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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작 종영…3.3% 동시간대 1위, 유종의 미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가 보이지 않는 세상의 곳곳에서 '뒷것'을 자처하며 살아간 김민기를 조명하며 3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5일 방송된 SBS 스페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에서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탄생시킨 연출가 ‘아침이슬’의 천재 음악가 김민기의 잘 알려지지 않은 행보를 조명했다. 김민기가 유독 학전 어린이 무대에 열정을 쏟았던 이유와 함께, 그가 어린이들을 위해 행했던 헌신들이 공개돼 방송 당일이었던 ‘어린이 날’의 의미를 한층 뜻깊게 만들었다. 이에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의 시청률 3.3%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방송된 전 채널 프로그램을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닐슨 코리아 기준)이날 방송은 김민기가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에 위치한 민간인 통제 구역에서 농사꾼으로 살았던 특별한 이력을 조명하며 흥미롭게 시작했다. 신군부 시대가 열리고, 혼란한 정세 속에서 정권의 탄압을 받던 김민기가 ‘너 죽는 꼴 보기 싫다’는 모친의 간곡한 말에 주변과의 연락을 모두 끊고 마지막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귀촌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 당시 농사를 지을 줄도 몰랐던 김민기는 마을 주민들과 어울려 품앗이로 농사를 짓기도 하고, 동네 아이들의 운동회와 졸업식에 참석해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면서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단꿈 같은 1년여를 보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김민기는 농촌의 수익을 위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썼다. 그는 쌀을 팔고 싶지만 판매 루트가 없어 가슴앓이하는 주민들을 위해 당시 광고 기획자인 친구 이상우의 도움을 받아 신문에 광고를 싣고, 연천과 도시를 직접 연결해 중간 유통마진을 줄인 판매 구조를 만들어 농부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겼다. 이처럼 농촌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던 김민기는 연천 집이 의문의 화재로 전소되는 바람에 농촌 생활을 접고 다시금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이후 민주화를 소망하는 대중의 염원이 극으로 치달은 1987년, 故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시청광장에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애국가처럼 울려 퍼졌고, 당시 선봉에 섰던 안내상은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로 위로받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김민기 선생님의 역할이 대단했던 것”이라며 김민기의 영향력을 증언했다. 그러나 정작 김민기는 “나 역시 이한열 열사 노제에 갔었다. 사람들이 ‘아침이슬’을 부르는데 소름이 끼치긴 하더라. 그 순간 그 노래는 그 사람들의 것이었다”라며 역사의 스포트라이트에서 한걸음 물러섰다.그런가 하면 신군부 시대가 막을 내리고, 김민기는 15년 만에 비로소 금지곡 가수 신분에서 해방되면서 ‘학전’의 대표로서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학전에서 탄생한 걸출한 문화 콘텐츠가 대중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놀라움을 안겼다. 유홍준의 한국 미술사 강연을 시작해, 인기 예능이었던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전신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가 모두 학전에서 기획된 것이었다.또한 김민기는 2004년을 기점으로 학전에서 어린이 무대를 선보였다. 어린이들에게 판타지를 보여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의 고민을 본질적으로 이해해 주려는 목적에서 만든 작품들로 김민기가 학전 설립 당시부터 생각해 왔던 것이었다. 김민기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이야기,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 등 현실적인 주제를 어린이 무대에 담아냈는데 이를 위해 초등학교 전 학년, 전체 교과서를 공부했다는 사실이 공개돼 놀라움을 자아냈다. 더불어 어린이 무대 티겟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해 보다 많은 아이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운영난 속에서도 소위 돈이 안되는 어린이 무대를 20년 동안 고집하며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을 드러냈다. 특히 김민기가 학전에서 어린이 무대가 있는 날이면 매번 객석에 내려가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곤 했다는 일화는 훈훈함을 더했다.이 같은 김민기의 어린이 사랑은 대학생 김민기의 ‘신정야학’ 활동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었다. 1973년 김민기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을 모아, 당시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서 일을 하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공부를 가르쳤다. 