릭터, 좋은 감독과 동료를 만나는 게 배우가 빛나는 순간이에요.”이주인 인턴기자 juin27@edaily.co.kr 2024.06.25 06:05
연예일반

왜 오니는 은어를 좋아하는가..장재현 감독이 밝힌 ‘파묘’ A to Z [전형화의 직필]

“‘검은 사제들’(544만명)보다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는데 감사할 뿐입니다.”장재현 감독은 ‘파묘’가 올해 첫 6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에 대한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영화 전반부보다 후반부를 오컬트 마니아들이 더 좋아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일반 관객들이 더 호응해주고 있는 탓이다. “감사하다”는 말을 연거푸 하는 그에게 ‘파묘’의 A부터 Z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물었다. 때로는 의도한 것부터, 더러는 관객이 의미를 부여해준 것까지 ‘파묘’의 아주 긴 뒷이야기를 전한다. 이 인터뷰는 ‘파묘’의 스포일러를 대거 포함합니다. -엄청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데.호불호가 있는 장르라 엄청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검은 사제들’보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내심 있었을 뿐이다.-어렸을 때 이장을 하는 것을 보고 ‘파묘’의 원형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했는데. 본격적인 준비는 ‘사바하’ 이후부터였을텐데.살던 동네가 그런 일들이 많았다. 이장을 했는데, 굿도 하고 제사도 크게 지냈다. 무덤을 파고 관을 뜯었다. 고백하자면 그 때부터 관을 좋아했다. 무덤에서 갓 꺼낸 낡은 관이 주는 이미지를 좋아했다. 관을 놓고 이야기를 발전하려 했다. ‘사바하’ 끝나고 한국장례협회를 찾아 대표님을 만나서 이틀 동안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풍수지리사 분들도 만났고. 통상적으로 지관이라고 하는데, 지관은 조선시대 관직이고 풍수지리사가 더 맞는 말이다. 풍수지리사협회가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에서 한국풍수지리협회 분들을 만났고 협회에 소속 되지 않고 혼자 재벌집 묫자리를 봐주는 분들을 만났다. 동시에 장의사분들도 만났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분들이 살면서 쌓아온 코어랄까, 내공이랄까, 거기에 공통된 것들이 있더라. 대체로 이장의 80% 정도는 땅을 팔거나 재개발이 돼 하는 경우다. 나머지 20%가 다른 경우인데, 무덤을 꺼내는 것 자체가 잘못됐던 걸 꺼낸다는 의미다. 그게 과거로 가는 여정 같다고 생각했다. 뭔가 과거의 잘못된 것을 꺼낸다는 것, 거기에서 이야기가 출발했다. -파묘와 친일파, 일본제국주의를 연결한 까닭은.소재를 계속 파헤치면서 어떻게 하면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올까 고민했다. 그런데 파묘를 검색하다보면 친일파 파묘란 단어가 많이 나온다.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가까운 과거이면서 더 밑에는 뭐가 있을까로 계속 들어갔다. 티눈 수술을 했는데 고름을 빼도 끝이 아니더라, 뿌리까지 뽑아야지 새로운 게 나온다. 그것처럼 친일파 밑으로 뿌리까지 파 내려가보자고 마음먹었다. -영화 초반 틀니 일화는 감독의 실제 일화에서 비롯 됐다던데.친척 분 중에 무속인이 계신다. 난 할머니가 거의 키워주시다시피 해서 할머니에 대한 정이 많다. 돌아가신 뒤 할머니를 기억하려 틀니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친척 분이 할머니 틀니를 갖고 있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갖고 가셔서 불 태워서 공양하셨다고 하더라. -일제가 한반도의 정기를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다는 이야기는, 사실 실체가 불분명하다. 말뚝을 박아서 정기를 끊는다는 이야기는 정조실록에 정조가 인재가 없는 걸 한탄하자 고려말 명나라 도사가 와서 정기를 끊기 위해 말뚝을 박아서 그렇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된 이야기이기도 한데. 그 이야기를 영화 속으로 가지고 들어온 이유는. 그말대로 쇠말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사로도 “99%는 가짜다. 그럼 1%는?”이란 대사를 넣었다. 영화 속에 실제 쇠말뚝을 안 넣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니깐. 게다가 쇠말뚝을 넣으면 너무 ‘국뽕’일 듯 했다. 그래서 쇠말뚝을 대체할 수 있는 상징성이 있는 걸 넣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걸 오컬트 장르에 붙여보자고 생각했다.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중에 ‘사무라이의 시대’란 게 있다. 그걸 재밌게 봤는데, 4화인가에 임진왜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무라이들이 조선인을 죽이는 게 삽화로 묘사되는데 기분이 너무너무 안 좋더라. 그래서 일본 제국주의, 군국주의 침략의 상징과 사무라이 정령을 결합시키고 그걸 쇠말뚝을 상징화하는 걸로 만들었다. 그걸 뽑으면 이 땅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파묘’에 그 상징을 한반도 허리에 해당하는 곳에 박아놓는 음양사 이름을 무라야마 준지라고 설정했는데.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귀신’ 등을 집필한 무라야마 지준에서 따온건가.노코멘트다. ‘사바하’ 때 고생을 많이 해서리. -최민식이 맡은 상덕, 김고은이 맡은 화림, 유해진의 영근, 이도현의 봉길 등 주요 인물들의 이름들이 다 독립운동가에서 비롯됐다. 나라를 지킨다는 뜻의 보국사나 그 절을 세운 스님 이름이 원봉이라는 것도 그렇고, 의열장의사란 이름도 그렇고. 이렇게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언제부터 마음 먹었나.처음부터다. 원래 전작들에서도 극 중 인물들 이름을 영화 주제에 맞게 지었다. ‘파묘’는 앞에는 오컬트, 뒤에는 항일이다고 하는 평이 있는데 난 두 개가 같은 맥락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무덤을 한 번 더 파는 것이라고. 친일청산과 항일을 나눠서 생각하는 게 아닌 것처럼. 독립기념관에 갔는데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분들이 너무 많더라. 그 분들의 이름을 어감을 고려해 되살리려 했다.-네 명 주인공들의 옷색이 파란색(좌청룡)과 검정색(북현무), 빨간색(남주작), 하얀색(우백호)인 건 사방신의 의미를 고려한 것인가. 캐릭터 포스터에서도 이들이 각 사방을 보고 있는데.