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머스크도 투자한 '초대규모 AI', 네이버가 슈퍼컴까지 사며 뛰어든 이유는
'AI 주도권은 구글에 못 내줘!' 네이버가 인간 뇌 수준의 인공지능(AI) 경험을 제공하는 초대규모 AI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한국어 특화 AI 모델로 구글에 대항해 국내 AI 주권을 지키겠다는 의지에서다. 네이버는 2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네이버 AI 나우' 콘퍼런스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뒤 첫 성과인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는 네이버가 지난해 10월 구축한 700PF(페타플롭) 이상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한다. 1PF은 1초당 1000조회 연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70억명이 420년 동안 계산해야 하는 문제를 1시간 만에 해결한다. 하이퍼클로바는 이처럼 막강한 컴퓨팅 파워로 AI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5600억개의 토큰과 2040억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축적했다. 토큰은 AI가 학습하는 무수한 데이터를, 파라미터는 AI의 판단 결과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인 변수로 보면 된다. 현재 주요국들은 앞다퉈 연합전선을 구축, 초대규모 AI 시장 리더십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존 최대 초대규모 AI 프로젝트는 오픈AI의 'GPT-3'다. 오픈AI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등이 2015년 설립한 AI 연구기관이다. GPT-3는 3000억개의 토큰과 1750억개의 파라미터의 방대한 데이터를 갖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프로젝트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했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 화웨이는 2000억개가 넘는 파라미터의 자연어 처리 모델인 '판구 알파'를 지난달 선보였다. 이처럼 초대규모 AI 프로젝트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범용 AI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서다. 현재의 AI는 단순 음성 명령을 처리하는 데 그친다. 일례로 IPTV의 AI 스피커에 볼륨을 높여달라는 주문을 하면 제대로 응답하지만, '지구는 왜 둥근가'라는 수준 높은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범용 AI는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계가 사람과 막힘 없이 대화하는 미래를 앞당기는 핵심 기술이다. 일부 개발자들이 온라인에 공개한 GPT-3의 데모 영상을 보면,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를 나열해줘'라는 짤막한 명령에 AI가 마치 사람이 엑셀로 작성한 듯한 표를 만들어 화면에 표출한다. 또 화면 문구, 버튼 색상 등 원하는 옵션만 넣으면 AI가 알아서 간단한 앱을 만들어준다. 전문 지식이 없어도 말 몇 마디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가 GPT-3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어 데이터는 6500배 이상 더 학습했다고 강조했다. 영어가 대부분인 GPT-3와 달리, 하이퍼클로바는 한국어 학습 데이터 비중이 97%에 달한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글로벌 공룡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국내 IT 시장에서 AI 주도권만큼은 빼앗기지 않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가장 먼저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한 곳은 검색 알고리즘이다. 이용자가 검색어를 잘못 입력해도 알아서 보정해 원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기존에도 유사어로 대체하는 서비스는 존재했지만, 이제는 AI가 최근 트렌드와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가장 적합한 검색어를 제시한다. 향후에는 상품 판매에 도움이 되는 마케팅 문구를 AI가 자동으로 작성하는 등 중소상공인(SME), 크리에이터, 스타트업 등 AI 기술이 필요한 곳에 최적의 서비스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장병탁 서울대학교 AI 연구원장은 "초대규모 AI는 데이터, 모델 구조, 컴퓨팅 파워 3박자가 갖춰져야 현실화할 수 있다"며 "네이버와 구글이 국내에서 여전히 경쟁할 수 있는 분야다. 한국어를 기반으로 고도화해 우리나라 AI 주권을 지키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05.26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