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16강·8강서 떨어지다 ‘드라마’ 썼다…‘무명→깜짝 金’ 박혜진, 13cm 차이도 이겨냈다 [항저우 2022]
박혜진(26·고양시청)이 항저우에서 ‘드라마’를 썼다. 무명인 그가 금메달을 따면서 드디어 한국 국민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됐다.박혜진은 26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여자 53㎏급 결승전에서 린웨이준(대만)을 라운드 점수 2-1(7-6, 7-9, 12-9)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그에게는 유독 의미 있는 ‘금메달’이었다. 박혜진은 태권도 간판 장준(한국가스공사)에 비해 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장준은 그간 세계 무대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지만, 박혜진은 지금껏 고배를 들었던 탓이다.지난 2019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나선 박혜진은 16강에서 짐을 쌌다. 지난해 11월 열린 2022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도 8강에 그치며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강자를 줄줄이 꺾으며 메이저 대회 첫 금메달을 따게 됐고, 국민들에게 이름을 각인하게 됐다. 아울러 한국 태권도 여자부의 ‘빛’으로 떠올랐다. 한국 태권도 여자부는 2022년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노 골드’를 기록했다. 올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는 ‘노메달’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박혜진이 녹록지 않은 상황 속 한국 태권도 여자부의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금빛 발차기’가 나오기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세계랭킹 31위인 박혜진은 세계랭킹 2위와 19위를 줄줄이 꺾고 결승에 올랐다. 특히 추티칸 종콜라타나와타나(태국)와 4강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었다. 라운드 점수는 2-0이었지만, 스코어는 0-0, 1-1로 팽팽했다. 박혜진은 동점 시 회전 기술, 머리·몸통 공격 시도 등을 집계해 승자를 가리는 규정에 따라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결승에서도 불리한 조건을 이겨냈다. 1m 67cm인 박혜진의 상대는 무려 13cm 큰 린웨이준이었다. 신장이 작은 만큼 거리 싸움 등에서 불리할 수 있었지만, 영리한 운영으로 기어이 금메달을 따냈다.김희웅 기자
2023.09.26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