의상을 설정 할 때부터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가장 먼저 고려한 건 최민식-유해진 세대와 김고은-이도현 세대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초반에 화림이 의뢰를 받은 미국 저택에서 불상 뒤에 야차상을 꺼내 놓는 건, 2부 오니의 등장을 알리는 복선으로 준비한 것인가.그렇다. 영화가 두 번째 이야기로 넘어갈 때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도깨비, 요괴 등 이물감을 줄 수 있는 물건들을 곳곳에 배치했다.-왜 이야기를 이렇게 두 갈래로 만들었나. 원래 구상을 할 때는 미국 의뢰인 박지용이 주인공이었다. 깔끔한 오컬트 같은 구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쓰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극장에 가서 마스크를 쓰고 영화를 보는데 많이 답답하더라. 그 당시 작가주의 작품들이 많이 개봉하기도 했는데, 여느 때라면 극장에서 사유할 거리를 얻고 극장문을 나서는데, 코로나 때는 답답하게 나오게 되더라. 그럼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하게 됐다. 난 체험이라고 생각했다. 관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앞의 빌런과 뒤의 빌런을 다르게 하고, 정통 오컬트에 다른 장르를 접목시키고자 했다. 난 뒷부분을 크리처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뱀파이어, 미이라, 강시영화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것들 역시 광의의 오컬트물이고. 초자연적 존재들의 이야기니깐. 그리고 그런 뒷부분을 이런 장르물 마니아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었던 건, 앞에는 보편적이고 뒤에는 마니아들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는 점이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처럼 영화 속에서 장르가 바뀌는 부분이 덜 대중적이고 마니아들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반대라 의외였다.-무속인들이 LA에 출장을 많이 가나.실제로 많이 간다. 특히 일본으로 가장 많이 간다. 일본에는 우리 같은 의미의 신내림이 거의 없어서 알음알음 소개로 많이 간다. 미국도 재미교포들 소개로 많이 가고. 풍수사들도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닌다.영화에 편집된 장면이 있는데 화림과 봉길이 일본으로 출장을 갔던 장면이 있다. 무당길드라고 해야 할까, 스승님이 있고 거기서 파생된 신자매, 가족들이 있다. 대사에도 나오지만 그 스승님이 일본과도 연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첫 장면에 김고은이 일본인이 아니다라고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건가.화림이 일본어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영화의 톤앤매너, 지향하는 바를 그 대사로 보여주고 싶었다. -컨버스를 신고 에어팟을 꼽는 MZ무당이 화제를 모았는데.실제로도 그렇다. 무속인들을 만나면 생각보다 많이 젊다. 세대교체도 되고 있고. 많이 뛰다 보니 도가니가 아파서 컨버스 같은 편한 신발, 편안한 구두를 많이 신는다. -이도현이 맡은 봉길이 몸에 새긴 문신은 태을보신경인가. 그 캐릭터도 실제 인물에서 가져왔다던데.태을보신경이 맞다. 잡귀신으로부터 몸을 보호해달라는 경이다. ‘사바하’ 때 야구선수를 하다가 신병이 와서 무당이 된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몸에 그렇게 문신을 새겼다. 언젠가 그 캐릭터를 꼭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봉길로 가져왔다. -대살굿이 원래 있나? 타살굿인데 영화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대살굿으로 바꿨나.통상적으로 타살굿이라고 많이 한다. 저승사자가 왔을 때 마지막으로 제물이 대신 죽는 굿. 그걸 대살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대살굿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영화적으로 대살굿으로 썼다.-김고은이 대살굿을 할 때 받는 건 몸주신인 할머니인가, 아니면 다른 귀신인가. 할머니와 대살굿이 어울리지 않는데.대살굿을 할 때는 장군신을 받는다. 아주 강력하게 맞서야 하니깐. 대살굿은 저주 같은 오펜스굿이 아니라 방어하는 디펜스굿이다. 그래서 그 때는 자신의 몸주신이 아니라 장군신이 오는 것이다. -대살굿은 실제 굿의 동선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가.그렇다. 원래는 4시간 짜리 굿을 5분 안에 보여줘야 했기에 어떤 걸 보여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김고은이 무속 선생님 집에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하루 종일 리허설을 했다. 그 뒤 하루에 몰아서 카메라 4대로 찍었다. 그 감정을 나눠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깐. 일단 김고은에게 즐기는 모습을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무속인은 신을 받으면 즐긴다. 웃음도 보이고. 김고은이 굿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칼로 자신의 얼굴을 긋는 장면, 뜨거운 숯에 손을 넣는 장면 등은 자신에게 신이 들어왔는지를 확인하고 남들에게도 보여주기 위해서다. 내 안에 신이 들어와서 나도 멀쩡하니 당신들도 안전할거야라고. 그걸 보고 인부들이 일을 시작한다. 칼을 땅에 묘지 방향과 반대로 던지는 건, 원래 모든 굿이 그렇다. 이 근처의 나쁜 것들이 이 칼 밖으로 나가 일종의 결계가 쳐지는 것이다. 화림이 동물 피를 마시는 건, 신에게 일종의 밥을 바치는 의미이고. -굿을 시작하기 전 봉길이 화림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게 많은 연성러들을 자극시켰는데. 둘의 관계는 이성적인 게 담겨 있거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 건가. 둘의 전사를 담은 이야기를 만들 계획은?무속 세계에선 스승이 굿 준비를 하면 제자나 신아들,딸들이 옷도 입혀주고 신발도 신겨주고 다 준비를 해준다. 둘의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려고 그 장면을 넣었다. 이성적인 마음이 담겨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둘의 전사를 담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파묘’보다 더 재밌는 좋은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산소탈로 직계 장손들이 해를 입는데, 왜 직계가 아닌 의뢰인의 어머니 즉 친일파 유령의 며느리까지 죽임을 당하는 건가. 