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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레깅스룸'을 아시나요…레깅스 기업 간부도 성적으로 접근하는 한국

유명 레깅스 브랜드를 운영하는 국내 기업 고위직 간부가 자신의 수행 기사에게 접대부가 레깅스를 입고 나오는, 이른바 '레깅스룸(바)' 사진 촬영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레깅스가 건강한 운동복이자 일상복으로 자리매김하는 단계에 레깅스 판매 기업마저 자신들의 주력 제품을 성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니에요" 억울한 젝시믹스 레깅스 브랜드 '젝시믹스'를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지난 12일 젝시믹스 공식 SNS에 입장문을 올렸다. 까만색 배경의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글을 올린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측은 "'유흥업소에 운전기사를 보내 불법 도촬을 지시한 업체'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과 일체 무관함을 명백히 밝힌다"고 썼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9일 한 지상파 방송사는 저녁8시 뉴스에서 '기사가 찍어 보낸 레깅스 사진…이사는 아무 말도 없었다'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한 레깅스 업체 임원의 수행기사로 일했던 A 씨는 "해당 임원이 레깅스바에 가서 경쟁사 브랜드인 'OOOO 사' 레깅스를 입은 접대부 사진을 도촬해 오라고 시켰다"고 주장했다. 수치심에 시달리던 A씨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서 경찰에 자수서를 제출했다. 도촬을 지시한 해당 임원은 사진을 찍어오라고 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 씨의 의사를 묻고 일을 시켰으며 수고비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레깅스룸은 최근 강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종 유흥주점이다. 접대부들이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레깅스와 브라 톱(브래지어 모양을 간편한 상의로 만든 것)을 입고 나온다고 해서 '레깅스바', 레깅스룸 등으로 불린다. 법적 대응 검토도 국내 레깅스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레깅스 기업 고위 간부가 직원에게 '레깅스룸' 출입과 도둑 촬영까지 지시한 것을 인정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는 레깅스를 유통하는 업체가 레깅스를 성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각 업체는 서로 어떤 기업인지 알면서도 입을 다무는 분위기다. 혹여 명예 훼손 등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어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젝시믹스다. 젝시믹스는 과거 레깅스룸이나 바에 출입하는 여성들이 즐겨입는 브랜드라는 소문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또 8시뉴스에서 'OOOO 브랜드'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브랜드 글자상 "젝시믹스가 이번에 도촬을 지시한 기업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젝시믹스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 모두 수행 기사 기사를 고용한 적 없다", "해당보도에 언급된 임원과 운전기사 A씨 모두 당사 임직원이 아니다"라고 반박 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관계자는 14일 "우리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도촬'의 피해자"라고 한숨 쉬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측은 나름대로 도촬을 지시한 업체를 추측하고 있다. 또 사안이 더 커질 경우에 대비, 법무팀과 함께 대응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깅스 성적 대상화…도태 우려 요가복으로 잘 알려진 레깅스는 3~4년 전부터 국내에 본격 상륙했다. 처음에는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스타일 때문에 편견의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직접 착용해 본 20~30대 젊은층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면서 급속도로 성장을 일궜다. 국내에서는 젝시믹스 외 '안다르', '뮬라웨어', 'STL'등 토종 브랜드가 경쟁 중이다. 하나같이 빠른 외형적 성장을 일구며 몸집을 키웠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레깅스 시장은 2013년 4345억원이었지만 2018년 6958억원으로 성장했다. 2020년에는 8000억원에서 1조원에 달하는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패션업계는 레깅스 업계가 이번 사건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B 업체 관계자는 "과거 레깅스바나 룸에 출입하는 여성에게 할인이나 제품 협찬을 하는 방식으로 마케팅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며 "문제를 일으킨 임원이 도촬한 사진을 보고 즐기려는 것보다는 협찬이나 마케팅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레깅스 업체끼리 레깅스룸이나 바의 존재를 잘 알고 있고, 이곳에서 타 브랜드를 경쟁 상대로 의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패션에는 유행이 있다. 제품 개발 대신 이런 식의 마케팅이나 협찬에 골몰하면 결국 그 시장은 오래가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이 섭리"라고 경고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10.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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