신정야학 출신으로 중졸, 고졸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하고 4년제 대학까지 다녔다는 장남수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김민기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또한 김민기가 달동네 어린이들을 위한 공공 보육시설 ‘해송유아원’ 건립을 위해, 금지곡 가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비밀 모금 공연에 참여한 일화도 공개됐다. 당시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농사를 짓던 김민기는 아이들을 위한 공연의 취지에 선뜻 힘을 보태며, 오랫동안 잡지 않았던 기타를 다시 잡았다고. 이후에도 김민기는 해송유아원에 직접 지은 쌀을 기증하는가 하면 운영 전반에 관심을 기울이고, 해송유아원 원생들이 언제든 학전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게 지원하기도 했다.그런가 하면 신정야학을 함꼐했던 김한, 김준규, 이인용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김민기의 남달랐던 어린이 사랑을 전했다. 이들은 “당시 야학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교과서를 별도로 만들었다. 영어 교과서 속에 ‘I am a laborer, you are a owner(나는 노동자, 당신은 사장)’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때 문제 제기한 게 김민기 선배였다. ‘너희가 아이들한테 정신 주입을 하려고 이걸 하려고 한 게 아니지 않냐’라고 했다”며 어떠한 이데올로기적 목적도 없이, 그저 순수하게 아이들을 돕고자 했던 김민기의 진정성을 증언했다. 나아가 “저항의 심볼처럼 되었지만 사실 그가 바란 것은 조금 더 좋은 세상,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라면서 “김민기 선배는 그저 그가 만든 노래 ‘상록수’ 같은 사람이었다”라고 입을 모아 먹먹한 여운을 선사했다.이처럼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1부에서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못자리 학전의 뒷것을 자처했던 연출가 김민기의 이야기를, 2부에서 엄혹한 시국 속 음악으로 수많은 이를 위로하고 민심을 움직였던 민중의 뒷것 김민기를, 마지막 3부에서는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소리를 연료 삼아 따뜻한 미래를 만들고자 애쓴 세상의 뒷것 김민기를 조명하며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귀한 계기를 선사했다. 또한 김민기를 기억하는 기성 세대에는 진한 공감과 향수를, 김민기를 모르는 세대에는 좋은 어른의 롤모델을 제시하며, 학전의 폐관과 함께 역사의 뒤편으로 멀어져가는 김민기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더욱이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김민기 주변인사 100여명의 생생한 인터뷰, 나아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초연 영상, 김민기의 친필 노트, 미발매곡 음원 등 지금껏 대중에 공개된 적 없는 다채로운 자료들을 아카이빙해, 대한민국 대중문화사와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김민기라는 거인의 사료로서 가치를 더했다.한편 SBS 스페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철저히 무대 뒤의 삶을 지향하며 방송 출연을 자제해 온 학전 대표 김민기의 이야기를 담은 최초의 다큐멘터리로, 5일 3부를 끝으로 종영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05.06 11:43
산업

로블록스, 5·18 역사 왜곡 논란에 '그날의 광주' 게임 삭제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의 가상현실 게임이 역사 왜곡 논란이 일자 이를 삭제됐다.3일 5·18 기념재단에 따르면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측은 최근 5·18을 배경으로 한 게임 '그날의 광주'를 삭제 조치했다. 로블록스는 사용자들이 직접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소셜미디어 등을 개발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가상 세계 경험 공유 플랫폼으로 초등학생 이용자들이 많다.로블록스 사용자가 제작한 '그날의 광주'는 1980년 5월 항쟁이 치열했던 광주 금남로를 배경으로 시민군과 군경이 총격전을 벌이는 게임이다. 하지만 시민과 계엄군이 전투를 벌인 비극적 참상을 이용자들이 게임으로 재현한다는 설정 자체에 문제가 제기됐다.특히 게임머니로 아이템을 사면 북한군이 될 수 있도록 하거나 게임 내 땅굴을 따라가면 인공기와 북한 노래가 나오기도 하는 등 대표적인 5·18 역사 왜곡 주제인 북한군 침투설도 그대로 차용했다.누적 이용자 수가 1만5000명이 넘었다. 그러다 이 게임을 접한 한 초등학생이 이 같은 상황을 제보하면서 외부에 알려진 후 플랫폼의 조치로 삭제됐다.로블록스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콘텐츠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이어 "당사의 규정은 현실 세계의 민감한 사건의 묘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누구든지 규정을 위반한 콘텐츠나 행동을 신고할 수 있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5·18 기념재단 측은 "게임이 삭제된 만큼 추가 법적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5·18 역사를 왜곡·폄훼하는 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5.03 15:25
연예일반

[IS인터뷰] 김규리 “‘1980’ 왜 정치적으로 볼까…작품은 작품으로 봐주길”