영화적 설정 오류이지만 며느리가 죽는 건, 엔딩크레딧에 써 있듯이 이름이 배정자이기 때문인가? 일제시대 대표적 친일파?노코멘트다. 설정이 어긋나는데 작가의 개입인 것만은 분명하다. -친일파 영혼이 LA집 창문을 열어달라거나 프라자호텔 창문을 열어달라고 하는데. 사실 문을 열어줘야 들어간다는 건 뱀파이어물의 특징이지, 동양적인 오컬트 특징은 아닌데. 맞다. 연출적으로 재미를 주려고 섞은 것이다. -전반부 친일파 귀신 장면은 덜 자극적인 것 같은데.일부러 담백하게 담았다. 더 직접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이 있었는데 편집했다. 전반부가 담백해야 후반부에서 더 강렬할 것이라 생각해서 그리했다. -친일파 귀신이 사실 영화 속 곳곳에 숨겨져 있는데.유리에 비추기도 하지만, 잘 찾아보면 많은 곳에 있다. 심령사진을 보면 귀신은 찍는 게 아니라 찍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찍힌다는 느낌으로 영화 속에 담았다. -첫 번째 묘를 꺼낼 때 등장하는 뱀은 일본요괴 누레온나인데. 하필이면 돼지띠 일꾼에게 죽임을 당한다. 돼지랑 뱀은 상극이기도 한데. 그래서 동티 난 그 일꾼은 틀니 파묘할 때 나온 인물이기도 한데. 일이 해결된 뒤 어찌 되나. 누레온나는 물의 요괴다. 잘못된 것을 건드렸다는 설정으로 넣었다. 물의 요괴라 그걸 건드리자 비도 오고 그러는 것이다. 원래 묘가 탈이 나는 경우 뱀이 관에 들어오는 ‘사염’, 벌레가 들어오는 ‘충염’, 바람이 든다고 해서 ‘풍염’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는 뱀이 관에 들어갔는데 밑의 요기가 너무 세서 뱀이 변태가 일어나지 않았을까란 설정이다. 그래서 비슷한 대사도 넣었다. 그 인부는 틀니 파묘할 때 나온 인물이 맞다. 일부러 동티 나는 인물로 연결하기 위해 틀니 파묘할 때 포커싱을 잡았다. 편집됐는데 나중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그 양반도 좋아진다는 장면이 있었다. 동티풀이가 된 셈이니깐. -조선총독부가 보이는 프라자호텔은 세트 촬영인가.내부는 세트고, 창에 보이는 광화문 정경은 프라자호텔에서 소스 촬영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소스를 LED월을 띄우고 촬영했다. 블루스크린를 놓고 합성을 하는 건 색감이 잘 안맞는 것 같았다. -친일파 귀신 혼부르기를 할 때 화림이 그 장례식장 주소를 읊는데.실제로 그렇다. 혼이 와야 할 위치를 부른다. 무속인에게 고증을 받아 만들었다.-의뢰인에게 진짜 상덕이 거는 휴대전화 진동음과 친일파 귀신이 거는 휴대전화 진동음이 다른가.아니다. 같다. 쇼트 길이가 차이가 나서 같은 음을 넣는데 리듬이 달라진 것이다.-의뢰인이 욕조에 누워있는 것을 비롯해 전반부에 물의 이미지가 많은데.그렇다. 욕조도 그렇고 땀도 그렇고 비도 그렇다. 후반부에는 불의 이미지가 많다. 드럼통 불도 그렇고. 그렇게 물과 불의 이미지를 전반부와 후반부에 대비시켰다. -친일파 관을 태울 때 일제 시대 때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훈장이 들어있는데.그래서 이장할 때 그 신분이 드러날까봐 관을 열지 말고 그대로 화장하라고 한 것이다. 우리는 염을 할 때 먼길옷을 입히는데, 우리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생전에 고인을 상징하는 옷을 입히는 경우도 있다. 고인이 좋아하는 물품을 넣기도 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숫자는 실제로 한반도의 허리에 해당하는 곳인가. 어디며 어떻게 짚었나.풍수사들에게 물었더니 모두 같은 곳을 이야기하더라. 강원도 고성 향로봉이다. 영화 속에도 나온다. 상덕 화림 등이 얼굴에 문신하고 산에 올라갈 때 드론샷으로 산의 정경을 인트로로 잡는데 바로 그곳이 향로봉이다. -관을 두 개 넣는 첩장은 새로운 건 아니지만 밑에 넣는 관을 세로로 넣어서 마치 못의 형국으로 만든 게 기발한데.이야기했지만 실제 쇠침, 쇠말뚝을 넣는 게 아니라 그걸 상징하는 걸 넣고 싶었다. 그래서 그 자체를 못처럼 만들었다. -흉한 것인 오니의 설정은.전쟁터에서 신처럼 모셔지려면 외형부터 거대해서 위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8척 거구를 생각했고, 2미터 40센치미터로 설정했다. 임진왜란에도 참전했고, 그 뒤 세키가하라 전투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반대 진영에 참전했다가 패배한 뒤 영화 내용처럼 된 인물이란 설정이다.-한국의 도깨비와 일본의 오니는 다른 존재인데. 그래서 5장 도깨비불 옆에 일본어로 오니라고 적었다. 다른 소제목은 다 한글 옆에 한자인데 그것만 일본어다. 원래는 그 장의 제목을 도깨비라고 했다가 너무 의미가 많을 듯 해서 좀 더 명징하게 가고자 도깨비불로 가고 옆에 오니를 넣었다. 그때부터 막가는 설정이니 좀 더 직관적인 제목으로 관객을 인도하고 싶었다.-도깨비불로 주인공들이 환각을 보는 데 별다른 설명은 없는데.자연스럽게 관객이 같이 홀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왜 나이트클럽 들어가면 처음에 사이키 조명에 홀린 것처럼. 플래시백 느낌으로 만든 게 아니니 설명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니가 오백년 전에 불경을 정복했다고 하는 장면은 ‘드라큘라’가 떠오르는데.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 광팬이다. 거기에서 드라큘라가 십자가를 이미 정복했다고 한 장면의 오마주다. -오니가 은어와 참외를 좋아한다는 설정은.일본만화 ‘음양사’를 좋아하는데, 은어와 참외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거기에서 전국시대 사무라이가 좋아할 법한 음식들을 고민해서 가져왔다. -화림이 탑으로 가니 안전했다는 건. 탑, 곧 부도는 스님의 사리가 있는 곳이고 그래서 신성하다는 의미로 설정했다. -보국사 보살이 봉길 위에 올라간 뒤 자신의 옷을 찾는데. 불교에서 선종할 때 부처의 옷을 입고 육신의 원한을 잊는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인지. 보통 영은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그 억울함을 표현할 수 있는 것과 스님의 옷을 매칭시켰다. 그 장면을 그렇게 해석해도 될 듯 하다. -음양오행을 마지막 문제 해결의 원리로 사용했는데.오행이 원래 풍수지리의 베이스다. 풍수사가 과연 어떤 걸 마지막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결국 풍수사가 오행을 고민해서 싸우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 화림과 봉길은 ‘음양’, 상덕 영근은 ‘오행’이란 설정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거론되는 그 무덤을 만든 기순애는 일본어로 여우인 키츠네에서 온 것인가. 그렇다. 일제 때 우리나라 문헌에도 여우를 기순애라고 표현한 것들이 있다.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보국사 표시판에 있는 풍수사 표식은 원래 있는 것인가.