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초밀착해 ‘민낯’ 조명” MBN 최장수 ‘특종세상’, 제작진이 밝힌 롱런 비결은? [IS인터뷰]
“최대한 밀착해서 민낯을 보여주려 합니다.”
지난 2012년 첫방송된 ‘특종세상’은 MBN의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MBN 개국과 동시에 첫발을 내딛어 ‘나는 자연인이다’보다 먼저 시청자를 만났고,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시청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 인기 비결은 출연자들에게 초밀착해 색다른 면모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MBN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특종세상’ 박효석 PD와 김정인‧박남숙 작가가 프로그램 제작 과정과 방향을 전했다. ‘특종세상’은 지난 10년여 년간 부침을 겪으며 변모해왔다. ‘현장르포 특종세상’으로 시작해 시사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사회 문제를 다루다가 점차 인물을 조명하는 교양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편성 시간 또한 몇 차례 변경돼 ‘삼시세끼’, ‘미스터트롯’ 등 쟁쟁한 프로그램들과 경쟁하면서도 두터운 고정 시청자층을 자랑했다. 김 작가는 그 비결들 중 하나로 유연성을 꼽았다. “‘현장르포 특종세상’일 때는 현장을 직접 취재하며 만들었는데 시청률, 미디어 환경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프로그램도 변했죠. 유기체, 생명체처럼 바뀌었어요. 그렇게 바뀌다보니 교양프로그램 중에 역사가 긴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고 그만큼 수명이 오래되다 보니까 아이가 자라듯 제작진들도 함께 성장해왔습니다.”제작진은 ‘특종세상’만의 차별점이자 장점을 인물의 ‘민낯’을 보여주려는 기획 의도라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정말 우리는 밀착해서 본다. 정제된 모습으로 촬영하는 게 아니라 맨얼굴을 보려 한다”고 전했다. 김 작가 또한 “연예인 같은 경우엔 집을 공개하는 건 기본이고 잠드는 모습까지 찍다보니 메이크업을 안 한 모습이 자주 나온다. 출연자들이 ‘이것도 찍을 거야?’, ‘이것도 찍는다고?’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는데 어쩔 수 없다. 우리 프로그램은 다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여타의 프로그램들에서 다루지 않은 인물의 면모들도 발견할 수 있다. 박 작가는 “연예인이 출연하더라도 휴먼다큐와 같다. 이들도 사람이고, 누군가의 가족이기도 하다”며 배우 유퉁 출연분을 꼽았다. “저 또한 편견이 있었어요. 여러 번 결혼하고 이혼했다는 내용을 기사로만 봤으니 실제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죠. 저희가 그 분의 모든 것들을 알 수 없지만 촬영하면서 딸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는 걸 느꼈어요. 재혼한 전 부인 밑에서 자라는 딸이 걱정돼 몸이 아프신데도 자신의 모든 걸 갈아넣으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코로나19 탓에 아이를 보지 못하니까 눈물로 지새우시는 걸 보면서 부성애가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더라고요.” 지난해 6월 ‘특종세상’에선 8번 이혼한 유퉁이 몽골인 전 아내와 살고 있는 당시 12살 딸을 그리워 하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다수의 결혼과 이혼으로 ‘문제적 남자’로 알려졌지만, 방송에선 딸에게 학비를 보내고 철마다 옷을 사서 보내는 부성애로 감동을 자아냈다. ‘특종세상’은 한 편당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의 제작 기간을 거치는 동시에 출연자들과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캐스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유퉁의 모습을 여러 편으로 나눠 방송할 수 있었다. 수년간의 설득 끝에 출연하게 된 가수 임희숙도 있었다.
김 작가는 “전화를 굉장히 많이 돌린다. 한 분을 섭외하기 위해 100통을 한 적도 있다. 처음엔 매몰차게 거절했던 분들도 나중엔 출연을 결정해주시기도 한다”며 저인망식으로 섭외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박 작가 또한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연락을 계속 유지하면서 다른 프로그램들에 출연한 분들 중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 한다. 지난 2월 방송된 ‘꼬마 신랑’ 배우 김정훈씨가 치매를 겪고 있는 노모를 돌보는 모습은 처음 알려졌다”고 말했다.이 같은 작업 과정에서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관계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계룡산에서 치매 노모를 모시는 백발의 아들 이야기를 다룬 제작진은 최근 출연자 어머니 부고를 듣고 모두가 가슴 아파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생전 말단비대증을 앓다가 지난 1월 세상을 등진 농구스타 김영희를 향한 마음도 그러했다. ‘특종세상’은 비보가 전해지자 고인을 기리는 추모 방송을 하기도 했다.이렇게 지난 10여년 간 600회에 가까운 회차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 제작진은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 애환을 방송에 담아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 박 작가는 80년대 톱모델에서 덕원스님이 된 고(故) 최호견을 떠올렸다. “덕원스님께서 불교로 귀의한 후 30년간 방송 출연을 전혀 안 하셨어요. 그런데 우리 방송 출연을 결정했고 만나고 싶은 분들이 있다고 하셔서 프로그램을 준비했죠. 그런데 얼마 후 지병이 있으셔서 돌아가셨어요. 제작진에게는 전혀 말씀을 안 해주셔서 저희도 지병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죠. 아마 방송을 통해 마지막 정리를 하고 싶으셨던 건 아닌지 짐작하고 있어요. 덕원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출연자들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특종세상’ 제작진들은 인터뷰 내내 인물을 다루는 것에 조심스러움을 드러냈다. 김 작가는 “화제성만 바라보고 출연자들의 모습을 담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그 인물의 면모를 담으려 한다”고 전했다. 박 PD 또한 이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방송 전체를 보고 촬영하거나 편집하기 때문에 출연자들과 입장이 다소 다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최대한 사전에 조율하면서 출연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죠. 방송이 나간 후에는 제작진의 입장을 최대한 설명드리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지 않게 노력도 하고 있고요.”
‘특종세상’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자신들만의 강점을 살리고 있다고 전했다. 박 작가는 “물론 ‘특종세상’을 좋아해주는 고정 시청자층도 있지만 시청자들도 변모하기 마련”이라며 “같은 인물을 다루더라도 예전엔 극한 상황을 함께 보여줬는데 이젠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한다. 이를 반영해 출연자들의 꾸미지 않은 자연스런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박 PD는 시청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방송 프로그램이다 보니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영향력을 끼치자라는 목표로 함께 작업해왔어요. 간판을 바꾸듯 프로그램명도 조금 변하고 다루던 소재들도 달라졌지만, 처음에 우리가 추구했던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5.12 0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