“‘1980’을 왜 정치적으로 보려고 하나 싶어요.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역사인데 말이죠.”배우 김규리가 5.18민주화운동 소재의 영화 ‘1980’에 대해 정치적 영화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작품은 작품으로 봐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최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980’ 김규리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1980’은 서울의 봄이 오지 못한 파장으로 한 가족에게 들이닥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왕의 남자’, ‘강남 1970’, ‘사도’, ‘안시성’ 등에서 미술감독으로 잔뼈가 굵은 강승용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1980’ 개봉에 대해 “덤덤하다”고 운을 뗀 김규리는 “몇 번 개봉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개봉하나?’ 싶었는데 매번 안 돼서 잊고 지냈다. 내가 개봉시키는 게 아니니까”라고 말했다.이어 “전시가 있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더라. ‘설마 하겠어?’ 했는데 이번엔 진짜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1980’은 1980년 5월 17일 전남도청 뒷골목에 중국 음식점을 개업한 철수네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를 그린다.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5개월 후 그 여파가 평범한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담아냈다.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1980’을 정치적 영화로 보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김규리는 “왜 정치적으로 보려고 하나 싶다.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역사인데”라며 “소시민이 겪은 일들이 전개되는 만큼 그냥 이야기로 봐줬으면 한다. 작품은 작품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김규리가 연기한 철수 엄마는 전남도청 뒷골목에 개업한 중국 음식점 맏며느리다. 임신한 채로 가족을 돌봐야 하지만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인물이다. 김규리는 “임산부를 이해하기 위해 복대를 착용하고 시간을 보냈다. 허리가 아팠는데 내가 이런 감정을 모르니까 일부러 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이어 “영화에서 우는 장면이 많다. 원래 우는 건 감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때 사람들이 어떤 걸 느꼈을까’를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지더라. 그런 눈물은 한 번 밖에 안 나오니까 촬영장에 가 카메라 앞에서 모두 쏟아냈다”고 덧붙였다.김규리는 “영화에서 참 많이 운다. 촬영하며 ‘나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위로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가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고 미소 지었다. 김규리는 극 중 모자 호흡을 맞춘 송민재를 칭찬하기도 했다. 김규리는 “극 중 철수(송민재)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사실 그날 촬영하는 날이 아니었는데 변동이 생겨 당겨서 촬영하게 됐다. 둘 다 대사는 외운 상태였지만, 연기를 하기 위한 준비는 안 된 상태여서 현장에서 대사를 맞췄다. 그때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이어 “그런데 송민재가 잘 따라와줘서 고마웠다. 그 촬영 끝나고 끌어안았다. 집중력을 안 잃고 연기하는 게 너무 기특하더라”라고 칭찬했다.마지막으로 김규리는 ‘1980’을 향한 관심을 당부했다. 김규리는 “극장에 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지 않나. 그걸 끝까지 봐준다면 가슴에 무언가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4.04.03 05:55
연예일반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첫 과외로 두 달간 2000만원 벌어” (‘르크크 이경규’)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대학 시절 첫 과외로 2000만 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손주은 회장은 4일 코미디언 이경규의 유튜브 채널 ‘르크크 이경규’에 올라온 영상에 출연해 “대학교 때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다”며 “1980년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서 장기간 휴교를 했다.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는데 지인이 자신의 아들인 고3 학생을 과외해달라고 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일주일에 3번을 했는데 그때부터 내가 비즈니스 감각이 있었다. 고3을 가르치려면 일주일에 3번, 팀을 만들어 달라고 했고 6명이 모였다. 과외를 하다가 이후 7월에 전두환 정권에서 과외전면금지를 때렸다. 딱 두 달을 했는데 1년치 등록금을 더 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1500만 원 이상, 2000만 원은 될 것 같다”며 “그게 시작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가 대학교 졸업을 하고 1987년에 과외를 다시 했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1.04 13:20