그렇다. 풍수사협회에 따라 다양한 표식들이 있는데 가장 이 영화에 맞는 걸 가져왔다.-화림의 몸주신인 할머니는 일본 음양사랑 맞섰거나 그런 전사가 있는 인물인가. 실제 무속인인 고춘자님이 연기했다던데.화림의 조상 중 음덕을 많이 쌓은 분이란 설정인데 그런 전사까진 설정하진 않았다. 일종의 수호천사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고춘자님이 두 번 정도 등장하는데, 그 장면들은 직접 찍으셨다. 그런데 워낙 바쁜 분이라 보충 촬영은 대역이 찍었다. -여느 퇴마극과 달리 주목을 사이에 놓고 오니와 화림이 대화를 나누는 게 이채로운데.어느 산이든 산주인이라 불리는 큰 나무가 있고, 그걸 주목이라 불렀다. 일본은 그런 경우가 많은데, 우리도 성황목이라 불리는 나무들이 있었고. 그걸 일본의 정령신앙을 대입해서 풀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병실에 누워있는 봉길을 놓고 도깨비놀이를 하는데. 제주도에 있는 굿인데, 귀신을 속여서 정체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오니 투구에 지네 문양이 있고, 봉길을 놓고 닭으로 대살굿을 준비하는데. 지네와 닭이 천적이라는 걸 고려한건가.지네는 항상 북쪽으로 간다. 뒤로 가지 않고 전진을 하고. 그걸 오니의 캐릭터에 은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닭은 그걸 고려했다기보다 봉길이 닭띠라 닭을 준비한 거다. 일종의 대살굿이니 앞에서 돼지 띠 인부들을 위해 돼지를 준비한 것처럼.-유해진을 교회 다니는 설정으로 한 건.그래도 제가 교회 다니는 집사인데 이런 영화 만들면서 교인들에게 면피를 하고 싶었다. 실제로도 만난 장의사 중 한 분이 교회 장로님이기도 했고. -음악 설계는 어떻게 했나. ‘사바하’도 같이 했던 김태성 음악감독과 작업했는데.전체적으로 저음이 많다. 불협화음이 도드라지고. 김태성 음악감독님이 훌륭히 해주셨다. -마지막 결혼식 사진 장면은 독립운동가 사진들을 은유한 것인가. 또한 ‘사바하’ 이다윗이 등장하는 건 장재현오컬트유니버스를 고려한 설정인가.독립운동가 사진처럼 찍은 것이냐는 질문은 노코멘트하고 싶다. 이다윗이 등장하는 건 사실 원래 조명팀 중 한 명에게 그 장면을 부탁했는데, 마침 다윗이 시간이 있다고 해서 찍었다. 특별히 장재현오컬트유니버스를 고려한 건 아니다.-‘사바하’의 이정재 이다윗, ‘파묘’의 김고은 이도현이 한 사건을 쫓는 설정으로 ‘사바하2’를 만들 계획은 없나.오컬트유니버스가 계획에 없는 건 아니어서 매 작품마다 다른 배우들을 캐스팅 하기는 했다. 시나리오를 빨리 쓰기야 ‘사바하2’보다 ‘파묘2’가 빠를 수는 있겠지만 더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것이라 장담을 못하겠다. 등장인물보다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여야 하는 가가 가장 중요하다. -‘검은 사제들’에선 사람을, ‘사바하’에선 하늘을, ‘파묘’에선 땅을 이야기했는데. 차기작은 어떤 걸 이야기할 계획인가.신에 대한 이야기다. 믿음에 대한 이야기고. 어두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건국전쟁’ 감독이 ‘파묘’에 좌파가 몰리고 있다고 했는데.일단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하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시고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겠나. 난 ‘파묘’가 색깔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땅에 사는 한국사람이라면 무의식에 담겨 있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4.03.05 13:40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고등어와 임연수, 그리고 김구 선생님

“남영동에 고갈비집이 유명했잖아요.”무슨 음식인가를 먹다가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이 문득 이 말을 꺼냈습니다. 전우용 선생은 저와 같은 연배입니다. 남영동 고갈비집이 어떤 식당을 지칭하는 것인지 저는 바로 알아차렸습니다. 그때 우리 친구들은 남영동 고갈비집을 ‘숙대앞 밀주집’이라고 불렀습니다. 전우용 선생과 제가 청춘이었던 1980년대의 일입니다.남영역에서 내려 숙명대학교로 올라가다가 왼쪽에 좁게 난 골목으로 십여 미터 들어가면 나타나는 막걸리집이었습니다. 폐가를 가게로 쓰고 있었습니다. 벽면에는 온갖 낙서가 있었고 조명은 어두워서 음침했습니다. 막걸리를 주전자에 담아주었는데 시중의 막걸리보다 독해서 밀주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우리는 밀주집이라고 불렀습니다.안주는 고갈비였습니다. 고등어구이를 고갈비라고 하는 것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당시에 제일 맛있고 비싼 음식이 강남의 ‘가든’에서 파는 소갈비였습니다. (꽃등심의 신화는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합니다.) 소갈비 아래가 돼지갈비였고, 돼지갈비 아래가 닭갈비였습니다. 닭갈비도 못 먹는 처지에 있는 자들은 고등어구이를 고갈비라고 이름을 붙여서 막걸리와 함께 먹었습니다.기억이 흐릿한데, 장소는 남영동 밀주집이 맞을 것입니다, 막걸리를 마시다가 고갈비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건 고등어가 아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제가 주장했는지 친구가 주장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고갈비가 고등어가 아니다는 주장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술값 내기를 했고, 주인을 불러서 물었습니다. “응. 그거 임연수.” 역시 기억이 흐릿한데, 시장 상황에 따라 고등어도 내고 임연수도 내고 한다는 말을 들은 듯도 합니다.고갈비라는 단어는 부산에서 탄생했습니다. 부산은 고등어 집산지입니다. 고등어는 값싼 생선이었고 고갈비는 서민의 안주로 번창했습니다. 1980년대 서울에서는 고등어보다 값싼 생선이 있었으니, 임연수입니다. 임연수구이를 고갈비라고 부르는 막걸리집이 생겼습니다. 부산 고갈비의 유명세에 서울 임연수가 올라탄 것인데, 고등어든 임연수든 기름에 튀기듯 구우면 막걸리와 잘 어울려주어 이를 문제 삼는 주당은 없었습니다. 남영동 밀주집 같은 가게가 인사동에도 있었습니다. 종로 큰길에서 인사동으로 올라가다가 왼 쪽으로 난 골목 안에 있던 막걸리집이었습니다. 허름하기로는 남영동 밀주집과 쌍벽을 이루었습니다. 이 막걸리집에서도 임연수를 구워서 내었는데 손님들이 임연수구이를 자꾸 고갈비라고 하니까 이갈비라고 불러달라고, 주인이 그랬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임연수를 이면수라고도 불렀고, 그래서 이갈비입니다. 임갈비라고 해도 될 것이었는데, 주인이 혹시 이씨인가 하고 상상을 해봅니다.)남영동 밀주집과 인사동 막걸리집은 이제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습니다. 