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구현모의 KT, '한국판 마블'로 진화…"빅데이터로 블록버스터 만든다"
KT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도약의 첫걸음으로 미디어 사업에 투자한다. 기업 가치 1조원을 노리는 KT 스튜디오지니가 그룹 콘텐트 사업을 총괄한다. 이미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경쟁 플랫폼 대비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업계 최고 수준의 유통채널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단숨에 마블에 대항하는 한류 콘텐트 전진기지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구현모 KT 대표는 23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디어 플랫폼 매출이 2011년부터 연평균 15% 성장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과 기술, 고객 기반을 합하면 이제는 콘텐트 사업으로도 돈을 벌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KT는 혼자 가지 않는다. 국내 사업자 모두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 움직임이 기업 가치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 콘텐트 투자·제작·유통 법인 KT 스튜디오지니는 2023년 말까지 원천 IP(지식재산권) 1000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의 콘텐트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 먼저 IP 펀드를 조성하고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최근 분사한 웹소설·웹툰 기반 콘텐트 기업 스토리위즈의 원천 IP 확보와 개발에 속도를 낸다. 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스카이티브이의 채널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작 드라마를 만들고, 2023년까지 톱3 채널로 성장시킨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은 "어느 장면에서 시청자가 빠져나가는지까지 알 수 있는 콘텐트 흥행 예측 모델로 작품을 계약하기 전에 성공 여부를 파악한다. 콘텐트 기획 단계부터 성공 요소를 가져가는 것"이라며 "IP를 독점하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인해 국내 제작사가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지금이 상생하는 콘텐트 시장을 만드는 최적의 타이밍이다"고 말했다. KT는 1300만 유료방송 가입자로부터 나오는 연간 7000억건의 데이터로 흥행 예측 모델을 만들어 10등급으로 콘텐트를 분류한다. '우정' '병원' '배우 조정석' 등 흥행 키워드를 포함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측정 등급은 1등급으로 실제와 동일했다. KT가 업계와 차별화한 경쟁력은 투자 회수(리쿱) 구조다. 스토리위즈와 KT 스튜디오지니가 IP를 확보해 콘텐트를 만들면, 스카이티브이를 통해 실시간 방영한다. 그리고 VOD와 판권을 올레 tv, 스카이라이프, KTH, OTT 시즌이 유통한다. 지니뮤직은 드라마·영화 OST로 부가수익을 창출한다. 최근 네이버에서 합류한 김철연 KT 스튜디오지니 공동 대표는 "CJ가 tvn을 통해 스튜디오드래곤을 키우고, 중앙미디어그룹이 JTBC로 스튜디오 역량을 가져갈 때 KT는 1300만 가입자의 미디어 기반을 쌓았다. TV,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확보한 데이터는 타깃 적중률을 높일 것"이라며 "KT가 콘텐트 사업을 하는 이유보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할지가 더 궁금해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KT 스튜디오지니의 첫 작품은 올해 3분기 내 공개를 목표로 제작 중이다. 구체적인 장르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콘텐트 제작 물량은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국내외 다양한 플랫폼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판로도 확장한다. 강국현 사장은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플랫폼과 경쟁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동 투자를 할 수도 있고, 해외 유통을 맡길 수도 있다"며 "KT 스튜디오지니는 현재의 4배 수준인 1조원 가치로 키울 것이다. 유료방송 플랫폼 매출도 동반 성장할 것이다"고 했다. KT는 미디어 사업 전개와 관련해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구현모 대표는 "KT 스튜디오지니는 중간지주사 성격이 맞다. 형태는 고민 중"이라며 "시즌은 분사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분사한 스토리위즈는 현재 상태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03.24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