연예일반

‘서울의 봄’ 단체 관람 학교 고발… 조희연 교육감 “교권침해로 보고 대응할 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일부 보수 표방 단체가 영화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했다는 이유로 서울의 한 학교 교장을 고발한 것에 대해 ‘교권침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조희열 교육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교장이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했다는 이유로 최근 가로세로연구소와 자유대한호국단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태를 교사의 교권에 대한 침해의 한 유형이라고 새롭게 판단한다”면서 “교권 침해는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등 공격적 행위를 통해서 교육활동 일반이 위협받는 것을 의미했지만,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교사의 교육과정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공격적 행위까지 교권침해 유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은 교원이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교권의 범주 안에 든다는 것.앞서 보수를 표방하는 일부 유튜버와 단체들이 ‘서울의 봄’이 좌편향 영화라며 여러 학교의 단체 관람을 막거나 교장을 교발하는 일이 있었다.조희연 교육감은 “12.12 군사반란은 사법적 판단이 이뤄진 사건이다. 뿐만 아니라 5.18 광주민주화 운동 역시 정치사회적 합의가 있는 건이다. 이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 주제마저 교육 과정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교권침해로 판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어 “사법부와 학계, 정치권에서 오래 전에 확립된 역사적 사건조차 학교에서 다루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공교육의 책임 회피”라고 강조했다.앞서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역시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학교 외부 세력에 의해 노골적으로 학교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사태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대한호국단과 가세연이 등교하는 학생들 앞에서 선생님을 비하하고 학교를 위협하는 집회를 열었다. 단체관람 방해는 교육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금도를 넘어선 행동”이라며 비판의 뜻을 보인 바 있다.‘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벌어진 신군부 세력의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후 꾸준히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25 17:34
연예일반

[IS포커스] “전두광 삼켰다”…황정민 ‘서울의 봄’으로 천만 관객 울분 ②

배우 황정민이 영화 ‘서울의 봄’으로 천만 관객의 울분을 사고 있다. 황정민은 ‘서울의 봄’에서 군내 사조직 하나회 리더이자 신군부 주축인 보안사령관 전두광 역을 맡아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1일까지 93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000만 고지를 눈앞에 뒀다. 황정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 역으로 악역 계보에 한 획을 그었다. 황정민이 악역을 연기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4시간에 걸친 민머리 특수 분장과 두말하면 입 아픈 호연은 관객의 충격과 분노를 자아냈다.극 중 전두광은 자신의 신념 안에서 능글맞게, 그러나 치밀하게 반란군을 지휘해 쿠데타를 이끄는데, 황정민은 전두광을 단순한 악인이 아닌 입체적으로 그려 “악귀가 씌였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전두광 역을 삼킨 듯한 황정민의 호연으로 황정민은 ‘서울의 봄’ 무대인사를 돌며 사과 릴레이를 펼쳤다. 그는 “일단 죄송하다. 모든 욕은 나에게 다 해달라. 욕받이가 되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화제를 모았다. ‘서울의 봄’ 황정민에 대한 분노는 그의 주연 ‘인질’ 재조명 받는 기현상으로 이어졌다. ‘인질’에서 황정민은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 역을 맡았다. ‘서울의 봄’ 속 황정민의 실감나는 연기에 관객이 분노하자 황정민이 인질로 잡혀 고문을 받는 영화를 보고 스트레스를 푼다는 유행이 만들어진 것이다. 스크린 안팎을 오가는 황정민의 행보는 광주 무대인사에서 눈물로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의 봄’의 배경이 된 12.12 군사반란은 반년 후 신군부 세력에 맞서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진다. 이에 ‘서울의 봄’ 팀의 광주 무대인사는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특히 광주 무대인사는 시장이 작다보니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이 되기 전까지는 좀처럼 진행하지 않는 터다. 광주를 찾은 황정민은 ‘서울의 봄이 광주에 오길 43년 동안 기다렸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보고 울컥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황정민은 ‘서울의 봄’이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천만 관객을 넘어서면, ‘국제시장’, ‘베테랑’에 이어 세 번째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주연을 맡은 영화 4편(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 기생충)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송강호에 이은 대기록이다. ‘서울의 봄’ 흥행으로 누구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황정민은 ‘크로스’로 내년 설 연휴 극장가에서 다시 관객을 만난다. ‘서울의 봄’으로 관객의 분노지수를 높인 황정민이 ‘크로스’에서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서울의 봄’ 대박 기세를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3.12.22 06:00