사라졌겠지요. 남영동 밀주집은 대학을 졸업하고 가본 적이 없습니다. 인사동 막걸리집은 2014년에 마지막으로 갔었습니다. 그때에 찍은 사진이 있으므로 이 기억은 분명합니다. 인사동 막걸리집 벽면의 차림표를 보시면 제일 위에 ‘갈비(생선)’라고 적혀 있습니다. 되돌아보니, 예전에 저만 가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라 전체가 가난했습니다. 생선구이를 갈비라고 부르며 가난을 위로했습니다.한때에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외국에 나가서도 꿀릴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난을 추억으로 삼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돈이 많다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음을 깨닫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대한민국이 선진국 맞습니까?“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남영동 밀주집이었는지 인사동 막걸리집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동네 어느 선술집이었는지 기억이 흐릿하나 벽면의 낙서 중에 간혹 발견되는 김구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그래, 우리나라가 이래야지” 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2023.12.21 07:00
연예일반

CG 아니었던 실사판 ‘오징어게임’ 영희 인형, 만드는 데 얼마 걸렸을까 [IS비하인드]

456명의 일반인 참가자들이 인생을 뒤바꿀 456만 달러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진짜 ‘오징어 게임’에 도전했다. 넷플릭스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1~5화가 지난 22일 공개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놀라웠던 건 실제로 456명이나 되는 비연예인 참가자들을 하나의 게임에 참여하게 했다는 것.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탈락하는 ‘오징어 게임’의 첫 관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남다른 스케일을 제대로 보여줬다. 제작진은 456명의 참가자들을 수용할 시설을 찾다 1920~1930년대에 비행선들을 만들던 카딩턴 스튜디오를 선택했다. ◇유일하게 다른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촬영은 16일 동안 런던의 워프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제작진은 참가자들이 작품 속 세상에 완전히 몰입해 지낼 수 있도록 서로 연결된 사운드 스테이지 6곳에 세트장을 만들었다. 그 안에 발을 들인 이상, 탈락할 때까지 나갈 수 없었다.‘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유일하게 다른 시설에서 촬영한 게임이다. 게임 참가자 수가 무려 456명인 것을 감안할 때 유럽에서 가장 큰 실내 공간이자 영국 베드포드에 있는 카딩턴 스튜디오가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이 스튜디오는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비행선들을 만들던 곳이다. 2800평이 넘는 공간에 두 개의 격납고가 있는데, 하나당 4개의 일반 사운드 스테이지를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고.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의 총면적은 약 100m x 40m였다.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경우 참가자 수가 전례 없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여 제작진은 다수의 참가자를 임의로 선정하여 개별 마이크를 부착했다. 공간 안에는 애트모스 마이크와 카메라를 배치, 다른 참가자들의 목소리와 리액션을 픽업할 수 있도록 했다. 456명의 참가자들 모두에게 추적 장치를 달아 엄격한 심사 과정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인형 제작에만 무려 3개월원작 시리즈의 세트장은 많은 부분에 CG 작업이 들어갔지만 리얼리티에선 그럴 수 없었다. 참가자들이 경쟁에 몰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돼지 저금통 역시 서바이벌을 위해 처음으로 실물로 제작됐는데,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현금으로 가득 찬 돼지 저금통의 무게는 800kg을 넘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영희 인형을 제작하는 것은 엄청난 준비 작업이었다는 전언. 제작에만 3개월여가 소요됐다. 원작 시리즈는 기술적인 부분은 교묘한 편집으로 숨길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인형의 뼈대 안에서 작동하는 로봇을 설계해야 했다. 참가자 모두에게 공정할 수 있도록 노래의 특정 부분에서만 정확하게 고개를 돌려 멈추는 것을 완벽에 가깝게 구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형 머리의 크기와 돌아가는 속도 때문에 계산을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고개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 엔지니어링을 구현하고 모터 및 부품을 조정한 다음 구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멈추는 방식까지 다 계산, 1초도 되지 않는 시간까지 맞춘 끝에 최종형이 완성됐다. 최종 완성된 인형의 키는 4.2미터에 육박했으며 인형의 외골격은 영국에서 가장 큰 3D 프린팅 회사에서 제작했다.◇한국 국민 간식 달고나, 만들기 참 어렵죠?달고나 챌린지에 나온 전설의 뽑기 과자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는 게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제작진의 설명. 시니어 개발 팀장 아몬 카딤에 따르면 달고나 과자를 수백 개나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레시피인 벌집 웨이퍼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는 “달고나는 만들자마자 먹는 과자다. 그런데 우리는 게임 하루 전에 대량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레시피를 이것저것 시도해 가면서 완벽한 보관 조건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쿠키 크리에이션의 프로젝트 매니저 루시 록은 “벌집은 습기를 흡수한다. 