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박현성 “이름 같은 그분 별명처럼 ‘불사조’ 파이터 되겠다”
2005년 박현성이라는 인물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전신 화상을 입어 불편한 몸에도 포기하지 않고 복싱과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약하며 감동스토리를 썼던 주인공이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불사조’였다. 그는 안타깝게 2014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17년이 지났다. 2022년 10월 필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종합격투기 선수를 만났다. 종합격투기 경량급 ‘신성’으로 떠오른 박현성(27)이다. 긴 시간을 사이에 두고 이름이 같은 두 명의 종합격투기 선수를 만나 인터뷰하는 기분이 묘했다. ‘젊은’ 박현성의 첫인상은 스마트하고 날렵해 보였다. 그는 56kg 한계인 플라이급에서 최근 무섭게 성장하는 중이다. 통산 전적 6전 6승을 기록 중이다. 박현성은 2018년 더블지FC에서 데뷔해 5연승을 질주했다. 5경기 가운데 데뷔전을 제외하고 4경기에 KO나 서브미션 승리였다. 국내에서 승승장구하던 박현성은 더 큰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UFC 정식 계약이 걸린 ‘로드 투 UFC’ 플라이급 토너먼트에 뛰어든 것.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8강전에서 제레미아 시레가(인도네시아)를 1라운드 KO로 제압했다.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하지만 격투기 얘기가 시작되자 이내 진지해졌다. 그는 “격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술도 엄청 많이 마시고 담배도 많이 피우고 그냥 막 살았다”며 “그런데 격투기를 시작하고 나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열정이란 것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아무 생각 없이 방황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격투기에 모든 것을 걸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다. 학창 시절에는 담을 쌓던 공부를 시작했다. 체육관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박현성은 “격투기를 통해 육체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도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며 “한편으로는 세상이 강한 자는 정말 많고 쉬운 것은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관계자들은 박현성이 UFC에 진출한다면 크게 성공할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기대한다. 일단 플라이급이라는 체급은 동양인이 서양인에게 불리할 게 없다. 과거 유명우나 장정구 같은 한국 위대한 프로복싱 챔피언들도 50kg 안팎 경량급이었다. 게다가 박현성은 단점이 없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타격과 그라운드 모두 능하다. 그가 거둔 6승 가운데 타격에 의한 KO승이 3승, 관절기에 의한 서브미션이 2승이다. 경량급 선수는 펀치나 킥이 약할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박현성에게는 해당 없다. 그의 송곳 같은 타격에 상대 선수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박현성은 오는 23일 아랍에미리트 에티하드 아레나에서 토너먼트 4강전을 치른다. 상대는 토프노이 키우람이라는 태국 선수다. 11전 8승 3패 전적을 가진 토프노이는 태국 선수답게 무에타이를 바탕으로 타격 능력이 뛰어나다. 8승 중 5승이 타격에 의한 KO승이었다. 공교롭게도 토프노이는 박현성이 태국 전지훈련을 했을 때 당시 훈련 파트너이기도 했다. 체급도 비슷하다 보니 서로 친하게 지냈다. 운명의 장난처럼 UFC 진출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박현성은 “함께 훈련했기 때문에 상대 선수가 어떤 스타일인지 잘 알고 있다”며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더 많기 때문에 장점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터뷰 말미에 ‘젊은’ 박현성에게 ‘불사조’ 박현성 관장에 대해 살짝 운을 띄웠다. 그도 이름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었다.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느닷없이 ‘형님, 저 OOO에서 함께 생활했던 OOO입니다’라고 하더란다. 이젠 그런 경험이 어느덧 자연스러워졌다. “이름이 같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분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저도 그분 별명처럼 ‘불사조’처럼 싸우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무조건 이기고, 또 이겨서 대한민국 제1호 UFC 플라이급 파이터가 되겠습니다”
2022.10.20 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