연예일반

MZ세대 사로잡은 ‘서울의 봄’ 천만 초읽기 [줌인] ①

“우리 오빠 몸에서 나가. 이 사악한 귀신아.” 배우 황정민의 MZ팬이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남긴 후기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은 MZ세대의 ‘서울의 봄’ 관람 후기 중 하나다. 12.12 군사반란을 실제로 겪지 않은 MZ세대가 영화의 인기를 전면에서 견인하고 있다.‘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아수라’ 김성수 감독이 7년만에 황정민, 정우성과 다시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개봉 20일만인 11일 누적관객수 700만명을 넘을 만큼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오는 16일 800만명을 넘어서고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천만 고지에 오를 전망이다.군사반란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전두광 역을 맡은 황정민, 반란군을 진압하려 애썼던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이태신 역을 맡은 정우성 등 출연배우들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이들을 비롯한 ‘서울의 봄’ 측은 영화가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했지만, 12.12 44년을 맞은 올해 12월 12일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하지는 않는다. 그저 여느 때처럼 무대인사를 진행할 뿐이다. 700만명을 넘어선 11일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김성수 감독과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정해인, 박훈 등이 무대인사를 진행했고, 12일에는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13일에는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서울의 봄’ 측의 이런 영화만을 위한 묵묵한 진심이 당시를 경험하지 못했던 MZ세대들을 사로잡았다. 실제 CGV에 따르면 ‘서울의 봄’ 관객 중 20대가 25.1%, 30대가 29.8%로 2030세대가 전체 54.9%를 차지할 만큼 많이 관람하고 있다. CGV 관계자는 “‘서울의 봄’은 특이하게 개봉 초반에는 여성 관객들이 전체 관객의 절반이 안될 정도로 남성 관객들이 많이 봤는데 점차 여성 관객이 늘어서 50%가 넘었다”면서 “MZ세대와 여성 관객이 입소문으로 뜨겁게 반응한 게 영화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MZ세대가 이처럼 뜨겁게 반응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의 호연이다. 개봉 전 전두광 역을 맡은 황정민의 민머리가 관심을 모았다면 개봉 후에는 “황정민의 호연이 고통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황정민을 좋아하지만, 그가 맡은 역할까지 좋아할 수 없는 팬들의 딜레마가 이어지고 있는 것. 자연스레 “우리 오빠 몸에서 나가. 이 사악한 귀신아” 등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태신 역의 정우성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 ‘서울의 봄’이 정우성 첫 천만영화가 될 것이라는 데 응원의 목소리가 많다. 이 같은 MZ세대 관객의 반응은 무대인사를 하는 배우들과의 티키타카로 더욱 화제를 사고 있다. 황정민은 무대인사마다 “일단 죄송하다”며 다짜고짜 머리를 숙여 웃음을 자아냈다.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과장 임학주 역의 이재윤, 국방부 장관 오국상 역의 김의성, 전두광의 비서실장 문일평 역의 박훈 등 영화 속에서 분노를 일으키는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도 “여러모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모습이 각종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MZ세대는 영화를 스크린 밖으로 끌고 왔다. ‘서울의 봄’에 대한 과몰입이 챌린지와 밈으로 이어졌다. 처음은 ‘심박수 챌린지’였다. 한 누리꾼이 ‘서울의 봄’을 보고 높아진 심박수와 스트레스 지수를 찍어 SNS에 올린 게 화제를 모으며 챌린지가 됐다. 욕을 하면서 영화를 보자는 ‘욕어롱’(욕+싱어롱) 상영회를 열어달라는 요청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극장에 붙어있는 ‘서울의 봄’ 속 전두광 포스터가 관객의 주먹질에 알아볼 수 없는 수준이 된 게 이슈가 되기도 했다.