공기에 닿자마자 습기를 빨아들인다. 그래서 차가운 상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공기에 닿은 상태로 있어도 끈적거리지 않을 조합을 생각해야 했다”며 과자 만들기에 진심이었음을 드러냈다.이어 “어떤 과자는 너무 일찍 부서지기도 했고, 어떤 과자는 눅눅해지거나 이동 과정에서 쉽게 부서지기도 했다. 과자의 완성 단계까지 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악몽 같았다”고 털어놨다.달고나 과자에 들어가는 모양 역시, 공정과 균일성을 위해 동시에 같은 깊이로 찍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19개 버전을 거치고 나서야 적절한 레시피가 탄생했다는 후문이다.‘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는 29일 6~9회가, 12월 6일 마지막회가 공개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1.29 05:55
연예일반

“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가?”…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메인 포스터 공개

‘괴물’이 괴물 같은 명작의 탄생을 예고했다.배급사 NEW는 16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영화 ‘괴물’ 메인 포스터,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공개된 메인 포스터에는 들판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아이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부터 이들을 둘러싼 주변인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 초등학교 담임교사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교장 선생님 후시미(타나카 유코)가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과 대비되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가?’라는 문구가 더해져 이들의 감정을 폭발시킬 의문의 사건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함께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미나토가 사오리에게 “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돼지일까?”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놀란 사오리는 질문을 한 사람이 누구냐는 추궁 끝에 담임교사 호리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에 학교를 찾아간 사오리가 긴장과 적막이 감도는 학교에서 감정을 분출한다.이어 미나토와 요리의 다툼이 있고 폭풍이 덮친 마을, 그 속에서 어른들이 무언가를 찾는 모습이 차례로 보여진다. 마지막에 나타난 ‘괴물은 누구게?’라는 문구는 과연 이들을 둘러싼 의문의 사건이 무엇이고 사건의 진실이 무엇일지 궁금증을 고조시킨다.한편 ‘괴물’은 오는 29일 개봉한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3.11.16 14:35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감자탕에 분질 감자를 넣어야 하는 이유

1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와서 식당을 연 후배가 짜증을 내며 제게 물었습니다.“서양 감자 요리 있잖아요. 메쉬드 포테이토. 그걸 원통에다 넣고 쏙 빼야 하는데, 달라붙어서 안 빠져요.”“분질 감자를 써야 쏙 빠지지. 남작이라고, 분질 감자가 있는데, 요즘 재배 면적이 워낙 적어서 찾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다들 수미밖에 안 심으니. 인터넷에서 뒤지면 생산자가 올려놓은 게 나올 거야.”메쉬드 포테이토는 분질 감자를 못 찾으면, 수입 가공품을 쓰면 됩니다. 이 요리사는 감자로 직접 요리를 하려니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메쉬드 포테이토는 가끔 먹는 것이니 감자의 품종 따위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저에게는, 아니 우리에게는, 한국인의 일상 음식인 감자탕의 감자가 문제입니다. 감자탕에서 제일 중요한 재료가 뭐냐고 물으면, 물론 사람마다 대답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감자를 꼽습니다. 이름이 감.자.탕.이잖아요.지금 감자탕을 먹는다고 상상해봅시다. 먼저 등뼈에 붙은 살을 파먹어야겠지요. 등뼈 하나를 맛있게 발랐으면 시래기를 듬뿍 건져내어 국수 먹듯이 후루룩 들이키고 시원하게 국물을 마신 다음에, 이젠 냄비에서 감자를 꺼내야지요. 국물이 반쯤 담긴 앞접시에 감자를 놓고 숟가락으로 꾹 눌렀을 때에, 감자가 파사사사삭 허물어지면서 국물 안으로 번지듯이 스며들어야 진짜 감자탕입니다. 감자를 숟가락으로 눌렀는데 감자가 미끄덩 접시 밖으로 튀어나가면, 실격입니다. 돼지 등뼈에서 우러나온 묵직한 국물에 반투명의 파슬파슬한 감자 살이 풀어져 동식물의 조화로움을 우리에게 선사해야 비로소 감자탕의 대미가 장식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요.제가 이렇게 묘사를 해도 “이게 뭔 소리야?” 하는 젊은 분들이 많을 겁니다. 분질 감자를 쉬 맛볼 수 없게 된 지가 꽤 되었기 때문입니다. 50대 이상은 분질 감자가 기억 속에 존재할 것입니다. 감자를 삶으면 냄비 안에서 턱턱 갈라지는 그 감자 말입니다. 입안에 넣으면 씹을 것도 없이 사르르 녹듯이 흩어지는 그 감자 말입니다.감자는 근래에 유입된 작물입니다. 조선 실학자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순조 갑신·을유(1824~1825) 양년 사이 명천의 김씨가 북쪽에서 종자를 가지고 왔다”고 기록하였습니다. 구황작물로 함경도와 강원도, 평안도 등의 산간지에서 재배되었습니다.일제강점기에 남작이라는 품종이 도입되었습니다. 남작은 1876년 미국에서 육성한 품종입니다. 이 남작이 분질 감자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포실포실한 이 남작을 주로 먹었습니다. 1980년대부터 감자 품종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병충해에 강하고 지역 적응성이 뛰어나며 수확량이 많은 수미가 선택되었습니다. 수미는 1961년 미국에서 육성한 품종입니다. 그리고 점질 감자입니다.(수미를 중간질 감자라고도 하는데, 감자탕에서의 적응도를 따져보면 점질 감자입니다.)점질 감자가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점질 감자는 점질 감자로서의 장점이 있으며, 그에 맞는 가공품과 요리도 존재입니다. 다만, 시장에서 점질과 분질이 구분되어 팔리지 않고, 요리를 할 때에 이 둘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미식적 손실’이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분질 감자가 재배하기 까다롭고 시장이 좁아서 생산자가 재배 면적을 늘리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을 합니다. 그러나 감자탕이나 닭도리탕, 메쉬드 포테이토 등에는 분질 감자를 써야 맛있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확산하면 시장에서 분질 감자가 점질 감자와 분리되어 가격을 형성하게 될 것입니다.농산물은 품종별, 지역별, 계절별로 잘게 쪼개져 팔려야 음식이 맛있어지고 최종에는 농민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이 됩니다. 감자탕에 분질 감자가 들어가야 한다고 10년이 넘게 고집을 부리는 이유입니다. 감자가 그리되면 고구마도, 양파도, 고추도, 마늘도… 그래야 농민이 삽니다. 2023.11.16 07:00
