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골프장 카트 이용료 폭리①] 요금은 올리면서 안전은 뒷전
국내 골프장 100여 개가 고객 안전과 서비스 향상을 명분으로 카트 이용료를 일제히 올렸다. 요금은 해마다 올라가지만, 고객 안전과 서비스 품질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 카트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골프장이 카트 이용료 수입을 올리는 데만 열을 올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간스포츠는 국내 골프장 카트 이용료의 실태와 개선 방안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지난 4월 28일에 경기 포천의 포천힐스 골프장에서 야간 라운드를 즐기던 골퍼들이 봉변을 당했다. 3번째 홀을 마친 뒤 다음 홀로 이동하다 카트 브레이크 파열로 전복 사고가 일어났다. 카트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구겨졌다. 카트에 타고 있던 골퍼들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골프장은 팀당 카트 이용료로 9만원을 받고 있지만, 노후화된 카트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해 사고가 터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골프장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발길이 뚝 끊기면서 국내 골프장을 찾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국내 최대 골프 예약 서비스 업체인 엑스골프에 따르면, 3월 이후 평균 예약률은 10% 정도 늘어났다. 코로나19 대목에 골프장은 일제히 이용료를 올렸다. 그린피를 비롯해 캐디피와 카트 이용료를 인상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최근 발간한 〈레저백서 2020〉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으로 전국 회원제 골프장 155개소의 평균 카트 이용료는 8만9500원, 대중제 골프장 218개소는 8만4500원이었다. 회원제 골프장은 2010년 7만8700원에서 10년간 13.7% 상승했고, 대중 골프장은 2010년 7만3000원에서 15.8%나 올랐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팀당 9만원의 카트 이용료를 받는 곳은 66개소로 1년 전에 비해 7개 감소했다. 10만원을 받는 곳은 36개소로 지난해에 비해 10개소 늘었다. 12만원을 받는 곳은 16개소로 지난해(3개소)에 비해 13개소 급증했다. 회원제 골프장 중 카트 이용료가 7만원 이하인 경우는 없다. 대중제 골프장도 카트피 9만원인 곳이 90개소로 지난해 53개소에 비해 37개소나 급증했다. 반면 카트피 8만원을 받는 곳은 99개소로 1년 전보다 21개소 급감했다. 골프장들은 고객 안전과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카트 이용료를 올린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유지 보수비 인상, 노후 카트 교체 등도 이유로 들고 있다. 광주의 강남300CC, 충북 진천의 천룡CC가 그런 경우다. 강원도 평창의 용평골프장처럼 아무런 설명 없이 요금을 인상한 곳도 있다. 서비스 품질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6~18년 국내 골프장에서는 카트의 배터리 폭발 사고만 7건 발생했다. 골프 프리미엄 잡지 JTBC골프 매거진이 네이버 밴드 회원 1135명을 대상으로 카트 이용 실태를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9.8%는 카트 관리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보통’이라는 답변은 58.6%였고, ‘만족한다’는 답변은 11.6%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관련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체육시설 등록 골프장 그린피 인상’이라는 주제로 골프장 이용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 골프의 대중화를 저해한다는 글이 게재됐다. 여기서 비중있게 언급된 내용이 카트 이용료 인상이었다. 9일 현재 이 청원에 1만5430명이 동의했다. 이지연·김지한 기자
2020.07.10 06:01