‘서울의 봄’ 인기는 MZ세대들이 잘 몰랐던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도 됐다. ‘서울의 봄’과 같은 시기를 그린 2005년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이 회자되고 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인 10.26를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 광주민주화 운동을 그린 ‘택시운전사’, 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한 ‘변호인’, 6월 항쟁을 그린 ‘1987’ 등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을 계보로 만들어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영화를 보고 난 뒤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실제 역사와 인물 등을 공부하고 다시 한번 극장을 찾는 관객도 늘어나고 있다. 문화를 즐기면서 역사도 배우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물론 이 같은 ‘서울의 봄’ 인기는 영화 완성도가 빼어난 덕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흥행이 잘되는 이유는 언제나 매우 단순하다”며 “영화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 ‘서울의 봄’은 연출, 연기, 시나리오 등등이 좋고 기획과 소재가 지금 시대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짚었다.‘서울의 봄’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디테일한 자막은 12.12 군사반란을 자세히 모르는 MZ세대가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MZ세대에겐 빠른 전개와 높은 몰입감, 그리고 잘 몰랐던 시대를 알려주는 신선함이 작용했고, 그 시절을 버터낸 기성세대에겐 공감과 분노를 유발한 게 흥행의 요인이 됐다. 황영미 영화평론가는 “12.12 군사반란은 교과서에 두루뭉술하게 서술된 터라 MZ세대가 자세히 모르는 사건이기에 더 흥미를 유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가 재미있고 긴박감 있게 잘 만들어졌다. 난관과 반전이 계속되는, 뒤의 사건을 예측할 수 없는 ‘서울의 봄’이 빠른 호흡을 즐기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러면서 “MZ세대가 ‘서울의 봄’을 통해 나라, 정치 등이 개인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역사 인식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3.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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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시선] “좌파 영화 초등생 관람 막자”… ‘서울의 봄’ 향한 공격, 볼썽사납다

시대는 변했는데 여전히 대중예술을 향한 공격의 수준은 5공화국 시절에 머물러 있는 꼴이다.최근 보수를 표방하는 일부 유튜버들이 영화 ‘서울의 봄’이 좌편향 영화라며 단체 관람을 하려는 초등학교들에 민원이 들어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학교에서는 단체 관람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서울의 봄’ 단체 관람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스러운 의견을 받았다고 했는데, 진짜 걱정해야 할 건 영화를 정치적인 논리로 해석해서 이용하려는 일각의 어른들 아닐까 싶다.‘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등 하나회 멤버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벌인 군사반란을 다룬 작품이다. 군사반란이 시작되고 끝나기까지 9시간을 사실상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전두광(전두환), 노태건(노태우) 등 실존 인물과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보수 표방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것은 반란 세력에 대항해 군인들이 직접 출동했다는 세부적인 묘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된 9시간은 5공 청문회에서 일부 언급됐을 뿐 이후에도 구체적인 내용은 대중에게 낱낱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전두환 중심의 신군부 세력이 이후 정권을 잡았음에도 이때의 일이 ‘군사반란’으로 기록되게 된 건, 당시 그들과 대립했던 진압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내의 세부적인 묘사가 역사적 사실과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더라도 큰 줄기와 골자는 일치한다는 의미다.실제로 5공화국 시절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사회에 큰 아픔을 남긴 일이 벌어졌고, 신군부의 집권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암흑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의 봄’을 좌편향 영화라 보긴 어렵다. 좌파든 우파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전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언제부터 우파가 군부정치를 옹호하는 세력이 됐는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영화를 정치 싸움에 이용하는 건 오히려 우파에 대한 모독일 수밖에 없다.‘서울의 봄’ 속 최한규(최규하 전 대통령 모티브)와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이 좌파였는가. 그 당시 정권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로부터 임명을 받은 사람들인가. 12.12 군사반란은 좌파와 우파의 진영 대립이 아닌, 정권 찬탈의 욕망을 가졌던 신군부와 기존 군부 세력 사이의 갈등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결과로 대한민국이 또 한 번 군부 치하에 놓이게 됐을 뿐이다.권력을 좇는 과정이 정의로웠는가 그렇지 않은가. ‘서울의 봄’은 그 명분의 싸움을 담은 작품으로 봐야 한다. 영화를 만들지 않고 보지 않으면 역사가 사라질까.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역사의 아픔과 당당히 마주하고 배움으로써 자신의 가치관과 소신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아닐까. 정치 싸움으로 아이들에게서 이 같은 기회마저 빼앗으려는 어른들의 탐욕이 무섭다. 마치 ‘서울의 봄’ 속 누군가처럼.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11 05:50