연예일반

이진호, 포경수술비 1000만원 벌려고 레이블 창립(에이리언 호휘효)

코미디언 이진호가 파격적인 이유로 레이블 창립에 나섰다.LG유플러스의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STUDIO X+U)가 제작하는 새 페이크 리얼리티 예능 ‘에이리언 호휘효’에서 이진호가 ‘꽈추형’에게 받을 ‘1000만원’짜리 포경수술 비용을 벌기 위해 던과 휘민을 영입, 새 레이블을 창업했다.16일 방송분에서 이진호는 한 분식집에서 1000만 원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김밥 한 줄을 간신히 사 먹는 이진호와 달리 옆 테이블 ‘영앤리치’ 던과 휘민은 그야말로 성공의 향기를 풍겼다. 두 사람은 후배들의 ‘롤렉스 시계 사랑’을 안타까워했고, 500만 원 정도는 푼돈처럼 생각해 이진호와 좋은 대조를 이뤘다. 휘민은 던의 아랫입술에 붙어 있던 다이아몬드 피어싱 빛에 눈이 아프다며 “너 그거 하고 오지 마”라고 핀잔을 줘 웃음을 선사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분식점에서 시킨 대다수의 메뉴를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휘민은 나가면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던 이진호에게 “괜찮으시면 저거 드셔도 된다. 거의 안 먹어서”라며 초심을 잃지 않은(?) 훈훈한 면도 보여줬다. 이진호는 “사장님 이거 ‘콜키지’ 좀 해 달라”며 급하게 던과 휘민을 붙잡으러 나섰다. 불을 빌려달라는 이진호를 두 사람은 건물 위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했고, 이진호는 “나 돈 구할 수 있을 거 같아”라며 기뻐했다.이후 이진호가 급히 1000만원을 필요로 한 이유가 밝혀졌다. 그는 38살 나이에 포경수술 상담차 비뇨의학과 의사 ‘꽈추형’ 홍성우를 만났다. 홍성우는 바지를 내린 이진호의 수술 예상 부위를 지켜보며 “저걸 꽈추라고 생각하고 살았냐 지금까지. 이거 기록 깨겠다. 800만 원 가지고는 안 되겠다”며 선심 쓴 금액 1000만 원을 불렀다. “50만 원 생각하고 넉넉하게 100만 원 가져왔다”며 자신하던 이진호는 “원장님 거의 사채 수준…”이라며 할 말을 잃었지만, 허탈한 웃음 속에 돈 구하기를 시작했다.그리하여 비트메이커 휘민과 한창 뜨는 가수 던의 집에 들어선 이진호는 둘의 레코드 기록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돈 냄새’를 맡은 이진호는 “나도 음악한다”는 수상한 코멘트로 둘에게 함께 레이블을 시작하자고 권했다. 그러나 휘민은 “사기꾼 같다”며 한쪽 귀에만 큰 십자가 귀걸이를 한 이진호의 차림새를 지적했고, 이진호는 격렬하게 반응하며 “이거 이준기 풍이다. 옷을 못 입네. 둘 다”라며 반박에 나서 폭소를 자아냈다.셋은 투자금을 똑같이 넣기로 하며 “현금이 별로 없다”는 휘민과 던의 돼지저금통 속 적은 돈과 엽전뭉치로 대표 이진호의 호, 공동대표 휘민의 휘, 바지사장 효종(던)의 효를 따서 ‘에이리언 호휘효’를 만들었다. 이윽고 이진호는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붉은색 무속인 복장을 입고 나와 컬러풀한 가발을 쓴 MZ돼지머리와 함께 본격적인 개업기념 고사를 지냈다. 어설픈 고사였지만 던은 “감옥에만 안 가게 해 달라”고 기원해 웃음을 선사했다. 한바탕 굿거리까지 마친 이들은 지나치게 솔직한 손병호게임과 진실게임, 이미지게임으로 서로의 속내를 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연속해서 ‘집에 가서 음란 동영상 볼 것 같은 사람’, ‘앞으로 제일 나쁜 사람일 것 같은 멤버’ 등 나쁜 이미지로 당첨된 던은 남은 막걸리 반 병을 원샷하며 삐뚤어지는 광경도 보여줬다.집으로 돌아간 멤버들은 이진호의 도둑질이 들키는 해프닝을 비롯한 우여곡절 끝에 레이블 공식 시그니쳐 사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럴듯하게 완성된 사운드에 만족한 이진호는 “어차피 SNS에 올려봤자 SNS에서 효소 파는 애들한테 지잖아. 전단지나 뿌리자”라며 손수 전단지 만들기에 돌입했다. 시원치 않은 퀄리티에 셋은 결국 근처에 있던 감독에게 포토샵으로 전단지 만들기를 부탁했고, 역대급으로 촌스러운 전단지가 완성됐다. 투덜거리던 던은 연날리기로 전단지 배부를 시작했다. 바람에 날려온 전단지를 본 의문의 여성이 “휘민보이♥ 던보이♥ …이 사람은 누구시냐”고 외치는 장면과 함께, 다음 주 공개될 화려한 라인업이 예고돼 기대를 모았다.사차원적인 발상이 톡톡 튀는, 81.6%의 애드립과 100% 페이크가 섞인 본격 창업 다큐 ‘에이리언 호휘효’는 매주 수요일 U+모바일에서 공개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8.17 13:54
연예일반

‘나쁜엄마’ 작가 “방영 전 우려 많았다..암 의심 소견 받고 집필 시작” [IS인터뷰]

“익숙하고 소박한 이야기가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기획단계부터 많은 분들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흥행을 예측하기가 힘들었어요.”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쁜엄마’의 극본을 맡은 배세영 작가의 설명이다. 배 작가의 말처럼 새로운 소재와 장르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모성애, 시한부 등 ‘나쁜엄마’의 주요 요소들에 진부하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나쁜엄마’는 익숙한 소재에 따뜻한 감동을 듬뿍 녹여내며 호평을 받았다. 배 작가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나쁜엄마’의 출발점, 소회 등을 전했다. ‘나쁜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영순(라미란)과 뜻밖의 사고로 아이가 돼버린 아들 강호(이도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내용의 드라마다. 지난 4월 3.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첫발을 내디딘 후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지난 8일 자체 최고인 12.0%를 기록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드라마의 출발점은 무엇이었을까. 배 작가는 집필 당시 암 의심 소견을 받고 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남겨질 아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세상을 먼저 떠나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떠올린 것이 ‘나쁜엄마’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길고 짧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어찌 보면 사람은 모두가 시한부 인생이고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하죠. 부모라면 누구나 극중 영순과 같은 처지인데 그렇다면 ‘나는, 아니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떠나야 할까’, ‘만약 그 자식이 몸도 정신도 성치 않다면, 도움을 청할 가족 하나 없다면?’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어요.” ‘나쁜엄마’는 배 작가의 첫 드라마다. 배 작가는 ‘바람 바람 바람’, ‘원더풀 고스트’, ‘완벽한 타인’, ‘극한직업’ 등 10여 년간 스크린 흥행작들을 집필한 바 있다. 당초 ‘나쁜엄마’ 또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시나리오로 기획됐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엄마에게 시한부 설정을 둔 것은 신파에 기댄 감정적인 이유가 아니라 영화, 드라마의 제한된 상영시간 내에서 엄마가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것들을 빠르고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타임리미트가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복수의 플롯과 극중 강호, 미주(안은진)의 로맨스 서사는 영화 시나리오에서 드라마 대본으로 바뀌면서 여러 다양한 서브 플롯이 필요해졌고 그것을 구성하는 가운데 새롭게 등장하게 된 서사예요.” 배 작가는 ‘나쁜엄마’가 큰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로 라미란, 이도현 등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고 공을 돌렸다. “작품을 쓰면서 머릿속에 그려 본 캐릭터가 원래 어떤 캐릭터였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영순, 강호, 미주에게 빠져 있었다. 눈빛, 표정, 말투, 무심하게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완벽하게 영순, 강호, 미주였다”며 “조우리 마을 사람들은 정말 대본에 저런 인물들을 썼나 싶을 정도로 세상 둘도 없을 개성 있는 연기들을 보여줬다. 조우리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 연기 배틀의 장이었다”고 치켜세웠다. 극중 영순은 홀로 세상에 던져질 강호를 위해 나쁜 엄마를 자처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드라마가 끝난 후 ‘과연 영순이 작품 제목처럼 나쁜 엄마였을까’하는 물음표를 던지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야기를 직접 엮어 나간 배 작가에게 영순은 어떤 엄마였을까.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를 나눌 수 있는 정형화된 기준은 없다고 생각해요. 좋은 사랑, 나쁜 사랑이 없듯이 말이죠. 아무리 자식 입장에서 좋은 엄마였다고 말해도 엄마는 결국 자신이 나쁜 엄마였다고 말 할 거예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보편적으로 나눌 수 있지만 ‘엄마’라는 두 글자가 붙는 순간 좋거나 나쁘다는 개념은 모호해 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드라마의 영어 제목이 ‘더 굿 배드 마더’(The good bad mother)인 이유예요.”배 작가는 결말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드러내며 “보통의 시한부 이야기처럼 마지막이 우울하거나 침울하지 않고 작은 축제처럼 표현한 것은 죽지 않는 게 행복한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죽음,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죽음, 행복하게 눈 감을 수 있는 죽음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나쁜엄마’를 통해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넘어져야만 하늘을 볼 수 있는 돼지처럼 부모님이 죽어 남편의 소중함을 알았고, 남편이 죽어서 자식의 소중함을 알았고, 자식이 아파서 자신의 소중함을 알았고, 자신의 죽음으로 이웃의 소중함을 알게 된 영순이처럼 한가지를 빼앗아 가면 그 자리에 채워지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모두가 시련과 고난 속에서야 찾게 되고 찾아지는 그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배 작가는 ‘나쁜엄마’의 집필 기간이 3년이었다며, 그 시간보다 7주간의 방영 기간이 더 의미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첫 드라마가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을지 많은 걱정과 긴장 속에 한 주 한 주를 보냈고 매주 쏟아지는 박수와 질타 속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또 많이 성장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모든 작가들은 집필하는 과정의 고난과 고통을 견뎌내며 작품을 완성해요. 저 또한 그랬죠. 그 결과물에서 제가 바라보았던 지향점을 함께 바라봐주고 사랑해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좀 더 두터워진 진심으로 따뜻하고 희망찬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들을 찾아 뵐게요.”한편 배 작가의 차기작은 영화 ‘아마존 활명수’다. 아마존 원주민들이 한국의 양궁 대회에 참가하는 이야기로 오는 7월 크랭크인 예정이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6.2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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