영화

[IS인터뷰] ‘서울의 봄’ 정우성 “누구에게나 이태신이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의 김성수 감독은 말했다. 정우성은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그렇기에 전두광(황정민) 패거리와 맞서는 이태신 역으로 그를 캐스팅한 것이라고.‘서울의 봄’ 개봉을 하루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모두의 마음 속에 전두광과 이태신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이태신이 아니며, 영화에서 이태신으로 상징되는 어떠한 인물의 특성이라는 건 사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는 의미다.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꿀 전쟁이 일어났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하나회 멤버들을 규합해 군사반란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뒤 민주주의 질서가 바로 서리라 기대했던 이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12.12 군사반란으로 대한민국은 다시 군부독재 치하에 놓이게 됐고,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일어났다.김성수 감독은 12.12 군사반란이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압축하는 상징적 사건이라 봤고, 그 긴박했던 하룻밤을 ‘서울의 봄’에 담았다.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은 끝까지 반란군을 진압하려 하며 전두광 일패와 대적한 인물이다.“이태신을 통해 어떤 의미가 전달되기를 원하지는 않았어요.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의미를 쫓는 캐릭터가 돼 버리니까요. 우리 모두에게는 전두광도 있을 수 있고 육군본부의 우유부단한 장군도 있을 수 있고 이태신처럼 자기 직무에 충실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자아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봐요. ‘서울의 봄’을 보고 이태신을 지지하게 되고 공감을 느끼신다면, 그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안에서 어떤 일맥하는 감정을 발견하신 것 아닐까요.” 전두광과 이태신은 모두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지만, 외적으로는 전두광 쪽이 더 많이 실존인물과 닮았다. 이태신은 전두광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실존인물과 외적으로는 차이가 다소 있다. 전두광이 불같다면 이태신은 고요한 바다같아서, 두 캐릭터가 맞붙었을 때 이태신의 진가가 더 잘 드러난다.“처음에는 감독님이 ‘불과 불의 대결’을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점점 ‘이건 불과 물의 싸움이 돼야겠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에는 조금 더 차분하고 신중한 자세를 이태신에게 입히려고 했어요.”욕망에 사로잡힌 전두광은 끊임없이 ‘왜’ 자신은 될 수 없는지를 자문하고, ‘어떻게’하면 자신의 욕망을 이룰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태신은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벌어진 사태를 인정하고 자신의 직무에 맞는 타당한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정우성은 “이태신이 계속 답답하고 궁지에 몰린 심정을 갖게 되는데, 그것을 감정적으로 표출하지 않기 위해서 계속 안으로 되새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한 사태 속에서도 끝까지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이태신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여겼다”고 밝혔다.상대역이었던 황정민에 대해선 “징글징글하다. 타죽을 뻔했다”는 말로 갈음했다. 서로 대립하는 관계이면서도 영화 안에서 마주치는 장면은 덜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황정민을 끊임없이 관찰했다는 설명이다. 황정민이 자신에게 이태신을 본 것 같은 순간엔 의미심장한 기분도 느꼈다.“김성수 감독님이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저를 비롯한 배우들을 잘 조율해줬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많은 배우들이 나왔는데 ‘서울의 봄’의 세계관에서 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서울의 봄’은 배우들의 톤앤매너가 잘 어우러진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1.24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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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사태와 12.12 군사반란…‘서울의 봄’ 실제와 영화의 차이는? ③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서울의 봄’이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나고 있어 영화계 비수기로 꼽히는 11월 극장가를 달굴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황정민, 정우성이 극을 이끈다.‘서울의 봄’은 김성수 감독, 황정민, 정우성이 지난 2016년 개봉한 ‘아수라’ 이후 다시 호흡을 맞췄다는 점 외에도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1979년 12월 12일을 다룬 첫 대중영화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격된 10.26 사태를 비롯해 민주화 열망이 들끓었던 5.18 민주화운동과 6.10 민주 항쟁 등을 다룬 영화는 꾸준히 제작돼왔다. 그러나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변곡점으로 꼽히는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없었기에 관심이 쏠린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짚었다. ◇‘서울의 봄’이란?‘서울의 봄’은 10.26 사태로 유신 체제가 막을 내린 후 5.18 민주화운동이 신군부에 의해 짓밟히기 전까지 대한민국에 억눌려 있던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희망이 찾아왔던 기간을 일컫는 말이다.이는 1968년 소련에 의해 막을 내리기 전 짧았던 체코슬로바키아 민주화를 일컫었던 ‘프라하의 봄’에 빗댄 말이다. 둘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터져나왔지만 짧은 기간 뒤에 탱크에 의해 안타깝게 끝을 맺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68년 1월 5일에서 8월 21일까지의 짧았던 ‘프라하의 봄’처럼 ‘서울의 봄’도 1979년 10월 26일에 시작돼 1980년 5월 17일에 막을 내렸다.영화 ‘서울의 봄’은 서울의 봄보다는 12.12 군사반란을 다뤘지만 12.12가 서울의 봄이, 봄으로 끝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인 만큼 제목으로 사용했다는 후문이다. ◇10.26부터 12.12 군사반란까지10.26 사태는 1979년 10월 26일 서울시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전가옥에서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그의 수하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비롯한 6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대내외적인 악재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끌던 정권이 흔들리자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불안감과 불만이 최측근에 의한 대통령 시해로 이어졌다. 이는 현재까지 대한민국 헌정사상 현직 국가원수가 살해된 유일한 사건이다.12.12 군사반란은 10.26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2.12는 육군 내 불법 사조직인 하나회가 주도한 군사 쿠데타로 제5공화국의 실질적인 시작이 되는 사건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최규하 당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고 보안사령부가 10.26 사태를 수사하는 주체가 되면서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 최규하 권한대행은 12월6일 통일주체국민회의 표결을 거쳐 제10대 대통령이 됐으나 일주일이 채 안돼 12.12 군사반란이 발생하면서 실질적인 권력은 전두환의 신군부가 쥐게 됐다. ◇실제와 영화의 차이점은?영화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황정민)과 진압군을 지휘했던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이태신(정우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만 인물들의 구체적 행적은 상업적인 틀 안에서 재창작됐다. 역사에서는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전두환과 대립각을 이뤘다면, 영화에서는 전두광과 이태신의 대결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또한 12.12 군사반란은 당시 군대들이 동원됐던 큰 규모의 사건이었으나 영화에서는 이를 축약해 보여주는 대신 몇몇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여기에 인물들이 느끼는 딜레마 등 심리를 허구에 기반해 세밀하게 표현하며 몰입감을 높인다.김성수 감독은 지난 9일 진행된 ‘서울의 봄’ 언론시사회에서 “양측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나는 실제로 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재현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역사에서 출발했지만 많은 허구가 가미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영화 속 인물들의 이름을 전두광(전두환), 노태건(노태우), 최한규(최규하) 등으로 설정하며 실존 인물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 실명을 그대로 사용해도 됐지만 영화적으로 변형시킨 인물이라 이름을 바꾸자고 생각했다는 것이 김성수 감독의 설명이다.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그날의 9시간에 김성수 감독의 상상력,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서울의 봄’. 지금 관객들이 그날의 9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린다. 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3.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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